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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 아이들에게 제가 엄마가 아니라 고모인 것을 어떻게 밝혀야 할까요...

안녕하세요 제목 그대로 저는 지난 시간 동안 제 친오빠의 아이들의 엄마로서 살아왔습니다
시간은 둘째가 태어난 5년 전, 새언니는 둘째를 낳은 후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숨을 거뒀습니다그 당시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알아보던 제가 그 소식을 듣고 달려가니 오빠는 첫째를 안고 숨죽이며 울고 있었습니다남겨진 아이들은 자신들에게 벌어진 비극도 눈치채지 못한 채 얌전히 자고 있었죠
장례가 끝나고 저는 오빠와 새언니가 살았던 집으로 들어가 새언니 대신 아이들을 챙겼습니다 미안하다고 하며 출근하는 오빠와 힘들면 언제든지 부르라고 하던 엄마에게 괜찮다고 하며 애들을 챙겼죠
그 당시에 첫째는 3살 둘째는 1살, 저는 22이었습니다 오빠는 28, 새언니가 29살이었죠22살의 저는 그렇게 두 아이의 엄마로 살기 시작했고 밖에서는 친오빠의 아내 행세도 했습니다 역겹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제가 안고 있는 아이들을 엄마가 없는 아이로 보이게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저를 만날 때마다 앳된 발음으로 꼬모~라고 불렀던 첫째는 어느날 저를 엄마라고 불렀고 처음으로 그 소리를 들은 저는 아이를 안고 펑펑 울었습니다기뻤습니다, 그와 동시에 새언니에게 미안한 감정이 솟구쳤지만 다시 한 번 엄마 소리를 듣고는 정말로 이 아이들을 제 자식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엄마에게 전화해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말했습니다 만약 엄마가 제가 아이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줘 악영향을 끼칠 것을 걱정해 집을 나오라고 하면 나올 생각으로 말이죠하지만 엄마는 그러면 됐다고 했습니다 저만 괜찮다면, 그리고 오빠랑 아이들이 괜찮다면 네가 엄마가 되어주라고 하셨죠
오빠도 오히려 저를 걱정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의 아이들을 챙겨준 것과 분명 싫은데도 밖에서 부부 행세를 했음에도 앞으로도 친자식도 아닌 애들을 위해 살아줄 거냐, 살아준다면 내가 너도 끝까지 책임지겠다, 하지만 너도 네 인생이 있지 않냐는 식으로 말했습니다오빠랑 부부인게 아니라 내가 이 아이들의 엄마고 오빠가 이 아이들의 아빠일 뿐이다 이 아이들이 날 엄마로 생각한다면 난 이 아이들의 엄마로 살고 싶다고 저 역시 말했죠
그리고 벌써 5년이 흘렀습니다 아들은 어느덧 초등학생이 되어 친구들끼리 놀다가 무릎이 까져서 돌아오고 딸은 유치원에서 그린 그림을 가져오며 우리 가족이라고 환히 웃습니다
새언니의 부모님께는 3년 전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찾아뵙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서 손주들의 모습을 보여드린 후 이제 괜찮으니까 오지 않아도 된다고, 하나밖에 없는 딸이 마지막으로 남긴 두 아이와, 그 두 아이가 엄마라 부르며 따르는 저를 보면 마음이 아프다며 오지 않아도 되니까 잊고 살지만 말아달라고 말한 뒤로 저와 오빠는 더 이상 그 집에 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부모님은 여전히 제가 엄마노릇을 하는 거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시고 가끔씩 손주들을 보러 올라오십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애기들이 커가는 것을 지켜보며 행복했지만 이제는 불안감이 찾아옵니다저를 엄마라고 부르는 이 아이들은 실은 내 조카고 나는 이 아이들의 고모인 것을, 밤이 되면 안방에서 아이들과 다같이 자는 남자가 실은 내 친오빠임을 언제가지 숨길 수는 없으니까요
아이들을 위해 살겠다고 결심했는데, 이제는 뭐가 정상인지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의 엄마가 되고 싶었던 저도, 이런 저를 이해해준 저희 가족도 이상했고 분명 가장 큰 피해자는 저희 아들과 딸이겠죠 하지만 요즘엔 제가 이 애들을 아들 딸이라고 할 자격이 있나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아이들의 엄마이고 싶습니다 그동안 엄마로서 살아왔고 제 자식처럼 대했습니다 부족한 것도 많았고 힘든 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 섣부른 행동으로 지금까지 쌓아온 모든 것들이 무너질까, 이 가정 자체가 무너질까봐 그것이 너무 두렵습니다
어떤 비난과 욕도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때 당시에 더 좋은 방법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제 자식들의 엄마라 너무 행복했고, 행복합니다그저 이 행복이 좀 더 오래, 그리고 제 아이들이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 소원입니다불쾌한 분도 계실 거고 역겹다고 생각하실 분도 있겠죠 다만 그럼에도, 아니 그렇기에 제가 어떻게 해야할지 조언을 부탁드려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ttps://m.pann.nate.com/talk/366757452?currMenu=talker&order=RAN&rankingType=total&page=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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