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이슈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제2의 '조선구마사' 사태 막으려면

[엔터미디어=정덕현의 이슈공감] 결국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는 2회 만에 폐지가 결정됐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일파만파 커질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게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대중들이 이 사태를 가볍게 보지 않고 들불처럼 들고 일어섰고, 이들 잠재적 소비자들의 힘은 광고주들과 드라마 협찬사들을 움직였다. 계속 광고 게재를 강행하다가는 자칫 불매운동까지 마주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연한 수순이지만, 광고가 20개 가까이 빠져버렸다는 사실은 사실상 드라마 제작은 물론이고 방영조차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걸 말해준다. 폐지는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구마사> 사태는 비극으로 끝나버렸지만, 여기서 우리는 제2의 <조선구마사>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이 비극이 무엇을 의미하고, 어떤 도전들이 우리네 K콘텐츠 앞에 현재 펼쳐져 있는 것이며, 나아가 어떤 방향성이 K콘텐츠의 바람직한 길인가를 고민해봐야 한다.

먼저 <조선구마사> 사태를 통해 촉발된 것이지만, 이제 콘텐츠 속에 등장하는 작은 소품들부터 PPL 등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감수가 필요해졌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풍 소품들이 현 중국의 문화공정(전파공정)에 예민해진 우리네 대중들의 역린을 건드린 면이 크지만, 이를 조금 더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이제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고 있는 상황에 우리의 문화를 고스란히 담은 작은 소품들(PPL 포함)까지 제대로 챙겨야 한다는 것. 

(중략)

그런 점에서 <조선구마사> 이전에 박계옥 작가가 쓴 작품인 <철인왕후>가 초반에 그토록 거센 역사왜곡 논란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나온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됐던 건 뼈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제아무리 판타지로 현재에서 과거로 날아간 남성이 왕후의 몸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또 제아무리 그것이 코미디를 위한 설정이라고 해도 왕후가 왕에게 끝까지 반말로 일관하는 건 자칫 조선시대라는 시공간을 빌려 쓰는데 대한 무례일 수 있다. 

게다가 요즘처럼 중국의 문화공정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그런 고증 없이 마구 쓰인 중국풍 소품들은 고스란히 저들에게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이것은 최근 <빈센조>에 등장했던 중국 비빔밥 PPL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다. 저들은 아마도 이런 장면들을 떼어다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다. 봐라 너희들의 조선이라는 나라에서 먹고 입는 게 다 우리 것 아니냐고. 너희들조차 우리 비빔밥을 먹고 있지 않냐고. <철인왕후>나 <조선구마사>에서도 등장하는 것처럼 조선은 위아래도 없는 나라라고. 대중들은 이런 빌미를 제공한다는 사실이 소름끼치게 싫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줬다. 

(중략)

이 변화된 환경을 염두에 두고 지금 현재 벌어진 <조선구마사> 사태를 들여다보면 2회만의 폐지라는 다소 가혹한 결과가 어떤 의미에서는 앞으로 벌어질 일들에 대해 선제적으로 센 예방주사를 맞은 것일 수 있다. 우리가 우리의 순수자본만으로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데다, 우리만의 글로벌 플랫폼을 갖추고 있지 않아 넷플릭스든 아이치이든 해외의 플랫폼을 키우는데 오히려 우리의 경쟁력 있는 콘텐츠들이 활용되고 있는 이 형국에서 우리는 보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돈이 없지 자존심이 없냐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자존심마저 버린 채 상업적인 선택만을 한 결과가 어떻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는지를 이번 사태를 통해 절실하게 통감해야 한다.

https://entertain.v.daum.net/v/20210326131448629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