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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오컬트 [reddit] 아내와 작년에 산중 목장을 샀는데, 이웃이 독특한 운영법을 알려줬다 5, 겨울 현현

아내와 작년에 산중 목장을 샀는데,

이웃이 독특한 운영법을 알려줬다

5, 겨울 현현

(My wife and I bought a ranch in the mountains last year, and my neighbor had some interesting suggestions on How To Manage Our New Land: The Ghosts Arrive)



11월 초에 있었던 마지막 허수아비 시련 후, 거의 26시간을 몰아서 잔 것 같다. 이어지는 주 대부분 일을 쉬면서 아내와 함께 지내며 최대한 심신을 안정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도 가졌다. 사샤, 대쉬와 댄을 직접적인 위험에 노출시킨 장본인이 바로 나라는 사실에 세상에서 둘도 없는 쓰레기가 된 기분이었다. 이사하고 싶었다. 이 집과 목장을 팔고 직장도 때려치우고 이 지긋지긋한 동네를 벗어나고 싶었다.


이곳에서의 삶이 주는 불가피한 조건 때문에 나 자신도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내 본능은 위험 요소를 모두 제거하는 것이었지, 그 위험이 주는 미세한 뉘앙스를 파악하고 적응하며 사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사샤가 나 대신 최종 결정을 내려주기를 바랐다. 이곳을 떠나는 결정은 내가 아니라 그녀가 내려야만 했다. 아내에게 내 감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녀의 본능과 직감을 진심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도 100% 순응하고 따르겠노라고, 우리는 언제나 함께 움직인다고, 하지만 지금 직면한 '영'과 관련한 문제는 언제까지나 그녀가 이끌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날 내가 그렇게 기절한 사이, 댄이 조를 불렀던 모양이다. 내가 깨어나기 전까지 조는 사샤에게 이곳과 영에 관한 긴 설명을 해주었다. 덕분에 사샤는 새로운 자신감을 얻고, 영이 씌인 이 코딱지만하고 아름다운 목장에 더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된 것 같았다. 이후 며칠간 사샤는 내 말에 귀를 기울였고, 나 역시 그녀의 말에 집중했다. 아내는 계속 이곳에 머무르고 싶다는 입지가 확고했다. 물론, 이곳에서의 생활이 나를 비참하게 만들지만 않는다는 조건 하에서 말이다. 나는 아내가 원한다면 나 역시 원하노라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나 역시 이 땅을 사랑했다. 그 사랑이 외관적인 면모에만 국한될지라도.


길게 낸 휴가 덕분에 나는 자아 성찰(그리고 자기연민까지)에 빠져서 보냈다. 덕분에 내가 진짜 어떻게 생겨먹은 놈인지 제대로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문화 시민의 삶에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던 나였다. 그 과정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트라우마를 인지하고 받아들인 다음, 그것을 완전히 이겨내는 것이었다. 트라우마 비스름한 것과 당장이라도 마주칠 것 같은 상황이 오면 곧바로 무너지는 나였기에 차라리 줄담배나 피우면서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지는 게 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했다.


18살의 나는 삶의 경험이라는 개념이 거의 제로에 수렴하는 얼간이었다. 고등학교 미적분 수업을 땡땡이치고 내가 향한 곳은 시내에 있는 군인 양성소였다. 인류 역사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 육성소. 청년을 고릴라 수준의 지능으로 바꿔버리는 그런 곳. 이후 6년간 그것이 나의 삶이었다. 그중 3분의 2는 서부에서 지내며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잠 못 이루는 단조로운 훈련의 시간이었다. 남은 3분의 1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보낸 시간이었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이미 명령에 따른 것이었지만, 아프가니스탄에서 처음 자유를 맛보았다. 그때 처음으로 나라는 인간이 특별하고, 내가 존경해 마지않았던 윗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었으며, 처음으로 다른 사람들이 나를 의지하고 따른다는 느낌을 받았던 순간이었다. 게다가 '전쟁 경험'이 나를 흥분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었다.


인간의 상호작용과 공리성에 빠질 수 없는 본질적이고 고질적인 개념이었다. 축제, 춤, 일부일처제, 음악, 사냥 등, 젠장, 심지어 농사보다 더 오래된 개념이다. 그 개념이 전쟁이라고 특정하는 것은 아니다. 거시적 개념과 지정학적 개소리는 집어치워도 된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전투다. 그 개념은 단순하기 그지없다. 전투의 기본은 여전히 시간과 문화를 거스르는 대신 더욱더 오래되고 비극적일 정도로 인간다운 무엇과의 새로운 연결을 형성했다. 나는 한없이 차갑고 칙칙한 골짜기에서 강철과 불꽃으로 인간을 갈가리 찢어 죽이는 것이다... 그 역시 같은 방법으로 나를 해하려 한다. 비굴하고도 끔찍한 사실은 무척 중독적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보낸 시간 대부분은 뭐랄까... 내게 좌절감을 안겨주었다. 강인하고 경쟁심과 멍청함이 넘쳐흐르는 18-22세로 가득한 해병 훈련 대대는 유리 조각을 씹어먹고 어떤 짓을 해서라도 서로를 지키라고 가르치는 곳이었다. 끔찍한 짓도 서슴없이 시키는 그곳은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신입이 신병 훈련소와 훈련 대대를 거치면 졸병 소총수로 진화한다. 해변을 급습하고, 방어 시설을 포위하고, 침입 작전을 지휘하거나 그런 시도를 하다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도록 훈련받는다. 내 생각에 해병 부대를 일반 시민으로 위장한 폭도가 섞인 무리와 경찰이 있는 곳에 파견하는 것은 정말 세상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하, 우리가 그 짓을 정말 많이 했더랬다. 검문소, 차량 수색, 노인 몸수색, 가끔 저격수에게 당하고, 이리저리 싸돌아다니고, 폭탄을 몸에 지니고 땅바닥에 숨은 35세 폭탄 테러범을 뛰어넘기도 하고. 다들 개소리하네.


그 짓거리를 한 지 일 년이 지났을 때, 내가 소속되어 있던 대대는 아프가니스탄 마자 침입을 준비하는 7개 국가의 연합체에 참여했다. 그 경험이 내게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그것이 진짜 전투였다. 그곳에서 우리는 나쁜 경찰 역부터 소련에 저항하는 탈레반 전사들의 치아를 부러뜨리기까지 다채롭게 활동했는데, 내가 뻘짓을 하는 동안에도 탈레반은 진짜였다. 그들은 자신을 종교 심판관으로 칭하며 스스럼없이 정체를 드러내는 진짜 나쁜 놈들이었다. 그들은 여자와 아이가 밝은색 옷을 입거나 집에서 노래를 불렀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두들겨 패고, 청년이 기타를 배우거나 말대꾸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을 죽이는 그런 새끼들이었다. 그래서 내게는 더욱더 의미가 있던 작전이었다.


작전이 끝나고 나자 현실은 나처럼 아무 이유 없이 매사에 화가 난 쓰레기를 상대하는 그런 하찮은 것으로 전락해버렸다.


그래서 진저리가 나버렸다. 불꽃이 일던 열정은 사라졌다. 경찰 따위는 되고 싶지 않았다. 해병대를 나올 기회가 생기자마자 바로 뛰쳐나왔다. 하지만 해병대와 분리된다는 것은 곧 21세기의 미국 생활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나는 그것을 해냈다. 사샤가 없었다면 힘들었으리라. 하지만 일부는 친구들 덕도 있었다. 비명과 공포, 죽음 아니면 '나 자신을 아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게 절대 아니라는 것을 깨우쳐준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때부터 내 성격은 더 온화해지고 배려하는 사람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좆같은 해병대 바깥에서 마주하는 경험과 관계가 주는 엄청난 가치를 감사하는 법도 배웠다. 이 생에서 내 목적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그렇지만 물리적인 위협이 있다면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그것의 면전에 침을 뱉고 들이받고 그것이 쓰러지면 뒤꿈치로 밟아 으스러뜨려줄 생각이니까.


아무튼 존나 기이하고 무시무시한 쌍놈의 고대 지구의 영혼이 나의 안녕과 정신 상태에 특별히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그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낸다는 것은... 내 인생의 목적에 전부 반하는 것이다. 예상하는 이번 겨울은 악몽이었다. 군에서 생활하면서 폭력으로 대하라고 지시받았던 대상들, 그리고 실제로 내가 폭력적으로 대했던 사람들이 이번 겨울에 나를 만나러 오는 것이다. 존나 무서웠다. 하지만 사샤에게는 노력해보겠다고, 그리고 버틸 수 없으면 솔직하게 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11월을 지나면서 우리도 다시 정상 궤도에 올랐다. 대쉬와 함께 뇌조나 꿩 사냥도 많이 다녔고, 사샤와 함께 매일 저녁을 함께 요리했다. 세 번째 허수아비가 마지막이라는 것을 알았을 땐 급하게 추수감사절과 집들이를 겸해서 사샤의 가족에게 집을 보여줄 수 있었다. 장인장모, 미혼인 형제자매는 물론, 결혼한 언니의 남편과 두 조카까지 모두 모였다. 몇 명은 코딱지만한 우리 집에서 함께 지냈고, 나머지는 추수 감사 연휴 동안 아이들과 함께 보이스를 왔다 갔다 하며 댄과 루시네 집에 신세를 졌다. 정말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이킹도 즐기고 같이 요리도 하며 술도 마셨다. 그때 흐름대로라면 아무리 영들이 개판을 치더라도 정상에 가까운 삶을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유령의 현현' 계절이 빠르게 다가옴에 따라, 최대한 댄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그에 대비해나갔다. 겨울 현현은 가능한 한 침착하게 대응해야만 했다. 여름에 내가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절대로 흥분해서는 안 됐다. 댄과 조의 말에 따르면 가장 빨랐던 겨울 현현이 12월 13일이라고 했으니 추수감사절 연휴와 첫 현현이 일어나기 전까지 침착함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는 게 내 목표였다. 사샤의 가족이 떠난 후 어느 저녁, 맥주나 마실 겸 댄의 목장을 찾았다. 그와 함께 목장이 내려다보이는 헛간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눴다.


"힘들 거야, 해리. 내 솔직하게 말하는 걸세. 얼만큼인지는 모르겠지만 루시 역시 꽤 힘든 시간을 보냈다네. 사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그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분명히 느낄 수 있을 거야. 사람 하나 골탕 먹이기 얼마나 좋은 방법인가? 그래도, 나라면..." 댄이 맥주를 길게 한 모금 마시더니 멍하게 앞을 응시하며 말을 잠시 아꼈다. "나라면 루시와 사샤가 그들을 보거나 들을 수 없다는 게 정말 행운이라고 말하고 싶네."


"왜죠?" 어렴풋이 답을 알면서도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게 말이지... 그 망할 귀신 새끼들이 나타나는 목적은 자네를 겁주고 불안에 떨게 하기 위한 거니까, 해리. 적어도 내게 나타났던 놈들은 그랬어. 밖에서 기다리다가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자네에게 달려들 걸세. 놈들은 자네가 바깥을 내다본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에 자네가 바깥을 볼 때마다 창문에 갑자기 나타나서 소리를 지를 거야. 자네가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밖에서 소리도 지르지. 그리고 밤마다 천장을 뛰어다니고 벽을 두드릴 걸세. 그렇게 노골적으로 자네를 공격한다네."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도 속이 뒤집히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대비하려면 최대한 많이 배워야 한다. "제가 건드릴 수도 있습니까? 그 반대는요? 놈들이 사샤나 대쉬, 아니면 내 물건을 만진다거나 타이어를 터트릴 수도 있어요?"


내 말에 댄이 미소를 지었지만 그가 대답을 시작함에 따라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만약 그들이 집 바깥에 있다면 자네들을 만진다거나 자네들이 그들을 만질 수는 없어. 가끔 유령 중 하나가 진심으로 흥분에서 화가 나면 물건을 넘어뜨릴 수는 있네. 의자라던가 그런 것 말일세. 하지만 그건 흔한 현상이 아니야. 그러려면 놈들도 꽤 무리해야 하거든. 하지만 그들이 집을 만지는 소리는 들을 수 있어. 벽을 친다거나 지붕 위를 뛰어다니는 소리나 유리창을 두드리는 걸 들을 수 있어. 건물에 손상을 입힐 정도는 아니지만 자네와 내가 들을 수 있는 것이라면 루시와 댄도 들을 수 있다네. 비명도 마찬가지요. 가끔 웬 놈이 아주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데, 전에 루시 귀에 대고 질렀더니 정말로 루시가 들었다네."


댄이 허공으로 눈길을 돌려 잠시 응시하더니 다시 말을 시작했다. "그때 소리 지르던 그놈은 해마다 루시를 괴롭혔어. 나는 놈을 '웰프'라고 불렀네. 놈은 루시가 바깥에 나가면 어디든지 따라다녔어. 악질 중에서도 악질이었지. 루시가 어찌나 무서워했는지. 정말 끔찍하네. 그럴 때면 놈들을 다시 살려서 다시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니까. 화도 내고 조롱도 해보고 심지어는 친구가 되어보려고 시도했지만 변하는 건 없었네."


그 말을 듣자 솔직히 쫄렸다. 그런 것을 겪고도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놈들이 사샤만은 건드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놈들이 사샤에게 다가가는 것을 막을 수만 있다면 기온이 영하권이라고 해도 밖에서 잘 의향이 있었다. 아니, 그냥 내가 떠나면 안 되나?


"댄, 그냥 놈들이 나타날 때 다른 데로 가버리는 건요?" 내 말에 댄이 곧바로 대답했다.


"아니, 그건 불가능해. 이미 두어 번 해봤거든. 아무리 떠나더라도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을 거야. 그리고 2-3주는 자네를 괴롭힐 거라네. 여기서 3번째 겨울을 맞이했을 땐 정말 정신을 놓을 것만 같았다네. 조는 소용없다고 말렸지만 무시하고 모든 불을 끈 뒤 가축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미리 다 준비한 다음에 가족을 데리고 몬태나주에 사는 동생네 집에서 겨울을 보냈다네. 그리고 봄에 다시 목장에 돌아왔더니 놈들이 아직도 있는 게 아닌가.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는 게, 절대로 유령과 빛을 동시에 겪고 싶지는 않을 거야. 그러니까 잠자코 겨울을 이겨내는 수밖에 없네, 해리." 그가 동정 어린 눈으로 나를 보며 말을 끝냈다.


"그나마 4명이 다라고 하니 다행이네. 12명이었던 내 상황은... 정말 고역이었다네." 댄이 나를 보더니 갑자기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그나저나 4명이 다라는 게 확실한가, 해리?" 지난 몇 달간 그의 질문에 정말 심사숙고해서 대답해왔다.


"네, 확실합니다... 뭐, 5-6명일 수도 있지만 가능성이 낮아요. 마자 이전에 총을 다뤄본 게 4-5번이 전부인 데다가 무차별 사격이 끝나고 진행한 제압 사격도 거의 빈 언덕을 향해서였으니까요. 마자에서의 경험은 정말 미쳤죠. 시도때도없이 총격전이 있었으니 제가 모르는 사이에 내 총알에 누군가가 맞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이 정말 희박해요. 그래서 4명이라고 생각하는 겁니다."


댄이 맥주를 마시더니 나를 정면으로 향하게 의자를 돌리고 등받이에 기대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어디, 그 사람들 이야기 좀 들어보지." 그 말에 나는 짜증 섞인 시선을 쏘았다. 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말했겠지만, 그들을 다시 만날 상황이 코앞에 닥친 지금은 확실히 달랐다.


"그게..." 새 맥주를 까며 말을 시작했다. "처음 사람을 죽였을 때, 두 명을 죽였어요. 연속으로 죽였죠. 둘은 같이 있었어요." 댄이 고개를 끄덕였다. "계속 말해보게, 해리." 나는 다시 한번 짜증 섞인 시선을 보냈다.


"마자에 도착해서 맞닥뜨린 총격전 초반이었어요. 우리 팀은 갓길 끄트머리에 몸을 숨기고 명령을 기다리던 중이었죠. 동료 마이크와 함께였습니다. 그때 눈앞에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 두 명이 우리 왼쪽으로 지나가는 걸 발견했어요. 한 명은 AK를, 다른 한 명은 무전과 RPG 튜브로 가득한 커다란 가방을 들고 있었어요." 나는 맥주를 연거푸 마셨다.


"믿을 수 없었어요. 마이크를 쿡 찌르면서 저놈들이 탈레반인지 물었습니다. 물론 탈레반인 걸 알았지만 단순히 믿어지지 않았거든요. 놈들이 눈앞에, 그것도 100m 앞에 나타난 겁니다. 도주로를 확인하면서 차 뒤에 숨었는데 하필 우리 눈에 띈 거죠. 멍청하게 차 뒤에 앉아있다가 그나마 저와 가까이 있던 놈이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둘 다 쐈습니다... 모두 그 자리에서 즉사했어요."


그 당시 상황에 머리에 떠올랐다. 첫 번째 남성을 쐈을 때 그가 얼굴을 바닥에 처박으며 고꾸라지는 게 보였다.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티는 모습도 없었다. 상황 파악이 덜 됐던 두 번째 남성은 동료를 보면서 '이 새끼가 왜 이래?' 하는 표정을 지었고, 그 순간 내가 그의 흉부를 쐈다. 그는 뒤로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 손에 쥐고 있던 라디오를 떨어뜨렸다. 당황한 그의 얼굴을 보며 다시 한 발을 쐈다...


잠시 멍한 나를 댄이 일깨웠다. "놈들에게 이름을 붙여줄 건가?"


"뭐라고요?"


"이름을 붙여주는 게 도움이 되거든. 놈들을 기억하기도 좋고, 사샤에게 설명해주거나 이야기할 때도 좋아. 이름을 붙이면 긴장감도 떨어지고 조금 수월해진다네."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피트랑 행크?" 그러자 댄이 무릎을 탁 치면서 말했다. "훌륭해! 좋아, 그럼 3번째로 넘어가세." 맥주 한 모금 삼켰다. "3번째는 이틀 후였습니다. 털이 희끗희끗한 노인이었죠. 당시에 최소 50대 초반은 되었을 겁니다. 운하 횡단 작업 수행 때 L자형 경비 대형으로 유지하면서 뒤쪽 방어를 맡았습니다. AK로 무장한 용병으로 가득한 트럭 두 대가 우리가 길막음용으로 세워둔 세단 뒤에 정차하더군요. 누군가의 발포로 갑자기 우리 소대 전체가 차에서 급하게 내렸죠. 나는 두 번째 트럭 보조석 가장 뒤에 앉은 놈을 겨누고 있었어요. 놈이 나오려는 순간 쏴버렸죠. 놈은 안전띠도 풀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잠시 그 순간을 떠올렸다. 트럭 문이 어디에 막혔는지 열리지 않아 그놈이 창문을 열어서 손을 밖으로 내밀어서 차 문을 열려고 했다. 나는 그놈의 팔을 명중시켰다. 그 상처에서 쏟아지는 피가 어찌나 많은지, 그 모습을 보면서 받았던 충격이 아직도 생생했다. 먼지로 뒤덮인 차 문을 가로지르던 빨간 강... 그는 팔을 안으로 넣고 왼팔로 문을 열기 위해 머리까지 내밀었다. 나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턱과 눈썹을 맞혔다...


댄이 다시 나를 일깨우며 물었다. "그놈은 뭐라고 부를 텐가?"


"꼭 산적같이 생겼더라고요. 브리저라고 불러야겠습니다." 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자, 그럼 4번째."


"마자에서의 격렬한 총격전이 끝난 후였습니다. 아직 헬만드강이었는데 조금 외곽이었죠. 양귀비마약이 널린 곳이었어요." 그러자 댄이 웃었다.


"순찰 중 기습당했어요. 소리만 들어서는 50명은 되는 것 같았는데 알고 보니 4명이더군요... 하사관이 총격에 당하고 우리 모두 떨어졌습니다. 저는 양귀비가 핀 배수로로 기어갔고, 앞에서 AK 소총을 들고 아주 낮은 자세로 나를 향해 달려오는 놈을 발견했죠. 존나 무서웠지만 어떻게 이겨내고 먼저 처리했습니다."


실제로 그놈 때문에 얼마나 놀랐는지 장전된 탄창 하나를 전부 그에게 쏟아... 아니, 박아넣었다. 제대로 겨누지도 못하고 몸이 덜덜 떨린 탓에 난사에 가깝게 퍼부었다. 그놈은 아마 발이나 목 등 거의 10곳 넘는 총상을 입었을 것이다... 나는 댄을 보며 말했다. "그놈은 벅이라고 불러야겠어요."


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자, 그럼 혹시 모를 두 명은 또 누군가?" 나는 턱을 긁으며 대답했다. "마자에서 벌어진 총격 때였어요. 2월인데 용병이 가득한 차 한 대가 구역을 넘어오더니 우리 중대를 아예 밀어버리는 겁니다. 충돌이 일어났을 때 제가 있던 위치가 영 좋지 않았어요. 작은 벽을 따라서 이동해 뒷좌석에 앉은 놈들에게 마구 갈겼는데, 아마 다 죽었던 것 같습니다. 적어도 아군 10-12명이 동시에 갈겨대서 살아남은 사람이 있을 수가 없지만 확실하지는 않으니까요..."


댄과 나는 한동안 말없이 맥주만 들이켰다. 추위 때문에 점점 손이 아려왔다. 슬슬 저녁 시간이라 돌아갈 때였지만 아직 궁금한 게 두어 개 남아있었다. "아저씨, 혹시 우리 눈에는 서로의 유령이 보일까요?" 그러자 댄이 나를 보며 말했다. "아니... 적어도 나는 조나 그 아들이 보는 유령은 보지 못했네. 조도 마찬가지였어. 하지만 서로 느낄 순 있었지." 댄은 고개를 돌려버렸지만 아직 남은 질문이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말했다. "조가 원한다면 그의 이야기도 해주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샤는 유령 현현 시기에 나타나는 유령 중 댄과 루시에게 예의를 갖추는 유령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본 모양이었다. 유령이 생전 어떤 사람이었는지만 잘 파악한다면 서로 평온하게 겨울을 보낼 방법이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그들이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 혹은 그들의 신경을 다른 곳으로 돌릴 무언가를 찾고자 하는 것 같았다.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유령은 생전 성격의 일부를 그대로 지닌다고 했죠... 대체 그게 무슨 말입니까? 죽어가는 남자의 마지막을 지켰던 그 남자가 유령이 되어서도 당신을 기억하고 성격도 꽤 좋다고는 하지만... 여기 있는 동안에는 빡쳐있는 거 아닙니까? 대체 어디서 오는 거죠? 아니, 놈들이 자각이나 하는 거예요?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은 해요? 가족은요?" 댄이 손을 들어서 내 질문 세례를 막았다.


"진정해, 진정해, 해리. 저마다 답이 다른 법이네." 그가 킬킬대며 말했다. "먼저, 유령이 어디서 오는 건지, 혹은 자네가 죽임을 당하고 나서 어떻게 되는지는 아무도 모르네. 조와 내 생각은 유령이 생전 자신이 누구였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야. 그들이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도 모르는 것 같지만, 이것 하나는 아는 것 같네... 그들이 죽은 이유가 자네에게 있는데 아직도 자네가 멀쩡하게 살아 숨 쉬며 사랑하고, 일하고, 먹는 모습을 보는 게...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열이 받을 수밖에 없을 거야."


"그리고 다른 질문에 대답하자면... 그들은 자신이 누구였는지 일부만 기억하는 것 같네. 그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할 방법은 없어. 12-15년 전에 베트남 통역사를 초대해서 베트남어를 영어 발음으로 써서 대화를 시도한 적이 있었네. 하지만 그들은 듣거나 읽을 수 없는 것 같았어. 마치 그들과 직접 소통하는 것이... 막힌 것 같달까? 하지만 무언가를 보여줄 수는 있다네. 내가 죽인 이 중 하나가 조류 관찰자였던 모양이네. 왜, 항상 새를 관찰하는 사람 있지 않은가. 2-3년 전, 그에게 독수리를 가리켰더니 아주 오랜 시간 그 새를 바라보더니 내게 고개를 끄덕였네. 그 이후로... 조금 더 점잖아졌어. 다른 한 명은 정원사였던 것 같아. 나를 괴롭히는 시간을 제외하면 루시를 따라다니며 겨울 온실에서 식물 기르는 법이나 씨앗 종류를 관찰했다네. 그리고 늑대가 있지. 나와 유대감이 있는 존재 말이네. 친구라고 부를까. 생전에도 좋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 전에도 말했지만 그는 한 걸음 물러나서 미소 지으며 홀로 목장을 거닐 뿐이라네. 나나 루시를 괴롭히지 않지."


내가 죽인 사람과 내가 얼마나 다른 인간인지, 또 내가 그들과 어떻게 소통을 해야 할지 전혀 헤아릴 수 없었다. 일부 아프가니스탄 원시 부족 출신 용병 중에서 세계 지도를 가진 사람도, 하물며 미국 아이다호주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었다. 뭐, 젊은 핏줄이라면 학교 교육 과정에서 인터넷을 접했을 수도 있지만,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시골 마을에서 이슬람 고등교육 시설에 다녔던 사람에게도 그럴 기회는 극히 드물었다. 그들과 우리는 완전히 다른 행성에 존재하는 것 같았다.


추수감사절이 지나고 12월이 접어들 때까지 댄과 이런 대화를 몇 번 더 나눴다. 대화의 마무리는 항상 다음과 같았다, "일출 때까지 초가 꺼지지 않도록 잘 지켜야 하네. 행여 초가 꺼지면 무조건 싸워야 해. 절대로 제시간 안에 빠져나갈 수 없어." 댄도 점점 불안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40년에 걸친 경험에도 그런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이 나까지 겁나게 했다.


루시 역시 사샤에게 조언을 해준 모양이었다. 사샤나 루시에게도 이번 상황은 지옥이나 마찬가지이리라. 나는 적어도 그 망할 유령 새끼들을 볼 수 있지만 그들은 그냥 귀신 들린 집에서 생활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루시는 상황을 잘 타개하는 것 같았다. 유령이 찾아오는 시기에는 주로 댄 옆을 지키며 그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했단다. 가끔 루시를 겁나게 만드는 상황도 있었단다. 유령이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거나, 혼자 밖에 있을 때 물건을 떨어뜨리는 등. 하지만 서서히 익숙해질 거라고 말했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서 수많은 겨울을 보냈지만, 유령이 찾아오는 기간이 되면 댄은 밤마다 소총을 들고 부엌에 앉아서 양초가 꺼지지 않도록 지켜보며 밤을 새운단다...


어째서인지 사샤는 가장 이른 현현이 있었다는 12월 13일이 가까워져 올수록 더욱더 신나는 것 같았다. 반대로 나는 점점 피폐해졌으며, 사샤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의 짐이 한층 더 무거웠다.


사샤가 인터넷에서 24시간 지속하는 대왕 양초를 찾아낸 덕분에 남아있는 재고까지 왕창 다 사들였다. 매일 밤 부엌 아일랜드 장에 6-7개 정도 피워두면 바람에 꺼질 걱정도 없고, 밤새도록 4개는 켜놔야지 잠자리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놈들이 나타나면 잠은 다 잔 거나 다름없겠지. 제기랄, 추수감사절 이후로 불안감이 급증하는 바람에 어차피 수면의 질이 바닥을 치는 중이었다.


12월 13일, 아침에 일어난 나는 정신적으로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차라리 유령 현현이 시작됐으면, 아니 시작되어야 한다고 속으로 기도를 올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무한정 기다리자니 꼭지가 돌아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13일에 나타나지 않았다. 14일도, 15일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12월 13일부터 매일 낮이면 목장에서 망원경으로 수목선을 확인했다.


12월 21일 아침, 일주일 내내 그래왔던 것처럼 기상과 동시에 몸을 돌려서 목장을 내다보았다. 아무것도 없다. 눈발이 거센 날이었다. 아침마다 맞이하는 공포가 서서히 누그러지는 순간, 사샤가 침대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다시 긴장 태세로 돌입했다. 아내가 침대에 나가면 무조건 깨는데, 특히 지난 일주일은 대쉬의 방귀나 보일러가 내는 소리에도 놀라서 오줌을 지릴 만큼 예민한 상태였단 말이다.


"여보?" 혹시 화장실에 있나 싶어서 크게 불러봤다. 단박에 거실로 뛰어나가 부엌으로 향했다. "여보?"


"여보, 나 부엌에 있어!" 사샤가 대답했다. 그 목소리에 웃음기가 어린 것이 느껴지자 곧장 마음이 놓였다. 부엌에 갔더니 식탁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펴놓은 사샤가 보였다. 아내 발치에 앉아있던 대쉬가 내게 총총대며 걸어와 인사했다. "젠장, 당신 일어나는 것도 모르고, 미안해. 나..." 고개를 흔들며 아내에게 키스하고 몸을 일으키자, 미소 지은 아내의 얼굴이 미묘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정확히 뭐라고 꼬집을 수 없었지만 내가 이 여자를 얼마나 잘 아는데.


"왜?" 내가 물었다. 그 말이 내 입을 떠나자마자 아내가 다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뭔데 그래?" 목소리에 심각함을 실어서 다시 한번 물었다.


아내가 책을 덮더니 심호흡했다. 제기랄, 뭔데? 뭐, 임신 소식이라도 알리려는 건가? 사샤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내 손을 잡고 눈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얼마나 강한 힘이 들었는지, 강한 신뢰가 느껴졌다. 그 눈빛에 나는 완전히 져버렸다. 그때, 사샤가 말을 꺼냈다.


"여보... 난 한 시간 전 일출 때 그 느낌에 깼어. 자기는 들어가서 더 잤으면 해. 그 기운이 느껴져. 유령일 수도, 아닐 수도 있겠지만 자기한테 말해줄 수 있는 건 영이 여기 왔다는 거야... 난 알 수 있어." 아내의 강인한 모습은 전혀 바뀌지 않았지만, 아내 말을 듣는 동안 내 속은 말이 아니었다. 아드레날린이 내 사지로 뻗어져 나가는 게 느껴졌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할 말이 떠올랐다고 해도 말을 꺼낼 수 있는 상태인지 자신이 없었다. 그간 이 순간을 위해서 준비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영이 주는 그 음산하고 불안한 기운은 다 느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가 틀렸던 모양이다.


아내 말이 옳았다. 나도 느껴졌다. 영의 기운. 부엌에 서서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기분으로 아름답고 강인한 내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영의 존재는 공기에서, 불빛에서, 내 목구멍에서 느껴졌다. 그 순간만큼은 어린아이로 돌아가서 극심한 공포를 겪는 것 같았다. 악몽 같았다. 어두운 방에 갇혀서 나를 원하는 악한 존재가 천천히 복도를 따라 다가오는 기분이었다.


그들이 느껴졌다. 다섯 존재가 느껴졌다. 그래, 다섯 명을 죽였지. 보지 않아도 알았다. 그들을 떠나서, 영이 느껴졌다. 주변 시야가 점점 컴컴해졌다. 귀가 먹먹해졌고 심장 고동이 너무 시끄럽게 느껴졌다. 심호흡하고 눈을 감았다. 침착해. 심호흡해. 아직 실물 확인도 못 했는데 기절하면 쓰나.


"해리." 공상에서 벗어나 아내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내는 여전히 내 손을 잡고 있었다. "여보, 잘 할 수 있어. 우린 잘 할 수 있어. 알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심호흡했다.


"다섯 명이야. 내가 죽인 수가 다섯이야. 그들이 여기 왔어. 느껴져. 넷은 누군지 알겠지만 다섯 번째는 모르겠어." 내 말에 순간적인 공포가 아내의 얼굴을 스쳤지만 곧 다시 강인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심호흡하더니 말했다. "그래, 다섯 명이야. 우리는 할 수 있어, 알았지?"


공포에 자동으로 반응해서 나오는 내 해독제, 싸움을 향한 갈망이 내게 빨리 분노를 일으키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그것이 나를 강하게 눌렀지만 이겨냈다. 절대 안 돼, 시도해봤는데 나아지는 건 없다고, 이 멍청아. 싱크대에서 물을 받아 한껏 들이켰다. 나를 바라보는 대쉬를 내려다보자 대쉬가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기 시작했다. 다시 사샤를 봤다. 맙소사, 내가 전생에 무슨 덕을 쌓아서 이 둘을 만나게 됐을까. 감사와 공포, 수치와 기쁨이 한데 몰려와서 펑펑 울고 싶었다.


"사샤... 내가 가서 찾아봐야겠어. 내가 직접 찾는 게 옳은 것 같아. 멍청한 짓은 안 할게. 울타리 밖으로도 조금만 나갈게, 이렇게 약속해. 그냥 첫 대면은 나 혼자서 하고 싶어." 아내가 고민이 역력한 표정으로 나를 보며 '약속 어겼다가는 등짝 존나 처맞을 줄 알아라, 남편 새끼' 눈빛을 보내더니 고개를 주억거렸다. "대쉬랑 같이 가면 보내줄게. 그리고 10분 기다렸다가 안 오면 나도 나갈 거야, 알았어?"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물론이지." 그들과의 첫 대면은 혼자 해야 한다는 것에 관해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우리 둘 다 더 많은 설명은 필요 없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옷을 갈아입고 망원경을 챙긴 다음 대쉬와 함께 마당으로 나갔다. 10걸음에 한 번씩 주위를 둘러보았다. 정문에 다다를 때까지도 특이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대쉬와 함께 목장으로 가는 지름길을 지나 목장 한쪽을 제대로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전신에 도는 피가 차갑게 식고 얼굴에 핏기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


망원경 따위는 필요 없었다. 250m 넘게 떨어져 있었지만 다섯 영혼이 몇 미터 간격으로 서 있는 것을 똑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눈 위에 살포시 내려앉은 그림자처럼 그들의 윤곽이 보였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멀리서 봐도 중앙에 선 남자가 가장 도드라졌다. 그는 그중에서도 키가 가장 컸다. 그가 입고 있는 아프가니스탄 의상과 판초 크기의 스카프, 그리고 모자는 온통 칠흑 같은 검은색이었다. 망원경을 갖다 댔다. 그는 내 눈을 정확하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브리저다. 기습 때 내가 죽였던 그 남자다. 먼지로 뒤덮인 트럭에서 나오려고 애쓰다가 죽은 그 자식.


씨발, 이건 현실이 아니다. 아직 창백한 하늘을 한 번 보고, 우리 집을 한 번 본 다음 눈을 문지르고 다시 망원경으로 확인했다. 그는 여전히 같은 자리에 서 있었다. 다른 유령을 확인했다. 브리저 외에는 모두 다른 곳을 보는 중이었다. 주변을 살피기도 하고, 숲이나 산 너머를 보는 그들 얼굴은 하나같이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곧장 처음 죽였던 두 사람이 보였다. 행크와 피트. 그리고 양귀비 들판에서 죽인 벅, 그리고 또 한 명...


씨발. 결국 우리 제한선을 넘어오려던 차 뒤에 타고 있던 놈 중 한 명을 내가 죽인 모양이다. 20살, 21살 정도나 되었을까. 비록 잠자코 그 자리에 서서 산을 바라보고 있다지만, 그의 눈은 매섭고 야생의 그것을 닮아 있었다. 나는 다시 중년의 용병 브리저로 눈을 돌렸다.


그가 여전히 나를 응시하는 것을 확인했다. 고도의 집중이 가미된, 어쩌면 부모가 혼낼 때 나오는 그런 눈빛으로 브리저는 나를 향해 한 걸음 움직이더니 우뚝 멈췄다. 입안이 바짝 마르고 손바닥이 얼얼해졌다. 다른 넷이 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브리저를 보더니 다 같이 동시에 정확하게 내 망원경으로 시선을 꽂았다. 그리고 그들의 눈동자에서 하나같이 나를 인지했다는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었다. 미세하지만 믿을 수 없다는 놀라운 감정, 그리고 바로 나타나는 분노. 하지만 가장 어린 유령, 그러니까 나올 줄 몰랐던 '깜짝 선물'의 얼굴은 달랐다. 그는 서서히 머리를 낮췄지만 단 한 번도 내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의 얼굴에서 읽히는 감정은 침착함, 집중, 그리고 살의가 담긴 증오였다.


다음 호흡을 고르는 동안 다섯 존재의 분노, 공포, 슬픔, 공포와 혼란이 유독 가스처럼 바람을 타고 내 폐까지 전달됐다. 내 속을 뒤틀고, 쓰라리게 만들며 내 속에서 곯다 못해 터져버린 혹에서 흐르는 미칠 듯한 뜨거움을 선사했다. 숨을 내쉬자 그 느낌이 고스란히 내 신경을 타고 퍼졌다.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리며 기침이 나왔고, 결국은 헛구역질로 이어졌다.


저건 영이다, 유령이 아니다. 나도 알았다. 그 이유는 모르겠지만 알았다. 심호흡하고 집중했다. 진짜 내 속에서 고름이 터진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긴장 풀자. 그냥 이 좆같은 상황 때문에 속이 잠깐 뒤집어진 것뿐이다. 어느새 대쉬가 내게 앞발을 대고 서 있는 것을 깨닫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괜찮아, 대쉬. 다 괜찮아." 조를 떠올렸다. 알려준 방법만 잘 따르면 사샤는 안전할 거다. 나는 다시 정신을 그러모아 유령이 서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목장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응시하던 중, 충격적일 정도로 갑작스럽게 어린 시절이 문득 떠올랐다. 집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는 길에 있었던 소각장, 그리고 그 주변을 둘러싼 철책. 내가 철책을 따라서 걸을 때면 소각장을 지키는 사나운 개가 입에 거품을 물며 따라오곤 했다. 격렬한 발길질에 이는 흙먼지. 그 무서운 괴물이 11살짜리 연약한 소년을 갈가리 찢지 못하게 막고 선 것은 다름 아닌 철책이었다.


그때 그 체감이 그대로 되살아났다. 전력 질주하기에 앞서 내 근육이 주는 팽팽한 긴장감.


화가 났다. 그 원인은 다섯 유령에 있었지만 지금은 분노의 화살이 영으로 다시 집중하는 중이었다. 그것은 내 분노와 경멸을 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깨달았다. 그놈은 내가 이유를 제공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가 화나기를 바란다. 허수아비 사태를 겪고 나서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진정으로 느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유 제공 따위는 하지 않으리라.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목장에 들어와서 가족을 위협하는 그놈들을 내려다보는 내 기분은... 죄책감에 흔들렸다. 그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아니라 고향에서 전쟁에 휘말려 지구 반대편에서 쳐들어온 우리와의 전쟁에서 사망했다는 것이 미안했다. 항상 해왔던 생각이지만, 그때만큼 강력하게 든 적은 없었다. '고국을 위해' 혹은 '불가피한 전쟁의 운명' 따위의 사색에 아무리 잠기더라도 이 다섯 유령이 나를 목숨을 바쳐서라도 증오할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었다.


몸을 돌려 마당으로 향했다. 정문을 닫자 대쉬가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갸웃댔다. 작은 들꿩을 발견했을 때나 하는 행동이었는데, 대쉬가 급히 나를 돌아보는 게 보였다. "그래, 나도 알아. 이제 들어가자." 집에 들어가서 사샤에게 있는 그대로 말해주며 다섯 번째 존재도 밝혔다. 둘 다 새해까지 휴가를 낸 상태였기에, 첫날부터 이렇게 긴장감이 도는데 앞으로 남은 12일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해져 애꿎은 머리만 자꾸 쥐어뜯고 싶었다.


그날 오후 내내 사샤는 최대한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둘 다 종교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사샤는 크리스마스 분위기 내는 것을 무척 좋아했기 때문에 곳곳에 조명과 화환을 걸고 뜨거운 토디를 마시며 연휴 분위기가 물씬 나는 음악을 틀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창밖을 내다보면 그들은 조금씩 더 가까워졌다. 진입로 가장 끄트머리에 자란 작은 전나무로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 생각에 사샤가 함께 가서 뽑아오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내 속에 차오르는 불안감이 대답에서 느껴질 것 같아서 막상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여보, 우리 삶이 유령에 휘둘릴 순 없잖아. 알려준 방법만 잘 따라가면 안전할 거야. 이런 일이 생겨도 우리는 흔들리지 않으리라는 걸 보여줄 필요가 있어. 자기가 원하지 않으면 강요하지는 않을게. 내 눈에 보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렇게 대처하는 게 옳다고 생각해." 앞으로 다가올 2-3주간 그냥 집에 틀어박혀서 위스키나 들이키고 싶었지만, 나를 위해 짐짓 더 강한 모습을 보이려는 아내를 그냥 외면할 순 없었다.


"그러자." 우리는 작은 톱을 챙겨서 밖으로 나갔다. 갓 내린 눈 위로 발자국을 찍으며 진입로를 지났다. 저 앞에서 뛰어오는 대쉬의 붉은기 도는 황금 털이 흰 눈 사이에서 따뜻한 기운처럼 눈에 들어왔다.


내가 목장을 바라보는 모습을 사샤가 보고 있는 게 느껴졌다. "보여?"


넷이 목장 내 연못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와서 우리를 응시했다. 브리저와 셋, 하지만 나머지 셋은 정확히 누구라고 특정하기 힘들었다. "넷이야. 다른 하나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네." 사샤가 내 애정을 담아서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도 자기랑 같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나는 아내의 볼에 뽀뽀하며 말했다. "자기가 볼 수 없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진입로 가장 끄트머리에 심어진 작은 전나무에 다다랐다. "이거 말한 거야?" 내가 물었다. 사샤는 내 말에 열정을 담아 대답했다, "완벽해! 대쉬, 너도 마음에 들지?" 그 모습에 미소가 나왔다. 애쓰는 그녀의 모습에 미안함과 애정이 함께 밀려왔다.


무릎을 대고 앉아서 밑동을 자르기 시작했다. 반쯤 잘랐다 싶을 때 날이 더 잘 들어가도록 다른 손으로 나무를 슬슬 밀자 나뭇가지를 덮고 있던 눈이 내 목덜미에 떨어져 옷 안으로 들어갔다. "앗 차가워!" 내가 웃자 사샤가 함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잘한다, 내 새끼!"


아내를 향해 눈 뭉치를 던지는 순간 갑자기 몰려온 공포가 나를 덮치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비명 아닌 비명을 반쯤 내뱉어버렸다.


내가 놀란 모습을 본 아내 얼굴 역시 미소가 사라지고 공포가 몰려왔다. 놀란 아내가 빠르게 얼굴을 가리며 물었다. "여보, 왜 그래!"


유령 중 하나, 그러니까 가장 어린 '깜짝 선물'이 사샤 바로 옆에 서서 주먹을 쥐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아내 옆얼굴에 얼굴을 가까이 들이대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재빨리 일어났고, 사샤도 나를 향해 한 걸음 움직이며 천천히 내 시선을 따라서 고개를 돌렸다. 그 순간, 그놈이 소리를 질렀다.


인간이라면 저렇게까지 벌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린 유령은 호흡을 들이마시더니 쇳소리 같은 비명을 높고 낮게 질러댔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최고 속도로 달리던 트럭이 속도를 채 줄이지 못하고 사슴을 들이받은 것처럼 귀가 먹먹해졌다. 그의 입에서 쏟아지는 열기가 잔잔한 물결을 이루듯 퍼졌고, 그 비명의 위력은 사샤의 양모 모자를 떨어뜨리고 머리카락까지 날리게 했다. 깜짝 놀란 아내가 중심을 잃고 옆으로 휘청댔다. 급하게 아내를 향해 달려갔다. 대쉬 역시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리며 허공을 향해 입질하며 미친 듯이 날뛰었다. 어디를 공격할지 몰랐지만 언제라도 튀어나올 위험에 온 근육을 움직여서 달려들 기세였다.


모든 것은 3초 만에 끝났다.


"괜찮아? 여보, 괜찮아?" 하지만 아내는 이미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아내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가 갑자기 당한 것이었다. 사샤는 눈을 껌뻑이며 고개를 젓고 다시 억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 정말 괜찮아. 그냥 넘어진 거야. 멍도 하나 안 들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알았지?"


아내를 부축해서 다시 진입로로 향했다. 가는 길에 대쉬에게 따라오라며 재촉해야 했다. 나는 아직 움직이지 않은 유령 넷을 쳐다봤다.


"혹시 그게 나한테 비명 지르기 전에 자기 눈에 보였어?" 사샤가 물었다. "응, 진짜 찰나의 순간 보였어. 어디에서 나왔는지 모르게 갑자기 나타났더라고." 아직도 허공을 향해 위협적으로 으르렁대는 대쉬를 다시 불러야 했다. 젊은 유령은 나를 자극하려는 심산인지 눈에 악의를 가득 담고 미소를 띠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쉬의 존재에 불안한 모습이었다. 대쉬가 짖으며 달려들 때마다 조금씩 움찔거리며 나와 개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대쉬에게서 눈을 오래 뗐다가는 공격 당할까 봐 노심초사한 모습이었다. "누구였어, 해리? 아직도 거기에 있어?" 사샤가 물었다.


"응, 아직 그 자리에 있어..." 그놈의 건방진 웃음보다도 개에 겁먹은 모습이 화나게 만들었다. 그 약점이야말로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것이었다. 때린 데 또 때리는 치사한 작전이 가능한 약점. 내 분노를 감지한 사샤가 내 턱을 잡더니 눈을 맞췄다.


"해리, 다 괜찮다니까. 그냥 겁준 게 다야. 그 새끼 어디 가서 좆이나 까 잡수라고 해, 알았지? 가서 저녁 먹자." 아직도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내의 눈동자에서 빨갛게 얼어버린 볼을 따라서 한 방울 흘러내렸다. 아내는 미소는 여전히 억지스러운 감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 안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모든 것이 눈으로 고요해진 터라 대쉬가 맹렬하게 짖는 소리가 더 대조적으로 크게 들려왔다.


심호흡하고 말했다. "자기 말이 옳아." 그리고 유령을 돌아보았다. "그 새끼 좆까라고 하고, 우리는 나무 가지고 가는 거야, 오케이?" 다시 아내를 보자 그녀가 내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서 우리 나무 가지고 오자."


다시 진입로로 몸을 돌리자마자 심장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오는 충격을 받았다.


다른 유령 넷 전부 이제 연못가에 다다랐다. 50m 거리만을 남겨두고 전부 나를 응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떻게 저렇게 빨리 이동했지? 게다가 눈밭에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다. "왜 그래?" 사샤가 내 손을 잡으며 물었다. 나는 심호흡하고 아내가 그랬던 것처럼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여보."


톱을 밟았다. 하려던 것을 마저 하려고 한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진정한 대쉬가 나를 보더니 꼬리를 흔들며 사샤에게 다가가 몸을 밀착하고 앉아 그녀와 유령 사이를 막았다. 나는 톱을 들고 젊은 유령을 보았다. 그의 미소가 점점 옅어지고 대신 분노가 스며들었다. 그 모습에 이번에는 가 미소지었다. "개보다는 고양이파인가 봐?" 몸을 구부리고 마지막으로 붙은 밑동을 잘라내며 그에게 말을 던졌다. 진득한 수액이 흘러나오는 차가운 나무 밑동을 잡아 어깨에 걸치고 다시 젊은 유령에게 고개를 돌렸다.


이제 건방진 표정은 사라진 그의 얼굴은 엄청난 증오로 일그러졌다. 유령 얼굴을 보는 것은 살아있는 사람을 보는 것과 상당히 다른 느낌이었지만, 그 차이가 크지는 않았다. 우리가 흔히 예상했던 것처럼 유령이 반투명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피부 모공과 상처가 다 보였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을 보는 것과는 달리, 그들을 보고 있자면 편두통이 심하게 와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 같았다. 그들의 사지, 몸뚱어리와 머리가 다 제자리에 있지만, 특정한 곳을 자세히 봐야지 그 부분만 정확하게 보였다. 곁눈으로 보이는 그들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흐렸다. 그와 나는 긴 시간 서로를 응시했다. 그는 내가 그를 처음 만났을 때 내 나이 정도로 보였다...


그 순간, 그를 어디서 봤는지 정확하게 떠올랐다. 같은 소총 부대원 중 하나가 이미 죽어버린 그의 발목을 끌고 들어와 그와 함께 죽은 탈레반 무리 옆에 두는 것을 기억해냈다. 바닥에 끌린 탓에 그의 상의가 얼굴까지 올라와 흉부에 그려진 총상과 응고된 혈액과 흉골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그가 사샤의 귀에 대고 소리 지르던 모습이 내 머리를 채웠다.


나는 그에게 내 톱을 가리키며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아주 멋진 행동이야, 정말로. 어쩜 그렇게 사람을 소름 돋게 만드는지. 지금부터 너는 '깜짝 선물' 대신 '소름'이다."


그의 눈빛에 담긴 증오에 혐오가 추가됐다.


사샤에게 고개를 돌리는 순간, 또 한 번의 아드레날린 충돌을 맛봐야 했다.


나머지 유령 넷이 전부 모여들고 있었다. 이제 목초지에서 20m, 게다가 브리저가 선두였다. 그의 얼굴에서 맹렬한 비난의 의지가 강하게 비쳤다. 귀가 뻥 뚫리는 기분이 들더니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브리저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그동안 잊고 있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입고 있던 자살폭탄 조끼를 불안하게 뒤질 때 그의 옷에서 나던 그을음 냄새. 안전띠를 풀려고 시신을 밀치던 순간과 꺼져가는 엔진에서 나던 소리. 피투성이가 된 트럭에서 인정사정없이 끌어 내렸던 그의 시신. 바닥에 깔린 유리조각을 보고 거의 반사적으로 그의 머리를 받쳤던 순간. 그 순간 나도 이제는 없다고 생각했던 나의 인정머리를 확인했고, 그런 나에게 스스로 뿌듯해했었다...


"해리, 왜 그러는데?" 아내의 목소리에 이상한 회상에서 깨어났다. 아내는 다시 걱정스러운 얼굴이었다. 나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아무것도 아니야, 여보." 그리고 다시 브리저를 향해 고개를 돌려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얼굴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그날은 정말 긴 밤이었다. 하지만 이후 다가올 밤보다는 훨씬 버티기 쉬웠으리라.



6편(마지막) : https://yul-do.com/humorissue/19790431


출처 : https://blog.naver.com/iamsuekim/221994017199 (번역)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fcxdzj/my_wife_and_i_bought_a_ranch_in_the_mountains/(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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