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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 결혼하면 엄마도 같이 살자는 남친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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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알아보는 사람이 혹시 있을까 싶어서 최대한 간략하게 써볼게요
남친과 5년 넘게 만나고 있는 여자입니다저도 남친도 어느정도 돈을 모아뒀고 자리를 잡아가다 보니 작년부터 슬슬 결혼이야기가 오갔어요오랜시간 만나면서 싸우지도 않고 참 잘 맞았던 저희인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남친네 집안은 분위기가 정말 화목해요 위에 결혼하신 누나도 두분이 계신데, 언니들도 저를 조건없이 예뻐해주셨고 (딱 두번 뵀는데 남친 통해서 집으로 소고기도 보내주시고 생일 때도 백화점 상품권 보내주셨습니다) 당연히 어머님도 저를 아가아가 하시면서 예뻐해주셨습니다.사귀면서 열번 가까이 뵌 적 있지만 저 불편할까봐 번호도 안 물어보신다고 하셨던 분이라, 제가 먼저 번호 여쭙고 종종 안부연락도 드리는 사이였어요.아버님과도 사이가 좋으시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있으셔서 두분이 여행도 참 많이 다니시고 보기 좋았습니다.
그런데 작년 11월에 남친 아버님께서 갑자기 돌아가셨어요..너무 갑작스러워서 저도 충격이 컸고 3일 연차를 낼 정도로 한동안은 힘들었습니다.워낙 사이가 좋으셨던 남친 부모님이신지라,, 어머님이 한동안 많이 힘들어하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물론 네달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고요ㅠㅠ평생을 함께해온 동반자가 갑자기 떠났는데 당연히 힘드시겠지요..
위에 얘기했듯 남친과 작년부터 결혼이야기가 오가고 있어서 코로나 상황봐서 올겨울이나 내년초쯤 생각하고 있었어요.저희는 지방에 살고 있어서 집값이 엄청 비싼 건 아니라 빌라(제가 엘리베이터를 잘 못타서 저층에 살려고요)매입해서 같이 살 생각 이었습니다. 아이 계획은 아직까지는 없어서 반반결혼 생각하고 있구요.
아무튼,, 주말에 남자친구를 만났는데, 결혼을 조금 일찍 당겨서 하고 엄마랑 같이 사는건 어떠냐고 하네요.. 현재 부모님 집은 아예 팔고, (어차피 아버님 물건 정리도 해야된다고,,) 제가 원하는 위치+제가 원하는 집을 해오겠다고 하네요남친 직장이랑 제 직장은 거리가 좀 있는 편인데, (그래도 지방이라 멀어봤자 차로 30~40분 정도?..) 제 직장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하재요. 혼수도 해올필요 없고 그냥 다~ 해주겠대요원래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시긴 합니다
하,, 저는 일단 거절의사를 밝혔어요.. 어머님이 지금 많이 외로우시고 우울하신 마음도 알겠고, 어머님이 나를 이뻐하시고 세련된? 신세대적인 어른이신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같이 사는건 또 다른 문제다.. 친구들 데리고와서 하는 집들이도 어른 눈치 봐야하고, (남친이나 저나 친구들 초대해서 같이 놀고 이런걸 되게 좋아해요) 주말에 늦잠도 못자고, 둘이 여행 가려면 어머님 눈치 봐야하고.. 등등 이유를 확실하게 대면서 거절의사를 밝혔어요나는 힘들 것 같다구요..
혹시 어머님이 원하시는 거냐고 했더니, 엄마가 먼저 말은 못꺼내고 많이 우울해하는 것 같아서 슬쩍 떠봤다고 해요. 그랬더니 어머님이 안된다 싫다는 내색은 안하시고 ㅇㅇ이가 싫어하지 않을까?... 이런식으로 돌려서 말씀하셨나봐요
여기서 제가 거절하면 저만 정없는 천하의 나쁜ㄴ 되는 기분이라 그게 너무 싫은데 나쁜ㄴ되고말지, 같이 사는건 정말...정말정말 싫거든요..백번 양보해서  어차피 어머님도 집 정리하실 겸 혼자 살기엔 현재 집이 크니 새로 이사를 하시고 가까운 곳에 사시는 건 괜찮아요(근데 이건 남친한테 말하진 않았어요 일단은 혼자 생각만..)
하.. 이런 일로 남친과 헤어지자니 정말 억울해요. 제가 그동안 다른 연애를 할때 정말 죽일듯이 싸우고 감정소모가 너무 심했는데 지금 남친과 5년동안 진짜 싸운게 기억이 안나고 (있다면 제가 일방적으로 삐진 정도?) 정말 제가 원하는 남친상, 남편상에 가까운 사람입니다..저한테 정말 한없이 잘해줘요
그동안 연애하면서 부모님이나 누나들, 조카들 생각하는 건 전혀 거슬리지 않았어요. 저도 집안이 화목한 분위기라 맛있는 거 먹고 좋은 곳에 가면 가족들 생각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서, 남친이 마마보이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지금 상황도 마마보이라고 느껴진다기보단 어머님이 안쓰러운 마음이 너무 커서 그러는거같은데..  그 마음을 이해못하는건 아니에요. 저도 어머님이 너무 안되셨어요아버님 장례 치르고 딱 한번 뵀었는데 살도 너무 많이 빠지시고 몇달새에 많이 늙으신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안좋았어요하..근데 그건 그거고,,정말 같이 사는건,, 심지어 결혼하자마자 시작부터 같이 사는건 정말 못하겠거든요여기서 제일 비싼 집을 사주신다고 하셔도 저는 못하겠어요..만약에만약에 남친이 먼저 '같이 사는 게 좀 힘들면 가까이에 (걸어서..10분거리?) 사는 건 어때?' 라고 물어봐준다면 그건 오케이 할 생각은 있습니다근데 이 얘기도 먼저 안꺼내준다면 정말 헤어지는것만이 답인걸까요? 결혼 선배님들 조언 부탁드려요..
점심시간 끝자락에 급하게 쓰는 글이라 두서 없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ㅠㅠ

https://m.pann.nate.com/talk/365692143?currMenu=category&page=3&order=N


오늘 저녁에 남친이랑 통화를 좀 오래했어요
일 하면서 틈틈이 댓글 봤는데 다들 써주신 댓글 도움받아 남친한테 얘길했어요
결혼을 조금 더 빨리하자는 건 어머님을 조금이라도 빨리 케어할 사람이 필요한 거냐?고 물었더니 그건 절대 아니래요
남친 말로는 정말 지나가듯 툭 던져본 얘기라는데 글쎄요 제 반응이 생각보다 냉담해서 당황한 것 같기도 해요
수습하려고 애쓰던데요..

어차피 결혼은 대략 1년 정도 남았던 거니, 결혼은 조금더 천천히 생각하고 어머님 혼자 계셔도 아무런 문제 없을 만큼 충분히 안정될 때 까지 기다리겠다
이걸로 나한테 이기적이라고 말한다면 할말 없다, 나와 평생을 함께할 결혼보다 당장 어머님과 같이 사는게 중요하다면 헤어져도 좋다, 나도 벌만큼 벌고 부모님 지원 받을 수 있는데 굳이 좋은 집을 조건으로 어머님과 평생 살고 싶진 않다고 두서는 없었지만 확실하게 의견은 전달했어요

얘기하면서 눈물이 왜 났는지는 모르겠네요... 남친도 처음엔 웃으면서 장난스럽게 수습하다가 제가 꽤 진지하게 얘기하고 울먹거리는 목소리가 나오니 가만히 듣다가 미안하다고 피곤할텐데 쉬라고 하더라구요
미안하다는 게 정확히 어떤 미안함인지는 잘 모르겠네요;

5년 연애의 끝이 보인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30분 전에 뭐하고 있냐고 톡이 오긴 했는데 지금은 답장을 뭐라고 해야될 지 모르겠네요ㅜ 그래서 그냥 안읽고 있어요

내일이라도 남친이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확실히 정리해주면 결혼을 조금 미루더라도 만남을 지속하고 싶고, 어머님과 같이 사는 거에 미련을 못 버린다면 제가 남친을 버려야 할 것 같네요

결혼 선배님들 댓글이 큰 도움 됐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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