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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 재결합의 조건

안녕하세요.

 

결혼 11년자 남자입니다.

 

11년전 3년간의 연애끝에 와이프와 결혼을 하게됐고 저는 제가 태어나서 본 여자중에 제일 사랑하는 여자였기에 행복했습니다.

사실 저한테 과분하게 예쁜 여자기도 했고 나이차이도 6살이나 나서 연애때부터 항상 조심스럽게 대했죠.

 

결혼 후 의사변호사 남편처럼 호강시켜 주지는 못했지만 열심히 돈벌고 그 돈이 거의 모이지 않을 정도로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면서 살았습니다.

갖고싶다는거 먹고싶다는거 하고싶다는거 할수 있는 한도 안에서 다 해주려고 노력하고 연애할 때처럼 좀 눈치보며 살았죠.

원래도 성격이 좀 까칠하고 짜증이 많아서 더더욱 사리면서 살았습니다.

거기에다 2번의 임신과 출산 과정에선 바싹 엎드려 머슴처럼 지냈죠.

 

물론 저도 드라마에서 나오는 재벌2세나 유명인처럼 호강시켜주지는 못했고, 아이키우면서 해줄 수 있는것도 한정되 있었습니다.

거기다 제 외모가 그렇게 뛰어난 것도 아니고요.

 

그래도 최선을 다해 일하고 아이들같이 키우고 집안일 같이 하고... 공감해주면서 노력하면 될 거라고 막연히 믿었습니다.

 

그러다가 결혼 7년차에 집에만 있기 답답하다며 일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결혼 전에도 밖에서 사람들 만나고 어울리는걸 좋아했던 터라 반대하지 않고 일을 하도록 지원해 줬습니다.

오랫만에 혼자서 밖에 나가니 매우 좋아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같이 기뻤습니다.

 

 

 

그런데 돌아온 것은 직장 동료와의 불륜이었죠...

 

 

 

참... 암담하더군요.

 

직장에서 만난 3살 연하 남자와 사내연애 하다가 둘이 같이 회사를 그만두고 2달가량 둘이 동거를 했더군요.

회사에 출근한다고 나가서 남자집에서 하루종일 뒹굴다 온겁니다.

 

웃긴건 저는 그런줄 전혀 모르고 회사다니느라 힘들거라고 생각해서 뭘 먹여야 하나 고민하고 밖에서 기죽지 말라고 옷을 사다 바치기 바빴습니다.

 

그런데 남자도 촉이 있는건지 아니면 잠깐 신기가 왔었는지 와이프와 술을 먹다가 문득 눈물이 쏟아지며 와이프한테 제발 바람 피지 말라고 빌었습니다.

왠지 모르게 미치도록 슬프면서 날 미워해도 좋으니, 날 맘에 안들어해도 좋으니 제발 바람만 피지 말라고 붙잡고 사정을 했죠.

 

그리고 얼마 후 회사에서 몸이 너무 안좋아서 반차를 내고 집에 왔습니다.

집에 와서 싯고 누우려는데 세탁바구니에 와이프 속옷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하필 그 타이밍에 속옷에서 외도의 흔적을 발견하게 됩니다.

결국 뒷조사와 추궁과 대질심문으로 몇달간의 불륜이 밝혀지고 전 한순간에 무너지게 됩니다.

 

사실 처음엔 이혼밖에 생각 안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나니 막상 이혼하기가 너무 싫습니다.

다시말하지만 와이프는 제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한 여자고, 그때도 제일 사랑하는 여자였고, 지금도 사랑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만큼 밉고 화나는 상대였죠.

 

그런 마음을 숨기고 물어봤습니다.

이혼할거냐고.

 

이혼은 제발 안된다고 하더군요.

뭐 제가 그렇게 풍족하게는 못벌어와도 따박따박 어느정도는 벌어오고 있는데, 불륜 상대는 아직 20대에 직업도 변변치 않은 백수니 가기 싫었겠죠.

남자쪽에서도 별 생각 없어보였구요.

 

그래서 전 와이프에게 조건을 걸었습니다.

 

 

 

이건 용서의 조건이 아니다. 재결합의 조건이다. 난 널 영원히 용서 안할거다. 니가 다시 내 곁에 돌아와서 살 수 있는 조건이다.

 

 

 

전 딱 한가지만 원했습니다.

 

이 조건을 말하기 전에, 와이프와 결혼하고 7년간 둘의 관계 횟수가 50번이 안됐습니다.

7년중 두아이 임신 및 출산기간 3년(임신부터 출산 후 6개월까진 몸에 손도 못대게 했고, 착실히 지켰습니다)을 제외한 4년간 따져보니 1달에 1번... 정도 했더군요.

 

와이프는 저에게 항상 하고 싶지 않다, 힘들다, 불편하다 호소를 했고 전 항상 참아 왔습니다.

아이 낳고 키우느라 힘들고 어려운데 나까지 애처럼 굴면 인간 이하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계속 참아 왔습니다.

 

그런데 불륜중에는 월~금 5일 내내, 종종 잔업이 있다며 토요일까지, 친구랑 놀러간다며 주말내내 등등등

거의 주 6일을 붙어지냈고 하루에 보통 4~5회 관계를 가졌다고 하더군요.

관계 기간동안 피임은 한적도 없고...

 

그래서

 

조건을 걸었습니다.

 

넌 하기 싫었고 하는게 어려웠던게 아니다.

나랑 하기 싫었던거다.

날 사랑해라.

사랑할 생각 없으면 그냥 이혼하자.

니가 날 사랑하는지는 니가 그남자 한테 한것처럼 얼마나 날 남자로 보는지로 판단하겠다.

 

와이프는 하겠다고 하더군요.

 

전 알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 이후로 몇년이 지나자 와이프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다시 예전처럼 무관심하고 짜증내고 대충하는 자세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화를 내도 소용없고....

 

뭐 이쯤되면 바보라도 알죠.

와이프는 절 사랑하지 않습니다.

단지 제 보살핌이 필요할뿐이죠.

 

그래도 전 오늘도 재결합의 조건을 외치면서 나에게 잘할것을 요구하는 중입니다.

 

그리고 아마 오늘밤도 여지없이 가슴이 듣겨나가는 고통속에 괴로워하며 잠에 들겠죠. 

+)

많은 댓글 감사합니다.

 

몇가지 덛붙이자면...

 

1. 와이프는 애기 둘 낳고 불륜한게 맞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암담한거죠. 심지어 둘째는 그때 두돌도 안된 때였습니다.

 

2. 불륜의 흔적은... 아마 아시는 분은 아실겁니다. 평소라면 저도 몰랐을건데 하필 극 ㅔ눈의 띄고 속옷도 검은색이라 한눈에 들어 오더군요.

말씀드렸다시피 그때 저도 모르게 뭔가 계속 경보가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던거 같습니다.

그거 외에도

 

친한 친구랑 여행가겠다고 함 ==> 얼마 후 그 친구랑 연락할 일이 있어 여행 안간걸 알게됨

회사에서 월급 받았음 ==> 본인카드로 카드론 받은거 알게됨

 

등등 많은 증거자료가 발견되었죠....

 

3. 설거지남 퐁퐁남이다...

전 차라리 설거지남 퐁퐁남으로라도 인정받으며 살고 싶습니다.

이렇게 남취급 받으며 사는게 더 힘들어요.

 

4. 미련하다...

미련하죠

저도 제가 이럴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와이프가 첫여자도 아니고 제가 이렇게까지 누군가에게 매달릴줄 몰랐습니다.

소설책도 아니고 처음 얼굴 보는 순간 보이던 광채와 아름다움. 행동 하나하나가 다 사랑스럽던 그 모습을 잊지 못합니다.

사실 지금도 애 둘 엄마지만 밖에서 학생소리 듣고 다니고요.

외모가 다는 아니라지만 돌아보면 외모가 다란 말이 더 맞는거 같더군요...

 

 

행복이란게 뭔지 이젠 잘 모르겠지만 이젠 제발 나를 사랑해주기만 바랍니다. 그게 행복일거 같아요.

 

그게 잘 안될거같아서 힘들지만요....

https://m.pann.nate.com/talk/365628421?currMenu=best&stndDt=2022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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