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조상들이 고양이에 대해서 쓴 시.TXT
고양이에 대한 잠
귀도 있고 눈도 있으며
발톱도 송곳니도 있건만
좀도둑 멋대로 설치는데
어찌하여 자기만 하느냐
이제현 (1287-1367)
흰 고양이를 묻어주고 지은 글
어찌 이런 동물 또 있을까
토끼도 살쾡이도 아니면서
마음은 어찌 그리 교활하며
형체는 어찌 그리 초라한가
날카로운 발톱 강한 이빨로
그렇게 위엄을 떨쳐 보이네
새벽엔 둥글고 낮에는 실눈
그렇게 시간을 알려주누나
순수한 색 가진 채 태어나
옥 같은 모습에 흠이 없네
눈 같은 털 희고 깨끗하며
눈 같은 털이 마구 날리네
너의 자태를 사랑하기에
제사 지내고 맞이하였네
내게서 먹고 나를 의지해
이곳에서 사 년을 지냈네
비단 방석 깔아주었더니
배불리 먹고 장난을 치네
낮으로 밤으로 움직이면서
그 기미를 아주 잘 탔었네
사람 위해 해를 없애주니
그 공을 헐뜯지 못하리라
믿음이 네게 닿지 못한 건
내 덕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북평왕은 어떤 사람이기에
가리지 않고 젖을 물렸나*
으르렁 짖어대는 개가 있어
무리 지어 와 사기를 치네
너란 놈은 피할 줄 모르고
쫓아가기도 따라가기도 했네
결국 그 입에 물려버렸으니
위태로운 때를 맞닥뜨렸네
다른 부류인 줄 알지 못하고
임강의 고라니 신세 되었네
쥐들은 서로서로 축하하며
무리 지어 느긋하게 다니네
창고에는 온전한 곡식 없고
상자에는 완전한 옷이 없네
지금 이 순간 너를 생각하니
더욱 슬프고 더욱 그립구나
성현 (1439-1504)
(*북평왕 집 암고양이 둘이 새끼를 같은 날 낳았는데 어미 한마리가 죽어서 다른 한마리가 남의 새끼 대신 길렀다함)
잠만 자는 고양이
너의 발톱은 예리하면서
너의 이빨은 날카롭거늘
큰 쥐가 멋대로 설치건만
너는 어찌 잠만 자는게냐
이수광 (1563-1628)
오원이를 미워하다
고기에 닭도 훔쳐 먹고 저녁도 실컷 먹더니
머리를 떨구고 눈 감은 채 아침까지 자도다
이 녀석 하는 일 무엇인지 도통 모르겠으니
쥐새끼들 무리 지어 자자손손 번창하구나
김류 (1571-1648)
어린 종이 고양이를 쫓아내다
쥐를 잡은 공로가 으뜸이지만
닭 잡아먹은 죄 역시 크구나
공으로 죄 가리기는 어려우니
변방에 귀양 보냄이 마땅하리
김희조 (1680-1752)
고양이가 밤에 서실에 들어와 장난치다 (책에 파묻혀 자는 고양이 묘사한거ㅋㅋㅋㅋㅋ)
관아에 객들 고기반찬 없이 먹거늘
방안에 들어와 무슨 물건 찾고 있나
고개 숙여 장원급제자에게 답하더니
북당에서 온종일 앉아서 책을 보내
지광한 (1695-1756)
고양이를 꾸짖다1
따뜻하게 입은 털옷 몸에 딱 맞고
늦게야 일어나 그저 어슬렁어슬렁
염탐을 하는 듯 눈알 굴리는 소리
성이 난 듯 수염을 빳빳이 세웠네
밤새 부산한 쥐를 태연히 두었더니
봄 되자 쥐는 절로 메추리 되었네
처마 앞 나비를 분주히 따라다니니
꽃바람에 나풀나풀 먼지 일어나네
권헌 (1713-1770)
고양이를 꾸짖다2
쥐구멍 속의 쥐는 잡지 않고
상 위에 고기만 늘 탐내구나
고기 없어 내 배는 고프건만
쥐란 놈 내 곡식을 훔쳐먹네
도둑 잡으라고 널 길렀건만
어찌 네가 직접 도적이 되느냐
통쾌하게 한 대 아프게 때려
멀리 대로변으로 쫓아냈건만
미적대면서 떠나가지 않으며
몰래 들어와 상 밑에 숨었네
네 교활함 참으로 밉살스러워
깊은 책망을 시에 부쳐 보네
임광택 (1714-1799)
늙은 고양이
꽃그늘 속에서 가는 실눈 뜨는데
범의 기골 닮아도 이룬 건 없네
다음 생엔 기린 되기를 바라노니
빈 사랑채서 찍찍대는 소리 듣네
현일 (1807-1888)
ㅊㅊ ㅎㅇㄱ
책 ㅊㅊ 조선의 문인, 고양이를 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