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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고상한 귀족 영애들의 사교계 유희

ㅊㅊ 엽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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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드레스와 교양 넘치는 음악,

귀족 자제들의 사교 활동 등등

귀족 영애들의 사교계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 왔다.

 

아마 우리나라도

로맨스 판타지물로 사교계를 접한 분들이

아주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무래도 귀족들이 모이는 곳인만큼,

이런 저런 신경전도 많았고

신분의 위아래를 따라서 싸우거나

누가 사교계의 윗선이 되느냐를 두고

많은 영애들이 다퉜다.

 

이건 가문의 명예까지 걸린 문제라

영애들은 목숨까지 걸었을 정도다.

 

 

그럼 여기서 잠깐,

정말 사교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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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에는 악영 영애가

머리 굴려서 망신을 주거나

남자들을 병풍 삼아서 상대방을 괴롭히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사실 사교계에서는

이보다 더 간단한 해결 방법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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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머, 직급도 낮은 주제에 지금

먼저 남자에게 말을 건 거예요?"

 

"한미한 가문 출신 주제에 어딜 감히 토를 다는 거예요?"

 

"누가 보면 영애가 사교계의 주인공인 줄 알겠군요."

 

"후후후, 그런 말도 안되는 드레스는 뭐죠?

이래서 가난뱅이 시골 귀족들이란!"

 

 

이렇게 싸움이 일어나게 되면 보통 영애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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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빼들었다.

 

그것도 진짜 진검을

 

 

"가문을 우롱한 죄, 피로서 묻겠소!

어서 칼을 드시오!"

 

"본녀에게 도전하는 것인가?

그 용기는 가상하나, 이 몸이 천하제일검이라는 건

잊으신 모양이로군." 

 

"왜 이리 말이 많소?

여자는 자고로 검으로 대화하는 법!"

 

"그 기세는 가히 훌륭하구나.

만용인지 용기인지는

검을 맞대어 봐야 알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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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킨 죄, 본녀가 묻겠소!"

 

"어설프구나, 이런 검으로

무슨 가문의 명예를 되찾겠다는 것이냐!"

 

 

 

바로 '결투' 였다.

 

말 그대로 마음에 안드는 영애들 끼리

칼 들고 진검 승부를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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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알력 싸움도 없던 건 아니지만,

보통 사교계에서는 그냥 칼 들고 맞다이를 뜨는

결투가 유행을 끌었다.

 

넹? 고귀한 귀족 영애가 칼을 들고 싸운다구요???

라고 생각하기 쉽겠지만,

사실 근세까지만 해도 호신용+교양으로

귀족 영애가 펜싱이나 검술을 배우는 건 아주 흔했다.

 

오히려 그 시절에는 검술이 일종의 교양이라

못하면 망신 당했다. 

 

특히 '신은 보다 옳은 자를 가호해줄 것이다' 라는

말도 안되는 믿음 하에

서양에서는 명예를 걸고 결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그건 남자건 여자건 가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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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자끼리 결투는

비엔나의 공주였던 파울린 폰 메테르니히와 

아나스타샤 칼만세이 백작부인의 결투다.

 

뮤지컬 꽃장식을 가지고 싸우다가

결국 결투까지 번진 것이었다.

 

둘은 옷이 말려들어가 감염될 수 있다는 위험 하에,

혹은 '나는 아무것도 숨긴 것이 없다'란 의미 하에

웃통을 전부까고 결투를 했다.

 

여자가 기사들처럼

명예롭게 웃통 벗고 싸웠다는 이야기는

대서특필 됐고

이는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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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귀족 영애들끼리 싸울 때는

몇 가지 규칙이 있었다.

 

1. 남자는 참관할 수 없다.

참관은 오직 여자들만 가능하다.

 

2.웃통을 전부 벗고 싸웠다. 

혹은 코르셋이나

속옷 정도는 입었다.

하지만 보통 웃통을 전부 벗었다.

 

3. 칼은 진검을 썼다.

여자들이 쓰는 거니까 가검?

그런거 없다.

오히려 그런거 쓰면 망신만 당한다.

 

4. 나이가 많거나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여자가

심판과 치료를 담당 했다.

해당 그림 아래에 보면 약상자를 살피고 있는

 중년의 여자가 있는데

약학 권위자인 공작 부인으로

다치는 사람이 나올 경우 치료하기 위해서였다. 

 

5. 먼저 상처를 내는 쪽이 이기는

퍼스트 블러드 방식을 취했다.

만약 서로에게 여러번 상처를 입힐 경우

상처가 많거나, 혹은 

머리에서 가까운 상처를 낸쪽을

판정승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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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패배다...."

 

"후후후, 좋은 수업이 됐길 바라네.

그래도 검술에 일가견이 있고

재능이 신묘하니, 추후 더 심기일전하여 도전하시게나."

 

 

이렇게 지면 패배를 인정하고

사교계에서 영향력이 줄어들거나

이긴 쪽을 상전으로 모셨다. 

보통 가문의 명예가 걸린 문제 였기 때문에

영애들은 죽기살기로 싸웠다고 한다. 

 

승자는 사교계에 명성이 높아질 뿐 아니라

검술이 뛰어나다고 알려진 영애들이

도전하는 일도 많았다.

 

그냥 배경만 로판이지

흘러가는 건 

무협 세계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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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영애가 지난 번 백작부인을 이겼다는 천하제일검인가?"

 

"듣자하니, 검술이 신묘하여 눈으로 쫓기 어려울 지경이였다는데...."

 

"아아, 저런 영애에게 말 한 번 건넬 수 있다면!" 

 

 

여자가 칼 들고 싸운다뇨! 야만스러워라!

라는 로판물 대사를 떠올리기 쉽지만,

당시에는 건강미 있고 교양 넘치는 영애가 주목 받았다.

 

검술이 뛰어날 정도로 건강한 체구에

교양이라 불리는 펜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것 자체가

이 영애가 얼마나 뛰어난 존재인지 증명하는 셈이었다.

 

뭣보다 싸움구경 불구경이 제일 재밌다고 누가 그랬던가.

결투가 일어나면

누가 이기고 누가 질지 열광하기도 하고

승자에게 말 한번 걸어보기 위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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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다고 해서 

이 제도가 옳다는 것은 아니다.

 

당시에는 자기보다 잘나가 보이는 여성,

혹은 자신보다 계급이 낮은 여성,

혹은 그냥 만만한 여성에게

결투를 신청하고 본보기로 밟아주는게 유행이었다.

 

그리고 결투를 신청하는 기준도 어처구니가 없다.

 

내 상징인 어떤 꽃을 꽂아서,

계급이 낮은데 먼저 남자한테 인사 걸어서,

나한테 인사 안해줘서 등등

 

별 시덥잖은 이유로 명예 운운하면서 싸움을 걸었다.

 

그러다가 천하제일검인 영애가 나타나면

오히려 본인이 밟히는 경우도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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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도전하는 바이요. 본녀의 검을 받으시게나!"

 

"껄껄껄. 재주가 얼마나 늘었는지 궁금하구려!" 

 

 

결투 이후에 꼭 원수가 되는 것도 아니었다.

 

시원하게 한판 뜨고 친구가 되거나

서로 간의 앙금을 해결하거나

서열 정리나 싸움이 깔끔히 해결된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영애들간 신경전이 일어나면

나이 많은 여성이

'야, 니들 그럴 거면 걍 한판 뜨고 끝내' 라고

은근히 부추기는 일도 자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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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하게 차마시기,

교양 있게 말 하기 등등

전생 하는 귀족 영애들은 하나 같이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날 것 같지만

사실 진짜 사교계는 생각보다 험악한 곳이었다.

 

연약한 레이디?

미안하지만 넌 본보기로 밟힐 거다.

강한자만이 살아남는 곳이 사교계였다. 

 

사교계 데뷔를 위해서

검술 스승까지 초빙했을 정도니 말 다했지...

 

시간이 지나면서 

싸움이 결투로 번지는 경우도 사라지고

검술은 펜싱이라는 스포츠가 되어 남았지만

아직도 영애들의 결투는 전설로 남아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우리 언젠가

로판 세상에 전생할 때를 데뷔해서

검술을 미리 연습해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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