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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 추석날 언니가 엄마 뺨때렸어요

언니와 엄마의 갈등으로 집이 개판이 났네요. 엄마를 설득하고 싶은데 좀 도와주세요.

아빠랑 저희 삼남매는 매사에 태연덤덤, 오히려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최대한 혼자 처리할 수 있을 만큼 처리하고 죽어도 혼자는 안되겠다 싶으면 그때 알리는 편이에요. 근데 엄마는 엄살이랑 호들갑이 좀 심해요. 조금만 일이 생겨도 그 순간에 비명을 옆집까지 들릴 정도로 여러 번 지르고, OO아 이거 어떡해!! 와봐!!! OO아빠!!! 빨리 좀 와봐!!! 도와줘!!! 큰일났어!!! 하면서 온 가족을 다 불러모아요

지금까지 엄마가 그렇게 호들갑떨며 어떡해!!! OO아 와서 좀 도와줘!!!! 하고 소리지른 일...최근만 해도 생각나는게 거실 서랍장 손잡이가 빠짐/냄비를 태움/불 켜진 캔들을 엎어서 테이블커버에 촛농이 쏟아짐/식탁 유리 상판에 뜨거운거 올렸다가 금이 감... 뭐 이정도네요

진짜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급하게 가보면 황당하죠...솔직히 말해서 어린애같고 의지도 안되고 피곤한 성격은 맞다고 생각하지만, 저랑 아빠는 성격도 무던해서인지 좀 황당할 뿐 그냥 그러려니 하는데 언니랑 남동생은 각각 첫째/아들이라는 이유로 엄마한테 유독 시달려서인지 엄마가 부르기만 해도 심장이 철렁한다고 그랬었어요

언니가 결혼해서 독립하고 남동생도 취업하고 나서는 집에 종일 있는 건 반백수 프리랜서인 저뿐인데 저야 성격상 그냥 어휴 엄마 또 이러네! 하고 수습해주면 그만이라...최근엔 좀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어요. 근데 월초에 사돈어르신이 교통사고가 나셔서 형부가 매일 병원으로 퇴근하게 되었고, 임신한 언니를 집에 혼자 두기 걱정되니 친정에 가있으면 좋겠다 해서 집에 온지 2주쯤 됐어요

임신중에 놀라면 안될 거 같아서 엄마가 언니를 불러도 제가 후다닥 가고, 엄마한테도 되도록 큰소리 내지말라고 당부했는데...추석날 형부가 추석선물 들고왔는데 주차장 차단기도 안열리고 경비실에도 아무도 없다고 해서 제가 잠깐 내려갔었거든요. 그 사이에 엄마가 손이 조금 베였는데 또 소리지르고 언니불러서 이거보라고 피나는 손가락 보여주고 그런 모양이더라고요...

언니말로는 화나는걸 참고 많이 베인 게 아니까 괜찮을 거라고 했는데 엄마가 어떡하냐고 피나잖아 너는 엄마가 부르면 빨리빨리 오지 왜 이렇게 늦게 와 하면서 소리를 질렀다고...언니가 원래 완전 빼짝 마른 편인데 지금 배만 나와있다보니 좀 뒤뚱뒤뚱 걸어요ㅜ 그래서 순간 화를 못참고 엄마 뺨을 때렸대요

저는 저희동 경비실에 말해서 정문까지 갔다가 형부 차 넣는 거 기다리느라 시간이 좀 걸렸어요 형부랑 같이 올라왔더니 둘이 머리채잡고 쌍욕하며 싸우고있고 아빠랑 동생이 붙잡고 그만하라고 소리지르고... 진짜 말 그대로 개판이라서 순간 형부 오랜만에 온다고 다들 짜고 놀리는건가? 싶을 정도였네요 결국 힘으로 뜯어놓고 형부가 언니 데리고 나가버려서 그날은 일단락됐어요

엄마는 충격이 크셨는지 며칠째 제대로 밥도 안드시고 내가 지를 어떻게 키웠는데 나한테 손을 올릴 수 있냐고 서러워하시고, 언니는 다신 집에 안올거라고 애기낳아도 안보여줄거라고 하고있어요. 솔직히 저는 전적으로 엄마잘못이라고 생각하기는 하는데...아빠가 언니한테 진짜 이대로 친정이랑 연끊을거면 결혼할때 받아간것도 다 뱉어내라고 하셔서요.

언니가 예체능 전공이고 결혼도 일찍 해서 집에서 지원받은 게 많은 건 맞아요...학비도 제일 많이 들었고, 부모님이 삼남매 결혼자금 모아두신게 꽤 되는데 제가 부인과쪽 지병이 좀 있어서 결혼생각이 없다 보니 나중에 지금 사는 집 받는 조건으로 제 몫을 포기해서 절반을 언니가 가져갔어요. 20대에 결혼하면서 대출없이 신축 매매해서 신혼 시작했으니 친정 덕에 남들보다 여유로웠던 건 맞죠.

형부는 언니가 요즘 임신중에 사돈댁 일까지 겹치니 예민하고 힘들어서 그런거 같다고 죄송하다고 그러고 아빠는 와서 잘못했다고 하든가 가져간거 뱉어내든가 하라고 하고 사이에 낀 저랑 동생은 피곤해서 숨이 막힐 지경이네요...어차피 언니는 임신하고 쉬는중이고 형부도 대학원과 직장을 병행중이라 벌이가 좋은 건 아니라서 집값 지원받은거 못갚을거같은데, 제 생각엔 언니가 성격이 그렇게 무정하지는 못해서 엄마가 먼저 언니한테 미안하다고 하면 언니도 때린건 잘못했다고 할거 같아요.

엄마한테 어떻게 말해야 좀 덜 섭섭하게 먼저 사과하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요? 엄마 나잇대 분들도 여길 많이 보시는 거 같아서 여쭤봐요. 엄마랑 언니를 화해시킨다는 게 호구같고 바보같은 결정인 거 알지만 현실적으로 그게 제일 나은 방법 같아서요. 물론 힘들게 하는 부모 연 싹뚝 끊고 잘살면 좋겠지만 그게 쉬운 것도 아니고...좋은 멘트 있을까요?

 

https://m.pann.nate.com/talk/373227833?order=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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