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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오컬트 [reddit] 아내와 작년에 산중 목장을 샀는데, 이웃이 독특한 운영법을 알려줬다 4, 허수아비

아내와 작년에 산중 목장을 샀는데,

이웃이 독특한 운영법을 알려줬다

4, 허수아비

(My wife and I bought a ranch in the mountains last year, and my neighbor had some interesting suggestions on How To Manage Our New Land: The Scarecrows)



계절은 금방 바뀌어, 곧 가을이 되었다. 9월 1일까지만 해도 건조한 산에 열기가 지글지글 느껴지더니, 단 일주일 만에 엽서에서나 볼 법한 가을 정취를 뿜어댔다. 사시나무는 노랗고 붉게 물든 이파리를 뽐냈으며 저녁 공기는 더 상쾌해졌다. 큰사슴 울음이 가끔 들려왔고, 강의 유속이 느려졌다. 귀뚜라미 소리 역시 잦아들었으며 산봉우리에는 눈이 쌓여갔다. 루시와 사샤의 사이는 더욱 돈독해졌다.


댄과 루시 역시 여름에 네 번의 '곰 추격전'을 겪은 것 같았다. 한번은 댄이 말해주기를, 곰 추격전에서 우위를 잡기 위해 지금 농가를 조금 개조했단다. 그 4번의 경험에서 댄은 벌거숭이 남성을 볼트 액션 소총으로 처리했다고 했다. 남자가 가장 가까이 다가온 거리가 160m라면서. "그나마도 소리가 들렸을 때 내가 볼일 보던 중이어서 늦었던 걸세," 그는 이렇게 말했다. 두 사람은 곰 추격전을 언급하는 데 거리낌이 없었다. 언젠가 사샤와 나도 그렇게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루시로부터 전해 들은 이야기는 이따금 나와 사샤의 저녁 식사 주제로 등장하곤 했다. 한번은 루시가 1990년대 초반 봄에 있었던 사건을 들려준 적이 있었다. 루시의 딸이 연못에서 빛을 발견했는데 가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가까이 다가가서 그것을 가지고 놀려고 했다는 것이었다. 댄과 루시가 처음 빛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빛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동시에 산에서는 드럼 소리가 들렸단다. 그들은 딸이 빛에 홀려 연못을 가슴 깊이까지 들어간 상태로 발견했다고 했다. 댄이 딸을 구하러 연못에 들어가는 순간, 그 빛은 '사라져'버렸단다.


두 사람은 곧장 불을 피웠지만 드럼 소리는 더 커지고 더 가까워지기만 했다. 가족은 사흘간 집에서 나가지 못했고, '포위당한' 상태로 있었단다. 사샤가 '어떤 것'에 의해 포위되었는지 물었지만 루시는 그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댄과 루시 부부네 집으로부터 북쪽에 머무르는 쇼숀 족이 영을 내쫓는 방법을 일러주었다. 댄 부부에게 농장을 판 바로 그 가족이었다. 갇힌 줄 몰랐다가 관개 문제로 그들 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나타나지 않자 찾아갔다가 포위당한 상태로 발견하고 댄 부부에게 닥친 '나쁜 상황'을 처리하는 데 도움을 주었단다.


그들이 다시 집 밖으로 나왔을 때, 그해 봄에 키우던 모든 송아지와 양이 가죽이 벗겨진 채 유카실로 살이 꿰메어져 있었다고 했다. 게다가 힘줄을 이용해서 집 주변 나무 사이사이에 걸려있었다. 댄은 분노에 차서 쇼숀 가족이 그런 짓을 한 것이라고 착각했으나 쇼숀 족장인 조가 댄을 달래며 오후에 함께 말을 타고 산을 다녀오자고 제안했단다. 루시의 말에 따르면 그날 밤 댄이 말을 타고 온 이후로는 "쇼숀족은 우리의 수호신이야"라는 말만 되풀이했단다. 그러면서 그 가족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기세였다고 말이다. 나 역시 이 일화를 듣기 훨씬 전부터 진작에 쇼숀 가족을 만나보고 싶었다.


저번에 댄이 다녀갔을 때, 그에게 쇼숀 족에게 인사하러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 준비되면 그 사람들이 자네를 찾아올 거야." 그들에 관해 더 캐내고 싶었지만 댄은 쇼숀 족도 평범한 가족이며 겉으로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라고, 가족 위주의 사람이라고 말할 뿐이었다. 조의 자식들 역시 북쪽에 있는 1만 2천 제곱미터 상당의 대지를 소유하고 있으며, 조는 손주들에게 그들 고유 언어와 추적, 말타기, 전통 기도 방식 등을 가르친다고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쇼숀 가족은 지금도 이 일대에서 사냥하고 함정을 설치하며 조만간 우리를 찾아올 것이란다. 뭐, 그렇게 말한다면야. 그날 댄은 우리 집을 떠나면서 이렇게 말했다. "자르는 것만으로도 영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게. 허수아비를 찾으면 꼭 태워버려야 해."


9월 28일, 저녁 식사를 마친 우리는 불을 피우고 '허수아비' 시즌에 관해 댄과 루시가 알려준 방법을 읽어보았다. 물론, 이미 다 정독한 내용이었다. 거의 매일 읽었다. 이곳에서 여름을 보내고 나니 내가 겪는 일이 개구라라는 생각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얼마나 현실적인지 그냥 현실 그 자체였다. 울타리 뒷문에 장작을 한 꾸러미 놔두고 모래도 갖다두었다. 현관부터 울타리 뒷문까지 거리는 약 20m였다. 전문가용 올가미를 챙기고 문 근처에 기름과 성냥을 준비했다. 언제든지 불을 피울 수 있는 준비가 끝났다.


다음은 댄과 루시가 적어준 '허수아비' 내용에서 일부를 가져온 것이다.


허수아비는 보통 한 계절에 2-3번 정도 나타난다... 밤사이에 삼베와 캔버스 천으로 만들어진 사람 크기의 허수아비가 집 정문 근처 어딘가에서 발견될 것이다. 굳이 찾아다니지 않아도 즉시 발견할 수 있으며 허수아비 역시 발견되기를 노리고 나타난다. 허수아비는 사람처럼 자연스러운 자세로 벤치나 현관 계단에 앉아있을 수도 있고, 현관 기둥에 기대어 서 있을 수도 있다... 무게는 보통 18-22kg 사이이며 키는 150-180cm 사이이다. 의상은 서구 개척자 느낌으로 입고 있으며, 바늘로 꿰맨 얼굴은 생각보다 꽤 현실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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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점은 허수아비를 발견한 날로부터 다음 일몰이 오기 전에 태워야 한다... 허수아비를 태울 때는 집에서 최소 20m 떨어진 곳이어야 한다... 집으로부터 20m 내에서 불을 붙이면 허수아비가 되살아나게 되며 죽지 않고 집으로 달려가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깨어난 허수아비는 반항하고 사람을 해쳐서라도 집에 가서 집을 태워버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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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를 집으로부터 멀리 떨어뜨리면 큰 위협이 되지 않으나 허수아비를 이동하는 과정은 썩 기분 좋지 않을 것이다. 허수아비를 옮기다 보면 그것들이 드문드문 깨어나기도 하는데, 이때 그것들이 말을 걸거나 움직일 수 있으며, 무조건 탈출을 시도한다... 중요한 것은 허수아비가 깨어나더라도 그 상태가 5초 이상 유지되지 않는다. 경련하듯이 일어나는 상황이 계속 있지만 옮기는 동안에만 그렇다. 허수아비는 말을 할 수 있으며 비명을 지르거나 울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무시하는 것이 답이다. 동정심을 유발해도 무시해야 한다. 허수아비는 꼭 일몰이 오기 전에 태워버려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드럼 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그때는 당장 이 대지를 떠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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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현현에 관한 설명은 봄, 여름의 현현보다 사샤를 더욱더 겁먹게 했다. 루시가 사샤에게 말하기를, 자신은 현현이 있을 때마다 뒷일을 댄에게 맡겼다고 했다. 댄도 내게 처음 이 모든 것에 관해 언급했을 때, 허수아비의 현현이 가장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때는 그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이후로는 그놈의 '곰 추격전' 난리로 정신이 없었으니까. 애원하는 남자를 직접 죽이거나 갈가리 찢기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래서 일개 허수아비를 상대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훨씬 쉬우리라고 생각했다. 헤드폰 끼고 좋아하는 제임스 브라운 곡을 들으며 올가미로 허수아비를 낚아서 끌고 간 다음 태워버리면 끝 아닌가. 그래서 언제와도 준비가 다 됐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발견하는 시간도 둘 다 집에 있는 새벽이니까 사샤에게는 내가 전적으로 맡고 처리하겠노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렇게 9월이 지나고 10월이 다가왔지만 허수아비는커녕 개미 새끼 한 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10월 3일, 조깅할 생각으로 아침 일찍 일어났다. 옷을 갈아입고 사샤가 깨지 않게 조용히 신발을 신은 뒤 곰 퇴치제와 대쉬의 목줄을 챙긴 다음 현관으로 나갔다. 현관 계단을 내려가던 도중 누군가가 부엌을 향해서 서 있는 것을 발견하고 심장이 멎을 뻔했다. 놀라서 숨을 헛삼키고 손을 격하게 흔들자 덩달아 놀란 대쉬가 짖기 시작했다. 다시 계단으로 뒷걸음질 치며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의 정체를 확인하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을 일출 직전의 어슴푸레한 빛이 비치는 그것이 우리의 첫 허수아비였다.


대쉬가 짖는 소리에 깼는지 사샤가 어깨에 담요를 두르고 나타났다. 반쯤 감긴 눈으로 걱정스레 나를 보던 그녀는 현관 밖으로 나오기도 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단박에 눈치챘다. 아내는 걸음을 늦추고 현관문에 손을 대더니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뿐이었다. 아내가 천천히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함께 숨을 죽이고 허수아비를 바라보았다. 삼베로 만든 거대한 인형. 딱 댄과 루시가 말했던 그것이었다. 캔버스 천으로 만든 셔츠 위로 멜빵 바지를 입은 허수아비는 지푸라기로 엮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손과 발로 추정되는 부분은... 대충 삼베를 뭉쳐서 넣어놓은 것 같았다. 중년 남성의 모습을 흉내 낸 듯한 허수아비는 파란 눈에 인자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것은 현관 계단에 꼿꼿하게 서서 허술하게 삼베로 만든 엄지손가락을 멜빵에 걸고 있었다.


대쉬는 흥분을 가라앉혔는지 허수아비 앞에 서서 새 가구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녀석의 조잡한 삼베 발 냄새를 맡았다. 사샤가 두어 걸음 다가가더니 말했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서 있는 거지... 허수아비를 고정해둔 받침대라도 있는 모양인데." 아내의 말처럼 그 부분이 이상했다. 덩어리 같은 발은 땅에 겨우 닿은 수준이었다. 나는 와이어나 끈이 허수아비를 잡고 있는지 확인해 보았다. "그러게, 모르겠네. 댄 부부 말에 따르면 처음 찾을 때 사람처럼 있다고 했잖아. 그리고 옮기려고 하면 바로 허물어진다고."


가을로 바뀌면서부터 낙엽을 쓸기 위해 현관에 뒀던 빗자루를 들었다. 그리고 허수아비 발을 겨냥한 다음 사샤의 신호를 기다렸다. 아내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확인하고 빗자루로 그것을 찔렀다. 그러자 허수아비가 동시에 맥없이 쓰러지는 것이 아닌가. 사람처럼 서 있고 버티던 허수아비가 순식간에 쓰러지는 것을 광경은 정말 충격적이었다. 댄과 루시가 말한 그대로였다. 젖은 지푸라기를 싼 삼베로 만든 이상한 인형에 비교적 현실적인 느낌의 얼굴이 달린 모양새라니.


사샤와 나는 놀라움에 서로를 쳐다봤고, 대쉬는 그 와중에 허수아비 냄새를 맡느라 정신이 없었다. 정말이지 기분 나쁜 광경이었다. 집안에서 '허수아비' 대비책으로 준비해둔 물건을 챙겼다. 올가미, 성냥, 휘발유가 담긴 통. "사샤, 내가 처리할게. 그냥 대쉬랑 같이 있어. 혹시 소리가 조금 날 수도 있으니까 음악 틀어놓고 있어. 10분이면 돼니까." 안심시키기 위해 미소를 짓자 아내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그래도 꼭 조심해야 해. 저거 진짜 소름 끼친단 말이야."


나는 밖으로 나가서 문을 꼭 닫고 바닥에 찌그러진 허수아비를 쳐다봤다. 저놈의 허수아비, 분위기가 정말... 좆같았다. 하지만 다른 걸 다 차치하고서라도 뭐랄까, 실망스러웠다. 뒷문에 정리해둔 장작더미를 확인했다. 현관 반대쪽에서 몸 위로 솟아오른 그 작고 뭉툭한 머리를 밧줄로 묶은 다음 반대편으로 끌어내리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다.


올가미를 던지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6번의 시도 만에 겨우 그것의 머리에 올가미를 엮는 것에 성공했다. 올가미가 걸린 것을 확인하고 천천히 줄을 당기며 그것의 '목'에 밧줄이 조여드는 것을 보았다. 젠장, 저건 그냥 지푸라기로 만든 허수아비라고. 대체 저놈의 허수아비가 애초에 어떻게 서 있었던 것인지 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 없다. 그래, 이건 나중에 고민할 일이다. 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나면서 밧줄을 더 단단하게 조였다. 무게가 꽤 나가는 탓에 허수아비를 옮기기 전에 알아서 단단하게 조여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만에 하나 옮기려는 동안에 그것이 움직이기라도 한다면... 그것까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덜 됐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루시와 댄이 설명했던 것처럼 허수아비가 갑자기 움직이며 두려움에 몸부림친다고 했던 내용이 내 머릿속을 깊게 파고들었다. 서 있던 자리에서 손을 털고 준비 삼아서 조금 뛰었다. 그리고 크게 심호흡한 다음에 최대한 강하게, 최대한 빠르게 허수아비를 현관 계단에서 끌어내리기로 했다. 줄을 잡고 어깨에 건 다음 줄이 팽팽해질 때까지 이동한 다음 이놈을 태울 곳을 응시했다. 큰 소리로 숫자를 셌다. "3, 2, 1," 그리고 움직이면서 말했다. "출발."


묵직하긴 했지만 엄청나게 무겁지는 않았다. 20kg 정도 될까. 당기고 2-3초만에 계단으로 무언가가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빠르게 뒤를 확인한 뒤 마당을 따라 그것을 끌었다. 아직은 괜찮다. 잔디가 다 파이도록 열심히 끌어당겼다. 최대한 빨리 뒷문을 향해 달려갔다. 문 열기 전에 잠시 뒤를 보자 영혼 없이 널브러진 허수아비가 보였다. 미리 준비해둔 장작더미를 향해서 조심스럽게 목초지를 걷기 시작했다. 올가미에 팽팽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순간 밧줄을 어깨에 걸고 더 강하게 당겼다. 더미를 지나 약 2m를 더 가고 나서야 허수아비가 제대로 자리 잡은 걸 볼 수 있었다.


흠. 여기까지 오는 동안 놈이 움직이거나 애원하는 일은 없었다. 매번 그러는 건 아닌 모양이지? 조심스럽게 허수아비 곁에 다가가서 몸을 구부리고 올가미를 살살 풀었다. 그리고 이상하리만큼 현실적이고 자세하게 그려 넣은 얼굴 주변으로 천천히 밧줄을 벗겨냈다. 미리 준비한 기름을 허수아비 발에 뿌리고 성냥을 챙겼다. "잘 가게, 친구,"라는 말과 함께 성냥에 불을 붙여 허수아비 위에 떨어뜨렸다. 댄이 옳았다. 이 허수아비는 불이 존나 잘 붙었다. 5초도 안 돼서 허수아비 전체가 불에 휩싸였고, 30초 만에 잿더미로 변했다. 흠... 생각했던 것보다 최악은 아니군. 이런 일이라면 곰 추격전 하나 겪을 바에 차라리 이걸 아무 때나 10번 겪고 말겠다.


집에 들어가자 사샤가 식탁 앞에 앉아서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얼굴로 나를 맞이했다.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다 끝났어, 여보. 깡그리 태워서 없앴어. 걱정할 거 없어." 내 말을 들은 아내는 아주 짧은 사이에 다섯 개나 되는 질문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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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련은? 비명이나 우는 소리는 못 들었는데 어땠어? 허수아비가 뭐라고 안 했어? 깨어나면 힘이 세?" 나는 손을 들어 아내를 저지하며 말했다. "진정해, 여보. 그런 일은 하나도 없었어. 뭐라고 해야 하지... 허수아비, 아무것도 아닌 인형일 뿐이었어. 태울 곳까지 끌고 가서 불붙였더니 기름에 적신 것처럼 활활 타더라고. 그게 다야. 정말, 기분 나쁘고 힘들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어." 그러자 아내가 내게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댄 아저씨네가 말해줬던 일이 하나도 없었다고?"


"응... 아무 일도 없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움직이지도 않았다니까. 처음에 어떻게 그렇게 서 있었는지랑 애초에 어떻게 거기 나타난 건지 모르겠지만 그것 말고는 이상한 일은 없었어." 사샤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었지만 동시에 안심하는 눈치였다. 나는 후다닥 씻고 출근 준비를 마친 후 이미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로 콘퍼런스 회의에 들어간 사샤에게 키스를 남긴 뒤 서둘러 나가려고 했다. 그때, 아내가 전화를 멈추고 헤드셋을 벗더니 내게 잠깐만 기다리라며 눈치를 보냈다.


"자기야, 혹시... 태울 때 그거 느꼈어? 영이 떠나는 느낌. 연못에 뜬 빛은 불 피웠을 때 사라지는 느낌이 났거든. 곰 추격도 곰이 남자 시신을 끌고 갈 때 그 느낌이 왔단 말이야?" 그러고 보니 그 부분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음... 아니, 못 느낀 것 같아." 그러자 사샤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 "해리, 그 느낌이 들어야 제대로 된 거 아니야?"


"나도 모르겠어, 사샤. 그게, 음, 이렇게 말하면 되겠다. 오늘 새벽에 허수아비 발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는데, 연못에 빛 발견했을 때나 벌거숭이 남성이 우리를 향해서 달려올 때 느꼈던 그 두려움, 죽을 것 같은 공포나 갑갑한 분위기 있지? 그런 게 없었어. 대쉬도 지난 경험이랑은 반응이 달랐고. 이번에는 크게 흥분하지 않더라." 그러자 사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래... 나도 모르겠네. 그냥, 그게 떠나는 기분, 그 해소되는 기분을 간절하게 느끼고 싶거든."


"나도 마찬가지야, 여보. 아무래도 가을은 좀 다른가 봐. 대쉬는 경계가 미어캣 수준인데 이번에는 괜찮았잖아." 그 말은 사실이었다. 우리를 바라보며 꼬리를 흔드는 대쉬는 광대만큼 즐거워 보였다.


그날 퇴근하고 돌아와서 보니 사샤는 긴장이 많이 풀린 것 같았다. 루시에게 내가 경험한 일을 말해줬더니 돌아온 반응이 다음과 같았단다. "일부 허수아비는 더 느슨하기도 한 모양이죠."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우리는 이곳에서의 시월을 만끽했다. 어쩌면 여기로 이사한 이후로 가장 목장의 정취를 느꼈던 것 같다. 이파리가 붉게 물들어가는 모습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나 역시 가을의 선선한 바람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10월 중순은 사슴철에 우리 목장 바로 위로 이어진 국유림에서 멋진 수사슴 한 놈도 구경할 수 있었다. 스테이크, 소시지, 육포, 버거에 정원에서 직접 기른 식물로 만든 잼과 처트니를 곁들이며 어느 레스토랑에서도 만날 수 없는 특별한 음식을 즐겼다. 그야말로 귀족의 상차림이었다.


10월의 어느 토요일이었던 지난주, 모닝 똥을 때리던 중 부엌에서 나를 급하게 찾는 사샤의 목소리가 들렸다. 똥 때리는 사이에 두 번째 허수아비 사건이 터졌단 말이야? 대박인데.


부엌에 가보니 가운을 입은 사샤가 부엌 창가에 서서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대쉬 역시 창틀에 발을 올리고 뒷다리로 서 있었다. 그 둘이 바라보는 것에 동참하려고 다가갔다. 이번에는 여성형 허수아비였다. 10대로 꾸민 듯한? 허수아비는 단정하게 앉아서 양손을 무릎에 올리고 등은 마당을 가로지르는 돌담에 기대어 있었다. 구식 원피스에 턱 밑으로 끈을 묶는 모자를 쓰고 있었다. 이번에는 얼굴이 꽤 그럴싸했다. 나름 소녀다웠고 평온한 얼굴. 그래서 더 소름이 돋았다. 나를 보는 사샤에게 팔을 두르고 말했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여보. 쉽다니까. 대쉬만 잘 챙겨줘. 저번과 다르게 소리를 낼 수도 있으니까 음악은 더 크게 틀어놓고. 10분 안에 돌아올게, 알았지?" 아내는 걱정스러운 얼굴이었지만 저번보다는 덜한 것 같았다.


현관에 모아둔 온갖 '허수아비 퇴치 장비'를 챙겨서 가장 효과적으로 허수아비를 빼낼 '구조 전략'을 구상했다. 이번에도 역시 어떻게 이다지도 눅눅한 짚더미가 사람처럼 자세를 꼿꼿하게 유지할 수 있는지 놀라웠다. 뭐, 산에서 걸어준 저주 같은 건가. 최근 들어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일 목록이 하도 많이 늘어났기에 머릿속에 만들어둔 '그냥 받아들이자' 목록도 주야장천 늘어가는 중이었다. 이번에는 미리 울타리 문을 열고 다시 허수아비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준비됐다. 올가미 던지기를 두 번 만에 성공한 다음 허수아비 허리에 걸고 단단히 조였다. 제대로 구속된 것을 확인한 다음 끌어당기자 요조숙녀처럼 앉아있던 허수아비가 곧장 허물어졌다. 결국 너도 푹 절은 지푸라기 더미 아니더냐.


댄가 루시가 경고했던 허수아비 발작에 대비해 용기를 모아 밧줄을 어깨에 걸고 울타리 너머에 준비한 장작더미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이번 허수아비는 저번 녀석보다 더 가볍게 느껴졌다. 키도 아마 150cm나 될까. 10초도 안 걸려서 울타리 문에 다다른 나는 허수아비를 안 돌아볼 수 없었다. 그래, 여전히 축 늘어져 있군. 일반 허수아비일 뿐이야. 허수아비 얼굴이 바닥에 처박힌 상태로 그대로 태울 장소까지 빠르게 달려갔다. 그리고 저번과 마찬가지로 조심스럽게 올가미를 풀었다. 이번에도 생각보다 괜찮다 싶었다. 허수아비가 입은 이상한 원피스 위로 기름을 뿌리고 성냥에 불을 붙여 떨어뜨리자 인형은 25초 만에 새카만 잿더미로 변했다.


사샤는 허수아비를 처리했다는 사실에 한결 마음이 놓인 것 같았지만, 루시와 댄이 설명했던 것처럼 허수아비가 사람처럼 애원하고 울부짖는 현상이 없다는 것에 꽤 찜찜해 하는 것 같았다. "사샤,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돼. 그리고 댄 부부가 말했다시피 일 년에 두세 번 나타나는 게 전부라고 하잖아. 그러니까 이제 더는 안 나올 수도 있어. 올해는 이거로 끝일 거야." 사샤는 루시에게 전화해서 오늘 있었던 일을 그대로 읊어주었다. 그날 오후 느지막한 시간, 마당에 쌓인 낙엽을 치우던 중 진입로에 들어서는 댄의 트럭이 보였다. 차가 멈추고 두 사람이 울타리를 향해 다가오자 대쉬가 반갑다는 듯 마중 나갔다. "우리 왔네, 해리!"


둘은 두 번째 허수아비 등장을 더 자세히 듣고자 찾아온 것이었다. 나는 하나도 빠짐없이 이야기해주면서 첫 번째 허수아비 이야기도 다시 들려준 다음, 둘 다 다시 한번 더 이야기해주었다. 댄은 걱정스러운 것 같았다. 그 모습에 오히려 내가 더 실망했다. 나는 특히나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가을 '영들'과의 만남이 들었던 것보다 소름 끼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안심이었는데.


"해리, 나도 이 모든 야단을 하나부터 열까지 아는 건 아닐세. 하지만 자네가 태어나기 전부터 해마다 그놈의 허수아비를 2-3개씩 태웠던 사람이네. 그런데 지금 자네가 들려준 것과 같은 일은 단 한 번도 없었어. 허수아비를 옮기면 아무리 못해도 몇 번은 무조건 깨어나네. 그리고 언제나 울고 비명을 질러. 매번 기분 나쁜 경험이지. '기분 나쁘다'라는 표현 역시 많이 양보한 표현일세. 솔직하게 말하자면 자네 이야기를 듣고 나니 꽤 당황스러워. 아니, 오히려 더 마음이 불안하네."


"당황스러운 데다가 불안하다니, 하나만 해줘야죠, 댄!" 분위기도 풀 겸 웃으며 말했다. 댄과는 꽤 친해진 사이였고 서로 장난치는 것도 스스럼없어졌다. "댄, 루시, 제가 두 분을 엄청나게 믿는 거 알죠? 언제까지나 그럴 겁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말한 게 전부예요. 그래도 걱정된다면 쇼숀 가족한테 연락해봐요. 오가다가 시간 날 때 들르면 감사하고요. 안 그래도 정말 만나보고 싶은데 말이죠. 그 사람들은 왜 이번 허수아비들이 '허수아비로서의 열정이 부족한지'에 관해 알 지도 모르잖아요. 아무튼 왜 이게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네요. 일 처리가 더 쉬우니까 오히려 윈윈 아닌가요?" 내 말에 댄과 루시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말을 시작했다.


"좋아, 똘똘이. 그럼 이렇게 말해볼까..." 그는 씩 웃으면서 말했다. "어차피 다음 주에 조와 그 애들을 만나야 하거든. 목초지 허가 관련 문제가 있어서 말이야. 그때 만나서 이 목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겠네. 시간 되면 들르라고 해보지 뭐. 허수아비가 가장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게 11월 29일이고, 겨울 버전이 가장 이르게 나타났던 게 12월 13일이니 아직 세 번째 허수아비가 나타날 수 있는 시간이 한 달이나 남았다는 말이네. 그 말은 3번이 무조건 나온다는 거겠지... 그리고, 만약에 자네가 세 번째 허수아비를 찾아낸다면, 내게 전화를 해주겠나? 단박에 달려오겠네. 괜찮다면 전혀 움직이지 않는 허수아비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고 싶어서 말이야." 나는 그 말에 동의했고, 사샤는 '동네 어르신들'에게 영적 도움을 받는다는 말에 한결 마음이 편해진 것 같았다. 사샤는 언제나 그래왔으니까. 뭐, 나 역시 어르신 말씀을 경청하는 편이지만 이번에는 너무 고집불통으로 굴었던 게 사실이다.


내가 댄에게 연락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바로 찾아온 토요일 아침, 해가 뜨기 전 부엌에 나와서 커피를 내리던 중이었다. 그날은 들꿩 사냥을 나갈 계획이었다. 식기세척기에서 컵을 꺼내던 나는 눈가로 형상 하나가 잡히는 것을 깨달았다. 나도 모르게 움찔하면서 고개를 돌려 확인해 보니... 그곳에는 세 번째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이번에는 소년의 모습이었다. 13-14살 정도 됐을까, 옷은 캔버스 천으로 만든 바지에 허리띠 삼아 밧줄을 두르고 있었고, 버튼이 그려진 흰색 상의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얼굴에 그려진 저 소름 끼치는 미소라니. 개새끼. 그 허수아비는 현관 계단 뒤쪽에 서 있었는데, 장모님이 보내주신 멋진 도자기 화분에 엉덩이를 걸친 상태였다. 한 다리로는 몸을 지탱하고 다른 다리는 뒤로 구부려서 화분에 발뒤꿈치를 댄 자세랄까. 그 망할 미소로 정확하게 부엌 창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행여 이 좆만이가 깨어나기라도 한다면, 뒤지기 전 그 짧은 순간에 욕 한마디 해주겠노라 다짐했다. 그리고 약속했던 것처럼 댄에게 전화했다. 댄 부부는 매일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기 때문에 이미 깨어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전화를 받은 댄은 곧장 넘어오겠다고 말했다.


2분 전까지만 해도 세상 모르게 자고 있던 사샤가 침대에 몸을 일으키고 앉아있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창백하게 질린 상태였다. "여보, 그게 여기 있어, 여기 나타났다고." 순간 내 피가 차갑게 식는 게 느껴졌지만 침착함을 유지하며 말했다. "알아, 여보. 그거 말해주려고 온 거야. 금방 세 번째 허수아비를 발견했거든. 뒷문 현관에..."


사샤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곧장 내게 다가오며 말했다. "아니야, 해리. 이 왔다고. 느껴져. 지금, 이 순간, 그 영이 여기에 왔어." 아내를 안는 내 심장이 미친 듯이 쿵쾅댔다. "여보, 저번이랑 다를 거 없어. 댄에게도 미리 연락해서 지금 오는 중이야. 내가..." 사샤가 내 말을 끊는 순간, 나도 내 목소리가 떨린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니, 저번이랑 달라. 느껴져. 자기도 느끼잖아. 지금 느껴진다고, 해리." 아내가 울기 시작했다. 나는 아내를 끌어안고 말했다. "사샤, 괜찮아. 괜찮을 거야. 이미 겪은 일이잖아. 지금 또 겪는 것뿐이야. 그리고 앞으로도 겪을 거고. 괜찮아, 사샤. 괜찮아." 매초가 지날 때마다 그것의 존재가 점점 선명하게 느껴졌다. 아내 말이 옳았다.


댄과 내가 허수아비를 처리하기 전까지 나오라고 아무리 말해도 아내는 직접 보겠다며 우겼다. 결국 함께 부엌으로 가자 대쉬가 이미 부엌문 앞에 서서 머리를 낮게 숙이고 으르렁대는 것이 보였다. 그 모습 하나만으로도 손에 감각이 사라질 정도로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우리는 함께 부엌에 서서 소년 모습을 한 허수아비가 사람처럼 현관 계단에 기대서 우리를 향해 소름 돋는 미소를 보내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내에게 말했다. "봐봐, 저번이랑 거의 비슷하지?"


아내는 몸을 숙이더니 그대로 부엌 바닥에 토해버렸다. 나는 아내 어깨를 잡고 진정시키면서 싱크대로 안내했다. 이제 대쉬는 문을 향해서 짖는 중이었다. 아내는 수건으로 입을 닦고 한동안 싱크대만 바라보았다. 제기랄. 침착하자. 아내에게 물 한 잔 따라주고 감싸며 말했다. "사샤, 괜찮아. 지금껏 대비해왔잖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까 괜찮아. 당장은 우리에게 아무 해도 가하지 못해."


하지만 사샤는 고개를 저으며 눈물을 머금은 채 나를 보며 말했다. "해리, 저건 뭔가 잘못됐어. 저건... 허수아비가 아니야. 지난번 것들과는 차원이 달라. 느껴져. 저 허수아비에서 굉장히 악한 기운이 느껴진단 말이야." 아내는 겨우 문장을 끝내더니 다시 펑펑 울기 시작했다. 잠시 아내를 안고 달래며 거실로 데려가서 소파에 앉혔다. 그녀를 위해서라도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 사샤가 겁에 질리면 나는 폭력적으로 변한다. 그렇게 되는 것은 아마 나 스스로 겁에 질려서 방어기제로 포악해지는 것 같았다. 건강한 반응은 아니다. 하지만 본능이다. 짐짓 괜찮은 척 아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는 허수아비를 향해 끓어오르는 분노를 꾹 삭혔다. 아내의 어깨를 감싸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 "내가 저 악마 허수아비를 후딱 지옥으로 보내고 올게. 금방 올게. 나 오면 같이 라테도 만들고 아보카도 넣은 토스트도 해 먹자. 그리고 오늘 아침은 대박 느긋하게 보내는 거야, 알았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금방 해결될 거야." 노력한 덕분에 울던 아내를 키득거리게 할 수 있었다.


막 도착한 댄에게 문을 열어주면서 대쉬가 나가지 못하게 발로 막았다. "어딜 나가려고, 자식아." 올가미와 기름, 커피를 챙겨서 나가는 나를 향해 대쉬가 '아니 우리 팀 아니야? 장난해?'라는 눈빛을 쏘아댔지만 무시하고 문을 닫아버렸다. "좋은 아침이네, 해리. 세 번째가 나타났다고? 드디어 첫 번째 가을을 마무리하는군! 어디에 있는가?" 내가 사샤를 달랜 것처럼 댄 역시 나를 달래려는 게 보였다. 저렇게 아무 일 없다는 듯 능청스럽게 굴다니. 그래서 더욱 걱정됐다. 댄을 뒷문으로 안내하면서 커피잔을 든 손으로 '소년' 모습을 한 허수아비를 가리켰다.


"어린놈이네? 자... 어서 시작하지. 어디, 올가미 실력 좀 볼까?" 그 말에 발끈해서 던졌더니 한 방에 성공했다. 올가미는 허수아비 가슴께에 걸렸고, 나는 밧줄이 팽팽해질 때까지 잡아당기며 그 건방지고 오만한 10대 허수아비를 무너뜨렸다. 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얼굴에 긴장이 서렸다. 나도 긴장됐다.


줄을 잡고 계단을 바로 보게 섰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이 새끼를 끌고 가다가 분명히 깨어날 것 같은 느낌이 왔다. 나는 다시 줄이 팽팽해질 때까지 당긴 다음 태울 곳을 향해 바라보며 속으로 숫자를 센 뒤 허수아비를 끌기 시작했다.


지푸라기로 만들어진 허수아비 몸이 계단을 따라서 넘어지는 게 느껴졌다. 젠장, 이번 허수아비는 다른 놈들보다 훨씬 무겁군. 30kg은 족히 나갈 것 같았다. 몸을 숙이고 손을 단단하게 고쳐잡은 뒤 울타리를 향해서 체중을 실었다. 12m만 더 가면 된다. 9m. 최고 속도를 내려고 애썼다. 6m. 이제 3m 남았다. 겨우 울타리를 통과했으나 그 사이에 허수아비 새끼 무게가 45kg은 더 추가된 것 같았다. 어깨와 다리가 부서질 것 같았다. 밧줄을 놓고 허수아비 뒤에서 따라오던 댄을 쳐다보곤 헐떡이며 허수아비를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허수아비 옮기면서 이렇게 한 번도 안 움직인 적 있었어요?


그러자 댄의 얼굴에 긴장감이 한층 더 서렸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그가 허수아비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아니, 해리. 그런 경우는 한 번도 없었어." 무릎에 손을 대고 서서 바닥에 널브러져 개같이 웃는 허수아비 얼굴을 바라보았다. 댄이 주변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지금 영이 이곳에 있어. 그 영 말이네. 자네들이 겪었던 처음 두 번에는 영이 없었을지 모를지언정 지금은 확실히 존재가 느껴진다네." 그의 말을 반박할 수 없었다. 나 역시 느껴졌으니까. 공포의 촉수가 조금씩 내 심장을 조여왔다. 어째서인지 바람도 점점 거세졌다. 주변에 느껴지는 한기가 점점 내 뼈까지 저리게 만들었다. 댄이 나를 보며 말했다. "당장 처리해버리세."


고민은 뒤로 밀어버렸다. 밧줄이 팽팽해질 때까지 뒷걸음질 치면서 줄다리기 하듯이 세게 당겼다. 장작 위로 앉은 서리가 내 발에 의해 뭉개졌고, 허수아비는 이제 막 울타리를 지나는 중이었다. 그 순간 그 일이 일어났다.


허수아비가 일어선 것을 보자마자 놀라서 밧줄을 놓치고 그대로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어찌나 무서웠는지 나도 모르게 애처럼 새된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나를 등진 채 댄을 정면으로 보고 있었는데, 댄 역시 놀랐는지 빠르게 뒷걸음질 치다가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소년의 모습을 한 허수아비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더니 그대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처음 그것의 목소리는 소년의 것과 같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굵어지더니 한 번에 5개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남자 목소리, 여자아이 목소리, 여자 목소리, 말과 개의 울부짖음까지. 기압이 바뀌었다. 기압 차로 귀가 뻥 뚫리는 느낌이 들었다. 즉시 속이 울렁대기 시작했고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손으로 귀를 막는 순간, 인형이 가지고 있던 생명력이 한순간에 꺼졌다. 허수아비는 물 먹은 지푸라기 더미처럼 그대로 뒤로 넘어가더니 소름 끼치는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그대로 멈춰버렸다. 더듬더듬 발을 디뎌 허수아비를 지나 댄에게 달려갔다. 그는 팔꿈치로 몸을 일으키는 중이었다. 맹렬한 그의 눈빛은 조금 전까지 일어나 있었던 악마와 같은 허수아비에 꽂혀있었다.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허... 이번에는 지난 녀석들과 꽤 다르군." 그의 유머 감각에 내심 감사했다. 저놈의 허수아비가 나를 제대로 당황하게 했다. 댄과 함께 숨을 고르며 심장을 가라앉혔다. 그가 내 등에 손을 얹더니 말했다. "이제야 제대로 봤군, 해리. 내가 왜 허수아비를 특히 싫어하는지 이제 알겠지? 하지만 허수아비가 이런 식으로 징글맞게 소리 지르는 것은 처음 본다네. 무슨 지옥 불에서 타들어 가는 영혼들이 한 번에 비명을 지르는 것 같던데." 마땅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댄이 미리 일러준 것을 되풀이할 뿐. "빨리 처리해버립시다. 댄." 댄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름과 성냥을 챙겼다. 우리는 재빨리 울타리를 지나 생명력을 잃은 허수아비를 빙 둘러서 돌아갔다.


다시 밧줄을 잡고 태울 장소를 지나 천천히 움직였다. 앞서 태운 두 허수아비의 잿더미에 내 발자국이 선명하게 찍혔다. 차라리 그 두 개는 이번 허수아비보다는 훨씬 더 계절과 어울렸단 말이지. 밧줄이 팽팽해지는 것을 느끼고 댄을 쳐다봤다. 살면서 누군가의 존재에 그렇게 감사하게 된 것은 아마 댄 뿐이리라. 그가 단호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체중을 실어 뒤로 앉듯이 줄을 당겼다. 허수아비가 울타리를 막 빠져나왔을 무렵, 다시 그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번에는 허수아비가 팔을 한쪽으로 내밀더니 배를 뒤집고 네 사지로 기듯이 엎드렸다. 그 힘에 맞서서 밧줄을 잡아당겼지만, 그 무게가 허수아비가 아니라 무슨 트럭에 걸고 당기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아닌가. 이번에도 밧줄을 놓치면서 나는 그대로 뒤로 나자빠지고 말았다. 댄이 천천히 뒷걸음질 쳤다.


허수아비가 천천히 고개를 들더니 내 눈을 마주 봤다. 재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밧줄을 챙기러 갔지만 내가 줄을 잡기도 전에 허수아비가 잡아당겨 버렸다. 밧줄이 놈의 손에 감기는 것을 보자 끔찍한 공포가 엄습했다. 그 순간, 허수아비가 키득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분명히 키득거림이었지만 곧 곧이어 비아냥대는 듯한 웃음으로 바뀌었다. 그 웃음이 어찌나 끔찍한지 내 혈관에 한기가 느껴지고 전신에 소름이 돋아나는 게 느껴졌다. 얇게 뜬 그것의 실눈으로 보이는 빛나는 파란색 동공이 나를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피부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미칠 것 같았다. 근육 경련이 느껴졌다.


움직임이 갑작스러웠던 것처럼, 그 악마 같은 소년 모습의 허수아비가 무너지는 것도 한순간이었다. 댄이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보았다. 나는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속에서 올라온 위산이 입에서 시게 느껴졌다. 무릎에 손을 짚고 몸을 지탱하면서 바닥에 몇 번이고 침을 뱉었다. 숨을 돌리고 나서도 몇 마디 겨우 뱉을 수 있었다. "저런 웃음 들어본 적 있어요?" 내 말에 댄은 대답하지도, 그렇다고 시선을 거두지도 않았다. 그저 고개를 저으면서 이렇게 말할 뿐이었다. "해리, 지금 당장 저 허수아비를 울타리 밖으로 꺼내야 해."


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었다. 100가지의 감정이 한 번에 휘몰아 쳤다. 백색 불꽃처럼 아주 뜨겁고도 혼란스러운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찰나의 순간 스쳐 가는 분노를 생명줄처럼 부여잡았다. 허수아비를 향해 돌진해 기름이 묻은 빨간색 대가리를 잡았다. 폐가 터지라고 고함지르면서 울타리 밖으로 당겨 발에 잿가루가 느껴지고 나서야 비로소 멈출 수 있었다.


허수아비를 놓는 순간 그것의 팔이 내 팔을 바이스처럼 단단하게 쥐는 느낌에 엄청난 공포가 몰려왔다. 분명히 짚으로 만든 손인데, 왜 이렇게 강철처럼 느껴지는지. 나는 다른 손으로 그놈 팔을 미친 듯이 잡아당겼다. 댄이 잽싸게 다가와서 나를 돕는 동안, 허수아비가 나를 향해서 고개를 천천히 돌리는 것이 보였다. 댄과 나는 모르는 사이에 혐오와 공포, 그리고 팔을 떼려는 엄청난 노력에 언젠가부터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것은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미소를 지었다. 참고 있던 오금의 긴장이 풀려버렸고, 코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눈덩이에 심장이 있기라도 한 듯 두근거리는 느낌까지 들었다. 사악한 느낌마저 감도는 허수아비의 입가 박음질이 빙글빙글 움직이더니 영어로 된 단어 몇 개를 내뱉어댔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는 태어나서 처음 듣는 것이었다. 아주 느리고, 후두음에서부터 끌어내는 듯한 깊은 소리, 기괴한 억양은 내 귀를 괴롭게 하는 동시에 내 정신까지 괴롭혔다.


"네놈이 내 땅을 빼앗았다고? 어떤 짐승인간도 나로부터 땅을 빼앗아갈 수는 없다. 이방인. 한때 원시인이, 사냥꾼이, 승마인이, 쇼숀이, 배넉이, 모피 사냥꾼이, 사제가, 농부가 내게서 땅을 빼앗기 위해 시도했었지. 그들 모두의 뼈와 마찬가지로 네놈 뼈도 내 존재가 사라지기 훨씬 전에 먼지가 되어 사라지리라. 가 바로 이 땅이다."


허수아비는 말을 끝내더니 팔을 풀고 그대로 무너졌다. 나는 그대로 토했고, 귓가에 댄이 기침하는 게 들렸다. 이제는 축 늘어진 짚더미에 불과한 허수아비로부터 몸을 멀리 밀었다. 무릎에 힘을 주고 나서야 겨우 앉을 수 있었다. 하늘을 보며 숨을 고르다 보니 아까 올린 토사물과 잿더미에 범벅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샤. 내가 우리를 위험에 빠뜨린 거다. 내가 그녀를 위험하게 만들었다. 내가 대체 무슨 짓을 한 것인가. 대체 무슨 좆같은 짓을 벌인 거야?


댄은 이미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공포와 의아함이 뒤섞인 표정으로 나를 보는 중이었다. 나는 댄이 떨어뜨렸던 성냥을 들고 그에게 물러나라고 말한 뒤 성냥에 불을 붙였다. 성냥 머리가 타닥거리며 타들어 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허수아비 얼굴에 던지자 뜨거운 열기가 내 얼굴까지 느껴졌다. 댄이 나를 일으켜주었고,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마당으로 돌아갔다. 댄이 나를 미루나무에 기대어 앉혀주었다. 그는 내 앞에 한쪽 무릎을 꿇더니 내 눈을 직시하면서 아주 엄숙하게 말했다.


"해리... 대체 무슨 짓을 했나?" 그 말을 마지막으로, 나는 정신을 잃었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여전히 미루나무 아래에 있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도움에 되는 음료를 먹었는지 검녹색 액체가 내 입가에 묻어 있었고, 댄과 사샤가 내 앞에서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음료를 한 모금씩 넘길 대마다 생명력을 얻는 기분이었다. 한 잔을 끝내자 사샤가 한 잔 더 내밀었다. 마시면 마실수록 몸에 힘이 돌고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괜찮아, 나 괜찮아요. 알아서 일어날게." 체육관에서 넘어진 아이가 비틀대며 일어나는 모습을 두 사람이 보고야 말았다. 그래도 혼자 일어난 게 어디람. 생각했던 것보다 수월했다. 몇 걸음 디디자 내 뒤에서 댄의 목소리가 들렸다.


"해리, 만나볼 사람이 있어." 그의 말에 놀라서 몸을 돌리자 정신이 아찔했다. 그곳에는 눈에 띄는 사람이 한 명 더 서 있었다. 키가 큰 남성. 플란넬 셔츠 위에 칼하트 멜빵바지를 입은 남자. 칠흑 같은 긴 머리는 포니테일로 묶어 넘긴 상태였다. 댄과 동년배로 보였는데, 그에게서 풍기는 강인함이란 황소의 그것과 같았다. 놀랍게도 대쉬가 그의 발치에 앉아서 그 사람이 세상의 주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꼬리를 흔들며 우러러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해리, 나는 조라고 합니다." 그가 야구 글러브만 한 크기의 손으로 악수를 청하며 말했다. 그 손을 맞잡자 오크나무 뿌리를 잡는 것 같았다.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 조." 그가 목초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좀 걷죠." 조가 먼저 울타리로 가자 사샤를 바라보았다. 내게 보내는 아내의 눈빛이 마치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핑몰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쇼핑몰 경비한테 걸려서 엄마가 호출됐을 때 그 눈빛 같았다. 아내가 조를 가리키며 고갯짓을 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조와 나는 아무 말 없이 목초지를 따라서 연못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잠시 멈춘 조는 산을 올려다보았다. 나는 여전히 내 오물에 뒤덮인 채 그 옆에 서서 그의 대단한 풍채와 위엄에 감탄했다. 그런 그 옆에 있자니 나 자신이 길거리에 누군가 싸지른 지 오래된 똥 덩어리처럼 느껴졌다.


그는 충분한 시간을 음미한 뒤 내게 말했다. "댄과 루시가 당신 부부를 아주 좋게 봤더군요. 사샤를 만나보니 정말 좋은 사람 같습니다. 강인하고 현명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네, 맞아요... 댄과 루시가 그쪽 가족에 대해서도 정말 좋게 말씀해주셨어요. 진심에서 우러나는 경의가 느껴졌습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목장을 지나 산 위로 손짓하며 말했다. "우리는... 음, 여기는 우리에게 정말 특별한 곳이에요. 선생님과 선생님 가족의 지혜가 없었다면 우리는 3월도 버티지 못했을 겁니다."


조가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들여다보았다. 그는 다시 산을 향해 몸을 돌리고 말을 시작했다. "듣자 하니 영을 자극해서 그 껍데기를 벗겨보려고 했다더군요."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우리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고 싶은 마음에 그런 거였습니다. 영영 말입니다."


그는 나를 돌아보는 대신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그럴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터프가이 씨." 할 말을 잃었다. 그는 잠시 후 나를 돌아보며 다시 말했다. "그 어두운 영의 허물을 벗기는 일은 꿈에서라도 하면 안 됩니다, 해리. 그랬다가는 당신과 당신 가족만 위험해지는 게 아니에요. 댄과 루시가 알려준 조언을 따르면 안전할 겁니다. 그거 하나는 내게 약속해주시오." 그가 바닥을 가리키며 얼굴에 가까이 다가오며 말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얼굴에 나는 아무 생각할 틈도 없이 즉각적으로 대답해야 했다. 하지만 나 역시 깊은 곳에서 그럴 생각이었다. "약속하겠습니다, 조."


조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는 들이댔던 얼굴을 거두고 다시 산자락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묻고 싶은 게 만 가지도 더 넘었지만 이것 하나라면 그도 반응하리라고 믿었다. "조, 내가 했던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무언가를 촉발한 겁니까? 사샤가 위험해요? 되돌릴 순 없을까요?" 아무래도 그 세 가지는 정말 궁금했던 모양이다. 조는 산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는데, 그 얼굴은 즐거움과 성가심이 묘하게 공존했다.


"영은 뒤끝이 없습니다. 영은 교훈을 주죠. 아무래도 당신에게도 교훈이 필요했던 모양이군요?"


그가 내게 얼굴을 돌렸다. "오늘처럼 영이 그만의 패턴을 깨기 위해서는 정말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해리. 앞으로 오늘 같은 일이 또 있으려면 한없이 긴 시간이 지나야 할 겁니다. 그마저도 당신이 그것이 그렇게 행동할 만한 이유를 줄 경우에만 하겠죠. 그래요, 영의 패턴은 예전으로 돌아갈 겁니다. 댄과 루시의 조언을 따르는 한 당신과 사샤는 안전할 겁니다." 안도와 수치심이 동시에 몰려오는 바람에 애처럼 펑펑 울고 싶었다.


그가 집이 있는 방향을 보면서 말했다. "당신은 전사예요. 그래서 당신은 가족이 이 촌 동네에서도 잘 헤쳐나가게 이끌 수 있죠. 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당신의 지도가 통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사의 심장은 단련되어야 해요. 당신이 가진 것처럼 오만과 분노는 어디에서도 죽음을 불러올 수 있지만, 특히 이런 골짜기에서는 더욱더 위험합니다. 당신 아내 사샤는 현명하고 감각이 뛰어납니다. 그녀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하세요. 홀로 성급한 결론에 도달하지 말고요. 그리고 대쉬 역시 참 강한 놈이군요. 녀석은 당신이 보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어요. 그게 당신의 가족입니다. 둘을 믿고, 우리 가족이 당신에게 나눠주는 지혜를 믿으세요. 그럼 영이 다가와도 무사히 계절을 날 수 있을 겁니다."


그 말에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은 하나뿐이었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이제 곧 계절이 바뀌는군요. 당신 눈에도 보입니다..." 그가 나를 보며 말했다, "이제 양초를 준비해야겠네요."


그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를 따라가려는 순간, 차가운 무언가가 내 목덜미를 부드럽게 쓸어내렸다. 목초지를 향해 뒤돌아봤더니 하늘에서 눈송이가 하나둘 떨어지고 있었다.



5편 : https://yul-do.com/humorissue/19789310


출처 : https://blog.naver.com/iamsuekim/221974396478 (번역)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f7wxpk/my_wife_and_i_bought_a_ranch_in_the_mountains/ (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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