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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펌] 순정네비 수리비가 53만원에서 1.9만원으로 바뀐 썰

쏘렌도R 11년식 운전자입니다.

 

 순정네비에 후방카메라가 포함되어 있는데, 어느날 부터 요놈이 살살 맛이 가더군요.

 주차하려고 기어를 R로 놓으면, 마치 고장난 TV처럼 화면이 지지직거려 잘 볼 수가 없습니다.

 평소에 후방카메라를 잘 안보는 편이고, 게으른 편이라... 나중에 고쳐야지 했더랬죠.

 

 

 그러기를 1달쯤 지났더니 후방카메라 뿐만 아니라 네비쪽도 고장이 나더군요.

 네비 시작화면에 보여주는 "교통법규 준수 블라블라~ 동의함" 화면에서 '동의함' 버튼이 비활성화 되더군요.

 '동의함' 버튼을 눌러야 네비화면으로 진입할 수 있으므로 결국 네비는 사용을 할 수가 없게 된 것이지요.

 

 마침 그 날 오후에 개인사정상 휴가를 낸 터라, 요놈을 끌고 현대모비스 카오디오 협력업체를 갔습니다.

 

 "업데이트 언제 했어요?"

 쏘R은 CD/DVD 또는 USB로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데, 보통 30~40분 걸리는 터라 잘 안하거든요.

 업데이트 진행중 시동끄면 절대 안된다고 메뉴얼에 나와있기때문에, 주행하며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기까지 하구요. 그래서 업데이트 한지는 대략 3년쯤 된 것 같습니다.

 

 좀 민망했지만, 업데이트한 지 3년쯤 된다 했더니, 협력업체 사장님왈, 

 "업데이트만 해주면 잘 됩니다. 시간은 40분정도, 비용은 2만원예요" 이러네요.

 

 뭐, 그동안 게을렀던 내 탓이 크니 그리하라고 얘기했습니다. 

 

 

사장님이 USB를 꽂고 순정네비의 화면 이곳저곳을 누르니 윈도우 창이 뜨네요? 

와우~!! 순정네비의 운영체제가 윈도우라니!!

전혀 생각지 못했던 화면이 나오니 신기하더군요. ㅋㅋㅋㅋㅋ

 

 

 10분쯤 지났을까? 사장님이 부릅니다. 

 업데이트 진행이 안된답니다.

 순정네비를 보니, 화면에는 아무것도 안나오는 상태에서 다음과 같은 에러메시지만 띄우더군요. 

 

< Base Shot Creation Error >

 

 왜 이렇게 된거냐 물으니, 아무래도 네비용 보드가 나간 것 같답니다.

 사장님 얘기로는... 순정네비에는 메인보드와 네비보드가 있는데,

 일단 전원이 들어오는 걸 보니 메인보드는 괜찮은 거 같고, 업데이트가 진행이 안되는 걸 보니 네비보드의 문제라는 거죠.

 

 

 전체적인 고장증상은

 화면에 터치는 전혀 안먹고,

 리셋키나 물리적인 키버튼도 전혀 동작이 안되는 상태이며,

 순정네비가 위의 에러메시지를 띄웠다가 10초정도 지나면 스스로 리부트를 반복하는 겁니다.

  Power ON -> 에러메시지 -> 리부트. 이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더군요.

 

 

 황당하더군요.

 내가 여기 올 때에는 적어도 키버튼은 동작하고, 블루투스까지 잘 연결되었었다. 최소한 이정도까지 아니었는데, 뭔 소리냐!!

 

 사장님 왈, 업데이트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보드가 나간 줄은 몰랐답니다.

 보드고장이라는게 어느 한 순간 갑자기 훅 가버리는 거라서 자기가 예측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리고, 네비보드를 수리(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교체)하려면 대략 2~30만원 든다네요. 

 

 뭐가 이리 비싸!!

 

 한참을 고민하다, 기아자동차 직영공장으로 가야겠다 맘먹고 이동했습니다.

 거기서는 좀 더 자세하고 정확한 고장진단을 내려주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말이죠. 

 고객센터에 접수하고 쇼파에 앉아 기다리니, 제 이름을 호출하네요.

 

 "순정네비가 처음엔 후방카메라가 안됐는데 네비의 동의함 버튼이 블라블라~"

 고장현상을 주욱 설명하다가... 협력업체에 갔던 얘기를 했습니다.

 (나중에 든 생각이지만, 협력업체를 방문했었단 얘기를 왜 했을까 엄청 후회했어요)

 잠시 기다리라고 하고는 차를 끌고 가버리네요.

 저는 또다시 쇼파행~ 

 요즘엔 직영공장에 들어가면, 수리과정을 직접 못 보나 봅니다.

 안전상의 이유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3~40분쯤 지날 무렵, 제이름을 부르네요.

 차를 끌고 갔던 기사님 왈, 

 "업데이트가 안되네요.회로에 이상이 생긴 듯 합니다. 비용은 53만원이구요."

 헐~~ 협력업체보다 2배는 더 비싸네요.

 

 그 가격이면 차라리 성능좋은 사제 카오디오+네비+후방카메라를 달고 말겠다는 심정으로 그냥 끌고 왔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여기저기를 다녀보니,

 저 기능들 다 넣으려면 네비보드를 수리하는 비용보다 훨씬 더 들어갈 뿐만 아니라,

 그나마도 순정이 아니면 잡음문제도 있다는 둥 안좋은 얘기도 많이 보이더군요.

 

 하아~ 미치겠더라구요. 쌩돈 깨지는구나.

 

 며칠동안 심란한 가운데, 차만 타면 보이는 에러메시지가 계속 눈에 거슬리더군요.

 < Base Shot Creation Error >

 평소에 자주 업데이트도 할걸... 점검 좀 주기적으로 받을 걸 하는 후회만 밀려오더군요.

 겁나 속쓰립디다.

 

 

그러다 자꾸 드는 생각이...

협력업체도 그렇고 직영공장도 그렇고, 저 에러메시지의 뜻이 뭐냐니, 아무도 제대로 대답을 해주지 않더군요.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에러라는 둥 보드가 나가서 그런 것 같다는 둥, 두리뭉실하게만 얘기할 뿐이었죠.

 

 

고장난 지 5일만에 현대모비스 고객센터에 전화를 했습니다.

나중에 보드를 교체할 땐 교체하더라도 에러메시지의 뜻이 뭘까 궁금했습니다.

상담원도 처음 듣는 메시지라며, 사진을 찍어 문자로 보내달랍니다.

자기들이 모르는 문제면 기술개발부서에 문의를 해서 답변을 주겠다고 하더군요. 

일단 전화를 끊고 에러메시지를 촬영해 보내주었습니다.

 

오후 늦게서야 전화가 걸려왔는데, 못받았습니다. 

전화를 다시 걸었더니, 상담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안내멘트만 나오네요. ㅜㅜ

 

그런데, 정말 희안한 일이 생겼죠. ㅋㅋㅋ 안내멘트를 듣고 전화를 끊는 순간..... 

 

문득, 에러메시지의 뜻이 추측이 되는 겁니다!! 

 

협력업체에 갔을 때, 순정네비의 운영체제가 윈도우였으니

네비게이션-카오디오-블루투스-후방카메라 등의 기능은 어플리케이션의 일종일 것이고,

"Base Shot"은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는 초기화면을 지칭하는 것이며,

"Creation Error"는 초기화면 파일을 불러와야 하는데 불러오지 못한다는 뜻이 아닐까??

그렇다면 고장의 원인은  협력업체나 직영공장에서 말하는 하드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의 문제다!!

 

 

 다음날 고객센터에 다시 전화를 했고 저와 통화했던 상담원을 연결해 달라고 요청하여 연결되었습니다.

상담원에게 에러메시지의 뜻이 뭐냐고 물으니, 정확히 어떤 문제라고는 말하지 않고 여러 원인이 있으며, 제가 말한 것 같이 소프트웨어의 문제일 때도 그런 메시지가 뜬다네요. 

 역으로 물었죠. 소프트웨어가 아닌 하드웨어의 문제일 수도 있다면 예제를 들어달라! 그랬더니, 개발부서에서 그건 얘기 안해줬다고... ㅋㅋㅋㅋ

 

 

 그래서 상담원에게 제 추측을 얘기했습니다.

 내 생각엔 아무래도 협력업체 사장이 업데이트할 때, 잘못된 버전을 순정네비에 업로드했고 이 때문에 순정네비의 가동에 필수적인 파일이 손상되어서 초기화면을 구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영공장에서도 하드웨어의 문제라고 진단했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먼저 방문했던 협력업체의 위치와 상호명을 얘기했는데, 직영공장에서는 그 협력업체의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통화를 했을 것이며, 협력업체 사장으로부터 하드웨어의 문제라고 진단했단 얘기를 들었다면 같은 지역내에서 동종업계 종사자로서 협력업체 사장과 다른 진단을 내리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뭏든 내가 생각하는 원인과 해결책은... 하드웨어의 문제보다는 소프트웨어, 더 정확히는 파일의 손상문제일 것이며, 순정네비 운용프로그램이 들어있는 ROM 또는 하드디스크와 같은 것을 교체해줬으면 좋겠다.

 

 순정네비를 잘 모르는 비전문가입장에서 장황히 얘기를 했더니,   상담원이 제시한 해결책은 본사에서 직접 수리를 하거나 A/S를 하는 방법은 없고, 순정네비의 파일이 손상이 의심되는 경우 협력업체/직영공장에 가서 "강제업데이트"를 해보고,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므로 하드웨어를 수리해야 할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상담원의 말이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것이... 먼저 방문했던 협력업체/직영공장에서는 이미 분명히 하드웨어의 문제라고 얘기하고 비용까지 말했다는 점이죠.  그런 상황에서 다시 방문하여

 "현대모비스 상담원이랑 에러메시지에 대해 얘기해봤는데, 하드웨어의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소프트웨어의 문제일 수도 있다더라. 하드웨어를 수리하기 전에 강제업데이트란 걸 우선 해보라더라" 하면

 

 

 업체사장이랑 직영공장 엔지니어가 "네네~" 하겠습니까?  

본인들이 실물을 보고 이미 진단내린 걸, 일개 상담원이 상담한 걸 근거로 자신들의 진단을 뒤집겠냐고요!!  

글이나 문서로는 그게 가능할 진 몰라도 실생활에선 어렵죠.

 ㅇ 본인들의 의견이 뒤집히면, 상담원보다 실력이 떨어지니 쪽팔린 거고, 

ㅇ 강제업데이트보다는 하드웨어를 수리하는게 수입이 훨씬 크기 때문이죠.

 

 이런 얘기까지 했더니, 상담원도 그냥 웃고 말더군요. 동의의 뜻인지 어이없어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일개 상담원이 뭔 영향력이 있다고, 저런 복잡한 상황을 해결해줄까요?

 

 한참을 둘이서 이런 얘기 저런 얘기하다 최종적으로 인근 도시의 직영공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먼저 방문했던 협력업체/직영공장에 다시 방문하는 것은 너무 꺼려져서요.

 

 

 제일 가까운 곳이 충북 청주에 있는 직영공장이었습니다. 처음 방문했던 직영공장과 접수시스템은 같더군요. 접수하고 대기-이름호명.  고장증상을 설명해달라기에, 구구절절한 과정은 다 빼고

 

 

 " 업데이트하다가 파일을 잘못 건드렸는지 저 메시지가 자꾸 뜨네요 "

 기사님이 딱 보더니, "강제업데이트 한 번 해봐야 될 것 같네요. 비용은 1만9천원입니다"

 

 

 기사님이 차 끌고 들어가고, 3~40분쯤 지났을까?  "박OO씨!"

 

 와~ 씨! 이게 뭐라고, 살짝 떨리대요.

 

 " 업데이트 끝났구요, 여기서 수납하시면 됩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해서 53만원 수리비용을 물을 뻔하다가 19,000원에 수리한 썰이었습니다.

 

  운전하며 직영공장을 나오는데 만감이 교차하데요.

 ㅇ 고장증상에 대한 나의 추측이 맞아 비용을 무지 절감했다는 안도감 

 ㅇ 이 개.넘들, 모른다고 얼렁뚱땅 바가지를 씌워?? 

 ㅇ 콜센터라는게 생각보다 좋은 측면이 있구나

 ㅇ 평상시 점검할 건 점검하고, 업데이트 하라면 잔말말고 하자

 

전 재수가 좋았던거죠. 

아마 에러메시지에 대한 궁금증이 없었다면, 꼼짝없이 53만원 냈을겁니다.

(협력업체는 보나마나 중고품 갈아끼울테니, 가급적 직영공장에서 수리하는 편입니다)

 

 

ㅊㅊ: ㅂㅂㄷㄹ에서 쌔빔

네비 찾다가 본 글인데 유용해서 퍼옴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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