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이슈 조영남씨에게 '발언권' 준 방송국과 신문사는 책임이 없나?

소위 '사고를 많이 친' 남성 연예인이 TV 프로그램에 나올 때마다, 그가 '여성 연예인'이었을 경우를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남성 연예인'에게 대체로 더 관대하며, 문제를 일으키더라도 회복할 기회를 더 많이 준다.
조영남씨는 여성이었다면 진작에 대중 사이에서 잊힐 만한 인물이었다. 그가 일으킨 문제는 너무 많아서 일일이 언급하기 힘들 정도다. 함께 출연한 여성 연예인들에 대한 무례한 태도와 성추행, 그림 대작 논란, 친일 저서 논란 등을 감안하면 대체 이 사람이 어떻게 지금까지 방송에 나오고, 신문 지면에서 글을 쓸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하지만 그는 '대작 논란' 이후 중단했던 방송 활동을 지난해부터 재개할 수 있었다. 이유가 무엇일까. 막말을 하고 선을 넘나들면서 방송을 화제성 높게 만들기 때문이다. 여전히 그는 유명하고, 이목이 끌리는 인물이다.





이날 방송분에 대해 수많은 매체에서는 윤여정씨에 대한 조영남씨의 발언에 대해 기사화했다. 윤여정씨는 그동안의 인터뷰에서 조영남씨와의 인연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해왔다. 그런데 대뜸 공영방송이 조영남씨를 '아카데미상 수상이 유력한 배우의 전 남편'으로서 호명하고 '전 남편' 자격으로 발언하도록 유도하면서, 가부장으로서의 그의 지위를 일시적으로나마 회복시켜준 것이었다.

앞서 말했듯, 성별을 바꿔보자. 아카데미상 수상이 유력한 '남배우'가 있다면, 그의 전 아내가 공영방송에 출연해서 "내가 바람피워서 이혼한 거지"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전에 사회적 매장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이런 현상은 젠더적 관점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왜 조영남씨에게만, 왜 남성에게만 말할 기회가 주어지는가.




논란을 '생산하는' 언론
윤여정씨가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지난 28일은 윤여정씨에 관한 기사가 그야말로 쏟아지는 날이었다. 웬만한 기사는 눈에 띄지도 않는다. 이때 연예매체도 아닌, 무려 '통신사'인 <뉴스1>이 먼저 '조영남 카드'를 꺼내든다. <뉴스1> 기자가 조영남씨와 통화한 내용을 담아 '조영남 "윤여정 수상 너무 축하…나처럼 바람 피운 사람에게 최고의 한방"'이라는 기사를 낸 것이다.




조영남씨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남들이 보기에 내가 (윤여정씨를) 언급하는 게 안 좋다고 하고, 부정적으로 보기도 해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라면서 "나는 그냥 축하를 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논란이 된 발언을 한다. "이 일이 바람 피우는 남자들에 대한 최고의 멋진 한 방, 복수 아니겠나. 바람 피운 당사자인 나는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




이러한 기사들이 나간 뒤에 조영남씨에 대해 무수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록 밴드 '언니네이발관' 출신 이석원씨가 자신의 블로그에 쓴 조영남씨 비판 글 역시 무수히 많은 매체들이 인용해 보도했다. 요즘 말로 '안물안궁'인, 사회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내용을 통신사와 주요매체가 기사화하고, 이를 비판하는 내용을 언론이 다시 기사화하는 상황은 기괴하기 짝이 없다.




'그럴 수도 있지'라는 면죄부는 주로 남성에게 부여된다. 물의를 일으킨 남자연예인에게는 불현듯 '일이 끊겨서 걱정된다'라는 동정 여론이 일어난다. 남성은 가족을 먹여살려야 하는, '생계부양자'라는 관점이 강하게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행실이나 사적 일탈에 대해서도 여성에 비해 비교적 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된다.
 



'조영남 끼얹기'라는 이 황당한 사건은 조영남씨 개인의 부덕함만을 탓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조영남씨 같은 남성 중년 연예인의 무례한 말과 행동을 '자유분방함'이라거나 '늙어도 철없는' 등으로 묘사하며, 마냥 미화하고 감싸주던 방송사와 언론매체들이 지금의 조영남씨를 만든 것이다.

'바람 핀 사실'을 토대로 자조적인 유머를 하는 것도, 윤여정씨의 처지에 자신을 빗대 자기연민에 빠질 수 있는것도, 그런 목소리들이 감히 지상파 방송과 주요 매체 지면에 나올 수 있는 것도, 조영남씨와 그를 둘러싼 '남성 권력'을 증명하는 일이다. 조영남씨 개인에 대한 비난을 넘어 누가, 어떻게, 조영남씨를 계속 '크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조를 만드는지 면밀히 살펴야 한다.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39498&CMPT_CD=P0010&utm_source=naver&utm_medium=newsearch&utm_campaign=naver_news


전문은 길어서 일부만 발췌했어 

들어가서 읽어봐도 좋을듯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