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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커피 관장'에 빠진 찰스 3세, 영국 의료계 바짝 긴장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3/0000032686?sid=104


국내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과 서구권에서는 나름 알려진 사이비 의료법이 있다. '동종요법(homeopathy)'이라고 이름 붙은 치료법(?)인데 간단히 설명하면 이렇다. 수영장에 간장 한 방울을 떨어트린다고 해보자. 간장 한 방울을 떨어트렸으니 이제 그 수영장 물을 간장물이라고 할 수 있을까.

'커피 관장'으로 항암치료 하자던 찰스 3세

동종요법을 믿는 사람들은 "그렇다"고 얘기한다. 심지어는 그 수영장 물을 떠서 다른 수영장에 한 방울 떨어트리면 그 수영장도 간장물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방식으로 수백~수천 배 희석한 실질적인 '맹물'을 약초 성분이 있는 물이라고 주장하며 팔아먹는 게 이들 사이비 의료인의 사업 모델이다. 자기들끼리 그렇게 믿는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문제는 찰스 왕세자가 예전부터 이런 동종요법에 심취해 있었다는 사실이다. 평범한 개인이라면 이상한 믿음을 가지는 걸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겠지만 그는 영국 왕실의 차기 왕권 계승자였던 왕세자였다. 그가 관련 협회 행사에 계속 참석하며 지지 의사를 표명하자 황당한 사이비 요법을 미심쩍게 생각하는 사람들조차 거기에 호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출처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건강식품을 광고하면 그 추종자들이 관련 제품을 구매하는 것처럼 영국 왕실에 대한 신뢰와 후의(厚意)가 엉뚱한 방향으로 작동하게 된 것이다. 정말 양보하면 여기까지도 크게 문제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004년 대형 사고가 터진다. 찰스 왕세자가 영국 전역의 항암치료 전문의들을 모아놓고 '커피 관장'을 홍보한 것이다.

그가 주장한 커피 관장이란 이렇다. 암은 몸에 독소가 쌓여서 생기는 병인데 커피를 항문을 통해 주입하여 장을 깨끗이 청소하면 그런 독소가 빠져나가 항암치료가 된다는 논리다. 이를 '거슨 요법(Gerson Therapy)'이라고 부르는데 당연히 의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사이비 의학이고 오히려 건강이 더 나빠질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공식적인 의학 학회장에서 왕세자의 입을 통해 그런 황당한 주장이 나오자 그간 영국 왕실과 왕세자의 권위를 존중해 그의 황당한 주장에도 침묵으로 대응하던 영국 의사들이 목소리를 냈다. 당대 최고 의학 권위자 중 한 명인 마이클 바움 런던대 명예교수는 영국의학저널(BMJ)에 공식적으로 왕세자의 언행을 반박하는 성명을 냈다. "존경하는 왕세자님, 당신이 잘못 알고 계십니다"라고.


"왕세자님의 권위를 활용해 난치병 환자들에게 검증되지 않은 치료를 사용하길 권유하실 때는 본인의 권위가 의학적 지식이 아니라 혈통에서 오는 것이란 걸 인지하고 조심히 사용해 주십시오." 문제는 그가 이런 날선 비판을 받고도 동종의학에 관한 사랑을 전혀 멈추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이비 요법 보험 적용하게 압력 행사

찰스 왕세자는 공개적인 반발과 망신을 당했지만 그의 영향력을 행사해 그가 믿는 사이비 요법을 영국 건강보험이 공식적으로 지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그런 시도 중 하나로 2007년 찰스 왕세자는 영국 보건부 장관에게 서신을 보냈다가 정보공개 청구로 압력 행사 사실이 들통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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