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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퇴사하며 '유부남 팀장이 성폭력' 전체 이메일.. 대법원 "명예훼손 아냐"

회사를 그만두면서 유부남 상사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직원들에게 단체 이메일을 보냈다가 1·2심에서 명예훼손 유죄를 선고받은 여성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무죄 취지로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모 회사에 근무하던 A씨는 지난 2014년 10월 20일 팀장 B씨와 다른 동료 직원 3명 등 5명이 함께 술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다른 동료들 모르게 테이블 아래에서 B씨에게 손을 잡히는 등 신체접촉이 있었다. 유부남인 B씨는 그날 밤 늦게 술자리를 전후해 3시간에 걸쳐 A씨에게 모두 12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오늘 같이 가요', '맥줏집 가면 옆에 앉아요. 싫음 반대편', '집에 데려다줄게요', '왜 전화 안 하니', '남친이랑 있어 답 못 넣은 거니' 등의 내용이다. A씨는 답문자를 보내지 않았다. 


 


사건 당시엔 회사에 문제제기를 하지 않은 A씨는 2016년 본사에서 지역매장으로 전보 발령을 받은 뒤 회사에 사표를 내며 전국 200여 개 매장 대표와 본사 직원 80여 명의 회사 개인 메일로 '성희롱 피해 사례에 대한 공유 및 당부의 건'이라는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서 A씨는 "B씨에게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며 "B팀장이 성희롱 고충 상담 및 처리 담당자여서 불이익이 갈까 싶어 말하지 못했다"고 적었다. 


 


A씨는 "회사를 떠나게 됐고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메일을 보낸다"며 이같이 적었다.


 


해당 메일에 B씨가 보낸 문자메시지 사진을 첨부한 A씨는 "자신과 같은 일을 겪을 경우 B팀장이 있는 담당 부서가 아닌 각자 팀장이나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에 신고하라"고 덧붙였다.


 


A씨는 대표이사를 상대로 노동당국에 진정도 제기했지만, B씨는 회식 자리에서 손을 만진 사실은 인정했지만 A씨가 먼저 손을 잡았다는 취지로 주장했고 사건은 혐의없음(증거불충분)으로 행정종결 처리됐다.



이후 B씨는 A씨가 이메일을 뿌리는 바람에 자신의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일단 "2014년 당시 술자리에서 A씨와 B씨가 손을 잡은 사실, B씨가 당일 A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B씨의 행위에 대해 "이같은 행위는 당시 유부남인 B씨로서는 적절하지 않은 행동이었다고 하더라도 관심을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설령 A씨가 B씨의 행위가 성추행,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고 보인다" 지적했다.


 


"그런데 A씨는 팀 이동 인사발령을 받은 후에야 이를 문제 삼으며 대표이사에게 항의하고 전직원에게 메일을 보냈다"며 "A씨가 B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메일을 작성했다"고 판시했다.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B씨의 행동에 대해 A씨가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 당시 문제를 제기했어야지, 전보 발령 후 회사를 퇴사하며 메일을 보낸 것은 정당한 문제 제기로 볼 수 없고 B씨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목적이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재파부는 그러면서 "메일을 전송받은 상대방의 범위가 넓어서 피해자의 피해가 더욱 커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벌금 30만원 선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2심 재판부도 "1심 판시에 'B씨의 행위가 관심을 보이는 남자의 행동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는 일부 부적절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A씨에게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보고 명예훼손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1심 유지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하지만 "공공의 이익을 위해 메일을 보낸 것"이라며 원심 유죄 판결을 깨고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먼저 "이 사건 술자리 당시 A씨와 B씨 사이에 동석한 다른 사원들 몰래 신체 접촉이 있었고, 그 직후 B씨가 A씨에게 일방적으로 옆에 앉으라거나 집에 데려다주겠다고 하면서 답장이나 전화를 채근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은 객관적인 사실이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술자리에서 B씨가 A씨의 의사에 반해 손을 잡았는지는 다소 불분명하나, 둘 사이가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로 보이지 않는 점, 당시 B씨는 유부남이었고 A씨는 사내연애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그 남자친구가 술자리에 동석했던 점" 등을 적시했다.


 


그러면서 A씨가 보낸 이메일에 대해 재판부는 "해당 이메일은 과거 성추행과 성희롱적인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문제는 회사조직 자체는 물론이고 그 구성원 전체의 관심과 이익의 관한 것으로서 순수한 사적 영역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재판부는 이어 B씨의 행위에 대해 "A씨가 이메일을 발송한 다음 날 본부장 면담 과정에서는 '기억이 안난다'고 말했다가 고소 이후에는 'A씨가 먼저 손을 잡았다'고 주장하면서 그 과정과 횟수 등을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 등"을 지적했다.  


 


"이에 비춰보면, B씨의 주장과 같이 입사한지 채 2년이 안 된 사원이 다른 사원들 몰래 15년차인 B씨의 손을 먼저 잡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재판부는 거듭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명예훼손 여부에 대해 "B씨는 술자리에서 부하직원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하고 성희롱적인 내용이 포함된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스스로 명예훼손 표현의 위험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A씨는 이메일에서 B씨를 비난하거나 모욕하는 등 인신공격적인 표현을 사용하지 않았다"며 "A씨가 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이를 문제 삼지 않다가 퇴사를 계기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정을 들어 B씨에 대한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적 문화와 인식 등에 비춰볼 때 피해사례를 곧바로 알렸을 경우 직장 내 불이익과 부정적 반응 등 2차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사정을 종합하면 A씨가 보낸 이메일은 회사조직과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사"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재판부는 또 "설령 부수적으로 A씨에게 전보인사에 대한 불만 등 다른 사익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B씨를 비방할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범죄의 증명이 이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여 강조하며 사건을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https://news.v.daum.net/v/20220124083315282?x_trk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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