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유머 [네이트판] 자격지심이 들어 괴롭네요

삼십중반에 겨우 결혼을 했습니다.


학교다니고 고시준비했다 실패해서 늦은나이로 돈벌기 시작했고 딱히 스펙도 없어서 그냥 돈벌수있으면 그냥 했어요.


일하자마자 독립해서 고시원부터 반지하까지 여러집 이사하면서 겨우겨우 살았어요.


돈을 악착같이 모은건 아니지만 그래도 옷부터 자잘한 살림까지 다 제돈으로 샀고 친정에서 돈받은적도 없어요.


그렇게 7년 일해서 수중에 5000만원정도 있었고 그걸로 결혼했어요.


적다면 적은돈이죠. 이럴바엔 학교안다니고 어릴때부터 일했으면 적어도 1억은 모았을 것 같다고 후회도 합니다.


근데 어쩌겠어요 무일푼으로 시작했으니 이거라도 감지덕지 사는데 결혼기회가 왔습니다.


상대는 40대였고 자기 집은 해올정도의 집안이었어요.


그때부터 자격지심이 생기더라구요.


결혼초반에 집구할때 돈이 모자르다고 너는 돈없냐는 시댁소리에 한동안 울며 지냈습니다.


그건 어찌어찌 해결하시긴 하셨는데 저는 리모델링하고 혼수하고 결혼준비 하는걸로 마무리졌습니다.


친정도움없이 결혼하는데 스스로 대견한듯하지만 서럽더군요.


축의금 개인으로 받은거 이거저거 합쳐서 6000만원으로 리모델링 혼수 결혼준비 했어요.


그리고 원래 월세살이 했으니까 결혼하면 그 비용 안드니까 관리비는 저보고 내라그래서 지금도 관리비 가스비 수도요금 티비인터넷은 제가 냅니다.


개인 공과금도 당연히 나눠내고요.


식비는 시댁이랑 친정에서 반찬이랑 김치얻어와서 먹고 장은 시아버님 카드를 씁니다.


한달에 20만원정도 나오는데 저 먹자고 하는것보다 신랑 먹여야지 하며 사는 것들입니다.


물론 그 카드는 남편이 가지고 있고요.


시댁도 소소하게 돈을 주십니다. 임신해서 결혼해서 명절때 일해서


그 돈은 대부분 임신할때 영양제사고 산후조리원 예약할때 썼습니다.


저희 부모님께 받은 용돈으로 시댁에 먹을거 사서 가기도 하고 가지고 있다가 어버이날이랑 부모님 생신때 다시 돌려드리고 그랬습니다.


일도 더 많이 벌 수 있는데 임신이 잘안되서 좀 더 규칙적이지만 적게 버는 곳으로 옮겼어요.



그래서 지금은 최저시급이나 다름없는 일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잘 안되던 임신도 했습니다.


근데 임신한지 4개월차인데 입덧도 심하고 예민한 상태입니다.


문제의 발단은 저희 부모님 뵙고 오는 길에 신랑이 대뜸 제네시스 사달라고 합니다.


앞에 제네시스가 있었거든요.


신랑은 경차끌고 다녀요.


이제 애생기면 카시트도 안들어가고 어쩌고 그래서 지금 2년짜리 적금들어가고 있으니 육아휴직 끝날쯤엔 1300만원모이니까 거기에 육휴 후 6개월후에 400정도 들어오니까 그돈에 제가 남은돈 할부로 해서 3000만원짜리 차를 사주겠다고 얘기한 적 있습니다.


물론 그 돈 주고 나면 저는 다시 자산이 0이 됩니다.


그래도 결혼할때 해준게 없어서 그렇게라도 해줘야겠다고 생각한 겁니다.


신랑은 제네시스 사줄 돈도 없냐고 지금껏 뭐했냐고 친정에서 해줄돈도 없냐고 하더군요.


아 물론 나중에 화내고 우니까 농담이었다고 합니다.


그냥 농담이었다고 잠깐 끝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라는게 꼬리에 꼬리를 물더군요.


제네시스가 SUV면 차값만 1억이다. -너는 지금껏 뭐했냐


제네시스 사면 건강보험료 오르고 차보험료 오르고 유지비 오르는데 지금도 보험료 높다고 하지않냐 안된다. - 별로 안 오른다. 그정도 못해주냐. 내 친구들은 벤츠끌고 다닌다.


누가 너네 부인은 차하나도 안해주냐고 뭐라고 하냐? - 아니 그냥 나중에 애도 아빠는 경차끌고 다니고 거지야? 이러지 않겠어? 애한테도 좋은거지.


이제 막 태어날 애가 뭘아냐? 그래서 내년말에 3000만원대 사라고 했지않냐? - 왜 자꾸 그거사래. 제네시스 GV80타고 싶다고.


내가 지금 임신때문에 일도 제대로 못하고 입덧때문에 일도 힘든데 왜 그러냐. -장인어른이 처남한텐 자기 죽고 나면 영업용트럭 넘버값 준다더라. 너는 친정에서 받은 것도 없냐.(아버지가 돌아가실려면 적어도 20년은 남았는데 그게 할 소리일까요? 지금부터 아버지를 보살펴도 남동생이 가깝게 사니 더 보살펴드리겠지요

그래서 너무 열이 받아서 그럼 내가 임신도 하지않고 5년내내 일만할 수 있을때 얘기해야지 지금 사달라고 하면 지금 애지우라는 거냐?


라고 소리지르니까 그제서야 그만하자고 하더군요.


도착지에 와서 눈물을 흘리며 서 있는데 그냥 농담이었는데 사주겠다고 말하면 되지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냐고 하더군요.


농담이었으면 제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을때부터 농담이라고 컷했어야죠.


저는 말의 무게를 압니다.


응 사줄게


이 소리하면 사줄때까지 그 말을 할거라는 걸 알아요.


그럼 진짜 애는 내팽겨치고 일만 해서 사줘야 합니다.


그게 제가 인생살면서 지고 있는 말의 무게입니다.



애를 지워야 하냐고 말하는 순간부터 배가 아프더군요.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한테 너무 심한말을 했어요.


지금은 아무것도 먹고 싶지않아서 그냥 울면서 누워있습니다.


신랑은 친정이 해준게 없어서 서운했던 것도 있겠죠?


없는집에 장가와서 자긴 모자람없이 자랐는데 이해고 안되겠죠.


그러고선 시대갔더니 벌써부터 히말이가 없냐고 뭐라고 하시고 싸웠다는 티 안내고 지내다 왔어요.


신랑한테 해주고 싶은 게 왜 없겠어요.


임신해서 음식도 제대로 못해줘서 미안한데요.


차도 좋은차 사주고 싶죠. 근데 안되는데 어찌하겠어요.


임신으로 포기할 게 많은데 저는 하나인데요.


그래서 그냥 이도저도 하기 싫어서 늦게 일어나길래 밥차려주고 저는 지금까지 굶고 있어요.


제가 밥을 먹었는지 뭐 안 궁금한가봐요.



아기는 제 뼈와 살을 먹어야죠..



아무튼 누군가는 농담으로 넘어갈 일을 저는 못합니다.



그게 자격지심인걸 알아요.



알아서 미칠것같아요.



돈이 없는걸 만들수도 없고 신랑은결혼해서 네가 풍족해졌다고 하는데 제 통장엔 돈이 별로 없어요.



결혼준비하느라 제 있는돈 모두 투하하고 200만원의 빚이 있습니다.



이제 막 적금 부을 여유가 생겨 붓고 있지만 여전히 친정에는 20만원씩 (축의금은 아버지건데 제가 가져갔다고 500만원 빌린셈치자고 해서 갚고 있습니다)주고 남동생 결혼으로 돈주고요.



만약 이혼한다고 해도 저에겐 남은 게 없어요.


모두 소모품이었고 제 명의로 된 것은 하나도 없어요.



역시 돈 벌 재주도 있는 자산도 없는 친정도 다 제 책임이겠지요.



신랑은 제가 아니었으면 결혼안하고 혼자 자유롭게 부모님이 주시는 밥먹고 잘 살고 있었을텐데...



모쪼록 자격지심에 밥도 못먹겠고 신랑과 말도 하기 싫고 누워있습니다.

https://m.pann.nate.com/talk/366163236?&currMenu=category&vPage=1&order=N&stndDt=20220508&q=&gb=d&rankingType=total&page=1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