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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 가난한 결혼, 괜찮을까요?

저는 서른 넷 여자입니다.

언니, 동생, 가족이라고 생각하시고 맵게 얘기해주셔도 좋아요.


예랑이 성장하는 내내 판잣집을 전전할 정도로 가난하게 살아왔다고 하더군요. 만난지 얼마 안 됐을때 얘기해줬는데 그냥 흘려들었습니다. 아버님은 건설현장 일용직 근로자시고 어머님은 작은 분식집하시는 걸로 알아요. 노후 대비는 안되어있습니다. 


저도 매 한가지입니다. 부모님 두분 모두 연로하시고, 아버지는 곧 일을 그만두실 예정이예요. 작게나마 모으신 돈 고작 몇천으로 생활하시려고 하고, 노령연금이나 보조금 보태서 생활비하시려 하더군요. 워낙 외부 활동도 없으시고, 소박하게 사시는 분들이라 제가 정확히 알 수 는 없지만 생활비는 월 100도 안 되어 보이긴해요. 어디 나가시기를 하나, 술담배를 하시나... 쇼핑을 하시나... 그냥 검소하게 사는 노부부세요.  크게 아프시지 않다면 형제 자매들끼리 도와가며 생활 살펴드리려 하고 있어요. 


그 없는 살림에 저 결혼 하는데 천만원이라도 보태려 하셔서, 됐다고 그 천만원 없어서 못 하는 결혼이면 안한다고 말씀드렸었네요. 그렇게 최대한 저에게 돈 부담 안지우려고 노력하세요. 정 안되면 차 처분하고 차상위대상 이런거 신청해서 생활비보조금을 보태 쓰면 썼지 저에게 손벌리실 분들이 아닙니다.


다만 상황을 대하는 부모님들의 태도가 조금 다른 점이 마음에 걸립니다. 

예랑네는 너 키우느라 우리가 이렇게 힘든거다, 무슨 일 있으시면 생활비 얻어다고, 예랑 저금 빌려가고... 


어느날은 어찌저찌 예랑이 경기도에 오래된 아파트 하나 사서 부모님 앞으로 해드리고 대출금을 갚고 있다고 들었어요. 최근에 예랑이 타지로 발령이나 독립을 준비하며 전세집을 구하느라 돈 이야기를 하는데 십년차 직장인인데 맞이다보니 집에 계속 살림에 돈을 보태다보니 모은 돈이 5천 남짓과 대출금이있다더군요. 대출금이나 모은돈이 정확히 얼만지는 모르겠어요.


최근에 퇴직금이라는 거금이 생기니 부모님이 은근히 기대를 하셨나봅니다. 용돈 좀 안주냐고 예랑에게 몇번 의견을 내비치셨다 하더라고요. 하지만 예랑이 전세금에 보태야한다고 거절을 했다나봐요. 그러니 서운한 티내시고 그런다는데 이제 슬슬 예랑도 스트레스와 부담이 되나봅니다. 


예랑이 서운한 티를 조금 냈더니 너네 키우느라 모은돈도 없고 그런거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셨다는데 남친은 고졸이거든요. 대학도 자기가 벌어서 가고 여동생도 자기가 학비 댔습니다. 대체... 저는 잘 이해가 안 갑니다. 7년 내내 일하다 이번에 이직을 하며 가까운 싱가폴 몇박 휴가 계획 세운거 말씀드렸다가, 퇴직금은 집구하는 전세집 한다고 용돈도 못 준다더니 여행가냐고 핀잔주셨다네요. 여기서 가슴이 턱 막혔습니다. 


아들이 고등학교 마치자마자부터 잠못자가며 일하며 돈 번 거 보면 그런 말 안 나오실 것 같은데... 예랑이 일하기 시작한 이래로 계속 살림에 돈을 보태온것같아요. 최근에도 아들에게 800 가량 빌리신 것 같고요. 


가난하게 살아온 것은 상관없습니다. 저도 넉넉한 환경에서 자라지는 못했으니까요.

사람 좋고, 열심히 일하고, 성실하고, 저한테 참 잘하는데...

예랑은 저 보다 연봉도 천오백? 쯤 높고 전문성도 있는 일을 해요.


이런 상황이다보니...

잘 만나고 있고 서로 결혼얘기까지 오가는 상황인데

둘이 결혼하면 멀쩡한 남녀 둘, 늙은 부모님들 넷까지 다 불행해지는 거 아닌지..

그냥 내가 근근히 벌어서 맘편하게 좀 외롭더라도 혼자 사는게 맞는 거 아닌가...


내가 타인의 가정까지 껴안을 수 있나..

아이는 당연히 말도 안되는 선택같고요.


최근에는 술 좋아하는 예랑이 귀가 시간 때문에 몇번 잡음까지 생기니까 

요즘 예랑 얼굴 볼 때마다 마음이 너무 복잡해지네요...

https://m.pann.nate.com/talk/366293276?currMenu=category&page=1&ord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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