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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일본의 길고양이 문제 해결법

일본에서 길고양이는 ‘치이키네코'(地域猫. 지역고양이)라 한다.

보통 편하게 말할 때는 ‘노라네코’’(野良猫. 길냥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공식적으로 부르는 정식 명칭은 ‘치이키네코’다.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승인, 합의를 받아 보살핌을 받고 있는, 특정 주인이 없는 고양이란 의미다.

이들은 더 이상 개체수를 늘리지 않고, 그 세대에서 생을 마칠 수 있도록 중성화 수술을 받는 등 지역 주민들의 보살핌을 받는다.

그런데 일본에서 치이키네코를 보살피는 일은 완장을 찬 활동가들이 맡고 있다. 즉, 동네 고양이에게 먹이 주는 일을 아무나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정과는 사뭇 다르다.

일본에서도 주인 없이 떠도는 길고양이 문제는 지역민들 사이에 분쟁이 많았다.

길냥이를 불쌍히 여겨 먹이를 주는 사람, 이를 반대하는 사람 등 주민들 사이에서 감정 싸움이 생기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길고양이들을 해치는 학대 사건들도 빈발했다.

그래서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는 여러 노력들이 생겨났다.


도쿄도(東京都)의 경우 1999년 3월, 동물보호관리심의회를 통해 ‘주인 없는 고양이와의 공생모델 플랜’을 마련했다.

다시 1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간 20개 시범지역을 지정, 1년간 지원을 하며 돌봄 실천을 해보는 것이었다.

이후 시범사업을 도쿄도 전역으로 확대했고, 그 후 2006년엔 ‘주인 없는 고양이와 공생을 위한 가이드북’을 내놓았다.

길고양이들을 단지 없애는 것보다 하나의 생명체로 여겨 지역에서 적절한 관리를 해 사람과 잘 공생하는 방법을 찾은 셈이다.

2018년 1차 개정된 가이드북에는  ‘고양이의 습성과 번식 특징’ 등은 물론 구체적인 지역고양이 관리 방법까지 50페이지에 걸쳐 다양한 해결방법을 제시해 놓았다.


먼저, 길냥이들을 돕고 싶은 이들을 위한 가이드부터 제시하고 있다.

“주인 없는 고양이 관리 활동의 주체는 기본적으로 지역 주민이다. 지자체, 마을 단위로 팀을 만들어 역할 분담을 해 나가고, 지자체회는 광고 등을 맡아 봉사 활동의 이해와 주민 참여를 호소한다.”

또 동물보호단체 봉사자들은 풍부한 활동 경험을 살려 지역 주민팀에 적극적인 조언과 협력을 하도록 했다.

먹이 주는 방법이나 화장실 설치 요령, 관계자와의 합의를 위한 자료 작성법, 동물병원들과의 조정 방법 등 전문 지식을 전수할 수 있도록 한 것.

지역활동가들은 먼저 지역에 사는 고양이들의 개체수를 파악하고 그 수가 너무 많다면 이유를 조사하도록 했다. 또 먹이 공급자의 유무, 쓰레기 처리 상태 등도 살핀다.

원인이 나오면 지역 관계자와 함께 단계별 달성목표부터 단계별 해결방안, 필요한 행정 지원 요청 등을 하도록 했다. 이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지역 주민의 이해와 협력을 얻는 일인데, 수차례 설명회를 열어 지역의 공동 활동을 알리고 협력자를 모집하도록 했다.

관리 비용의 확보 방법은 활동 참가자들의 자발적인 회비, 공개 모금이나 바자회 개최, 지자체의 지원 등 여러가지를 제시했다.

또 경비 지출은 상세한 기록과 회계 보고를 작성, 이해관계자들부터 주민 모두에게 자세히 설명하도록 했다.

이어 “중성화 수술을 위한 포획 방법, 지정 동물병원과의 협력 문제 등은 보호센터 활동 경험자 등에게 조언을 구하도록 하고, 특히 화장실 설치는 장소 문제로 민원 발생이 많으니 철저히 관리되고 있음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가이드북에는 시범지역들 중 12곳의 길냥이 서식 환경, 길냥이 대책을 세운 이유, 활동 내용, 성과 등을 모은 모범사례들도 들어있다.

나중에 일본의 지역고양이 정책은 일본 환경성이 정부 차원에서 내놓은 제도로 1차 완성이 됐다. 나중에 이 방안은 전국의 각 지자체들로 하달돼 지역 고양이 공생 방안의 토대가 됐다. 


우리나라에선 길고양이라 하더라도 반려동물 정책이라면 농식품부가 맡을 텐데, 일본에선 이를 환경 문제를 다루는 환경성이 담당한 것도 이채롭다. 

이런 지역고양이 돌봄은 뭐니뭐니해도 활동가들의 자발적 봉사 활동이 핵심이다.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나 대부분 팔에 완장을 착용하고 지역고양이 돌봄에 나선다.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공원에 와 배설물을 치우고 먹이를 준 후 기다리는 동안 주변 청소 등을 하고 식기를 회수하는데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완장으로 표시를 하니 함부로 먹이 주는 이들과 구분이 되고, 주민들은 활동가를 알아보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그렇게 지역고양이들이 거의 동네 주민들처럼 취급 받게 된 것.


활동가들은 또 고양이 지도 제작, 전단지 배포, 주민 대표와 대화로 분쟁 해결 등에도 팔을 걷어 부친다.

하지만 아직 활동가들을 보는 시선이 차가운 경우도 종종 있다.

그래서 활동가가 아닌 사람이 먹이 주는 걸 금지한다는 푯말이 세워진 공원도 많다.

개별 주민이 부득이하게 먹이를 줘야 할 땐 푯말에 표시된 관리자에게 알리거나 먹이, 배설물 뒷처리까지 하고 나오는 게 기본이 됐다.

그러다 보니 동네가 이전보다 깨끗해지고, 고양이들이 길가의 쓰레기 봉투를 헤쳐 놓는 일도 많이 줄었다. 지금은 전체적인 민원도 많이 줄었고, 지원비를 내는 주민들도 늘었다 한다. 


우리나라도 길냥이 문제로 여기저기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쓸데없이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준다”는 이유로 폭행 당하거나 고양이 급식 장소를 훼손하는 일도 빈번히 일어난다.

길냥이 대책에 가장 중요한 중성화 수술은 지자체의 예산 지원이 가능해졌으나, 길냥이 캣맘 활동은 아직 체계가 잡히지 않은 탓도 있다. 

길고양이 문제를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지역 사회의 숙제를 해나가듯 함께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대다.




이 기사만 보고 일본이 캣피더에게 온정적이라고 생각하면 안 됨

고양이를 돌볼 자격이 없는 캣피더가 마음대로 먹이를 줄 경우 이렇게 됨


집 없는 고양이(노라네코·野良猫)들을 보살펴온 일본인이 204만 엔(약 2500만원)의 위자료를 물게 됐다. 도쿄지방재판소는 13일 장기 9단인 가토 히후미(加藤一二三·70)가 집 없는 고양이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바람에 이웃 주민들이 피해를 봤다며 이 같은 판결을 내렸다. 주민들은 밤마다 고양이 울음소리 때문에 시끄러워 잠을 설치고 배설물에서 나는 악취로 불편을 겪고 있다며 가토에게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을 요구해 왔다.

가토는 도쿄 미타카(三鷹)시의 정원 딸린 고급 테라스하우스에 산다. 이곳에는 모두 10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가토는 1993년부터 현관 앞에서 동네의 집 없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순식간에 18마리의 고양이들이 동네에 몰려왔다. 2002년에는 정원에서 새끼 고양이 6마리를 키웠는데, 겨울엔 얼어 죽지 않도록 현관 앞에 종이상자와 타월 등으로 바람막이를 설치하기도 했다.

가토는 고양이는 해를 끼치는 동물이 아니라며 주민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주민들은 2008년 11월 가토를 고소했다. 이번에 거액의 위자료 지급을 명령받은 가토는 “고양이가 오래 살아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한 행동인데 이해할 수 없다”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일본 유기고양이방지회에 따르면 1년에 전국 지자체가 살처분하는 집 없는 고양이는 21만 마리에 달한다. 도둑 고양이의 천국인 일본에서는 고양이를 둘러싼 주민 간의 갈등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어떤 동네에는 “노라네코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라는 팻말이 붙어 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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