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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네이트판) (사이다) 결국 파혼하려 해요 응원해주세요

긴 고민 끝에 파혼하려고 합니다


상견례 후 코로나 때문에 미뤄지고 있었는데 코로나에 감사해야 되겠네요.


제가 파혼하게 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남친은 회사 끝나면 집에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않아요. 일이 힘들어서 집안일 할 체력이 없대요. 저녁에 배달음식 시켜먹고 빨래는 항상 쌓여있고 청소 안해서 먼지가 굴러다녀요. 몇번 놀러가서 안쓰러워서 해줬는데 처음엔 저 간다하면 청소는 대충 하더니 이젠 그것도 안해요. 먹은 배달음식 쓰레기도 제때 안버려요. 결혼 후 맞벌이임에도 집안일 분배는커녕 애가 태어나도 내가 집안일에 육아에 저만 배로 고생할 것 같아요.



2. 아이를 낳고 애는 여자가 키우길 원하면서 여자도 계속 돈을 벌어야지라는 말을 자주합니다. 저도 그 말에 동의하지만, 남친은 여자가 남자보다 돈을 적게 버니 집안일도 해주면서 돈도 벌면서 애도 낳고 키워주길 바라는 것 같아요. 결국 대화해보면 애가 어릴때는 여자가 보고 어느정도 크면 나가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소리인데 틀린말은 아니지만 덜컥 겁이 나더라구요. 임신하느라 몸망가져, 아이 키우느라 고생하고 좀 살만해지면 다시 돈벌이를 해야하는데 그렇게 경단되고 애있는 유부녀인데 다시 일하고 적응하기 쉬울까 하는 걱정...하게 되는 일도 한계가 있을거구요.



3. 남친은 제가 시어머니께 딸같은 며느리가 되기를 원합니다. 그런데 이건 말이 안되는게 제가 엄마한테 대하듯 시어머니한테 했다간 난리날걸요?? 저희 엄마는 늘 주기만 하는 사람이고 저는 받기만 하는 사람인데...아무튼 며느리도리라는게 벌써 부터 숨이 턱턱 막혀요. 이제 곧 며느리 된다고 이것저것 바라시는데 저희 부모님은 남친에게 바라는 게 없는데 왜 남친부모님께선 저에게 당연하게 이런걸 바라실까 답답하고 스트레스 받습니다. 남친도 효도를 하고 싶으면 지금, 본인이 하면 될 것을 자꾸 결혼하면이라는 전제를 붙여서 효도를 하고 싶어해요..생각보다 너무 부담스럽습니다.



4. 남친이 나이가 많아 체력이 달리는게 걱정됩니다. 남친은 저보다 6살이 많아요. 지금도 힘들다고 축축 늘어져있고 데이트도 드라이브조차 가기 싫어해서 본인 집에서(전세대출 받은) 하자고 하고 제가 보다못해 청소해주고 요리해주는데도 피곤해피곤해 입에 달고 사는데...결혼하면 제가 너무 고생할 것 같아요. 나이차가 나는건 상관없으나 신체 나이가 어느정도 비슷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어리니 오빠보단 낫지만 체력이 강한편이 아니라 둘다 너무 고생할 것 같습니다.


5. 결혼하면 남친 전세집에서 신혼을 차리는데 그러면 제 직장이 너무 멀어져 이직을 해야합니다. 직장 구하는거 새로 직장 들어가 적응하는 것 어느거 하나 쉬운 일이 없어요. 한군데서 오래다녔으니 지금 제 직급에 제 월급인거지 이직하면 연봉을 낮춰야 합니다. 제 남친은 여자니까 돈 조금 벌어와도 된다, 이런 사람도 아닌것 같아요. 결혼 준비할 때도 내가 돈을 더 많이 가져왔으니 저보고 양보하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결혼 생활 할때도 내가 돈을 덜 번다는 이유로 양보할 일이 많아지게 될 것 같아요.



6. 이게 가장 큰 이유인데...지금이 너무 행복합니다. 결혼생활이 적성에 안맞나봐요. 그냥 다니던 직장에 계속 다니면서 돈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 것, 사고 싶은 것 사고 노후준비하는게 더 행복할 것 같아요. 남친과 결혼해서 애낳고 사는게 아무리 생각해도 더 힘들것 같아요.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집안일은 지금보다 2~3배에 애 낳느라 몸도 망가질 것이고, 육아 하느라 힘들고 경력도 단절되고 그리고 무엇보다 어차피 다시 일을 하게 될텐데 그냥 다니던 직장 쭉 다니는게 나을 것 같아요. 애 케어하며 직장 다니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구요.



글 쓰면서 생각정리를 해봤는데 이것 말고 이유는 엄청 나게 많아요. 결혼은 현실인것 같습니다. 연애 때는 서로 가끔 만나 예쁘게 차려입고 예쁜 곳에 놀러가서 밥 먹고 헤어지니 서로 행복한 미래도 그리고 결혼해서 애도 낳고 키우고 살고 싶었는데 막상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면 할 수록 결혼이 점점 멀어지네요.


한편으로 다행이에요. 코로나 때문에 결혼이 미뤄지고 남친을 좀더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어서요..그전까지 남친은 연상이라 믿음직하고 자상한 남친이었는데 결혼하려고 보니 도저히 행복한 결혼생활이 그려지지가 않아요.


남자든 여자든 돈이 많거나 부모 지원이 많거나해서 주양육자가 경제부담을 크게 지지 않거나, 공무원처럼 주양육자가 되기 쉬운 직업이거나 하지 않는 이상 결혼해서 애낳고 키우고 사는게 보통일이 아닌것 같습니다...저는 그냥 저하나 건사하기도 부족한 사람이에요. 그건 남친도 마찬가지겠죠. 이 땅의 부모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다른 분들도 연애랑 결혼은 다르니 다른 분들도 결혼할 때 신중하시길요..특히 체력이 중요한 것 같아요. 집안일도 육아도 여행도 다 체력이 있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https://zul.im/0Lyr5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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