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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 예랑이를 보며 너무나 허무해요

가을 결혼식을 앞둔 예신입니다.


저는 지금까지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해요.


공부도 열심히 했고 그래서 좋은 대학교에 갔고 취업준비도 열심히 해서 결과적으로 누구나 들어본 기업에 입사했어요.


지금 예랑은 연하여서 결혼에 대해 별 생각이 없고 내가 하자니까 본인도 좋대서 진행된거에요.


예랑은 여러가지 정부 정책이나 혜택등을 잘 알지 못하고 저는 그런 쪽으로 관심이 많아요. 저 혼자 행복주택도 알아봐서 입주 예정이고 또 신혼희망타운도 청약이 당첨 되었어요.


예랑이는 자기는 그런 정보 하나도 모르고 어떻게 하는 건지도 모르는데 내가 대단하다고 치켜세워줬구요. 저도 그래서 뿌듯했어요.


그런데 결혼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나오자 예비 시어머니께서 굳이 임대주택에 들어가야 하는지 묻고 전세금이 부족하면 그냥 해줄테니 교통도 불편한데 멀리까지 가지 말고 그냥 근처에서 신혼집을 마련하라고 꼭 가야겠냐고 하셨어요.


청약 당첨된 집도 굳이 lh 소형평수로 가서 살바에야 기다렸다가 괜찮은 곳 청약을 넣는게 어떻겠냐고 물어보시더라구요.


그리고 재건축 중인 아파트가 있는데 거기를 원래는 그냥 예랑이에게 신혼집하하고 주려고 했었는데 예상보다 너무 빨리 결혼했다고도 말하시구요.


예랑은 요새 전세사기도 많고 임대료도 싸고 신축이고 여기가 제일 좋다며 괜찮다고 거절했어요. 청약된 곳도 우리가 모은 돈으로 살수 있는 집은 여기 뿐이라고 하며 입지도 좋고 너무 맘에 든다고 하구요.


시어머니께서 결혼자금 보태주신다는데 행복주택 자산요건에 걸려 계산해보니 1억 이상은 주고 싶어도 못받아서 나머지는 나중에 받기로 했어요. 당첨되어 행복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걸리돌이 되어버렸네요.


저는 사실 예랑이네가 그렇게 여유로운지 몰랐어요. 항상 붙어있으니 당연히 나랑 비슷한 수준인줄만 알았나봐요.


제가 예랑이보다 잘난 줄 알았고 모자란 애 내가 끌어주고 보듬고 살려고 했는데 사실 예랑이는 저처럼 치열하게 안 살아도 되는거였더라구요.


집도 제가 나댈 필요도 사실 없었던거고 오히려 별로 좋아하시지도 않으시구요. 예랑 입장에서는 3년 뒤 결혼해도 늦지 않은 나이인데 그 때 재건축 된 아파트 받고 결혼했으면 됐던거였고 그 때 저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도 만날 수 있었을 거란 생각도 들어요.


친구들에게 말하면 다 자랑하지 말라고 땡잡았다고 하는데 저는 왜이렇게 허무할까요. 너무 행복하고 내 자신이 자랑스러웠는데 알고보니 저는 제가 한건 아무것도 아니었고 시어머니 한테도 당당했었는데 지금 모든 사실을 알고보니 오히려 못난 며느리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 들어 위축돼요.



예랑은 정말 서울에 집 몇채가 있는 집 아들로는 안보이고 물건도 오래된거 계속 쓰고 흔한 명품시계 하나 없고 차도 최근에 국산차로 샀거든요. 잘 살거라곤 생각도 안했어요.

그냥 내가 하는데 무조건 맞고 날 엄청 똑똑하다고 예랑이한테 갑자기 미안하기도 하구요. 사실 나때문에 신희타 같은 걸로 유주택자가 되어 청약 못넣게 되는 거라 미안해요.


그냥 너무 허무하네요.ㅠㅠ예랑이에게도 나랑 결혼하는게 많이 손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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