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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며느리가 밥 잘하면 싫나요?

 

 

매달 한 번 어머님이 남편한테 전화하는 루틴이 있음.밥은 잘 먹고 다니냐? 같은..근데 결이 다름. 걱정이 아니라 '걔가 해주는 밥이 그렇게 맛있디?'의 뉘앙스.

 

근데, 나 밥 잘 함.요리 잘 하는 엄마 밑에서 어깨 너머로 보고 자란 게 컸던 거 같음.굳이.. 뭐.. 레시피 보지 않아도 어떻게 뚝딱 뚝딱 하면 요리가 됨.결혼 초에 남편이 내가 해준 밥 먹고 눈 돌아간 일화는 가족들 사이에서 유명함.살면서 울 엄마가 밥 잘하는 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당신이 일등 먹으라고 했음.

 

암튼... 햄버거, 피자, 치킨 이런 건 배달로 잘 안 시켜 먹은 지 꽤 됐음.그냥 집에서 만들어 먹는 게 나는 편했고, 배달료도 어마무시 했고.. 겸사겸사.뭐 누구는 남편 버릇 다 버린다고 하는데, 아직 애도 없이 둘이 사는데 뭐 어떤가 싶음.

 

근데 이걸 어머님은 엄청 싫어하심.내 밥 먹고 눈 돌아가서 정신없이 먹었다는 말 듣자 마자밥이 그냥 밥이지 뭐가 그렇게 맛있다고 엄마 앞에서 자랑을 해? 하고 쏘아붙이신 분임.

 

나도 공감은 했음. 맛있어봤자 밥이지.. 하고 그냥 고개 끄덕이고 말았는데이게 한 두번이 아니라, 매달 자꾸 뭐라고 하니까 나도 슬슬 스트레스 받으려고 함.그렇다고 남편한테 나 약빨 떨어져서 이제 맛 없게 한다고 하라고 시키는 것도 어이없고 웃김.그냥 놔뒀음. 그렇게 내 밥이 맛있다는데.. 눈치가 있으면 자기가 좀 조절을 하겠지 싶어서.대신, 밥 칭찬은 그만 하고 다른 거 해. 나 밥 말고 칭찬할 거리가 없어? 라고는 했음.

 

근데 우리 남편은 눈치가 1도 없었음.꾸준히 어머님이 전화하시면 그때마다 여전히 맛있다고 했나 봄..ㅋㅋ

 

첫 명절이라 그런가.. 어머님이 아침 댓바람부터 시골로 넘어오라고 전화하셨는데또 그 질문을 하셨는지 옆에서 남편이 "어제 명란솥밥 해줬는데 진짜 기가 막히더라~" 함ㅋㅋ;;핸드폰 너머로 "그놈의 밥!! 밥!! 어이고 진짜!! 그만 좀 해!! 걔 밥 잘하는 거 재수 없어!!"가 들림

 

남편이 그거 듣고 열받아서 왜 재수가 없냐고, 말을 도대체 왜 그렇게 하냐고 큰 소리치고덩달아 어머님도 뭐라 막 소리 지르는데 남편이 볼륨을 낮춰서 잘 들리진 않았음.간혹 --야!, -건데! 같은 단어만 들리는데다 나도 그거 듣고 안방으로 자리를 떴기 때문에..한 10분 좀 넘게 통화했나? 핸드폰으로 유튜브 아무거나 보고 있는데 남편이 나한테 왔음.

 

사과하러 왔다고.. 난 당신이 나 먹으라고 한 상 차려주는 게 너무 기분 좋은데울 엄마는 아닌 거 같다고.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뭐가 그렇게 화나는 일일까?걔(=시누이) 한테는 남편이 해주는 밥도 먹고 해야 사랑 받는 거라고 그러더니아들인 내가 와이프가 차려주는 밥 먹는 게 싫은 건지.. 당최 모르겠다고 줄줄 말하더니자기도 화났다고, 별 이유도 안되는 걸로 당신 싫어하는데 내가 왜 데리고 가냐고 안 간다 함.

 

나한테 한번 더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컴퓨터 있는 작은 방 들어가더니금세 편한 옷 갈아입고 지금 소파에서 티비 보고 있음;; 안 갈거냐 하니 진짜 안 간다고..남편 폰에서 자꾸 전화 벨 소리 울림..ㅋㅋㅋ

 

나 어쩌지...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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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작이든 진짜든

진짜 밥에 집착한다는 생각이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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