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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펌] 공병팔아 소주를 사가시던 할머니.txt

할머니와 최저임금 - NBA Mania 



저는 동네마트를 하는 40대중반의 아재입니다.

저희마트로 매일 공병을 팔러오는 70~80세 쯤으로 보이는 할머니가 계신데 공병을 팔고 매일 소주 1~2병을 사가셨어요.
제가 계산을 하면서 할머니 소주 매일 이렇게 드시면 몸에 안좋다고 얘기하니 할머니는 자기 먹는거 아니라고 얘기를 하시고 자기는 생활보호 대상자고 하루종일 공병모아도 30병 모으기도 힘들다 그러시더라구요.

대충 상황이 짐작됐습니다.
할머니 남편분이나 아들이 먹을 소주를 매일 공병모아서 사가시는게 틀림없었죠.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저는 제3자고 어렵게 사시는분들중에는 이런분들 많은걸요.

어느날 제가 출근을 하니 그 할머니가 야채이모(직원)랑 같이 야채를 다듬고 계시더라구요.
왜 이걸 하고 있으시냐고 물어보니 이거 다듬는거 도와주고 안쓰는 야채 받아갈려 그런다고 하시더라구요.

처음에는 야채이모한테 할머니에게 이런거 하시게하지 말라고 얘기 했는데 생각해보니 할머니가 좀 딱하더라구요.

저는 이후로 할머니 오시면 이틀에 한번정도 1~2시간 야채다듬는거 도와주시게 하고 만원씩 드렸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더드리겠지만 할머니가 야채 다듬는 속도가 야채이모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지기도 하고 그닥 일손이 필요없을때도 야채이모가 하면되는걸 할머니께서 하시게 했으므로 많이 드리기는 힘들었습니다.
물론 조금 안좋은 야채나 과일도 드렸고 유통기한 하루,이틀남은 어묵이나 우유도 같이 드렸죠.
(정말 유통기한 지난건 안드렸습니다. 빨리 드셔야 된다는 말도 항상 드렸구요.)

그렇게 3주쯤 지났는데 그 할머니 아들이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최저임금이 얼마인데 한시간넘게 일시키고 만원만 주냐고 노동청에 신고하겠다더라구요. 이동네 토박이 직원한테 물어보니 그 할머니 아들 맞다 그러데요.
상황설명을 했지만 술냄새 풀풀 풍기는거 보니 말이 통할상대는 아니더라구요.
결국은 최저임금 차액 그정도 안되겠지만 하루에 2시간 일했다치고 8만원 줘서 보냈습니다.

할머니가 다음날 오셔서 야채다듬을거 없냐고 물어보시는데 저는 인제 야채 다듬는거 하시면 안된다고 말씀드렸죠.

이후로 며칠동안 계속 마음이 안좋고 씁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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