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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잠적 건물주' 슈, 왜 사과를 S.E.S에게 하나

상대의 용서를 구하는 행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타이밍이다. 지나치게 늦거나 뒷북이면 곤란하다. 정확한 타이밍을 찾는 것이 첫 번째,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두 번째, 책임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세 번째다. 이 세 가지를 갖춘 사과만이 진심 어린 용서를 받을 수 있다.

2019년 상습 도박 혐의로 물의를 빚은 그룹 S.E.S. 출신 슈(본명 유수영)가 19일 SNS를 통해 장문의 사과문을 게재했다. 논란 후 4년여 만의 입장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슈의 길고 긴 사과문에서 용서를 구하는 자의 세 가지 조건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이밍이 늦은 것은 물론이고, 문제의 근원과 출발점 또한 여전히 찾지 못한 듯하다.

무엇보다 그의 사과문이 최악으로 느껴지는 이유, 사과를 향한 주체의 불분명성이다. 슈가 우선적으로 용서를 구해야 할 대상은 팬도 국민여러분도 아니다. S.E.S 멤버인 유진과 바다 역시 아니다. 슈의 일탈이 그룹의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 건 맞지만, 두 사람에겐 개인적으로 용서를 구하면 될 일이었다. 슈가 진짜 사과해야 할 대상은 그와 길고 긴 소송을 벌인, 슈의 건물에 세를 살았던 서민 세입자들이다.

문제의 건물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4층짜리 건물이다. 해당 건물주인 슈가 세입자들에게 받았던 전세 보증금은 15억 6천 여만원에 달한다. 슈가 도박으로 빚을 지면서 세입자들은 오랜 시간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발을 동동 굴렸다. 도박 논란이 불거진 2019년 당시 슈의 지인 A씨가 빚을 갚지 않는다며 건물에 가압류를 건 탓이다. 슈는 빚을 갚을 능력이 없다는 핑계로 세입자들에게 기다림을 요구했다.

세입자들은 슈가 보여 준 무책임한 태도에서 또 한 번 상처를 받았다. 해당 건물에 입주한 세입자들은 주로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었다. 전세 보증금이 재산의 전부인 서민들이 대부분인 것이다. 슈는 언론을 통해 이들의 사정이 알려진 후에도 어떤 입장도 밝히지 않고 세입자들의 연락을 피해 다녔다. 사실상 잠적이다.

세입자들은 결국 슈를 상대로 소를 제기했고 법원은 세입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건물주인 슈가 10년 안에만 보증금을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버티기에 들어가면 답이 없는 상황. 시간이 길어질수록 세입자들의 속은 타들어갔다. 세입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건물의 실질적 관리자는 슈의 모친이었다. 실제로 슈는 채무자들이 자신을 사기 혐의로 고소하자 어머니를 차명재산 관리자로 지목, 친모의 재산 목록을 법원에 제출해 사기 혐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머니를 통해 빚을 갚을 능력이 있으므로 사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입자들에겐 달랐다. 채무자들에겐 돈을 갚을 능력이 있으니 사기가 아니라면서도, 세입자들에겐 파산을 주장한 것이다. 슈의 주장대로 친모가 관리한다는 차명재산을 통해 세입자들의 전세금을 돌려줄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슈는 지급을 차일파일 미뤘다. 그는 이번 사과문에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기 위해 반찬가게에서도 일하고, 동대문 시장에서 옷을 판매하기도 하고, 식당에서도 일을 했다고 밝혔다. 슈의 해명이 변명처럼 보이는 이유다.

결국 모든 문제의 원인은 자신에게 있다. 슈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슈는 사과문에서 도박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지인의 꾀임'이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그는 문제의 원인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다고 판단하지 못한 듯하다. 또 사과문에는 채무자에 대한 사과 보다 유진, 바다를 향한 고마움의 표현이 더 많다. 그러나 진짜 고통 받은 이들은 슈를 믿고 그에게 돈을 건넨 세입자와 채무자들이 아닌가.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는 슈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슈의 사과문에는 진심이 읽혀지지 않는다. 최선을 다하며 열심히 살겠다는 그의 각오는 응원하지만, 여전히 잘못의 원인을 타인에게서 찾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할 주체를 파악하지 못했다. 새출발을 알렸지만 잘못된 시작점에 서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직도 반성이 필요한 것일까.




https://entertain.v.daum.net/v/20220119181007143


ㅊㅊ-ㄷㅌ


슈가 올린 입장문 전문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유수영 입니다.

물의를 일으킨 지 오랜 시간이 지나 이렇게 인사를 드리게 된 이유는, 두려운 나머지 숨기만 해서는 제 진심을 팬분들과 국민 여러분들에게 전달 드릴수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더 늦으면 안되겠다고 생각하여 용기를 내어 이렇게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우선 저로 인해 속상하셨을 저희 팬분들과 국민여러분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하루 빨리 저로 인해서 발생된 모든 문제를 정리하고 여러분 앞에 서고 싶었는데, 저의 이름과 가족이 언급되면서, 사실과 다른 보도 기사가 나가게 되자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그러다가 벌써 4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버렸네요. 이로 인하여 사과의 말씀을 드리는 것 조차 매우 늦어져서 거듭 죄송한 마음입니다. 2018년 후반, 지인의 꾀임에 빠져 처음으로 시작했던 도박이 점차 규모가 커졌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도박에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저는 십수년간의 연예인 생활로 모아두었던 제 부동산을 포함한 모든 재산을 날리고 빚더미에 앉아 패가망신 수준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정말 그로 인해 개인파산과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싶을 정도로 절망적인 상황이었지만, 그러한 선택은 제 가족들과 저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모든 분들에게 할 수 있는 인간적인 도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저는 지난 4년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특히 제 채무로 인하여 제 건물의 세입자 분들의 임대차 보증금이 가압류 당하는 등, 이미 큰 피해를 입으신 상황이었기에, 그분들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채권자들에게 최선을 다하여 빚을 갚아왔습니다. 이를 위해서 반찬가게에서도 일해보고, 동대문시장에서 옷을 판매하여 보기도 하고, 지인의 식당에서 일하면서 채무 변제를 위해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제가 지은 잘못이 모두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이에 대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점도 잘 알고 있습니다.그렇기에 지난 4년 간 진심으로 반성하는 마음으로 살아왔습니다. 다시 사랑받을 자격이 있을 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루빨리 저의 채무를 탕감하고 여러분들께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마음 뿐이었습니다.

S.E.S멤버들에게도 너무나 미안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저 때문에 큰 고초를 겪었으면서도 항상 제 걱정을 먼저 해주고 또 도와주었으며 제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바로 잡아주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바다언니와 유진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하여 고통받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또한 저를 믿어 주신 시청자, 팬분들께도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선처를 구하기에도 너무 부끄러운 일이고 또한 그럴 자격조차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수 없이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앞으로도 고민하겠습니다. 비록 늦었지만 앞으로도 이 마음을 지켜 다시는 여러분들을 실망시켜드리지 않도록, 저로 인해 상처받은 분들에게 보답하여 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무엇을 하던 제가 S.E.S로 처음 데뷔하던 24년 전 그 초심으로, 정말 열심히 살아가는 유수영의 삶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 올립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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