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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판)너무나도 화목한 남친 가족 때문에 정이 떨어져요

여기에 글을 올리면 조언주시는 분들이 많아 새벽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글을 쓰네요.
저와 남친은 동갑이고 28세 입니다. 3년 정도 사귀었어요. 저는 독립한 지 7년 정도 되었고(기숙사, 자취 다 합쳐서) 남친은 본가에 함께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요.
저는 가족에 대한 애정이 별로 없어요. 가족이 저에게 잔소리하는 걸 싫어해요. 독립적으로 컸어요.학생 때 학원도 제가 알아보면서 다녔고 대학도 제가 알아서 갔습니다. 대학생 때 등록금/주거비 외에는 생활비는 제가 알바로 벌었습니다. 부모님의 손길을 최소화했어요.취직하자마자 집 알아보고 나와서 독립해서 손 안 벌리고 삽니다.
그리고 집이 화목하지 않아서 저는 제 가족이 더 진절머리 납니다.부부싸움이 아주 잦았거든요.
남친은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 대신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컸어요. 그래서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각별해요.그리고 집이 굉장히 화목한 거 같아요.모든 일에 가족이 빠지지 않아요.
현재, 남친의 조부모님은 남친, 남친 부모님과 같은 아파트 단지 내의 다른 동에 거주하십니다. 예를 들어 남친이 101동이면 조부모님은 105동인거죠.할아버지는 병원에 오랜 시간 계시다가 작년에 돌아가셨어요.아직도 많이 슬퍼해요. 데이트 중에도 많이 슬퍼하고 가끔 할아버지 장례식장을 지나가면 굉장히 싫어해요.
- 내용 삭제 -
동거 예정이에요.동거 후 행복한 생활을 꿈꿔야 하는데 저는 자꾸 안 좋은 생각만 들어요.제가 보기에는 주말마다 '할머니 외로우시니까 가야 해~' 하고 매주 할머니 댁에 갈 것 같아요. 그럼 할머니만 보나요? 바로 옆에 본가도 있는데? 그럼 본가도 한번 들르겠죠?매주 매주 가겠죠? 그럼 한번 말이 나올 거에요. "여자친구는 왜 안 오니?"그럼 저는 매주 매주 가야 하나요? 한 달에 한 번 씩 가야 하나요?
저는 제 가족들을 명절날 보는 것도 싫어요.작년엔 코로나 핑계 대고 한번도 안 봐서 너무 행복했어요.
남친 가족을 만난적은 없어요.제가 보기에 남친 가족은 별 생각 없는데 남친이 스스로 본인 목을 조르면서 셀프 효도를 할 거 같아요. 대리 효도는 안 시키겠지만 셀프 효도의 빈도수가 너무너무 잦아요.남친이 한 달에 한번 쯤 갈 때 제가 3달에 한번 쯤 가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남친이 매주 갈 것 같은데 제가 3달에 한번 가면 제가 남친 가족들에게 샴년이 되는 지름길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요.
효자인지 마마보이인지 헷갈려요.저는 저 정도로 화목한 가정을 본 적이 없어요.
남친 어머니께서 이번 해 겨울에 저에게 김치를 몇 번 챙겨주셔서 김치통에 과일 넣어서 돌려드렸어요. 그냥 저를 궁금해하시긴 한대요.들어보니까 남친 어머니는 완전 신세대 여성이시더라구요. 시집살이를 할 것 같지는 않아요.사실 그것도 만나봐야 아는 거겠죠.
저는 가족은 가끔 봐야 귀해진다고 생각해요.같이 살면 맨날 싸웠는데 독립하고 2달에 한번, 3달에 한번 보니까 귀하게 여기더라구요.물론 아닌 경우도 있어 2년 전에 크게 싸우고 지금은 연을 거의 끊다시피 하고 아빠랑만 연락 중이에요.
제가 그럼에도 놓지 못하는 건 남친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거에요.남친은 28년 동안 그렇게 살아왔대요.남친 집이 화목해서 남친도 엄청 온화해요.
제가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고 있긴 해요.막상 동거하면 남친이 저에게 집중할 수도 있죠.
근데 아니면 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둘이 동거를 하는데 주말마다 본가에 가야 한다는 남친이면 저는 그냥 포기할래요.
저는 솔직히 남친이 저에게 집중해야 할 일상의 한 부분을 남친의 가족들이 가져가는게 싫어요.제가 화목한 가정을 못봐서 그런 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남친은 본인이 자신의 가족들을 챙기는 것 만큼 제 가족들 또한 챙기고도 남을 사람이에요.저는 근데 그게 싫어요.정말 가끔 보고, 서로 관심갖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어요.무소식이 희소식이겠거니 하고 싶어요.
저는 제 가족들하고 전화하는 것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하는데 그것도 싫어요.동거를 하게 되면 남친은 매일매일 자기 할머니/가족(주로 엄마. 아빠랑은 잘 대화를 안한다고 함) 이랑 전화하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다 할 거 같아서 너무 부담스러워요.
이번에 여자친구랑 동거한다고 할머니, 가족 다 이야기하고 다녔대요.그럼 할머니랑 가족이 다 저 언제보냐고 달달달달 볶겠죠?할머니한테 말했으니 할머니도 자식들한테 다 말했겠죠?친척들도 제가 궁금하겠네요?
저는 나중에 제 가족한테 통보하려구요.같이 산지 좀 되었어. 왜?
결혼하면 다 거쳐야 할 과정인데 정말 이제는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어요.
저희 집은 화목하지 않아서 제가 제 집을 싫어하고남친 집은 화목해서 남친이 가족을 너무 챙겨요.근데 저를 챙겨야 할 시간에 가족들을 챙길 남친이 싫어요.제대로 말하자면, 아직도 정신적으로 독립하지 못한 유아같은 남친이 싫어요.
진짜 찢어지게 가난해서 남친이 가족들이 걱정되고 전전긍긍하면 모르겠는데 비싼 아파트 살아요.꽤 부유하더라구요.그런데 도대체 남친은 왜 가족에게 목매고 전전긍긍 하는지 모르겠어요. 장남이라 그런가.저도 장녀거든요.
다음 달에 남친도 제 가족들을 만나고 저도 남친 가족들을 만나보자고 이야기하려구요. 후기 꼭 남길께요.
사실 파국이 될 것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어요.
그나마 남친 가족들이 저를 아껴줄 거라면 생각은 해보려구요.매일 고민해요. 얘랑 동거하면 과연 행복할까?나와 남친이 만들어 가야 할 일상인데?남친에게는 가족들로 빽빽한 일상 속에 나를 우겨넣어 내가 으스러질게 보이는데?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쓸데없는 고민을 하는 거였으면 좋겠어요.동거를 준비하면서 행복해야 하는데 저런 쓸데없는 생각에 저는 행복하지 않아요.아직도 가족가족가족이야기를 해요.너무 지겨워요.
일단 만나보고 후기 남길께요.다음주부터 바빠지겠네요. 여기까지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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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조언 주신 분들이 많아 감사드려요.제가 막연히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화목한 가정에서 자란 사람이 저를 좋아해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댓글 보면서 깨달았어요. 남친이 저랑 하고싶은 로망도 엄청 많았거든요. 저는 전혀 없었는데....제가 너무 많이 메말라서 남친을 받아들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그래서 남친 가족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도 힘든 거 같아요.나를 저렇게 사랑해주는 남친인데 그 남친을 뺏기기 싫은 진짜 유아같은 사람은 저였네요.
좀 더 남친을 믿고, 그렇게 훌륭하게 남친을 키워주신 남친의 가족을 믿으려고 해요.저는 타인을 거부하는데 남친은 그런 게 없었거든요.
제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어요.제가 화목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인은 불화라고 생각했어요.
조회수가 생각보다 많아져서 자세한 내용은 지울께요.남친이 조부모님을 많이 모신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냥 제가 스스로 불안함을 만들어낸 것 같아 부끄럽네요.타인이 나를 싫어할거라는 생각을 버리고 제 자신에게 좀 더 확신을 가져 보려구요.
늦은 시간에 조언 주신 분들 정말로 감사드려요.
저 진짜 몇 달 동안 저것 때문에 너무 남친에게 확신이 안들었거든요.제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멀어지는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불안 속에 사는 건 저였어요.
다음주에 겁을 먹지 않고 만나보려구요.그렇게 온화한 남친이 날카롭고 예민한 저를 좋아해주는데 저도 스르르 녹아들어가서 사랑받고 그 사랑에 보답하는 방법을 배워야할거같아요.
동거는 음....결혼은 아직 이르고 서로 함께 있고 싶고....그리고 남친은 결혼하자는데 제가 처음에는 동거 2년 후 결혼하겠다라고 항상 말했어요.친구랑 같이 살다가 갈라진 적이 있어 동거를 먼저 해보는 게 낫다고 생각했거든요.
제가 마음을 더 많이 열고 타인을 배척하지 않아야 할 것 같아요.사실 너무 어렵고 무서워요.
일단 남친 가족을 만나보고 후기 꼭 올려드릴게요.조언 주신 분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https://m.pann.nate.com/talk/3580288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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