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유머 (5ch 막장) '내가 바보인 게 아니라 남편이 쓰레기인 거구나!' 같은 애엄마인 동네 친구 집 앞에서 남편이 난동부린 걸 계기로 정신차리고 이혼한 썰

908:익명의 심정을 아이는 모르네: 2012/03/06(火) 16:51:16 ID:U2M+8bOd


옛날 얘기지만 썰 풉니다.


나처럼 사교적이지 못한 사람이 그만

어린이집 학부모모임 임원이 돼버림.


다른 임원분들이 워낙 미인에 화사한 분들이 많아서

나처럼 머리나쁜 추녀가 끼어있긴 불편했음.

그래도 몇 번 모임을 갖고 나니,

다른 임원들과 잡담 정도는 나누게 됐음.


그 중에서도 A맘은 어쩐지 신비로운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음.

요령이 없고 서툰 내 얘기도 열심히 들어줬음.

A맘은 사람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으로,

상대방의 눈을 보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질문하거나

"즉, 이러저러하다는 거죠?"라고 잘 요약, 정리하면서

내 말을 들어줬음.


작고 귀여운 동물처럼 표정도 풍부하게 휙휙 바뀌는데,

웃기도 하고, 생각에 잠기기도 하고.

A맘이 내 말에 꺄르륵 웃는 모습을 보면 덩달아 기뻐졌음.


909:익명의 심정을 아이는 모르네: 2012/03/06(火) 16:52:26 ID:U2M+8bOd

A맘과 얘기하다 보면,

나 자신이 무척 매력적인 사람처럼 느껴졌음.

내 얘길 열심히 들어주는 사람과 인연이 닿아서 행복하다고 느꼈음.

나는 A맘한테 푹 빠졌음.


원래라면 귀찮은 일이었을터인 학부모 임원회도 기대됐고,

그 전날부터 '무슨 옷을 입고 갈까?',

'A맘한테 무슨 얘길 할까?', 등등을 생각하게 됐음.

지금 돌이켜보면 나도 참 이상한 사람이었다만.


하지만 옷도, 패션감각도, 돈도 없는 내가

궁리해봤자 어차피 뻔한 수준이었음.

세련된 요즘 애엄마들인 임원들 틈에 끼면

'hoxy 가정부세요?'싶은 상태.

그런 나에게 A맘은 늘 패션 조언을 조금씩 해줬음.

A맘의 충고를 따랐더니,

평소 입던 싸구려 옷이건만 전혀 다른 물건처럼 보였음.

조금씩, 주위 엄마들에 비해 튀지 않는 최소한의 수준에 도달했음.


임원회가 끝난 후 다른 엄마들이 나한테

함께 차 마시자고 제안하기 시작했음.

그전까진 동네에 같은 애엄마 친구가 없었기에 꿈만 같았음.




910:익명의 심정을 아이는 모르네: 2012/03/06(火) 16:53:45 ID:U2M+8bOd


그런 얘길 남편한테 하자,

"너랑 말이 통하다니, 대체 얼마나 바보에 추녀길래?"

라고 비웃음당했음.

소중한 친구를 비하당해서 화가 났지만,

말로는 남편을 못 당하니까 입 다물고 있었음.


휴일에 열린 어린이집 참관일에,

가기 싫어하는 남편을 설득해서 함께 나왔음.

당시 우리 애는 말을 끊임없이 하거나,

다동(多動)증같은 면이 있어서

설마하니 장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중이었음.

남편은 "널 닮은거네."라고만 할 뿐,

내 얘기도 안 들어주고, 아이의 이야기 상대도 안 해줬음.

우리 애의 모습을 남편도 함께 봐주길 바랐음.


그런데, 교실에 들어서서 내가 A맘에게 인사하자

남편은 "저 사람은 누군데?"라 물어봄.

"내가 늘 얘기한 A맘 씨야."

라고 답하자 "호오~"라고.


참관&간담회가 끝나자 남편은 쏜살같이 A맘의 곁으로.

"○○의 남편입니다. 저희 아내가 늘 신세지고 있다죠."

"저야말로 신세 많이 지고 있습니다."

"우리 집사람은 머리도 나쁘고 눈치없는데,

민폐가 되고 있는 건 아닌가요?

곤란한 일이 있으면 직.접. 제게 말씀해주세요."

"그렇지 않아요. 저야말로 늘 ○○씨의 도움을 받고 있는걸요."


남편이 남들 보는 앞에서 말해버린 게

부끄럽고 창피해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어졌음.

날 감싸준 A맘의 말이 고마워서 울 뻔했음.




915:익명의 심정을 아이는 모르네: 2012/03/06(火) 16:57:01 ID:qaPVh6lu


이거 '싸이코 애엄마'가 아니고, '싸이코 남편' 같은데...




913:익명의 심정을 아이는 모르네: 2012/03/06(火) 16:54:58 ID:U2M+8bOd


집에 오는 길에 남편은 A맘에 대해 엄청 물어봄.

"어디 사냐", "애는 몇 있냐",

"A맘 씨 남편은 뭐 하는 사람인가".


"그런 건 왜 묻는데?"

"니가 A맘 씨한테 피해를 끼치고 있으니,

최소한 가서 인사는 드려야 될 거 아냐."

마지못해 대답했음. 대답 안 하면 남편한테 혼나니까.

지금 생각하면 나는 엄청난 바보였음.

"A맘의 남편은 혼자 타 지방에 장기발령 가 있다" 소리에

남편이 묘하게 안절부절.


"이봐, 다음주에 어린이집에서 숙박 행사가 있잖아?

그 때 A맘 씨랑 같이 셋이서 식사나 하지."

라고.


"갑자기 그런 제안하면 민폐잖아."

"이러니까 넌 눈치가 없다는거야.

늘 A맘 씨한테서 도움받고 있잖아?

식사 정도는 사는 게 상식이라구.

이래서 바보는 싫다니깐." 그 말에 또 우울해졌음.


남편이 채근하는대로 A맘에게 메세지를 보냈음.

"마음 써 주는 건 기쁘지만, 셋이서 식사하긴 좀 그래...

그리고, 애초에 난 ○○씨를 돌봐준 적 없는걸^^"이라고 답장이 왔음.


그야 당연히 거절당하겠지.

근데도 남편은 내 폰을 빼앗다시피 가져가서 보곤

점점 더 불쾌해했음.




914:익명의 심정을 아이는 모르네: 2012/03/06(火) 16:56:18 ID:U2M+8bOd


난 정말 무능해.

분명 A맘한테 미움받았을 거야.

남편한테도 쓸모없는 인간이라고 혼날거야.

이젠 싫어, 사라져버리고 싶어.

난 불안해했지만

어째선지 남편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음.


그러나 그로부터 1주일 후,

행사 당일날 저녁에 남편이

"이봐, A맘 씨 댁에 마중가자. 얼른 준비해."라고.

"엇, 근데 거절했잖..."

"넌 진짜 바보구나. A맘 씨는 그냥 예의 차린거야.

나 참, 예의상 하는 빈말도 구분 못하냐?" 소리에

차 타고 A맘 댁으로 향하게 됐음.


A맘의 집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르자

A맘이 깜짝 놀란 얼굴로 나왔음.

"저기, 남편이 답례로 식사하자고..."

말 끝맺기도 전에 남편은 내 앞을 가로막고 서서

"죄송합니다만, 우리 아내가 자꾸

A맘 씨와 함께 식사하고 싶다고 떼를 써서요.

제 아내의 고집에 조금만 맞춰주시지 않으시겠어요?

물론 저도 동석할 테니, 걱정 마시고요."

"난 그런 말 한 적 없는데!!"라고 말하자

남편은 돌아서서 무서운 얼굴로 날 노려봤음.




917:익명의 심정을 아이는 모르네: 2012/03/06(火) 16:57:25 ID:QWoazXoF


어쩐지 두근거리네.

응원할께, 더 써줘!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