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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오컬트 혹시 땅에 묻은 동전에 대해 아는 사람 있냐

무서운건 아니고 그냥 내 개인적으로 찝찝한 경험임

 

내가 10살도 안되던 때의 일이라 기억 자체가 굉장히 가물가물해

 

아마도 7,8살정도였나

 

당시에는 PC방도 나오기 전이고 전자오락실은 있었지만 백원짜리 하나도 귀해서 친구들끼리 골목길에서 롤러스케이트 타고 술래잡기 하고 이러던 때였음

 

그러던 친구들 중에 나보다 한, 두살 많던 형이 있었는데 지금와서 떠올려보면 내가 그 형과 오래 어울렸었나 싶음

 

당시 친했던 친구들은 지금도 어디 살았고 뭐하고 놀았는지 기억나는데 그 형에 대한 기억만은 지금 할 이야기밖에 떠오르지 않거든

 

이야기라고 해봤자 그 형과 있었던 단편적인 사실들 뿐임

 

당시에 우리 동네 아이들은 콩벌레라 부르는 쥐며느리를 잡는게 유행이었는데 비가 온 다음날이었나

 

그 형과 단 둘이 콩벌레를 잡는데 땅이 습했던걸로 기억함

 

갑자기 그 형이 보물을 파러가자고 이야기 했던거 같아. 난 진짜 보물이 있든 없든 그저 놀이라 여기고 따라갔고

 

간 곳은 동네에 지나다니다 보곤 했지만 거기 사는 친구들이 없어서 실제로는 들어가본 적 없는 붉은 벽돌로 지은 작은 빌라 단지였음

 

IMG_4248.jpeg

 

이건 퍼온 주공아파트 사진인데 저것보다 더 작고 붉은 벽돌로 되어있는 빌라에서, 사진의 저 빨간 사각형 아래쪽처럼 되어있는 한 부분을

 

그 형이 파보라는 거임. 난 아무 의심없이 팟는데 어린애 손으로도 얼마 되지 않아 십원짜리 동전들이 무수히 나오기 시작했음

 

동전이 나온 사실은 기억나는데 그 동전이 그냥 땅에 맨걸로 묻혀있었는지, 아님 비닐봉지같은데라도 담겨있었는지는 확실히 기억나지 않음

 

여튼 어린 마음에 십원짜리라도 땅속에서 돈을 발견한 기쁨에 즐거워하며 빌라 앞에 있던 수돗가에서 동전을 씻었어. 그리고 그 형이 문방구에 가자고 했음

 

지금은 주차장이 되어 사라졌지만 당시에도 좀 오래된 문방구가 동네에 있어서 그 미닫이문을 열고 둘이 들어갔어

 

당시에 난 그 형이 엄청 착하다고 느꼈는데, 왜냐하면 땅에서 나온 그 동전들을 다 내가 쓰라고 했거든. 땅을 내가 팠으니 말이야.

 

아마도 700원정도 했던걸로 기억하는데 난 그걸로 당시 문방구에서 많이 팔던 식완 프라모델 장난감을 샀어

 

사탕 몇개랑 조잡한 로보트 장난감이 들어있는거 말이야.

 

이때 기억나는건 아마도 몇 십원인가 돈이 모잘라서, 문방구 주인 앞에서 우물쭈물 하던 나와 그 옆에서 엄청 곤란한 표정을 하고 있던 그 형의 얼굴.

 

전부 700원이라 생각했는데 어린애가 10원짜리를 세면서 갯수를 틀렸던지, 아니면 그 땅에서 미처 다 회수하지 못했던 동전이 있었던건지...

 

아무튼 애매한 숫자였단 기억이 남아있어

 

다행히 문방구 주인은 내가 가지고 있던 돈만으로 장난감을 팔아주었고 문방구를 나오면서 형한테 고맙다고 했었어

 

이후 그 형과 마주쳤거나, 혹은 놀았을수도 있는데 오랜 시간이 지나서 내가 그에 대해 기억하는건 이정도야

 

이 일은 오랫동안 생각도 하지 않다가, 아마 10년 전, 그렇게 예전은 아니고 그렇다고 최근은 아니라 느낄만한 햇수 전에

 

인터넷 어디선가 액땜같은 무속신앙 관련해서 동전을 산에 묻는단 이야기를 보고 떠올랐어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때 아버지가 아프시기 시작했고 가계도 많이 안좋아졌었거든

 

그래서 그 동전이야기를 알았을때 어쩌면 가족이 겪은 일들이 내가 주운 동전으로 인해 일어난 것은 아닐까 하고 연관짓게 되더라.

 

만약 그 동전들로 인해 내가 지지 않아도 될 무언가를 떠맡은 것이라도 사정이 괜찮아진 지금은 떠올려봤자 단지 찝찝함만이 남는 이야기지만말이야

 

IMG_4249.jpe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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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https://m.dcinside.com/board/gongpow/56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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