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오컬트 발가락 먹는 귀신 이야기

출처 : https://m.dcinside.com/board/gongpow/690
저번은 잠이 안와 심심해서 창작해서 적어보았지만, 이번은 실제 경험입니다.
귀신인지 아닌지는 여러분이 다 읽고 판단해주세요.
저는 해병대 x사단 출신입니다.
(해병대 중 가장 큰 사단)
저희 사단은 전방과는 거리가 있지만, 훈련을 주 목적으로 하는 사단이라 병과, 대대를 가리지 않고 전 부대가 각종 훈련으로 빽빽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가장 훈련이 많은 병과를 택해서, 부대에 전입한 후 처음부터 각종 훈련 준비, 사후 평가 등등으로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내고 나니 어느덧 일병 5호봉을 달게된 날이었습니다.
(해병대 내에서 일병 5호봉을 지칭하는 은어가 따로 있으나, 적지 않겠습니다)
해병대에는 유독 타 부대에서의 전입이 잦습니다.
각종 구타, 가혹행위 탓입니다.
전출 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의 징계위원회 개회 전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시키기 위한 분리조치의 일환으로 격리조치를 하기 위해 타 대대, 중대원이 며칠에서 몇 주를 보내고 가기도 하는데 그래서 저희는 군생활을 함께 한 선후임이 아니면 크게 정을 주지 않았습니다.
기수 대우는 하지만, 어차피 다른 곳으로 갈 사람이니까.
그 친구도 그저 그런 사람 중 하나로 생각하고 크게 관심을 주지 않았습니다.
돌격머리인지, 삭발인지 구분이 힘들 정도로 두피가 비치는 박박 깎은 머리에, 까맣게 탔지만 쌍커풀이 없이 매우 큰 눈을 가진,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주눅들어있는 듯 자신감이 없어보이는 친구였습니다.
이등병 계급으로 전출을 왔던 병사는 처음이기에, 처음에는 매우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지만 이내 사유를 듣고 나서는 한가족처럼 대해주게 되었습니다. (성군기 위반의 피해자)
중대 최선임의 지시 하에 중대원 모두가 잘 대해주니 처음엔 주눅들어있던 친구도 시간이 갈 수록 점차 적응을 하게 되었고, 이내 중대 내 ‘같은 기수의 친구들 중 가장 낫다.’ 라는 평가까지 듣게 되었습니다.
본인도 점차 자신감을 찾아가고, 동기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모습까지 보일 정도로 훌륭하게 부대에 어우러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가 상병이 될 무렵, 그 친구에 대한 이상한 소문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매사를 귀찮아한다.”, “말 대답을 하지 않는다”
“무엇을 지시하면, 나에게 왜 이런걸 시키나. 하는 눈으로 본다” 등의 주로 군기에 대한 소문들이었습니다.
군인들이지만, 같은 곳에서 동거동락하는 남자들이기에 기대와 실망은 빠르게 전환됩니다.
급기야 “잘 대해준게 문제다.” 라는 의견까지 나오게 되자 다른 소대였지만, 이야기를 해봐야겠다. 라는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해병대에는 악습의 잔재가 남아있었기에, 흡연자라 할지라도 일병 밑으로는 혼자서 흡연을 하러 갈 수 없었습니다.
(선임의 인솔이 필요했습니다.)
그 친구는 흡연자였지만, 전입 온 당시, 아무도 흡연장에 데려가지않아 혼자 참고 있는 모습을 종종 보았기에 몇 번 데리고 나갔었고 이번에도 “같이 담배 하나 피러가자.” 하며 그 친구를 흡연장으로 데려갔습니다.
‘담배를 피러 나가자’ 라는 권유에 그 친구는 아무 말 없이, 동계 체육복 상의를 입고서는 따라 나섰습니다.
아무런 대답 없이 맨발에 슬리퍼를 꿰어 신고, 터벅터벅 저를 앞질러 흡연장으로 향하는 모습에 의아함보다는 솔직한 마음으로 분노가 앞섰습니다.
(소문이 사실이었구나. 하는 마음이었습니다.)
고충을 듣고, 위로해주려던 의도였으나 복도를 앞질러 가는
그 친구의 뒷통수를 바라보며 “이 새끼가 진짜 미쳤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 이내 흡연장에 도착했습니다.
당시의 흡연장 분위기가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어둑한 연병장에 부대 내 가로등만 하나 켜져있고, 어두워 서로 얼굴이 보이지는 않지만 담배를 빨아들일 때 마다 밝게 빛나는 담뱃불에 짧게 보였다가 꺼지는
다른 중대 사람들의 얼굴들.
바람이 차가워지는 계절의 초입이었기에 춥다기보다는 쌀쌀했던 바람 등등등.
그 날의 대화가 잊혀지지 않아 더욱이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부대 내 자판기에서 400원짜리 조지아 커피를 뽑아 그 친구에게 내밀었습니다.
“이거 마셔라. 이제 따뜻하게 나오더라.”
그 당시 흡연자들에게 담배를 필 때 커피를 뽑아 준다는 것은 ‘빨리 담배 피고 들어가자’ 의 의미가 아니라 ‘이야기 좀 하자.’ 라는 묵시적인 약속이었습니다.
그 친구도 그걸 알았기에 커피를 받아들고는 오랫동안 왼손, 오른손으로 커피 캔을 굴렸습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흐른 후 물었습니다.
“요즘 소문이 많이 안좋더라. 너 요즘 무슨 일 있니?”
말이 땅에 떨어지는 것 같은 기분을 다들 아실지 모르겠습니다.
말을 꺼내기는 했지만, 상대가 이렇다 할 반응도 없고 대답도 없는.
입 밖으로 내뱉은 소리가 땅에 떨어져 없어진 것만 같은 시간이 잠시간 흘렀습니다.
그리고 이내 어두워 형체만 보이는 후임의 실루엣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흐느낀다기보다는, 오열하듯 터져나오는 울음 소리를
억지로 막고 있는 소리같았습니다.
끄억꺽같은 소리였으니까요.
울음소리를 듣자, 안쓰러운 마음보다는 솔직히 말하자면 아까전 치솟았다가 채 사그라들지 않은 분노가 더욱 지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얼마나 군기가 빠졌기에, 울음까지 선임 앞에서 보이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솔직하게 했습니다.
“발가락을 먹습니다.”
오열하는 울음과 울음사이에서, 그리고 울음을 진정시킬 때 나오는 딸꾹질과 같은 소리 사이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답이 나왔을 때에는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발가락을, 뭐?”
“똑바로 하겠습니다. 제 발가락을 먹습니다.”
참지 못하고 후임의 실루엣 쪽으로 담배를 들지 않은 오른손을 휘두르자, 손바닥과 살이 마주치는 소리가 났지만 후임은 어떠한 움직임도, 아프다는 소리도 내지 않았습니다.
뺨을 올려붙이고도 섬뜩한 기분에 소리를 지르며 물었습니다.
“야이 씨발새끼야. 말 똑바로 안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후임은 자리에서 일어나 똑바로 선 자세로 제게 말했습니다.
“가로등 밑으로 같이 가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실제로 한 말은 조금 달랐으나, 해병대 내부의 언어 악습이기에 읽기 쉽게 바꾸었습니다.)
제안하는 말투처럼 들렸으나, 후임은 말을 뱉고는 먼저 가로등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이 개 씨발새끼가.” 하면서 담배를 집어던지고 후임에게 성큼성큼 걸어갔습니다.
머리가 부글부글 끓고, 귀가 빨개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모욕적인 행동들을 몇 번이고 참아 넘겼으나 지금의 행동은 도저히 용납이 되지 않아, 따귀라도 한 대 더 올려붙일 심산으로 쫒아갔습니다.
“야이 씨발아 선임을 무시해도 정도가 있지.”
욕설을 내뱉으며 후임에게 성큼성큼 다가가 머리채를 잡으려는 순간 밝은 곳으로 먼저 도착한 후임은 연녹색 슬리퍼를 벗고, 자신의 발을 주광색 가로등 불빛에 비추어 제게 보이고 있었습니다.
그 발등에는 보라색 이빨 자국이, 아니 멍이 찍혀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입을 통째로 벌려, 발끝부터 목젖을 향해 입에 넣고 깨문 것 처럼 발등 중간에 누가 보아도 이빨 자국인.
보랏빛의 멍 사이 이빨의 중점으로 해당하는 부분에는 빨간 빛으로 더욱 심하게 든, 멍이 있었습니다.
그 멍은 단순한 자욱이라고 보기는 힘들었습니다.
아무리 멍이 심하게 들었다 할지라도 무언가의 형태를 알아볼만큼 선명하게 남지 않고 넓게 번지기 마련이나
후임의 발등에 찍힌 멍은 누가 보아도 이빨에 깨물린 것 같은 선명한 자국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자국도 자국이지만, 이빨(로 보이는) 하나하나의 중앙 부분에 물들어있는 자줏빛에 가까운 색은, 누군가 단순히 깨문게 아니라 턱근육이 부서질 것 같이 힘을 준 것 같아 할 말을 잃게 했습니다.
흡연장을 오가는 다른 중대의 사람들은 가로등 밑의 저희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지나갔습니다.
신기하긴 했으리라 생각합니다.
멍든 발을 보여주고 있는 한 사람과 그걸 멍하니 보고 있는 한 사람.
목소리가 떨려나오는 것을 억지로 가다듬으며 물었습니다.
“야. 씨발아 이거 김찬욱 해병님이(가명입니다.) 장난친거 아니야?”
편하게 김찬욱이라고 지칭하겠습니다.
김찬욱은 저보다 두 기수 선임자로, 성군기 관련하여 많은 일들을 저지른 미친새끼였습니다.
예쁘게 생긴 후임병을 자신의 침상에서 같이 자자고 부른 후 배를 쓰다듬다가 당직 사령관에게 적발되어 경위서를 쓰거나(영창은 가지 않았습니다.) 샤워 중 발*된 자신의 물건을 자랑하며 이등병들에게 만져보라고 자랑하는 등.
역겨운 행동을 수시로 하여 기수 열외의 논의까지 나오는
후임병과 같은 소대의 끔찍한 놈이었습니다.
“김찬욱이 아무리 미친새끼지만, 멀쩡한 애 발을 입에 넣고 깨문다고?” 하는 생각이 순간 머릿속을 가득 메웠지만 그와 동시에 “애새끼 발을 입에 넣고 깨물 새끼가 김찬욱 말고 또 없지.” 라는 생각이 스물스물, 머릿속의 절반을 헤집어놓았습니다.
“여잡니다.”
울먹이는 울음을 참으며 떨리지만, 낮은 목소리로.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유리를 긁는 듯한 목소리로 후임이 읇조렸습니다.
“뭐라는거야 씨발새끼야. 여자가 어딨다고 개지랄이야.
너도 씨발 꼴에 김찬욱이 선임이라고 지금 커버쳐주냐?" 라며 날카롭게 후임에게 한마디 쏘아붙이고나자 머리가 아파왔습니다.
이 일이 갖게 될 파장, 중대원들의 반응, 성격이 단단히 꼬여버린 중대장의 반응, 매사 피곤해하는 행정관의 격노 등등등
전 중대원 출타제한 및 정신교육, 받게 될 얼차려 같은 것들이 필연적으로 뒤따라나올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이 꼬리를 물다보니 서있기가 귀찮아져 쪼그려 앉았습니다.
담배를 입에 물고 가로등 앞에 서있는 후임병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라이터를 주머니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라이터는 손에 잡혔지만, 불을 붙이지 않고 계속 라이터를 손에서 굴리며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래도 김찬욱 이 씨발새끼는 이번에는 영창 가겠지. 아 끝까지 좆같네’
멍하니 손에 라이터를 굴리며 올려다본 후임병의 얼굴은
뒤에 서있는 주광색의 가로등 불빛 탓인지 혹은 발등의 멍이 가져다주는 고통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허나 ‘짙은 그림자가 져있다.’ 라는 표현처럼 어둡게 비쳤습니다.
여러분도 가로등이 하나씩 드문드문 넓은 간격으로 떨어져있는 인적이 드문 거리를 걸어본 경험은 다들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가로등 밑만 밝고, 다음 가로등까지의 거리는 까만 공간이 가득한.
후임병의 얼굴은 가로등 바로 밑에 있었지만, 그 까만 공간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야.”
“일병 김..”
“야 하지마. 왜 씨발 발등이 씹창났는데 너희 분대장한테 보고 안했냐.”
이리저리 눈을 내리깔며 땅바닥의 자갈을 보는 듯 하던 후임은 제가 묻자 눈을 들어 저를 말없이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습니다.
말없는 시간이 제법 흘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야. 왜 그러냐 대체. 그 씨발새끼가 선임이냐. 나도 아직 그 새끼 기수 열외전이라 기수 대우는 하니까, 꼬박꼬박 존칭하지 그 새끼가 씨발 너한ㅌ”
“여!!!!!!!!!!!!!!!!!!!!!!!!!!!!!!!!!!!!! 잡!!!!!!!!!! 니!!!!!!!!!!!!다!!!!!!!!!!!!!!”
흡연장에서 도란도란 들려오던 이야기도, 주위의 소리도 일순 멈추었습니다.
위로해주려던 제 이야기를 끊고 갑작스럽게 후임이 지른 괴성에 흡연장에 있던 타 중대원들, 근무 투입을 위해 바깥에서 약실 점검을 하고 있던 중대 간부와 병사들까지 전부 가로등 쪽을 일제히 쳐다보았습니다.
팔에 완장을 찬 중위 하나가 이쪽으로 걸어오며 소리쳤습니다.
“야! 거기 두 명. 이리와봐. 무슨 일이야?”
간부가 걸어오던 말던 후임은 전혀 눈에 보이지 않는지 바들바들 손을 떨며 다시 눈을 바닥으로 향했습니다.
특별한 모양의 자갈이라도 찾는 것처럼.
그리고는 혼자 나즈막히 중얼거렸습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침상에서 자고 있으면 새벽 3시 30분쯤 항상 깹니다. 깨면 저는 제 발 끝만 바라보고 있는 상태에서 고개를 돌릴 수도,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침상 밑에서 눈이 커다란, 눈이 아주 커다란, 눈이 커다란 눈이 커다란 여자가 고개를 불쑥. 하고 내밉니다. 그 여자는 제 발을 날마다, 날마다 입에 넣고 씹어삼킵니다. 제 발을 입에 쳐넣으면 축축하고 미끄덩거리는 그 기분까지 느껴지는데 아가리에 다 들어가지 않는지 항상 제 발등의 중간까지 들어갑니다. 그 개씨발*은 제 발을 우적우적 씹는데, 그게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싶어도 소리가 나오지 않습니다. 발이 너무 아픕니다 발이 너무 아픕니다 제 발가락을 먹습니다.”
흡연장에서의 일이 끝나고, 중대로 돌아오자 이미 소문은
파다하게 퍼져있었습니다.
‘A해병님에게 소리를 지르더라.'
(A는 접니다.)
‘지나가다 보았는데 A해병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더라.’ 등등등.
생활반으로 돌아오자 후임병들이 다들 달려와 괜찮냐고 묻는 것을보니, ‘이미 일을 덮기에는 글러버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피로해졌습니다.
모두가 잠에 들고 당직 분대장과 당직 병사만이 깨어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새벽 2시쯤. 당직 하사는 늘 그렇듯 상황실에서 취침하고 있었습니다.)
미리 저녁 점호 이전에 동기들에게 모이자고 요청했기에 다들 졸린 눈을 비비며 상황실로 모였습니다.
간단하게 후임과의 대화 내용. 그리고 이 일이 가져올 파장을 중대 내의 제 동기들에게 알려주고 나니 오가는 말은 몇 마디 되지 않았습니다.
‘멀쩡한 애를 괴롭혀서 애가 이리 된거구나.’
‘그 새끼는 왜 남자 발을 쳐 깨물고 지랄을 할까.’
‘그래도 후임 병이 기합이다. 그 상황에서도 선임 이름을 대지를 않았네.’
“김찬욱의 기수를 열외시키자.” 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저와 제 동기들은 당시 계급 상 중대 전체의 군기반장 격이었기에 해당 내용을 당시 당직 분대장으로 우리들의 회의를 듣고 있던 중대 최선임자에게 보고했고, 중대 최선임자는 “그래도 군생활 해온 것이 있는데 아쎄이 하나 말 듣고 기열(기수열외) 시키기에는 당위성이 부족하다. 일주일만 더 지켜보자” 라며 신중한 태도를 지닐 것을 저희들에게 요구했습니다.
‘모두 일주일만 김찬욱을 지켜보고, 그 후에 선임분들의 지시에 따라서 기수열외를 시키자.' 로 결론이 난 후 생활반에 돌아왔습니다.
저희 부대는 취침하고 있는 병력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문 앞, 천장에 켜두는 조그마한 취침등이 있었습니다.
유달리 희미하고, 가끔은 깜빡이던 등.
그 등을 침낭을 덮은채 한참을 바라보다 잠에 들었습니다.
일주일이 채 가기도 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왜냐면 지켜보는 일주일의 날짜를 저희가 직접 달력에서 세고, 그 날을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르지만 많이 늦지 않았던 시간의 초소 근무를 마치고, 환복 후 잠에 들었다가 설핏.
밖에서 웅성거리는 소리에 잠을 깨어보니 생활반 바깥의 복도 불이 환하게 켜져있고, 바깥은 꽤나 소란스러웠습니다.
저처럼 바깥의 소리에 이미 깨어있던 같은 생활반의 후임들은 감히 나가 볼 생각도 하지 못한 채로, 모포를 덮고 몸을 일으켜 잠에서 깬 저를 불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었다는 짜증보다는, 무슨 일이 일어났구나 하는 불안함에 급하게 슬리퍼를 꿰어신고 복도로 나서니, 소음의 진원지는 바로 그 후임병의 생활반이었습니다.
해당 생활반으로 들어서니 피에서 나는 알싸한 냄새가 먼저 코를 찔렀습니다.
당직을 서고 있던 소대장은 군복에 야전조끼, 병기까지 메고 있는 김찬욱의 하이바를 든 팔을 가까스로 부여잡으며 잔뜩 흥분한 김찬욱을 말리고 있었고, 당직병은 정신이 나가기 직전의 표정으로 후임병의 양 어깨를 흔들고 있었습니다.
어찌된 일인지 생활반의 바닥에는 소량보다는 조금 많은, 그러나 많지는 않은 핏자국이 낭자했고, 어지럽게 긴 줄을 만들고 있는 핏자국의 길은 길게 늘어져 후임병의 양발에 닿고 있었습니다.
저와 제 동기들, 그리고 잠에서 깨어 달려온 몇 선임들은 멍하니 이 살풍경한 모습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이 전에 적었던 글에서와 같이, 현실성이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당 요소를 창작물에 넣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당직 간부까지 봐버린 사안이기에, 중대의 실세인 저희라 하더라도 그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각자 생활반으로 돌아가 얼마 남지 않은 기상 나팔의 시간을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것 밖에.
본인의 생활반으로 돌아가 취침하라는 소대장의 말에, 나오면서 제가 본 마지막 모습은, 생활반 내에 그려져있는 어지러운 핏자국을 물티슈로 닦아내려 노력하던 상황병의 굳은 얼굴 뿐이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점호를 마친 후, 오침에 들려고 하는 상황병을 생활반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말해주면 좋겠다.”
“소대장님이 함부로 말하면 영창에 보내고 징계위원회를..”
굳은 얼굴로 묻는 제 분위기를 읽었는지, 상황병은 입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어제 넷-여섯 근무가 김찬욱 해병님이랑 해당 후임병이었습니다. 김찬욱 해병님은 열둘-둘 근무 마치고 온 동기 해병님이 깨워주셔서 애초에 환복을 마치고 상황실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소대장은 다른 중대에 올라가시고 한참을 내려오지 않아서 상황실에는
저, 김찬욱 해병님, 동기 해병님, 당직 분대장 이렇게 넷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근무 들어가기 30분전에는 후임자가 와서 총기 수령함 키를 받고 총기 불출 받아서 선임자를 깨우러 가지 않습니까. 근데 후임병이 3시 40분이 되도 안나오는겁니다. 김찬욱 해병님이 기다리다가 그 성질 아시지 않습니까. 동기 해병님이 김찬욱 해병님을 막 놀렸습니다.”
“어떻게.”
“니 소대 후임이니까 기합이 빠져서 지금까지 안일어난다고. 역시 니가 애들 교육을 그따위로 시켜서 애가 그렇게 된다고..”
“그 말에 갑자기 김찬욱 해병이 상황일지를 집어 던지더니 생활반으로 걸어갔습니다. 그러고 갑자기 복도 여기까지 들리게 김찬욱 해병이 야 이 씨발새끼야!!!!!!
라며 소리를 지르기에, 다른 사람들 다 자는데 어쩌려고 이러나 싶어 당직분대장이랑 놀라서 뛰어가보니..”
상황병은 그 후의 말을 꺼내기가 움츠러드는듯, 혹은 두려운 듯 좌우로 눈을 굴리며, 더 이상의 말을 뱉지 않고 머뭇거렸습니다.
“그래서. 말을 끝까지 해라. 지금 짜증 많이 났으니까.”
“발가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뭐?”
순간 그 후임병의 괴성이 뇌리를 스쳤습니다.
눈알을 부릅뜨며, 목과 얼굴이 연결된 부위에 핏대를 가득 세우며 여잡니다! 라고 소리를 지른 것도 아닌 여—잡—니—다 라며 듣기 싫은 새된 목소리가 섞일 만큼 온 힘을 다해 지르던 그 괴성.
“김찬욱 해병님 소리에 깜짝 놀라 당직분대장이랑 생활반으로 뛰어갔더니, 김찬욱 해병님은 소리지르면서 하이바로 그 후임병을 계속해서 내려치고 있었고, 그 후임병은 양반다리 자세로 자기 발가락을 먹고 있었습니다.”
“근데 너무, 너무 아직까지.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제 잠 못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 이해가 안되는건 그 후임병 그 새끼 자기 발가락을 쳐먹는데 사람 다리가 그렇게 꺾일 수 있다는 것도 의문이고 자기 발가락을 새벽 네시에 쳐먹는 것도 의문인데 제일 소름끼치는 부분은”
“꺼억-꺼억-꺼억 소리를 내면서 자기 발가락을 쳐먹고 있었습니다. 저는 살면서 눈 뒤집힌 것도 처음 봤는데 눈도 뒤집혀 있었습니다. 눈이 흰자만 보이는 채로 꺼억-꺼억-꺼억 소리를 내며 자기 발가락을 쳐먹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쳐먹고 있었습니다. 저 솔직히 제일 걱정되는게 뭔지 아십니까? 분명히 오침 이거 끝나면
행정관부터 중대장 그리고 헌병대오면 전부 진술해야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A해병님. 이걸 말을 해야하는지를 모르겠습니다.”
상황병은 말을 하다가 이내 자신도 흥분한 듯, 평소라면 절대 하지 못했을 자신의 격정을 토로하기까지 이르렀습니다.
상황병은 못내 답답한 듯 마지막 말을 뱉은 후 깊은 한숨을 쉬었습니다.
“저는 그냥 사실대로 말하려합니다. 누가 묻던 간에. 저는 머리가 나빠서 꾸며내면 꾸민 티가 분명히 날거고, 그냥 보고 들은거 다 말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러는게 맞는 것 같다. 가서 얼른 자라. 피곤할텐데.”
“A해병님 곧 있으면 출타 아니십니까?”
“그래. 그런데.. 상황이 씹창이 났네.”
“우선 나가보겠습니다. 필승!”
후임병이 문을 달칵 하고 닫고 나가자 오늘 벌어질 일들이 비로소 현실로 다가오는 듯 했습니다.
후임병이 발가락을 쳐먹는 일로 끝났다면, 사회의 학교 후배들에게 좋은 술안줏거리 이야기로 끝났을테지만 실제로 벌어진 일이기에, 그 훗일들의 처리는 필연적인 것이었습니다.
“훅훅. 상황실에서 알림. B해병(후임병). B해병은 지금 즉시 중대장실로 보고 바람. 다시 한 번 알림. B해병은 지금 즉시 중대장실로 보고 바람.”
녹슨 쇳소리가 섞인 스피커는 계속해서 후임병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래. 개 씨발 어떻게든 되겠지. 진짜 더럽게 꼬이네.”
후임병이 혼자서 발가락을 쳐먹은 일은, 의외로 싱겁게 끝났습니다.
김찬욱은 해당 후임병의 전입 당시부터 성적으로 학대하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그 수법은 매우 악랄하고, 치밀해서 행정관이 중대원들을 모아놓고 사건의 전말에 대해 교육했습니다.
(타 부대의 사례로 교육했으나, 사건을 아는 몇몇은 해당 사건임을 알고 있었습니다.)
발바닥을 혀끝으로 햝거나,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였으며, 거부하는 후임병에게 “뼈를 박살내겠다.” 라며 협박하여 자신의 발바닥을 핥게 하는.
이상하리만치 발에 집착하는.
그런 가학성 변태 행위를 지속한 것입니다.
또한 해당 후임병이 해당 사실을 다른 인원들에게 말하는 것이 두려워 의도적으로 분대, 소대 내 인원들과 이간질.
또는 명령을 통해 철저하게 후임병을 고립시켰으며 가학성 행위를 지속하였고, 거기에 구타, 폭언 등의 지속적인 가혹행위를 가함으로 결국 해당 후임은 정신병을 얻게 되었고, 그로 인해 자해를 시도했다는.
그런 사건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정신병적인 광증의 이야기는 다음과 같이 완성되었습니다.
김찬욱은 영창 15일(만창).
게다가 후임이 원한다면 따로 재판까지 진행하는.
그래서 김찬욱은 육군교도소로 갈 것 같다는.
그리고 당시 당직부관은 근무지 이탈 + 군 기강 해이로 인해 장기 복무는 꿈도 꿀 수 없고, 대대장이 지통실에서 진행하는 아침 회의에 집어던진 스타벅스 철제 컵에 맞아 얼굴이 찢어졌다는.
그리고 그 자리에 있던 병사들은 아무런 피해도 없는.
매끄럽고 부드럽지만, 어느 부대나 있을 법한 이야기가 완성되었습니다.
김찬욱은 그 다음날 아침부터 굳은 얼굴로 중대장실, 행정관실, 지휘 통제실을 오가다가 어느 순간 점호 시간에 열외자(1)로 처리되었습니다.
다들 김찬욱이 어디서 어떤 취급을 당하고 있는지는 알지만.
서로 김찬욱의 이야기가 나오면 굳은 얼굴로 입을 다물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다들 아시겠지만 군대는 폐쇄적이고, 소문이 빠르며, 새로운 사건에 놀라우리만치 흥미로워합니다. (당시는 핸드폰 반입이 불가했습니다.)
김찬욱이 미친 짓을 했다는건 기정 사실이 되었지만 풀리지 않은 궁금증은 여전히 미진하게 남아있었습니다.
“왜 김찬욱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은밀하게 가혹행위를 하다가 갑자기 새벽에 모두가 보란 듯이 해당 후임병을 폭행했는가.”
“그리고 왜 그 후임은 혼자 발가락을 쳐먹고 있었는가.” 에 대한 궁금증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주동자 김찬욱 해병은 먼 곳에 가 부대내에 없었으며, 해당 후임병 또한 며칠간 취침 점호에 나타나지 않다가, 갑자기 아침 점호에 나타나기도 하며, 또 며칠간 부대를 비웠다가 간부 인솔하에 식당에 나타나는 나날이 계속되었기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새벽에 발가락을 꺽꺽대며 쳐먹는 미친놈’
그 후임의 별명은 해당 이름을 줄여 ‘새발이’가 되었습니다.
아침 점호, 식사 정렬 등 중대원들이 모여있을 때 장난끼 많은 선임들은 그 후임에게 “야. 새발이. 새발아.” 하며 부르기 시작했고, 처음에는 자신을 부르는지 몰랐으나 이내 자신을 부른다는 것을 깨닫고는 “일병 김..” 하며 죽은 시체와도 같은 핏기 없는 얼굴로 관등성명을 대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얼마간 흘러 상병 정기휴가를 마치고 복귀하는 길이었습니다.
저희 부대는 22:00까지 지휘통제실에 대면 복귀 보고를 해야 했기에 조금 이른 발길을 부대 입구부터 재촉하고 있었습니다.
휴대폰을 위병소 바깥에 제출하고 유달리 깜깜한 사단 안.
드문드문 켜져 있는 가로등을 따라 걷다 보니 그 날의 기억이 생각나는 것 같아 괜히 발을 더욱 재게 놀려 복귀했던 기억이 납니다.
대대에 도착해 지휘통제실에 보고를 하고, 중대로 올라오니 병장 한 명과 ‘새발이’가 상황실에 군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습니다.
“야 A야. 잘 갔다왔냐? 내 선물은?”
능글맞은 미소와 함께 던지는 병장의 질문에 옅은 미소를 띄우며 마일드세븐 팩 한 갑을 건넸습니다.
“아. 요즘 위병소 담배 검사 빡세게 해서 죽겠습니다. 핸드폰도 제출 잘하는데 담배 때문에 내가 쫄아야 해?”
“야 기합이다 기합. 고맙다 잘필게.”
싸제 담배 한 갑에 눈에 띌 정도로 표정이 밝아진 병장은 이내 ‘새발이’에게 관심을 돌렸습니다.
“야. 새발아.”
“일병 김..”
“야 이 새끼야. 내가 관등성명 뭐라고 대라디.”
“일병 김새발.”
“ㅋㅋ그래 새끼야. 너는 앞으로 내 밑에 애들이 부르면 이렇게 해라”
그 병장은 자신의 맞후임 기수인 김찬욱 병장이 날아간게 아니꼬왔던듯, 그 사건 이후로 유독 ‘새발이’를 괴롭히고 있었습니다.
그런 사람과 하룻밤동안 같이 상황 근무를 서야하는 후임병이 조금은 불쌍했으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생활반으로 복귀해서 잠을 청했습니다.
김찬욱이 중대로 복귀한 것은 그 다음 날이었습니다.
아침 식사로 나온 햄빵을 맛있게 먹고, 친한 후임과 함께 중대로 복귀하니 사건이 일어났던 생활반에서 꽃봉(더플백)을 싸고 있는 김찬욱과 그를 지켜보고 있는 처음보는 중사 한 명이 있었습니다.
꽃봉을 푸는 것이 아닌, 짐을 담고 있었기에
‘먼 곳으로 가는구나. 씨발새끼. 잘가라.’ 하는 마음으로 일부러 지나치지 않고, 팔짱을 끼고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김찬욱 옆에 서 있던 처음 보는 중사는 김찬욱을 돕지도 않고, 쳐다보는 저희를 제지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그 자리에서 김찬욱의 행동을 하나 하나 눈에 담으려는 듯 조금은 멍-한 눈으로 김찬욱을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A야.”
이 쪽을 돌아보지도 않고, 자신의 체스터(관물함)에 눈을 고정한 채 오랫동안 말을 하지 않은 듯 가래가 섞인 목소리로 김찬욱이 불렀습니다.
“에”
그의 화를 돋우려는 심산으로, 예라고 대답할까 하다 ‘나는 너를 대우하지 않는다’를 더욱 보여주기 위해 ‘에’라고 말했습니다.
(군대에서는 예를 쓰지 않습니다.)
“그 새끼. 내가 괴롭힌거 맞는데.”
“근데요”
“그 미친새끼 하이바로 맞을 때 웃더라.”
“뭐라는거야 씨발..”
“한 번도 안 웃다가. 하이바로 맞을 때 웃더라니까.”
“짐이나 챙겨라. 바쁘다 우리.”
멍하니 김찬욱을 바라보던 중사가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대화를 끊었습니다.
꽃봉을 둘러메고 생활반을 나서는 김찬욱의 모습은 참으로 작아보였습니다.
그간의 기행, 악행들을 기수를 앞세워 정당화하던 김찬욱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커다란 꽃봉이 무거운지 몸을 연신 좌우로 휘청이던 그의 모습은 흔히들 쓰는 속어인 “ㅈ만한 새끼” 라는 비유가 어울렸습니다.
그 후로 시간은 2개월 남짓 흘렀습니다.
김찬욱이 가고 난 후. ‘새발이’는 자신을 괴롭히던 병장을 마음의 편지를 통해 전출시켰고, 정신과를 오간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간부가 정해진 시간에 새발이를 불러 약을 꺼내서 먹이더라. 등의)
부대는 결국 그 후임의 현역부적격심사를 결정하게 되었고, 복무전환으로 갈 뻔 했으나 후임은 매우 이례적으로 전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대장이 말하기에는, 성군기 위반으로 인한 피해를 2번이나 당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놓았었습니다.)
매달 전역하는 기수들의 ‘취침 후 생활반 돌며 감사 표하기’를 새발이가 혼자 하게 되었을 때, 중대의 반응은 아주 싸늘했습니다.
(김찬욱 사건으로 여론이 좋아졌으나, 그 후의 내부고발이 컸습니다. 해병대는 내부고발자에게 혹독한 취급을 합니다.)
제가 있던 생활반 역시 그러했습니다.
새발이가 저희 생활반 문을 열고 들어서자 경상도 출신 분대장은 돌아눕지도 않은 채로 “끄지라.” 한마디를 뱉었고, 새발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생활반 문을 닫고 나갔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괘씸하다고 생각하였으나, 이내 마음이 좋지 못해 조용히 생활반 문을 열고 나섰습니다.
때마침 새발이는 옆 생활반에서도 똑같은 취급을 받았는지, 조용히 문을 닫고 나오고 있었습니다.
“야. 담배나 하나 피자.”
같이 담배를 피고 와도 되겠냐는 질문에 당직사관의 표정이 이내 따라오는 새발이를 보고 잠시 찌푸려졌지만, 이내 순순히 보내주었습니다.
그 날의 밤하늘은 그런대로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시에서 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인공 불빛 때문이다.’
라는 말을 증명하듯 인공적인 불빛이 거의 없는 부대 위의 하늘은 별이 많은 듯 하다가도, 보이지 않는 것 같고 새까맣고 어두운 색이 아닌 짙푸른 남색에 가깝게 그리고 부드러워보였습니다.
제가 밤하늘에 대해 상세히 기술한 이유는 그 날의 그 대화가 이 글을 쓰게 한 목적이자 원인이고, 아직까지 풀리지 않아 여러분에게 전하는 궁금증이기 때문입니다.
자판기는 늦은 밤까지 켜져있었습니다.
그 날과 같이 400원짜리 조지아를 두 캔 뽑아 한 캔을 후임에게 건넸습니다.
“야. 이거 그 날 생각 안나냐?”
“주무실 자리에 커피 드셔도 괜찮으십니까?”
“해병은 괜찮아 새끼야ㅋㅋ”
내일이면 민간인이다.
더 이상 후임이 아니라는 생각에 저도 장난기가 섞인 말투로, 부드럽게 대하게 되었습니다.
그 날은 새발이와 매우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일 전역하게되면 꼭 여자친구에게 바로 동거하자고 말할거라는, 여자친구가 연락이 잘 닿지 않아 많이 힘들었다는, 본인이 군인이라 여자친구가 많이 힘들어해서 바람을 피웠다는, 그래서 빨리 전역하고 싶었다는..
그동안 ‘새발이’보다는 사고치는 ‘걸림돌’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나니 단순한 후임이 아닌 사람 대 사람으로 마주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의 대부분은 여자친구가 차지하고 있었으나, 그만큼 제게 마지막으로 이야기하니 진실한 속내를 털어놓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동안 이야기를 나누다, 잠시 정적이 흘렀습니다.
“야. 춥다. 너는 내일 전역이지만 나는 좀 더 있어야해. 들어가자”
너스레를 떨며 건넨 말에 새발이는 아무 말 없이 중간쯤 탄 담배를 한 번 빨았습니다.
“야 이 새끼야. 나 춥다. 제발 좀 들어가자.”
“A해병님.”
들어가자는 제안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새발이가 낮은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무언가 결심을 한 듯, 혹은 지금 생각하면 ‘이제 되었다.’ 라는 느낌의 목소리였습니다.
“왜. 들어가자니까 대답도 안하고 임마.”
새발이는 제 쪽을 쳐다보지도 않고 재떨이에 재를 한 번 떨더니 굳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제 발가락 쳐먹은 *있지 않습니까.”
심장을 누군가 쿵 하고 내리치는 느낌이었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보다는 이등병 시절, 맞선임이 제 잘못을 질책하며 처음으로 가슴팍을 치던 느낌.
가볍지만 갑작스러운 충격에 대비하지 못해 휘청이던 그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방금 전까지 나누던 이야기에서는 나오리라 생각하지도 못한 주제였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그 사건의 가해자는 찬욱이기에 지금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라니.
후임의 말은 소름끼치는 이야기를 씹어 뱉던 그 때의 그 것을 지칭하는 듯 했습니다.
그 날의 그 때 처럼.
후임이라고 분간하기 어려운 검은색의 실루엣을 보며 대답했습니다.
“어. 그 * 왜.”
후임은 다 타다 못해 손가락 끝에 닿으려는 담배를 주욱- 하고 깊게 한 번 빨았습니다.
순간 밝아진 담뱃불에 어둠 속의 후임의 얼굴이 반짝, 하고 드러나며 후임이 말했습니다.
“진짜 씨발* 아닙니까?”
한 마디를 무심하게 뱉고, 후임은 담뱃재를 검지 손가락으로 탁-탁 튕기며 일어났습니다.
“A해병님. 들어가십니까?”
단조로운 목소리의 질문에 저는 얼어붙어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빨아들이는 담뱃불에 비친 후임의 얼굴에서 만면에 가득한 눈과 입이 찢어져라 웃고 있는 너무도 웃기지만, 소리를 참기 위해 잔뜩 찡그리고 있는 기괴한 웃음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글 처음퍼오는데 이렇게 해도되나?
군대괴담인줄은 모르고 제목때문에 홀린듯이 눌렀는데 꽤 재밌게 읽어서 율무들이랑 같이보고싶어서 가져왔어 ㅋㅋ
문제있으면 알려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