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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박계옥:중국인형처럼 예쁜 여자였다는 숙희는 못 만났지만 대신 노래방, 여관, 술집 아줌마 등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이야기 집짓기 바쁜 남자 - 박계옥
2006. 7. 5. 2:19


그의 머릿속은 항상 분주하다. 매번 다른 얼굴의 인물이 출몰해 이야기의 족적을 남기고 사라진다. 머리속 이야기 집을 짓느라 항상 바쁜 남자. 바로 시나리오 작가 박계옥이다. <돈을 갖고 튀어라>의 각색을 맡아 데뷔한 뒤 아예 <깡패수업>의 시나리오 집필을 맡았다.



<돈을 갖고 튀어라>에서 여주인공 은지(정선경)를 가수가 되고 싶어하는 인물로 바꾸고 빈 무대위에서 <슬픈 인연>을 부르게 만든것 등이 그가 작업한 흔적이다. 두번째 작품으로 <깡패수업>을 하게되자 주위 사람들이 '재능을 코미디에만 소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왕 코미디에 입문했으니 제대로 할때까지 한번 매진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어쨌거나 그가 사실상 영화계에 이름을 내민것이 94년 캐치원 주최 시나리오 공모에 가작 당선한 것이었음을 고려하면 비교적 빠른시간 내에 성공한 시나리오 작가 대열에 선셈이다.



동국대 국문과 89학번인 그는 원래 시인 지망생이었다. 대학교땐 글쓰는 친구들과 시쓰기와 술먹는 것으로 세월을 보냈던 그가 영화를 하게 된것은 군대있을 동안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가장 수월하고 영향력있는 매체가 영화가 아닐까'하는 생각 때문이었다고.



당시 연출부에 있던 한 친구가 충무로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길이 시나리오 쓰는 일이라고 귀뜸해줬고, 그는 복학하던 93년 여름 영상작가 교육원에 들어갔다.

문학에서 영화로 진로를 바꾸자 그의 글 친구들은 "이 녀석도 딴따라 하려고 나선다"며 얼굴에 침을 뱉으며 사람취급을 안했다 (이건 실제상황이다). 젊은 세대답지 않게 그와 친구들은 문학을 최고로 순결한 예술로 치는 70년대식 분위기 속에서 살았던 셈이다.



사실 그가 영화를 한다고 하자 고향의 부모님도 달가워하지 않긴 마찬가지. 졸업뒤 국어선생님이라도 하길 바라셨던 부모님은 객지생활 하는 막내아들에게 용돈을 끊었고, 그는 궁여지책으로 신문배달을 하며 몇개월을 버텼다. 그 뒤 용돈도 벌고 영화도 배울참으로 아는 선배가 하는 뮤직비디오 촬영조수 생활을 일년가량 했다.



충무로의 시나리오 작가는 대우가 시원찮은 것으로 소문나 있다. 잘나가는 일급 시나리오 작가라면 작품당 이천만원을 받고, 비교적 괜찮은 대우를 받았다 싶을 때 천오백만원, 그리고 적게는 각색료만 오백만원 정도 받을 경우도 있다.



보통 여관방에 들어가 작업을 한다. 주위와 단절한 채 몰두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풍습은 여자 시나리오 작가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시나리오 작가들이 속상해 하는 부분은 고샘해서 몇번씩 매만진 대사를 현장에서 즉석으로 바꾸는 일이 종종 있다는 것. 박계옥씨는 "시나리오가 엄청나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합니다.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로 먹고 산다는 것은 한마디로 미친 짓이에요. 입에 풀칠하기 힘들거든요. 작품료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시나리오가 채택되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오는것은 아니죠. 잘 안풀리면 끝도 없이 안 풀리는 게 바로 시나리오 작가입니다. '일단 뜨면 된다'는 생각에 엄청난 헐값으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넘기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긴 영화제작 발표회에서도 감독과 배우, 스텝들이 줄줄이 인사를 하지만 시나리오 작가가 소개되는 경우는 드물다. 박씨는 이런 상황에 대한 작가들 나름의 자구책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한다. 영상작가 교욱원 출신 선후배끼리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모임을 만들어 스스로의 입지를 강화할 생각이라고.



박계옥씨가 시나리오를 구상하기 위해 쓰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기, 남이 만든 영화를 뒤집어보기가 그것이다. 그는 거문도에 다녀왔다. 작가 송기원의 <마음속 붉은 꽃잎>이란 시집에 나오는 실존인물인 '숙희'라는 작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중국인형처럼 예쁜 여자였다는 숙희는 못 만났지만 대신 노래방, 여관, 술집 아줌마 등을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이들은 모두 그가 지금 작업하고 있는 시나리오에 살아있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평소에는 시나리오의 소재를 비디오 속에서 찾는다. 이야기 구조를 뒤집어 보면서, 다른 등장인물을 그 상황속에 첨벙 빠뜨려 보기도 한다. 영화란 '또하나의 꿈꾸기' 아닌가.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영화는 이야기선이 단순하면서 즐겁고 따뜻한 영화다. <기쁜 우리 젊은날> 처럼 신파기가 어려있을지라도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얘기를 해보고 싶다고.



그는 시나리오를 빨리 쓰는 편으로 보통 한작품 초고를 쓰는데 일주일 정도 걸린다. 이것이 완고가 되려면 네댓번쯤 뜯어 고쳐지는 건 보통이다. <깡패수업>의 경우는 심지어 하나의 제목아래 전혀 다른 내용의 시나리오를 일곱개나 써야했다. 초고를 쓴 뒤 감독이 원하는 내용을 첨삭해야 하며, 심한 경우 전혀 다른 구성과 인물을 가지고 이야기를 새로 이끌어가야 할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 생각이 막히면 풀릴때까지 딴짓을 해야지 별 수가 없다.



그러나 그의 목표는 연출이다. 시나리오 작가는 그곳에 이르기 위해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지름길이기도 했다. 감독은 현장의 꽃이고, 영화를 알수록 연출을 하고 싶어지는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라고. 그것을 위해 단편영화를 하나 만들어볼 계획을 갖고 있다.

시를 쓰던 문학 청년이 시나리오 작가로, 그리고 감독으로 변신하는 것은 영상시대인 지금 어쩌면 자연스런 흐름인지도 모른다.



<글 : 씨네21-김재희 기자>


06년도에 한 인터뷰기사인데

비유가 참 특이한듯? 예쁜여자 비유할때 중국인형같다는 단어는 첨들어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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