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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말딸) 그래스 원더가 크레이지 싸이코 레즈가 된 이유

경마라고 하면 순진한 말을 혹사시킨다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지만,

사실 말들도 머리가 좋아서 

자신이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 대부분 잘 알고 있다.


(가끔 정말 모르거나 장난치다 까먹거나

작정하고 기수를 멕이려 드는 경우도 없진 않다,

사실 이것도 경마의 룰을 이해 못하는 머리였다면 절대 못 할 짓이다.

 

뭐 그래서 결론은 고루시 똑또캐.)




스타팅 게이트가 열리면 뛰쳐나가야 한다는 것은 배워서 알고 있다.

이제부터 자신의 속력으로 다른 말과 경쟁해야 하며,

빨리 도착한 말은 많은 대접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러다 보니 승부근성이 넘치는 말들은

승리를 위해 기수의 지시를 씹어버리고 자기 루트를 개척하거나

다 졌다 싶어서 기수도 포기한 순간에 기지를 발휘해서 무서운 속도로 날뛰기도 하며

누가 안 시켜도 대회 전에 스스로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패배하면 진심으로 분해하는 말도 당연히 있다.

스페셜 위크도 그렇다.



우마무스메에서는 그래도 성격이 좋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성격 지랄맞기로 유명한 미국 태생 '선데이 사일런스'의 자마.

 

모계는 마루젠스키의 딸인 캠페인 걸.

스페셜 위크 출산 후에 죽어버렸다.

그래서 같은 목장의 유모마 젖을 먹고 자라야 했는데

하필 유모마도 젖을 주기 싫어하는 까칠한 성격이라

묶어놓아야만 스페셜 위크가 젖을 먹을 수 있었다.

 

어머니도 없고 유모마도 성격 까칠하고,

딱히 어디 정 붙일 데가 없는 상황이었던 거다.

 

그래서 뉴질랜드 사육사인 티나가 양어머니 역할을 하게 되었는데

말과 같이 있기보다는 사람 손을 더 많이 탄 게 문제였다.

 

오히려 같은 서러브레드 종에게 익숙하지 않게 되어버렸고

여기에 혈통의 힘이 더해지면서 나이를 먹을 수록

같은 말에게 신경질을 내거나 흉포하게 구는 일도 잦아지게 된다.




농담 삼아 '애미가 둘이라 좋으시겠네요'라고 놀리곤 하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성격 까칠한 스페셜 위크를 멕이는 말처럼 들린다는 게 유머.

현실로 따지면 성격이 더 희한한 이복형에게 저 말을 듣는 셈이라 더 유머. 

 

어쨌든 성격은 지랄맞아도

경마로서의 혈통 만큼은 우수했던 선데이 사일런스 계의 혈통인 만큼

특수한 성장 환경과 더불어 데뷔 때부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스페셜 위크.

 

1998년에는 일본 더비를, 

1999년에는 덴노상 봄·가을과 재팬 컵을 휩쓸 만큼 성적도 좋았다.

 

다만 이 해, 스페셜 위크의 흥행에 

제대로 초를 칠 녀석도 두각을 드러낸다.

스페셜 위크와 같은 해에 태어난 말, 그래스 원더다.



스페셜 위크는 이미 세이운 스카이, 엘 콘도르 파사와

엎치락뒷치락하며 경쟁을 펼치고 있었으며 지는 일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래스 원더와의 혈투에서 패배한 일이 

더 자주 회자되는 데에는 한 가지 이유가 더 겹친다.

 

어쨌든 아버지의 혈통과는 별개로 

일본에서 태어났기에 일본산으로 취급되는 스페셜 위크와 달리,

그래스 원더는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산 말이기 때문.

 

때문에 당시 기준으로 그래스 원더는

일본 더비와 천황상 출전이 불가능했다.

(2010년 이후로 룰 완화)

 

거기에 그래스 원더는 부상도 잦고 유리몸이었던 탓에

참여 못하는 대회가 슬슬 많아지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1998년 아리마 기념 때에는 1착이라는 좋은 성적을 거두었지만

언제 또 살이 찌거나 부상이 생길 지 모르는 상황.

 

어쨌든 룰 상의 제약과 그래스 원더의 컨디션 부진으로 인해

1999년 다카라즈카 기념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 스페셜 위크와 그래스 원더.

말하자면 일본산 말과 미국산 말의 정면 대결.

 

한창 덴노상 봄 1착으로 흥행에서 승승장구하던 스페셜 위크와 

컨디션이 불안정해 지고 있던 그래스 원더.

 

 

그러나 1999년 다카라즈카 기념과 아리마 기념에서

스페셜 위크는 모두 패배했다.

같은 미국산 말이었던 엘 콘도르 파사와의 악연과도 달랐다. 

 

2번의 승부에서 전부 2착, 완패였다.




1999년 아리마 기념은 스페셜 위크의 은퇴식이었다.

박빙의 승부였다. 두 말 모두 놀라운 추월이었다.

 

카메라 판독이 돌아가고 있었지만

스페셜 위크와 기수 타케 유타카는 이미 승리를 확신하고 위닝런을 돌고 있었다.

 

하지만 위닝런을 한 바퀴 돌고 나서 돌아온 결과는

착차 0.0 차이, 그래스 원더의 승리였다.

 

 

그래서였을까,

은퇴식에서 석패하고 종마로 전업한 

스페셜 위크에게 생긴 새로운 버릇은,

밤색말만 보면 성질을 부리는 것이었다.

 

정말 밤 색 털을 가진 그래스 원더 때문이었는지,

원래 혈통에 있던 까칠한 성격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있었기 때문인지.

사실 그건 당사자만 알 일이긴 하다.

말은 말을 못 하니까.

 

다만 어쨌든 그 일 후로 밤색말만 봤다 하면

물어뜯으려 하거나 패악질을 부렸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그리고 15년 뒤인 2014년.

 

둘 다 종마가 된 스페셜 위크와 그래스 원더가 재회하는 행사에서도

스페셜 위크는 오랜만에 그래스 원더를 마주하자마자 위협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이 둘을 따로 입장시켜야 했던 상황.

그래스 원더가 먼저 입장하는 걸 지켜보는

스페셜 위크의 성질머리는 극에 달해있었고,

그런 스페셜 위크의 눈총을 온 몸으로 맞고 있던 그래스 원더는...

 

(모자이크로 가려지지 않는 우람함)

 

기립했다.

 

과거의 숙적, 스페셜 위크가 내뿜는 분노를 온 몸으로 맞으며

그래스 원더는 다섯 번째 다리를 기립시킨 채로 입장한다.

 

하지만 사실은 스페셜 위크 때문에 흥분했다기보다는

은퇴 후 한창 종마 생활을 해오게 되면서

'사람이 많이 모였다 → 아, 곧 짝짓기 하겠구나'

라는 조건반사적인 기립이었던 것.

 

그러나 이야깃거리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 상황 자체가 아주 흥미진진한 떡밥이었고,

'자신을 싫어하는 상대에게 흥분하는 그래스 원더'라는

이야기를 만들기에도 충분했으며...

 

결국 우마무스메에서까지 성별을 바꿔서

크싸레 수준의 집착을 보여주는 캐릭터가 되어버렸다...




덧붙여 몇 년 전 먼저 세상을 떠난 스페셜 위크와 달리

그래스 원더는 지금도 잘 살아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ixAECoMuNs


수명도 이겼다. 


ㅊㅊ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11846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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