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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일본 경마계를 휘어잡은 혈통 선데이 사일런스 이야기

말의 세계에서 타고난 능력과 후천적 노력 중 무엇이 더 중요하냐면 열명 중 아홉은 타고나는 능력이라 한다.


선데이 사일런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미국 농장에서 태어났지만 아르헨티나 쪽 피를 물려받았다. 경주마로는 방계다. 태어나서 얼마 안있어 크게 장염을 앓았다. 수의사는 죽을거라고 했지만 선데이는 어렵게 살아남았다.


어릴적부터 선데이는 경주마로 대성하기는 글렀다는 판정을 받았다. 뒷다리가 밖으로 휜 바깥짱다리였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큰 문제가 안되지만 경주마는 달리는 게 삶의 전부이고 다리가 휜 말은 힘을 줘서 뛰기 힘든 경우가 많다.


게다가 두살 될 때에는 수송차에 실려가다 전복사고를 당했다. 당시 사고차에 실려있던 말들은 선데이 하나를 빼고는 모두 죽었을만큼 큰 사고였다.


그렇게 많은 불운을 겪은 탓인지 선데이는 성질이 지랄같았다. 초지에 풀어두면 다른 말들에게 난폭하게 굴어서 문제를 일으켰다.



말들은 두살, 세살에 경매에 나가고, 팔리면 경주마로 데뷔한다. 선데이는 두번 다 퇴짜를 맞았다. 아니 한번은 팔렸다가 환불당했다. 뒷다리가 휜 게 넘어서지 못할 장벽이었다. 그나마 잘 달릴 수도 있다는 평을 해준 한 조련사 덕에 말고기 스테이크 신세만은 면했다. 지분을 공유하는 형태로 아무튼 마주에게 넘어가 경주마가 될 수 있었다.



경마에 나가자 선데이의 진가가 발휘되기 시작했다. 말의 난폭함이 경마에서는 다른 말을 따라잡는 투쟁본능으로 바뀌었다. 선데이는 3번 출주해 1등 1번 2등 2번으로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어 더비에 진출한다.


그런데 이 더비 라는 것은 우리가 흔히 북런던 더비 할 때의 라이벌전이라는 의미랑 다르게, 3세 말들만 출주 가능한 경기를 처음 고안한 더비 백작이 이름을 따서 더비다.


3세마를 사람으로 치면 고딩정도. 청춘의 절정에 막 도달한 더비말 중 인기최고는 이지고어였다.


좋은 혈통에 멋진 외모를 갖춘 이지고어에 비하면 선데이는 겨우 그럭저럭 정도. 하지만 비가 내려 질척해진 마장에서 승리를 거머쥔 것은 최고인기의 이지고어가 아니라 선데이였다. 


더비는 원래 파란이 많다. 게다가 비가 내리면 의외의 말이 이기기도 한다. 더비 우승마로 선데이는 주목을 받았지만 여전히 최고 인기마는 이지고어였다.


그러나 선데이는 다시 한번,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에서 이지고어와 엎치락뒤치락하는 명승부를 연출하며 두번째 승리를 거둔다. 그저 진흙탕에서 좀 더 버틴 것 뿐이라던 지난번과는 달랐다. 둘이 맞붙은 일기토에서 정면으로 겨루어 이긴거다. 무엇보다 막바지에서 뒤쳐지고도 악착같이 따라붙어 사진판정으로나마 이겨낸 집념이 돋보였다.


하지만 이지고어와의 승부는 아직 끝이 아니었다.



선데이는 경주마로는 치명적이라는 다리기형을 갖고 태어났다. 하지만 이 휜다리가 오히려 좁은 공간에서도 빠르게 가속하는 원천이 된 것이다. 이런 장애를 가진 말은 1천 마리가 있어도 999마는 경주마가 되지도 못할 거라는 장애를 극복한 거다.

특히 지랄맞은 성미가 말을 한계를 넘어서까지 미친듯이 달리게 만들었다. 돌연변이라고 할 정도로 선데이 만의 특수한 장점이었다.


더비에서의 진흙투성이 혼전에서, 또 좋은 조건의 프리크니스에서 두번 다 라이벌을 제압한 선데이 사일런스의 다음 목표인 3관왕에 오르려면 아직 벨몬트가 남았다. 


2연승을 거두며 최고인기마 자리에 오른 선데이는 예상대로 혼전을 제압하고 선두에 나섰다. 하지만 뒤에서 대기하던 이지고어는 선데이를 단숨에 따라잡아 역전하더니 마지막에는 말 8마리 정도의 거리로 넉넉한 여유를 두며 압승을 거둔다.


후반, 한번의 스퍼트만으로 단번에 거리를 벌리는 이지고어의 압도적인 저력앞에서 역시 앞서 거둔 두번의 승리는 그저 운빨이고 경주마로서 진짜 힘에서는 선데이가 안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선데이는 자신의 가치를 다시 증명하기 위해 복수를 다짐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다가오는 BC클래식에서 기수가 급하게 바뀌는 혼란이 있자 다시금 선데이의 인기는 떨어졌다.


하지만 경기당일, 선데이는 출주하자 마지 총알같이 앞으로 튀어나갔고 시종일관 앞서 달린 끝에 무섭게 쫓아오는 이지고어를 따돌리고 3승째를 거두는 데 성공한다.


경기가 끝나고도 여유있는 이지고어에 비해 비오듯 땀을 흘리며 힘에겨운 모습이 있었지만 분명 이긴 것은 선데이 사일런스. 그해 북미 대표마로 선정되는 영예까지 얻었다.


하지만 거기까지. 라이벌과 함께, 경주마로서 선데이의 전성기는 짧았다. 굴건염에 이은 발목인대 파열로 선데이는 경주마 생활을 접고 종마로 새 마생을 찾게 된다.


현역에서 물러난 선데이에게 상황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그저 그런 방계혈통, 휘어진 뒷다리는 여전히 선데이의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일본에서 건너온 한 마주가 선데이 사일런스의 굴곡진 스토리를 듣고 흥미를 느꼈는지 약 200억을 주고 이 말을 사들였다. 당시만해도 아무리 3승마라지만 그 혈통에 200억은 너무 비싸게 줬다는 게 중론이었다. 때는 1991년, 아직 저팬머니가 막강하던 때라 일본인의 돈지랄 정도로 치부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 선데이의 진짜 파워가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종마로 인기가 별로 없던 이 말의 자식말들이 3년뒤 선보이자 마자 경마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겨우 반년만에 자식말들이 거둔 성적은 30승. 일본의 24개 경마대회 중 20개에서 우승한 딮임펙트를 포함해서 이후 13년간 일본 경마계를 휩쓴 선데이사일런스 시대의 개막이었다.


처음이는 교배 한번에 1억이란 말에 돌아갔던 사람들이 그 몇배의 돈을 싸들고 와서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줄을 서서 빌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한번 교배하는 비용만 우리 돈으로 6억이 넘었어도 여전히 신청이 줄을 섰다. 게다가 전에는 우수한 종마들도 연간 백마리 수정 정도가 한계였는데 이 부분에서도 선데이는 발군의 정력을 과시했다. 2001년에는 일본 최초로 연간 200회 이상 수정. 그러고도 여전히 팔팔해서 일본내의 우수한 암말은 거의 다 섭렵하기에 이른다. 10년간 태어난 자식말이 거의 2천마리. 너무 우수한 말이 많이 태어나서 2011년에는 일본더비 출주마가 모조리 선데이의 핏줄인 상황에 이르렀다. 이렇게 되면 근친교배가 될 수 있어서 선데이의 피를 잇지 않은 다른 말을 찾기가 힘들어질 정도.


선데이 사일런스는 2002년 8월, 원인을 잘 모르는 세균감염으로 고생하다 결국 심부전으로 죽었다. 보통 30년 정도는 사는 말의 평균수명에 비춰보면 너무 빠른 16살의 죽음이었다.


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선데이 사일런스 계는 일본 경마계를 독보적으로 지배하고 있다.


말의 능력은 타고나는 것이라고 한다.


선데이 사일런스는 어릴적에는 체구도 작고 다리는 기형이었다. 조교가 1년에 세번을 바뀔만큼 난폭하고 말을 안듣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난폭성이 오히려 힘이 되어 타고난 한계를 뛰어넘는 데까지 몰아붙이게 한 끝에 한 나라의 경마계 전체를 흔드는 거물이 되었고 그렇게 짧고 굵은 마생을 살다 갔다.


출처 펨코


+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ljk2109&logNo=221282186403

  일본 경마계의 선데이 사일런스 혈통 집중 현상에 대해 분석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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