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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여성에 대한 폭력은 탄생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서 나타난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45816?sid=102
이거 진짜 좋은 내용이고 잘 써서 술술 읽히니까 꼭 전문 읽어보길 바라.

죽을 만한 일은 없었다 [페미사이드 500건 분석] 

일부발췌 및 중략



경찰에 폭력을 신고한 피해자들도 있었다. 347명 중 23명(6.6%). 적은 비율이지만 그들의 비명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 관악구의 30대 여성은 2018년 1월부터 4월까지 10차례에 걸쳐 사실혼 관계 남성을 112에 신고했다. 가해자는 피해자를 흉기로 찌르고 뼈를 부러뜨릴 정도의 상해를 입혀 9차례 형사 입건됐지만, 결국 피해자는 2018년 5월 가해자의 흉기에 세상을 떠났다.(서울중앙지법 2018고합○○○) 살해 두 달 전 가해자가 구속될 처지에 놓였을 때 피해자는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썼다. ‘제발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구조요청을 했는데도 세상은 듣지 않았고, 그의 ‘처벌불원’ 의사만을 경청했다. 전문가들이 ‘아내폭력 사건 처리 과정에서 처벌불원 의사 고려 비중을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는 이유다. 

(중략)

이런 성차별적 테러 피해는 특정 나이 구간의 여성에게만 쏠린 문제가 아니다. “여성에 대한 폭력은 탄생에서부터 노년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생애주기 전체에 걸쳐서 나타난다.”(유엔여성기구) <한겨레21>이 분석한 판결문에서 살해된 여성들은 모든 연령대에 분포했는데, 교제·부부·타인 간 어떤 관계에서나 살해당할 가능성이 있었다. 특히 피해가 집중된 40~50대 피해자는 216명으로 전체 피해자의 절반 수준이다. 30대 이하 피해자는 전체 사건의 29.3%(125명). 60대가 43명으로 10.1%, 70대 이상이 37명으로 8.7%에 이르러 예상보다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고령층에선 배우자의 ‘간병살인’이 일부 확인됐지만 70대 이상 피해자에게서도 교제살해, 아내살해, 성폭행·강도 등 낯선 이에 의한 범죄 성격의 살해가 여러 건 확인됐다.
(중략)

이런 표적범죄는 성적인 동기가 아니어도 여성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가 다수다. 뉴스통신사에서 성별 정보 없이 ‘귀가 강도 살해’를 검색하면 최근 3년 새 50대 여성(전남 해남)·60대 여성(광주)·20대 여성(부산)·30대 여성(제주)이 피해를 입은 사건만 확인된다. 여성들의 공포에는 이유가 있는 셈이다. 이 공포야말로 젠더폭력의 악영향이고, 가부장적 질서가 얻는 부수 이익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이렇게 설명한다. “젠더폭력의 가장 위중한 효과는 바로 ‘공포’를 생산한다는 것이다. 여성에 대한 폭력에 공포를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여성’이라는 조건을 바꿀 수 없고, 따라서 범죄를 미리 예방하는 데 한계를 느끼기 때문이다.”(각주 5) 이런 사회에서 여성은 “공포를 내면화”하고 “물리적, 심리적 활동을 제한”하게 된다.




‘앙심’ ‘무시’ ‘질투’ 등 남성들의 기분

페미사이드 범죄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남성들의 ‘기분’이다. 판결문 427건 중 300건(70%)에서 피고인의 감정적 동기가 드러나는데 ‘앙심’ ‘무시당했다는 기분’ ‘질투’ 같은 감정들이다. 가해 남성들은 ‘놀면서 돈도 안 벌어온다고 무시해서’(광주지법 2016고합○○○), ‘술 취해 귀가한 피해자에게 반말을 듣자 화가 나서’(대구지법 김천지원 2018고합○○), ‘성관계 시도 중 성기능을 비하하는 말을 듣고 화가 나서’(대구지법 2017고합○○○) 피해자를 살해했다.


친밀한 관계가 아닌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여성은 단지 남성의 ‘기분’을 건드려서 살해당했다. 직장 선배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않고 비꼬듯 대꾸했다가 피살(서울서부지법 2016고합○○○)되고, 세입자 남성에게 채무 문제로 잔소리했다가 살해(대구지법 2021고합○○)된다. 자신(피고인)보다 젊은 여성이 상급자의 지시를 받아 지시를 내리고 말을 함부로 한다며 여성의 몸에 시너를 뿌려 불을 지른 경우(수원지법 2015고합○○○)도 있었다. 

(중략)

막지 못한 죽음 끝에는 피해자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추가 피해(44·10%)도 있었다. 2019년 7월 경남 창원에서는 한 남성이 아내와 딸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 흉기로 두 사람 모두를 살해했다.(창원지법 마산지원 2019고합○○) 또 다른 남성들은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자 격분 끝에 자녀와 아내를 모두 살해(창원지법 진주지원 2020고합○○○)하거나 아내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폭력을 말리는 의붓아들까지 살해(광주지법 목포지원 2018고합○○○)했다. 교제관계를 끝낸 피해자를 찾아갔다가 피해자의 가족까지 살해 또는 살해시도(수원지법 안양지원 2020고합○○)한 사건도 여럿 있었다. 


(중략)

살해범의 집행유예 이유 ‘피해자를 보살펴왔다’

상대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집행유예 선고도 있었다. ‘아내를 여러 차례 밟고 다시 넘어뜨려’ 살해했지만 ‘아내의 부정행위를 의심해서 우발적으로’ 벌인 일임이 참작되고 ‘자녀들이 부모 도움을 필요로 하는 나이’라는 점이 고려돼 집행유예(수원지법 평택지원 2016 고합○○○)를 받거나 ‘캠핑을 데려가달라며 억지를 부린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간이 파열되도록 폭행해 살해(부산지법 서부지원 2020고합○○)했으나 ‘암투병 중인 어머니가 있다’거나 ‘평소 과음하는 피해자를 보살펴왔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은 사건이다. 그 사건들은 거기에서 피해자의 죽음과 함께 ‘중지’되는 것일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동거 중인 여성을 폭행해 살해한 남성은 경찰이 출동할 때마다 무사히 순간을 넘겨 피해자를 다시 폭행했다. 9차례 경찰에 입건된 또 다른 남성은 구속을 모면하자 피해 여성을 결국 살해했다. 피해자의 장기가 파열되도록 폭행한 남성은 ‘피해자를 잘 돌봐왔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아무도 막지 않았던 500번의 살해가 지나갔다. 여성들은 오늘도 어딘가에서 비명을 지른다. 누구나 들을 수 있었지만 우리 중 누구도 그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


박다해 기자

이정규 기자

자료정리 김민지 신민경   


피해자를 보살쳤다니 개소리하지마. 저 새끼들은 보살핌받으려고 그 지랄을 하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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