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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오컬트 [reddit] 아내와 작년에 산중 목장을 샀는데, 이웃이 독특한 운영법을 알려줬다 6, 아웃트로

아내와 작년에 산중 목장을 샀는데,

이웃이 독특한 운영법을 알려줬다

6, 아웃트로

(My wife and I bought a ranch in the mountains last year, and my neighbor had some interesting suggestions on How To Manage Our New Land Finale: Winter Ghosts)



유령과의 첫 대면 후 맞이한 저녁, 우리는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타코를 먹었다. 최대한 분위기를 띄우려고 했지만 둘 다 겨울 현현을 처음 경험한 직후라서 많이 놀란 상태였다. 다가오는 일출에 대비해 우리가 원했던 것은 분위기를 완화하는 것이었지만, 나는 이미 밤새 양초를 지킬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후였다.


사샤는 그런 생각을 버리라고 했다. 그녀는 아일랜드 장에 '양촛대'를 만들고 구 모양으로 되어 위아래가 뚫려서 초가 꺼지는 것을 막아주는 유리구를 주문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주문한 느리게 타는 양초로 7번이나 실험했다. 초는 꺼지지 않고 성공적으로 25-30시간 유지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떻게 마음 편하게 잠을 이루겠는가.


하필 1년 중에서도 밤이 제일 긴 동지에 찾아오다니, 이 버르장머리 없는 유령들.


사샤와 함께 양초를 켜고 뒤쪽 현관으로 나가서 유령이 대기 중인 목장을 바라보았다. 유령을 응시하는 나를 사샤가 응시했다. 유령 셋이 연못 주변을 어슬렁댔고, 브리저와 남은 하나는 숲에 따로 떨어져 있었지만 하나같이 동쪽으로 난 산맥을 바라보았다... 드럼 소리가 들리는 방향이겠지, 하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해가 떨어진 이후로 유령은 저마다 주변을 어슬렁대기만 했다.


사샤와 함께 잠자리에 누웠지만 아내가 잠들고 나서도 몇 시간을 뜬눈으로 천장만 바라보았다. 새벽 3시에 잠들기까지 양초 확인만 12번도 더 했을 것이다. 오전 7시경, 힘차게 울리는 알람에 기겁하며 일어나 시간을 확인하고 잽싸게 부엌으로 나가서 양초 상태를 확인했다. 아직 불이 잘 붙어 있었다. 다 타려면 한참 남았군. 제기랄, 이번 사건이 끝나기까지 매일 밤잠 제대로 설치겠어. 다시 안방으로 돌아가자 잠에서 깬 대쉬가 나를 미친놈처럼 바라보았다. 사샤 역시 깨어나서 눈을 비비는 중이었다. 아내는 나를 보며 미소 짓더니 말했다, "계속 잘 탈 거라고 했잖아, 해리." 나는 아내에게 고집스러운 표정을 지은 뒤 옷을 갈아입었다. 이 개새끼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필요가 있었다.


그날 아침은 정말 추웠다. 콧물이 나오자마자 얼어버릴 정도로 추운 날이었다. 나는 뒷마당으로 나가서 목장을 확인했다. 유령은 여전히 목초지 여기저기를 거닐며 산 위로 회색 구름에 갇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하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그 위쪽에서 영의 기운이라도 느껴지는 건가, 아니, 그 '영'이라는 존재를 느끼거나 인지는 하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망원경으로 가장 근처에 있는 놈부터 확인했다. 행크다. 그는... 화난 상태에 가까운 것 같았다. 글쎄, 산 위를 올려보는 그는 근심이 있거나 좌절한 것 같기도 했다. 다른 놈들을 확인했다. 벅. 그 역시 비슷했다. 표정도, 행동도 같았다. 거의 실망에 가까운 표정이었다. 그를 보자니 등을 따라서 소름이 돋았다. 혹시 영이 놈들에게 말하는 중인가? 사악한 전략이라도 알려주는 거 아니야? 마침내 해가 구름 위로 떠 오르자 유령들이 하나같이 으스스한 행동을 멈추고 분노에 찬 얼굴로 나를 일제히 쳐다보기 시작했다. 아주 희미하고 약했지만 영에 의한 공포가 느껴졌다. 좋아, 알겠어. 영이 저놈들에게 내 뒷담화 한 것은 확실하군.


**


그 후 며칠간, 놈들은 오전에는 목장에서 나만 응시하며 시간을 때우고 저녁이 되면 조금씩 다가왔다. 영의 현현이 시작되고 이틀, 사흘 차에는 놈들이 울부짖고, 소리 지르고, 악독한 짓거리를 시작하기를 기다리며 어떻게든 5시간 정도 통잠을 잘 수 있었다.


영의 현현이 시작된 지 나흘,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우리는 함께 양초를 켠 뒤 뒷문 현관에 앉아서 와인 한 잔을 마셨다. 어디를 가도 사샤는 내 얼굴을 관찰하고 내 시선을 응시했다. 그런 그녀를 내가 알아채는 게 미안했는지, 눈이 마주치면 금세 시선을 돌려버렸다. "미안해, 난 그냥... 유령이 안 보이니까 나도 모르게 자기 눈만 보게 돼. 어디에 있는지 알고 싶거든." 나는 아내의 어깨를 감싸며 말했다. "괜찮아, 사샤. 별로 신경 안 쓰여."


유령들이 저마다 울타리 경계를 거닐며 뭘 하는 중인지 하나하나 알려줬다. 각자 따로 노는 중이며, 앞주머니나 뒷주머니에 손을 넣은 놈도 있고, 우리를 보는 놈도 있고, 대쉬를 보는 놈도 있고, 숲에 있는 놈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 모습이 꼭 교도관 같았다. 해가 질 무렵, 그들은 모두 하던 것을 멈추고 다시 동쪽 산맥을 바라보았다. 사샤에게 그 행동을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그 순간 알려준 것은 아니었다. 그 설명을 들은 사샤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불안해하는 것 같았다. "혹시 그들이..."


내가 그녀의 말을 완성했다, "영과 대화하는 거야. 아마 지시사항을 듣는 거겠지?" 그러자 아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았다. 나는 아내 머리에 입을 맞추며 말했다. "당신 겁주려고 그런 건 아니야, 여보." 사샤는 자기 눈으로 그들을 찾아내고 싶은 눈치였다. "어쩌면 양초가 안 켜진 타이밍에 집에 들어가라고 일러주는 걸지도 몰라. 그리고 해가 뜰 때 창문이 닫혀있나..?" 그 말을 듣자 나도 심란해졌다.


사샤는 침대에서 독서하러 들어가고, 나는 다시 유령을 확인하려고 나갔다. 조명을 챙긴 다음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안 보였지만 오른쪽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뒷문 현관 아래, 부엌으로 바로 이어지는 공간이었다. 밖으로 나가서 오른쪽을 내려다보자마자 명치를 강하게 맞은 것처럼 몸이 굳어버리고 말았다.


몸을 숙여서 현관 아래를 보자마자 소름과 피트가 보였다. 그들은 현관 끄트머리에 나란히 서서 부엌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노란 불빛을 받으며 나를 향해 서서히 눈을 치켜뜨고 있었다. 너무 놀라서 다리 근육에 경련이 일어나는 것 같았다. 당장 다시 들어가서 문을 닫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다시 봤을 때, 그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들의 발소리가 점점 줄어듦에 따라 내 심장이 더 심하게 요동쳤다. 이제 시작이다.


그들이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분명히 하나는 다시 튀어나오리라. 대쉬가 내 왼쪽에 서서 으르렁대고 있었다. 나는 어둠에서 눈을 떼지 않고 말했다. "나도 알아, 대쉬. 저거 완전 씹새끼들이야."


문간에 기댔다. 정문으로 향하는 계단에 시선을 떨구는 순간, 내 몸이 머리보다 더 빠르게 반응했다.


그 소리는 내 귀를 찢어버릴 것 같았다. 재빨리 두 팔로 얼굴을 보호하며 나와 60cm도 안 되는 거리에 갑자기 나타난 유령에게서 황급히 떨어졌다. 그놈이 내 귀에 대고 소리 지른 것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


**


대쉬가 쏜살같이 튀어나와 계단에서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다. 나는 얼굴을 가렸던 손을 풀고 벅을 쳐다봤다. 그는 양손과 양발을 흔들며 서서 거친 숨을 쉬며 끓어오르는 분노로 나를 쳐다봤다. 그 눈빛은 경기 시작을 알리는 종을 기다리는 복서의 그것이었다.


거실에서 무슨 일이냐고 외치는 사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심호흡하고 말했다, "괜찮아, 여보." 그리고 벅 옆으로 한 발 걸어가서 몸을 숙여 대쉬의 목덜미를 잡고 문으로 끌어당겼다. 대쉬는 잔뜩 화가 난 상태였다. 대쉬를 질질 끌고 벅 옆을 지나는 순간 대쉬가 벅에게 달려들었고, 그의 턱이 쩍 벌어지는 소리가 에코까지 동반해서 들렸다. 화들짝 놀라서 대쉬의 입질을 피한 벅이 개를 막으려는 듯 손을 내밀었다.


대쉬의 반응에 놀라서 나 역시 몸이 굳어버렸다. 대쉬는 벅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른다. 그냥 무작정 허공을 보며 짖었는데, 무는 순간 방향 운이 좋았던 것이다. 아무래도 유령 놈들이 개를 무서워하는 것 같다... "여보, 대쉬 좀 데려가 줘," 아내에게 대쉬를 넘기고 문간에 기대서 벅을 쳐다봤다.


그는 속에서부터 천불이 나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분노 사이에서 당황한 기색을 놓치지 않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지만 재빨리 억눌렀다. 밖은 영하 10도에 가까웠고 사샤가 빨리 들어와서 문 닫으라고 외치는 중이었다. 나는 벅과 시선을 마주치고 그에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여긴 대쉬 영역이니까 대쉬의 룰에 따라야 할 거야." 벅은 분노를 꾹꾹 참는 것 같았다. 그렇다고 화가 안 난 게 아니라, 뭐랄까... 존나 비참해 보인다고 해야 하나? 비단 나 하나에만 열 받는 게 아니라 세상 모든 것에 분노하는 모습이었다.


나는 심장에 손을 얹고 머리를 숙이며 그들 언어로 말했다, "코다 하피자, 괜히 산타 놀라게 하지 말고." 다리어로 그에게 작별 인사를 한 것을 제대로 알아들었는지 응시했다. 뭐, 내가 제대로 기억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음, 틀린 것 같군.


재빨리 안에 들어가서 문을 닫고 등을 기댔다. 사샤가 화가 치민 얼굴로 나를 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차근차근 설명한 다음 함께 잠자리에 들었다. 그날 밤, 그들이 현관을 뛰어다니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럭저럭 잠을 이룰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 생각보다 잠을 푹 잔 것처럼 가뿐하게 일어났다. 음악 좀 틀고, 커피 내리고, 서로 준비한 선물을 교환했다. 칼로리 폭탄인 아침을 만들고 온종일 영화나 때렸다.


그날 오후, 사샤가 유령들에게도 선물을 남기고 싶다는 말에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글쎄 여보, 그건 좀..."


하지만 사샤는 완강했다. "왜? 그래도 나쁜 마음은 없다는 걸 보여주려는 시도는 해봐야 하는 거 아닐까? 해리, 크리스마스잖아. 그들은 크리스마스가 왔는지도 모를 거야. 하지만 우리는 알잖아... 그러니까 일단 선물 주고 어떻게 흘러가는지 지켜보자." 그 말에 어쩔 수 없이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알고 보니 아내는 이미 복잡할 정도로 계획을 짜놓은 모양이었다.


아내는 접시를 꺼내 그 위에 작은 양고기 케밥과 난을 담고 그녀의 할머니가 직접 구우신 라메킨 접시에 팔라우와 쌀밥을 채웠다. 완성된 접시를 보자 무슨 음식인지, 그리고 특정 날짜가 떠올랐다. 나는 놀란 얼굴로 사샤를 바라보았다. "사샤... 대체 언제 이런걸..." 그러자 사샤가 내 말을 자르며 말했다. "당신이 허락 안 해줄 것 같아서 아프가니스탄 전통 음식을 좀 검색해서 만들어 봤어." 아내가 장난이 짙은 얼굴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자, 이제 유령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면 내가 가서 앞에 접시 놓고 올게. 이 음식이 고향을 떠오르게 할 수도 있으니까..."


함께 외투를 챙겨서 밖에 나가려던 차에 사샤가 말했다, "잠깐만," 그리고 대쉬를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서 말했다. "미안해, 대쉬. 하지만 그 녀석들은 네가 우리가 보는 것처럼 그렇게 어여쁘지만은 않은 모양이야." 현관에 앉아서 기다리자 아내가 커다란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더니 거의 연습한 것처럼 정확한 동작으로 양쪽 어깨로 휙휙 넘기며 나왔다. 머리 위로 쓰다니... "혹시 크리스마스 준비로 히잡까지 연습한 거야?" 그러자 아내가 짐짓 젠체하더니 대꾸했다. "이건 일반 히잡이 아니라 머리 위로 쓰는 샤일라 히잡이야." 그 말에 나는 쿡쿡댔다. 솔직히 인상적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날 긴장하게 만들었다.


"사샤, 혹시 이게 그들을 더 화나게 하지는 않을까?" 그러자 아내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그러진 않을 것 같은데. 만약에 내가 저 유령들이 살았던 문화권에 있었다면 이걸 쓰는 게 예의 아니야? 오히려 안 쓰는 게 무례한 거잖아. 이것 때문에 화를 낼 이유는 없다고 생각해. 그들에게 예의를 차리는 거잖아." 나 역시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그래, 뭐 더 나빠지기야 하겠어..."


우리는 뒷마당에 이어진 울타리 문으로 나갔다. 행크와 피트, 소름과 벅이 우리 마당 전체에 그림자를 드리울 만큼 큰 미루나무 두 그루 근처에 있는 것을 발견하고 걷는 속도를 늦췄다. 사샤가 내 모습을 보더니 놀라서 물었다. "가깝구나, 그치?" 나는 옹이가 진 미루나무 밑동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총 넷이고 저기에 하나 있어." 역시 나를 보고 화가 난 모습이었다. "5번째는 어디에 있는데?" 사샤가 물었다.


브리저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몸을 돌리며 말했다. "글쎄, 어쩌면..."


갑자기 나타난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몸을 움찔대며 엄청난 비명을 질렀다. 갑자기 날아든 야구공을 피하듯이 나도 모르게 양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사샤는 그런 나를 보고 놀랐는지 접시를 놓칠 뻔했다. "왜 그래, 여보!"


브리저가 우리 뒤에 약 60cm 떨어져서 내 눈을 보고 있었다. "저, 저기에 있어. 와, 바로 있어... 바로 앞에." 브리저에게 천천히 다가가서 그의 심장에 내 손을 뻗으면서 대답했다. 미묘한 저항감이 있었지만 비눗방울이 터지거나 정전기 수준이었고, 공기가 되레 따뜻해졌다. 그는 내게서 눈을 거두지 않았다. "소름 돋네." 사샤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지금 만지고 있어?" 내가 손을 뒤로 빼면서 말했다. "뭐, 그런 셈이네." 어깨 너머로 흘긋 쳐다봤다.


남은 넷이 사샤를 기준으로 반원을 그리고 서 있었다. 사샤가 잔뜩 겁먹은 얼굴로 내 시선을 따르며 사태를 파악하는 듯했다. 사샤는 등에 거미가 붙었다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몸을 보호하려는 듯 잔뜩 웅크리고 어깨 너머를 두리번대다가 나를 보았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엄청난 분노가 치밀면서 고막이 먹먹해졌다. 턱과 주먹을 강하게 조였다. 숨 쉬어, 자식아. 놈들은 아내를 건드릴 수 없어, 괜찮다고.


"자기를 건드리지는 못해, 괜찮아, 사샤. 그냥... 지금 우리를 에워싸고 있어. 내 옆으로 와. 같이 후딱 끝내자." 아내는 내 말에 당장 옆으로 튀어왔다. 분노에 찬 다섯 존재의 눈동자가 아내에게 쏟아졌다. 아내가 긴장한 표정으로 나를 봤다.


"놈들이 자기를 보고 있어," 그들의 위치를 알려주면서 말했다, "이게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해봐, 준비한 선물 줘봐." 내 말에 나도 모르게 긴장된 웃음이 나왔다. 그 모습에 사샤 역시 웃음이 터질 뻔했다. 아내는 심호흡하고 등을 세우더니 앞으로 나갔다. 무릎을 꿇고 앉아서 아이다호 농수산물로 만든 아프가니스탄 전통 음식을 눈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브리저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유령의 반응을 살폈다. 놀랍게도 그들의 분노가 한결 누그러진 것 같았다. 게다가 이제 그들이 사샤를 보는 시선은... 호기심? 놀라움? 글쎄, 어쩌면 당황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단순한 증오만 있었던 그전과는 확연히 달랐다. 그 와중에 소름의 눈빛이 다르게 느껴졌다. 분노에서 시작한 그의 감정은 은밀하게, 하지만 악랄한 업신여김으로 바뀌었다. 제기랄, 존나 열 받은 것 같은데. 나도 모르게 사샤를 뒤로 당길 뻔했다. 하지만 그러기 전에 사샤가 가슴에 손을 얹고 뒷걸음질 치더니 여전히 자신을 응시하는 그들에게 인사를 했다.


"자, 사샤, 그만 들어갈까?" 그 순간 브리저가 우리를 향해서 재빨리 발을 내미는 모습에 반사적으로 사샤를 당기며 뒤로 물러났다. "왜 그래?" 아내가 걱정스러운 듯 새되게 속삭였다. 브리저는 접시에 담긴 음식을 보더니 쪼그리고 앉아서 더 유심히 살피기 시작했다. "아니야, 난... 아무것도 아니야. 들어가자." 우리가 집에 들어갈 때까지도 그들은 고개를 제외하곤 움직이지 않았다. 다만, 우리가 현관문 뒤로 사라질 때까지 응시할 뿐이었다.


"여보, 어쩌면 선의를 알아차렸을 수도 있어." 외투를 벗는 동안 사샤가 당황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럴지도... 결과야 어떻든 좋은 생각이었어." 우리는 다시 영화에 몰두하기로 했다. 그리고 어둠이 깔리기 직전, 나는 다시 부엌으로 난 뒷문으로 나가서 그들의 위치를 확인했다.


여전히 미루나무 아래에 둔 접시 옆에 쭈그리고 앉아있는 브리저의 모습에 꽤 놀랐다. 다른 넷은 이리저리 흩어져서 동쪽 산맥을 보는 중이었다. 이제는 일제히 산을 응시하는 의식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끔찍한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영이 그들에게 말로만 지시하는 게 아니라 사샤의 좋은 의도까지 헛되게 하려는 것 같았다. 그들을 설득하고 통제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크리스마스 저녁부터 다음 주를 맞이할 때까지 상황은... 더욱 진전했다. 낮에 밖에서 보내는 시간은 더욱 줄여나갔다. 유령의 괴롭힘도 집콕에 한몫하긴 했지만, 무엇보다 영하권의 날씨와 칼바람, 그리고 엄청나게 쌓이는 눈 탓에 선택권이 없었다. 두어 번 시내에 들러 맥주를 샀지만, 북쪽과 동쪽 동네로 이어지는 길은 폐쇄됐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4-5시간 이동하지 않고서야 갈만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집에 보드게임, 드라마, 영화, 오디오북이 있었고, 집안일과 요리 덕분에 심심할 틈이 없었다.


대쉬의 넘치는 기력을 빼주기 위해서 아침마다 시골길을 거닐기도 했다. 설피나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고 다닌 덕분에 적정 운동량을 채워서 정신도 더욱더 맑게 유지할 수 있었다. 유령이 문에서 기다렸다가 놀라게 하기도 하고 진입로까지 졸졸 따라오기도 했지만, 우리 목장이 아닌 시골길로 나가면 더는 따라오지 못했다. 저주가 주는 신박한 제약인가 싶었다. 그들은 우리가 외출하면 목장에서 기다렸다가 귀가하면 집까지 쫓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것은 차차 일상처럼 익숙해졌다.


내가 밖에 나갈 일이 있으면 유령 중 하나, 둘 정도는 꼭 나를 기다렸다. 나를 향해 비명을 지르며 내가 어디를 가든지 따라다니는 모습이 꼭 피 흘리는 사슴 뒤를 쫓는 늑대 무리 같았다. 대쉬가 곁을 지킨 덕에 일정 거리는 유지할 수 있었다. 점점 나빠지는 날씨도 도움이 됐던 것이, 워낙 춥고 바람도 거센 탓에 유령이 주는 시련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시선이 분산됐다. 솔직히 대부분 시간을 사샤와 집에서 보낸 덕에 유령의 현현 시기의 낮은 나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밤은, 글쎄... 밤이야말로 지독한 악몽이었다. 일몰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가 괴로웠다. 부엌에 있으면 부엌과 이어진 뒤쪽 현관에서 미친 듯이 들려오는 속삭임과 유리창 너머로 마구 날뛰는 그들 모습이 보였다. 혹은 현관 불빛이 겨우 닿을 거리에 가만히 서서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집을 응시하는 그 모습이란.


26일, 사샤의 차에서 충전기를 가져오기 위해 전등을 챙겨서 대쉬와 함께 나갔다. 분명히 나가자마자 또 내게 달려들 것을 예상하면서. 그날은 눈이 엄청나게 퍼부었다. 바람은 거의 없었지만 귀를 퍼붓다시피 하는 폭설 속에서 귀를 먹먹하게 하는 침묵은 또 그만의 공포감을 자아냈다. 차에 도착할 때까지도 유령은 발견하지 못했다. 충전기를 챙기고 몸을 돌리는 순간 아드레날린이 내 얼굴과 손에 치솟는 것을 느끼며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브리저다. 그가 내 트럭 뒤꽁무니에 서 있었다. 거리는 6m 남짓. 팔짱을 끼고 서서 나를 내려다봤다. 그는 나와 작업실로 이어지는 문에 달린 등 사이에 서 있었다. 빛에 반사된 눈송이가 빛나며 그 주변으로 후광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화산재 사이에서 나타난 대악마 같았다. 나는 그에게 고개를 까딱이고 대쉬를 불렀다. 마당 울타리로 돌아갈 때까지 그에게 눈을 떼지 않은 채 대쉬가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 울타리 문을 닫았다. 현관 앞에서 다시 확인했을 때,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27일이 되자 유령들이 안방 근처를 어슬렁대며 잊을 만하면 갑자기 소리를 질러댔다. 그 행동은 밤이 깊어갈수록 더 심해졌다.


29일 밤, 유령 중 하나가 지붕을 돌아다녔다. 발이 닿는 대로 지붕을 밟는 소리와 남은 넷이 간헐적으로 내지르는 비명, 헛소리와 신음이 꽁꽁 얼어붙은 집을 마구 울렸다. 다행히 환풍기 소리가 놈들 소리를 일부 잠재워준 덕분에 귀마개를 끼면 잠을 이룰 순 있었다. 그마저도 2-4시간이 전부였지만.


밤새도록 계속되는 고문은 낮 시간대의 나를 점점 더 예민하게 만들었다.


12월 31일, 제대로 노인 취미에 빙의해서 벽난로 옆에 앉아 와인을 홀짝이며 책을 읽던 중이었다. 내 귀에는 미식축구 선수가 현관을 들이받은 듯한 소리가 들렸는데, 사샤는 누가 손바닥으로 현관을 찰싹찰싹 치는 소리 같았단다.


깜짝 놀란 사샤가 펄쩍 뛰더니 가슴에 손을 얹었다.대쉬가 점점 흥분하며 내 발치에서 문을 바라보고 으르렁대기 시작했다. "방금 뭐야?" 사샤가 외쳤다. 나는 지칠 대로 지치고 화가 났다. 부츠에 발을 욱여넣고 거실에 난 창문으로 바깥을 확인했다. 소름과 피트가 현관에 서서 사악한 얼굴로 문을 노려보고 있었다. 다른 셋은 눈으로 뒤덮인 어두운 마당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문을 벌컥 열었다. 대쉬가 쏜살같이 현관으로 튀어 나가도록 내버려 두고 그 앞에서 둘을 향해 두 팔을 크게 흔들었다. "저 씨발놈들이 같이 놀고 싶단다, 대쉬!" 대쉬가 달려드는 것을 본 두 유령이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목적 없이 허공을 향해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대는 대쉬를 본 피트가 분노와 좌절이 뒤섞인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점점 가까워지는 대쉬를 피해서 계속 주춤주춤 물러났다. 그는 얼음장처럼 찬 증오로 가득한 눈빛을 보내더니 현관 울타리를 넘어서 뒷마당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소름은 아니었다. 그는 물러나지 않았다. 나는 대쉬를 부르며 그를 향해 한 발자국 더 다가가며 눈썹을 치켜세웠다.


대쉬를 보는 소름의 얼굴은 혐오와 분노였지만, 그 사악한 얼굴에 서서히 공포가 퍼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순간, 대쉬가 소름의 존재를 눈치챘다. 대쉬는 짖는 것을 멈추더니 당장이라도 달려들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고 이빨을 드러내면서 뒷다리에 체중을 실었다. 소름이 대쉬를 향해 몸을 구부리더니 얼굴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고함을 토했다. 분노와 공포가 섞인 그 비명은 귀가 찢어질 정도로 아팠다. 이에 대쉬가 유령이 있는 방향으로 달려들며 곰마저 압도할 정도로 매섭게 으르렁댔다. 소름이 재빨리 현관에서 떨어졌고, 유령이 이리저리 흩어지는 동안 대쉬가 그 꽁무니를 쫓아 마당을 휘저었다. 우리는 다시 대쉬를 집으로 들여 진정시키며 부디 이번 경험으로 유령의 난동이 조금이라도 사그라들기를 바랐다.


하지만 우리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날 새벽 2시, 제대로 기억나지 않는 꿈에서 깬 나는 침대 머리맡에 달린 창문 밖에서 들리는 엄청난 비명에 깨어났다. 인간이 내는 소리라고는 믿을 수 없는 엄청난 울부짖음이었다.


창가에 다가가서 몸을 숙이고 두꺼운 커튼을 살짝 걷었다. 내가 이동한 거리는 10cm도 안 되었을 것이다. 바깥을 확인하는 순간 몸을 걸치고 있던 침대에서 떨어질 뻔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이 나왔다.


커튼 뒤로 보인 것은 김이 하얗게 낀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치아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소름과 피트였다. 그 사악하고 증오가 가득한 눈빛. 가뜩이나 심신이 지친 상태였던 나는 그 광경에 너무 놀라서 커튼을 닫다가 손으로 침대 헤드를 강하게 치며 비명을 질렀다. 내 소리에 깨어난 사샤가 깜짝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래, 해리, 뭐야?"


사샤와 함께 침대 발치에 웅크리고 서로를 꼭 붙든 채 앉았다. 우리 침대인데 이런 신세라니. 바깥에서는 유령이 낄낄대고 비명을 지르지, 어떤 놈은 바로 앞에 대기하지, 어떤 놈은 목장을 서성이지... 게다가 지붕을 뛰어다니는 놈도 벌써 몇 시간째 저러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 그때가 내 삶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공포와 탈진, 분노로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놈들을 증오했다. 놈들을 죽인 나 자신이 장했다. 안방 침대 위치를 바꾸고 양초 상태를 확인했다. 그리고 해가 뜰 때까지 렘수면 상태로 버텨냈다.


1월 1일, 수요일, 이 말도 안 되는 현상이 일어난 지 12일 차, 악마를 집으로 소환한 '휴가'가 드디어 막바지에 이르렀다. 나는 그 어떤 때보다도 심신이 지쳐있었다. 힘든 건 사샤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녀는 끝까지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아침을 끝내고 썰매에 땔감을 실으려고 밖으로 향했다. 작업이 반 정도 끝났을까, 장작더미 뒤에서 갑자기 행크가 솟아났다. 낮에 당했던 유령과의 만남 중에서 가장 섬뜩한 경험이었다.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눈을 뒤로 까뒤집은 채 고통스러운 듯 비명을 질렀다. 산 채로 잡아먹히기라도 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고 절박한 비명이었다. 어찌나 끔찍했는지 나조차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그는 장작더미에서 나와 내게 기어 왔다. 거의 내 무릎에 닿을 정도로 다가오더니 말도 안 되는 헛소리와 섬뜩한 비명을 마구 토해냈다. 눈을 감고 심호흡했다. 몸을 일으켜서 다시 썰매에 땔감을 올리려고 했지만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행크가 내 시야를 가로막았다. 귀가 터질 것 같았다. 그를 피할 수 없었다. "씨발!" 크게 욕지거리를 뱉고 들고 있던 땔감을 내동댕이쳤다. 눈물이 차는 게 느껴졌다. 그런 내 얼굴을 본 그놈이 미친 듯이 기뻐하는 게 보였다. 썰매를 내버려 두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거실에서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사샤는 내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엄마처럼 안아주었다. 화가 났고, 당황스러웠고,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그 감정을 표출할 방법을 몰랐다. 나는 그저 공허한 표정으로 한껏 무방비하고 무뎌진 채 서 있을 뿐이었다.


"내가 해볼게," 아내가 말했다. "어차피 가져와야 할 땔감인데 저녁에 나갈 순 없잖아. 저놈들이 나를 놀라게 한다고 해도 나는 상관없어." 아내는 장갑과 외투를 챙기면서 우겼다. 마지막으로 '샤일라' 히잡을 쓰더니 내게 미소와 함께 엄지척을 날리더니 밖으로 나갔다. 대쉬가 그런 아내를 쏜살같이 따라 나갔다. 나는 거실 문틈에 손을 대고 서서 창밖을 지켜보았다.


행크, 피트와 벅이 눈을 치워서 만든 길을 따라 나오는 사샤를 바라보았다. 놈들이 아내에게 달려들어서 소리라도 지르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놈들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서로를, 그러니까, 자기들끼리 소통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다시 차갑고 폭력적인 시선을 내게 돌렸다.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고. 뭐지? 사샤가 정문으로 나갔고, 그때 소름이 보였다.


소름은 트럭 뒤에 있었다. 사샤가 나무 창고로 몸을 돌린 기준에서 사샤 왼쪽에 서서 그녀에게 잔인하고 끈적이는 눈빛을 마구 쏘아댔다. 그는 잠깐 나를 보더니 잔혹한 미소를 띠고 재빨리 아내에게 다가갔다. 속이 뒤틀리는 기분이었다. 현관으로 달려가서 문을 박차고 아내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브리저의 모습을 발견하는 순간, 목이 턱 막히고 말았다.


나무 창고 뒤에서 나온 브리저가 아내와 소름을 향해 섰다. 소름은 사샤 뒤에서 이를 박박 갈며 따라가는 중이었다. 분명 사샤 눈에는 둘 다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아내가 내가 두고 온 썰매에 다다랐을 때, 브리저가 한 걸음 움직여서 아내를 지났다. 그리고 다시 소름에게 향했다. 소름은... 멈춘 상태였다. 그냥 그 자리에 우뚝 서버렸다.


브리저는 가만히 소름을 응시했다. 사샤가 썰매에 장작을 싣는 동안 그녀 뒤에 서 있었다. 소름의 분노는 얼굴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그 분노는 그에게서 분출되는 열기와 같은 것이었다. 꽉 깨문 치아 사이로 분노에 찬 숨이 나왔고, 가늘어진 까만 눈이 브리저를 향했다.


씨발. 씨발. 미쳤다. 나 지금 내 눈으로 대치 상황을 보는 거야? 사샤의 선물이 브리저한테 먹혔다고? 대박. 나는 사샤가 장작 쌓은 썰매를 끌고 소름과 브리저를 지나는 모습을 입을 쩍 벌리고 바라보았다. 소름이 브리저로부터 시선을 떼더니 목장을 향해서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달려가 버렸다.


브리저가 나를 향해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 차분했던 그의 얼굴은 다시 분노로 채워졌고, 그는 곧 숲으로 사라졌다.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현관에 돌아온 사샤가 멍한 내 얼굴을 보더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내 뒤에 있는 행크, 피트와 벅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나를 향해서 얼음장 같은 분노의 눈빛을 쏘던 그들은 곧 미루나무 숲으로 사라졌다. 충격이 가시지 않은 채 사샤를 마주했다.


"왜 그래, 여보! 무슨 일이야!" 말이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게, 미안. 큰일은 아니고. 그냥, 자기가... 장작 쌓을 때, 아니 그냥 들어가서 말해줄게." 내 설명을 들은 아내는 내가 그 광경을 목격하던 순간처럼 전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꽤 흥분 상태였다. 그리고 몇 주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안도감을 느꼈다.


그들 중 브리저가 리더인 것이 분명했다. 적어도 대다수는 그를 따르는 것 같았다. 그런 녀석이 사샤를 좋게 봤고, 그녀만큼은 괴롭히는 것을 원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적어도 내가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이것이었다. 내 영혼에서 20kg의 짐이 사라진 것 같았다.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놈들이 사샤를 타게팅하는 것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소름은 브리저나 다른 유령과 달리 사샤의 호의에도 전혀 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샤를 쫓는 유령이 다섯 중 단 하나라는 사실이 위안이 되었다.


오전부터 휘몰아치던 겨울 폭풍은 오후가 되면서 더욱더 거세지며 온갖 것들을 넘어뜨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새벽 2-3시경에 다 걷히고 다음 주까지 무리 없으리라고 했지만, 당장은 40cm 이상 쌓이는 눈과 강풍을 상대해야 했다. 날씨 탓인지 회사에서도 1월 6일 월요일까지 재택근무를 시행한다고 이메일을 보내왔다. 사샤를 혼자 두고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지만, 그 이메일을 읽자니 내가 출근을 해서라도 여기를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절박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그날 밤, 사샤와 함께 양초에 불을 붙이고 한참이나 TV를 봤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카운터에 앉아 함께 차를 마셨다. 눈발이 세계를 찢어버릴 기세로 흩날렸다. 한 시간 전에 우리 집보다 조금 더 위에서 나무가 쓰러지는 소리를 들었다. 기상 레이더는 폭풍이 곧 지날 것처럼 보여줬지만, 당장은 그 기세가 너무 등등했다. 휘몰아치는 바람과 삐걱거리는 집 자체만으로 오싹했는지 부엌 바닥에 누워있던 대쉬가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강한 바람이 만들어내는 소음 덕분에 악의 가득한 유령이 내는 소리를 막아주는 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싱크대에 컵을 넣으려고 일어나는 순간, 지옥이 펼쳐졌다.


쨍하게 울리는 금속 부딪치는 소리에 사샤와 대쉬, 그리고 내가 일제히 부엌에 난 뒷문을 바라보았다. 두 번째 소음이 들리고 뒷문 틈으로 들어온 매서운 눈보라 소리가 부엌을 채웠다. 제대로 닫혀있지 않았던 뒷문이 바람에 밀려 열려버렸다.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딸칵'하고 제대로 닫히는 소리를 미처 확인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문이 활짝 열리지 않은 것은 집 안쪽에 달린 오래된 스크린도어의 고리 덕분이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매서운 겨울 칼바람이 엄청난 기세로 집에 몰려들어 내 얼굴을 얼리고 머리칼을 휘날리게 했다.


바람.


**


부엌에 서 있던 사샤와 나는 눈빛을 교환했다. 아마 겁에 질린 사샤의 얼굴이나 내 얼굴이나 표정은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사이에 있던 아일랜드 장을 내려봤고, 똑같은 광경을 목격했다. 양초 심지에 달린 불이 바람에 흩날리는 깃발처럼 옆으로 위태롭게 누워있었다. 집중적으로 휘몰아치는 바람 앞에서 유리 보호막 따위도 아무런 힘을 쓰지 못했다.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그때만큼은 정지화면 같았다. 엄청난 바람 아래 힘겹게 흔들리는 불꽃, 그리고... 그중 하나가 꺼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황급히 움직였다. 아내에게 외쳤다, "라이터 챙겨!", 하지만 아내는 내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이미 서랍장을 뒤지는 중이었다. 나는 4걸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최장 거리를 움직여서 문으로 다가갔다. 작은 고리가 달린 스크린도어가 끊어지더니 뒷문과 스크린도어가 동시에 활짝 개방됐다. 간신히 스크린도어를 낚아챘고, 어깨에 힘을 실어 닫는 방향으로 문을 밀었다. 결국 문을 닫고 집안을 미친 듯이 휘젓던 바람도 사라졌지만 내부는 점점 시끄러워졌다... 유령들이 일제히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고개를 돌리니 양초 위로 몸을 웅크린 사샤가 보였다. 막 꺼진 뜨거운 심지에서 피어나온 연기가 사샤 머리를 타고 올라와 붙박이 등 불빛과 어지러이 섞였다. 아내는 꺼진 초 2개에 불을 붙이고 3번째 초에 불을 붙이려고 라이터를 켜는 중이었다. 그때, 무언가가 문을 강하게 치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사샤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빨리 불붙여!" 다른 몸뚱어리가 문을 향해 내던져지는 소리를 들으며 외쳤다.


다음 들려온 충격음과 함께 문이 살짝 열렸지만 내가 재빨리 체중을 실어서 막았다. 온 근육이 타는 느낌이었다. 대쉬는 문을 향해서 미친 듯이 짖어댔는데, 전례 없는 포악한 모습이었다. 가늘게 뜬 눈, 동굴 저음 뺨치게 낮게 으르렁대며 울부짖는 소리는 전혀 들어본 적 없는 것이었다. 대쉬는 언제라도 공격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문에 들어가는 힘과 공포에 나도 모르게 신음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왔던 충격이 어찌나 강한지 체중을 실어서 몸에 기대고 있는 나를 밀쳐내 똑바로 서게 만들 정도였다. 나는 현관문에 달린 무늬가 들어간 두꺼운 유리를 내다 보았다.


내 시선을 맞이한 것은 소름의 눈동자였다. 나머지는 그 뒤에 서 있었고 소름만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는 의지를 보였다. 안에 들어오고 싶어 하는 강력한 의지. 오늘은 이걸 버텨야 한다.


밤새 양초를 켜두어야 한다. 행여 양초가 꺼지면 빠르게 다시 불을 붙이거나 유령에 맞서야 한다. 그 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댄이 말했다.


이걸 버텨야 한다.


그때 오래됐지만 익숙한 느낌이 나를 찾아왔다. 아주 오랜 시간 나를 사로잡았지만 정작 나는 잊고 있었던 느낌. 변덕스러운 혼돈의 끝에서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뉘우침, 가장 끝에서만 만날 수 있는 침착한 수용. 항복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것은 주변을 둘러싼 마지막 폭력과 소통하는 것이었다. 이 느낌은 다음 같은 상황에 찾아오는 것이었다. 총격전이 심화할 때, 기중에 소음이 가득할 때, 전우들이 피를 흘리며 비명을 지를 때, 움직일 수 없을 때, 하지만 움직여야만 할 때, 손가락이 부러지고 갈비뼈가 부러지고 뇌진탕까지 왔을 때, 입에서 비릿한 쇠 맛이 느껴질 때, 눈에 흙이 들어가서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 공포가 극대화하는 그 순간, 그 마지막 순간에 찾아오는 느낌이었다. 너무 극단적이라서 결국 스스로 소멸하고 마는 그 느낌. 곧 죽겠다는 생각이 들 때 오는 게 아니다.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에 오는 느낌이다.


어쩌면 이들도 마지막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대쉬와 나는 서로의 곁에 섰다. 아내는 나와 대쉬의 뒤에 서서 곧 우리 집에 쳐들어올 엄청난 분노와 징벌의 현현을 기다렸다. 우리가 가장 아끼는 집이라는 공간에 대학살을 몰고 올 영을. 우리가 가진 본능과 야생의 근육이 격렬한 긴장과 예감에 잔뜩 위축되어 당장이라도 문을 박살 내고 들어올 저 잔혹함에 대비할 준비를 마쳤다.


소름이 한 발짝 물러나더니 어깨를 낮췄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 가버렸다. 아내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이미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다 붙었어! 불 다 켰어!" 아내가 외쳤다.


집안을 가득 채웠던 공기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미약하게 울부짖는 소리가 나더니 점점 커졌다. 그 소리는 집 중앙에서, 바닥에서, 벽에서, 뼈대에서, 씨발, 배관에서까지 나왔다. 소리가 어찌나 큰지 동굴을 쩌렁쩌렁 울리는 기분이었다. 사샤를 바라보자 집에 켜두었던 모든 등이 어두워지고 작은 양초의 빛만 남았다. 한없이 자유낙하 하는 기분이 들었다. 심장이 목구멍까지 올라온 것 같았다. 고조되던 울부짖는 소리는 열과 전기, 액체와 바람 같은 것이 집 중앙에서 바깥 방향으로 폭발하는 느낌이 들면서 즉시 사라졌다. 꼭 집이 깊게 숨을 내쉬는 것 같았다. 이후 전등이 정상으로 돌아왔고, 깜빡이던 불은 거센 눈발에 묻혀버렸다.


몰려드는 안도감이 너무 묵직해서 사샤와 나 둘 다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물에 가라앉는 사람처럼 숨을 헐떡이는 우리 입 밖으로 아편 연기가 피어오르듯 입김이 뿜어져 나왔다. 그것은 영이 떠나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서 폭풍이 잦아들 때까지 대쉬를 부둥켜안고 기다렸다. 잠이라면 절대 오지 않을 것 같았지만, 결국 새벽 3시에 침대에 누웠고 사샤는 그대로 잠들었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몇 시간이고 발치에 앉은 대쉬를 쓰다듬고 사샤의 등을 어루만져주었다. 얼마나 아슬아슬했던가. 놈들은 당장이라도 우리를 죽일 기세였다. 해가 뜨기 30분 전에 침대를 나와서 커피를 내렸다. 지난 72시간 동안 내가 수면을 이룬 시간은 약 5시간에 불과했다.


커피잔을 들고 망할 놈들 위치를 확인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날씨가 맑게 갰지만 무진장 추웠다. 어느 정도로 추웠냐고? 밖에 나가자마자 온몸이 얼어붙는 수준이었다. 피곤하다는 말로는 한참 부족했다. 그들이 남긴 흔적을 보면서 상쾌한 기분을 만끽했다. 얼굴이 따끔거렸다. 이제 그들이 더는 밉지 않았다. 그저 이 추운 바깥에서 뜨거운 커피에 입술을 녹이고 있자니 그간 있었던 일이 참 터무니없이 웃겼다.


내가 죽인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다고? 그거야말로 지랄맞고 비극적이고 참신하고도 빡돌은 생각이다. 영이 그런 식으로 사람을 괴롭힌단 말이야? 본인이 직접 설계하는 만드는 지옥. 정말 어이가 없다.


뒷문 현관으로 가자 그들이 보였다. 그들은 뒷문과 울타리 정문 사이에 서 있었다. 하, 이놈들 봐라, 다들 집이 아니라 동쪽 산맥을 바라보며 또 그 이상한 짓거리 하며 지시사항 듣는 모양이다. 저 흉악한 영이 천년에 걸쳐서 뻔하디뻔한 연례행사를 다져왔다고 생각하겠지. 말도 안 돼.


가장 가까이 있는 놈은 소름이었다. 뒷문 현관에서 약 9m 떨어진 놈은 화단 옆에 서 있었다. 자, 그럼 소름이 소름 돋게 몰래 다가가 볼까? 나는 조심히 다가가서 그 뒤에 섰다. "대체 뭘 그렇게 보는 거야?" 내가 물었다.


내가 말하는 순간 그가 움찔했는데, 너무 미세한 움직임이라서 까딱하면 놓칠 뻔했다. 그의 입가가 오므라드는 게 보였다. 혹시 내가 방금... 짜증 나게 만든 건가? "대체 저 위에 뭐 좋은 거 숨겨놨다고 자꾸 보는 거야?" 그러자 소름이 주먹을 꽉 쥐었다. 내가 학교 시험 시간에 뒤에서 답 알려달라고 징징대는 것처럼 느끼는 모양이었다. 대체 영이 뭐라고 말하는 걸까?


나는 다시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동쪽으로 난 산맥이지? 망할 영느님의 드럼 소리와 분노가 도래하면... 너의 귀에 영느님이 어떤 꿀을 발라주시나, 이 개새끼야?"


그러자 그가 내게 몸을 휙 돌리더니 본능에서 치미는 분노로 나를 쳐다봤다. 그의 눈에 눈물이 고여 있었다... 지금 이 유령은 울기 직전이다. 대박이었다. 그는 술집 뒷골목에서나 볼 법한 술 취한 젊은이의 걸음으로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보통 그렇게 오면 주먹도 같이 따라오던데.


즉시 심장이 반응했다. 나는 그에게 대비하며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어차피 날 못 건드리잖아, 이 멍청한 놈아. 나는 마음을 다잡고 버텼다. 그리고 그것이 일어나기 직전에, 그에게 말을 던졌다. "뭐, 어떻게 해보..."


그가 내 얼굴에 대고 소리를 질렀다. 아니, 소리 지른 게 아니라 호각을 분 것 같았고, 죽어가는 돼지의 비명 같기도 했으며 토네이도 같았고 전장에서 죽음을 앞두고 공포에 질려 트럭에 실려 가는 아이가 지르는 비명 같았다. 내 속이 다 떨렸다. 앞이 안 보였고, 위아래 분간도 가지 않았다. 그의 비명이 내뿜는 냄새, 맛이 느껴졌다. 내 치아가 잇몸을 파고드는 기분이었다.


그가 비명을 끝냈을 때, 나는 내가 눈 위에 누워서 그를 올려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름의 몸도 떨렸다. 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그는 이미 몸을 돌려서 떠났다.


왼쪽을 보자 아직 동쪽 산맥을 바라보는 브리저가 보였다. 해가 산 위로 올라올 때까지 그를 응시했다. 그러자 그가 나를 바라보았는데, 그 눈에는... 절망, 체념, 그리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표출한 가장 강력한 감정이었으리라. 그는 빠르게 제정신을 잃어가는 사람 같았다. 물론, 그걸 자각하고 있는 것 같았고.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영도 저놈들을 괴롭히는 건가? 일출과 일몰을 이용해서 저들을 괴롭히는 거야?


그 순간 깨달았다. 번뜩 스쳤다. 내게 깨달음이 밀려오자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그 자세한 내막, 기억, 조가 말했던 모든 것, 내가 오래전 이미 깊은 곳에서부터 알고 있었던 것을 가리던 구름이 사라지자 감정이 복받쳤다. 내 신경이 갈가리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멍청할 수가 있지?


덜덜 떨리는 몸을 일으켜서 작업실로 향했다. 전기톱을 켜서 합판에서 두 조각을 잘라내고 그 위를 검은 스프레이로 덮었다. 그리고 벽에 붙어있던 하얀색 선반 문을 떼서 합판에 붙였다. 그리고 다른 재목을 붙인 뒤 망치를 들고 뒷마당으로 나갔다.


뒷마당 울타리 문에서 가까운 창고로 가 안에 있던 잡동사니를 몽땅 꺼내고 동쪽 산맥을 마주 보는 뒷벽을 망치로 내려쳤다.


그리고 가져온 재목을 처마에 이어서 선반 문 높이를 높여 마당 너머로 어디에서도 잘 보이게 올렸다.


집으로 돌아가서 부엌 가위를 챙긴 뒤 거실로 가서 장모님이 선물하신 멋진 러그 위 소파를 밀어내고 가위로 싹둑싹둑 자르기 시작했다. 담요로 꽁꽁 싸맨 사샤가 방에서 나오더니 나를 보고 외쳤다. "대체 뭐 하는 짓이야!"


"이따가 다 설명해줄게." 미친 듯이 러그를 자르느라 아내가 던지는 질문도 제대로 안 들렸다. 마무리한 작업물을 챙기고 사샤를 보며 웃었다. 아내는 단단히 열 받은 것 같았다. "대체 무슨 짓이냐고, 해리! 당신 때문에 무섭잖아, 빨리 대답해!" 나는 아내에게 입을 맞추고 말했다. "여보, 어떻게 해야 할지 알았어. 그냥 나만 믿으면 돼, 알았지" 아내는 제대로 짜증 난 것 같았지만 내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대쉬를 데리고 창고로 향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필요한 도구를 옮겼다. 호스 같은 잡동사니까지 차고로 옮기고 나니 비로소 내 작은 프로젝트가 완성되었다.


장난 없는데, 만약에 이게 먹힌다면 댄과 조가 펄쩍 뛸 거야.


내 방법은 제대로 먹혔다.


해가 저물 무렵, 사샤와 함께 커다란 울 담요를 덮고 뒤쪽 현관에 앉아서 담배를 나눠 폈다. 댄과 루시, 그리고 조가 우리와 합류했고 대쉬가 사람들의 손길을 갈구하며 주변을 맴돌았다.


처음 그것이 시작되고 나서 5분이 지나도록 사샤와 댄, 루시는 아무 말도 못 하고 나와 창고를 번갈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우리 모두 느낄 수 있었다. 조가 우리의 즐거움을 함께했지만, 그리 놀란 얼굴은 아니었다. 그는 나를 보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디 저 도끼와 함께 그들의 분노를 묻을 수 있기를 바라네, 해리."


이후 유령들이 목장에 있는 동안 내가 그들과 나눈 소통은 마주칠 때마다 눈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잔뜩 성이 난 소름과도 그것이 가능했다. 그들은 시간을 정해둔 것처럼 매일 함께 창고를 찾았고, 우리를 괴롭히지 않았다. 다음 주에 그들이 사라질 때까지 평화로운 날이 이어졌다.


내가 방해했다는 이유만으로 소름이 울부짖다가 귀를 찢어버릴 만큼 강렬한 비명을 지르고 혼란스러움과 비통함이 동시에 담긴 브리저의 얼굴을 본 직후, 기존 재목 위로 새로운 래커 칠이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내가 일을 단단히 꼬아놨음을 깨달았다. 나란 인간은 어떻게 그런 세심한 부분을 놓칠 수 있는 건지.


내가 문에 달아놓은 합판은 별과 초승달 모양으로 조각해서 칠한 것이었다. 그리고 장모님이 주셨던 러그를 5개의 사각형으로 잘라서 창고 바닥에 하나씩 깔아 이미 허물어놓은 창고 벽, 그러니까 동쪽 산맥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마주 보게 두었다.


이때까지 영이 영혼들을 세뇌했다고 믿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들이 동쪽을 바라보는 것은 영을 바라보기 위함이 아니었다. 그 행위는 잊지 않기 위한 그들 고유의 의식이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았던 것이다. 2년간 아프가니스탄에서 지내면서 무수히 봐왔던 것이지만 결국 나의 문화가 아니라 잊어버린 그것. 그들이 평생 해왔던 의식은 죽어서도 계속되는 것이었다.


나의 유령들은 저만의 신을 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을 위한 사원을 만들었다. 내 유령과 그들의 신이 서로를 만날 수 있는 장소를.


그리고 살면서 처음으로, 내 삶을 차지했던 전쟁에 마침표를 찍은 느낌이었다. 나의 유령도 나와 같은 기분이었으리라.






이게 마지막이야! 개인적으로 엔딩이 마음에 들어서 가져왔는데 다들 마지막까지 재밌게 읽었으면 좋겠네~

각 편마다 읽기 쉽게 다음 화 링크 달아뒀어! 혹시 모르니 여기에 전체 링크 달아둘게.


1. 인트로 : https://yul-do.com/humorissue/19747196

2. 빛(봄) : https://yul-do.com/humorissue/19750193

3. 곰 추격전(여름) : https://yul-do.com/humorissue/19762560

4. 허수아비(가을) : https://yul-do.com/humorissue/19774316

5. 겨울 현현(겨울) : https://yul-do.com/humorissue/19789310

6. 아웃트로 : https://yul-do.com/humorissue/19790431


출처 : https://blog.naver.com/iamsuekim/222011957346 (번역)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fegajd/my_wife_and_i_bought_a_ranch_in_the_mountains/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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