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네이트판] 매일 고기를 한 접시씩 버려요ㅠ
결혼당시에는 독립해서 살다가 시아버님 건강이 안좋아지시기도 했고, 애들이 할머니 할아버지를 워낙 좋아해 시어머니가 애봐줄테니 같이 살면 안되겠냐 하셔서 모시고 산지 3년됐습니다.
시어머님, 저, 남편은 모두 채식 위주 식성으로 짠거 매운거 못먹고 나물이나 두부 좋아합니다. 고기는 있으면 조금 먹고 없으면 굳이 찾지 않는 타입이에요. 유전인지 애들도 고기보다 생선, 생선보다 채소를 좋아합니다. 고등어구이에 두부된장국 해주면 울다가도 그치는 애들입니다.
그러나 시아버님은 고기가 없으면 저녁 밥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분이셔서 모시고 사는 3년동안 고기반찬이 빠진 날이 거의 없었어요. 갈비찜이나 수육을 주에 한두번씩은 꼬박꼬박 했으니 말 다했죠. 참고로 시아버님이 '고기'라고 생각하시는건 최소한 제육처럼 고기 모양이 살아있는거고 뭐 다진고기 들어간 요리... 떡갈비 고기만두 이런건 고기로 안 치십니다
저는 오전근무만 하고 있고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다 시어머님이 애들을 잘 봐주셔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는데 작년 말쯤부터 아버님이 발치를 많이 하셨습니다. 원래 치아가 안좋으셨는데 관리를 안하셔서 더 심해지셨어요.
남편과 시누가 임플란트를 해드리겠다 했는데 사람 몸에 금속...? 을 넣으면 사주에 뭐가 안좋다고...무슨얘긴지 아무튼 죽어도 싫다 하셔서 못했고 틀니를 맞춰드렸는데 두번은 잃어버리셨고 최근에 새로 맞춘건 불편해서 못쓰겠다고 하셔서 틀니도 거의 안 쓰고 있어요.
그래서 식사를 잘 못하게 되셔서 아버님 몫으로 따로 쇠고기죽을 준비할 때도 있고 삼계탕을 푹 끓여 다 발라드리거나 수제비를 해드리거나...아무튼 최대한 씹기 편한 걸로 준비하고 있는데 식탁에 고기가 없다는 이유로 난리가 납니다...; 죽에도 고기 들어가는데 당신이 드실 고기가 문제가 아니고 그냥 뭐든 메인 요리로 고기가 있어야 되는 거래요 그게 옳게 된 밥상이래요...
없으면 식사를 안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셔서 고기반찬을 해드려도 당연히 예전처럼 고기를 못 씹어 드시니 그대로 다 남아요. 남편이랑 저희 애들은 고기를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날 정도로 고기가 입에 안맞아서 시어머니랑 제가 꾸역꾸역 나눠먹고 남은건 버립니다...저녁식사마다 매일 1~2인분은 버리는 것 같아요
첨부터 양을 적게 하면 또 난리가 납니다. 시아버님이 생각하는 고기요리라는 건 식탁 중간에 커다란 접시나 냄비가 있고 거기에 고기가 넘치도록 있는 거라서 작은 그릇에 1인분만 하는 걸로는 택도 없고요... 먹지도 않을 요리를 계속 하고 있는게 금전적으로도 아깝고 환경에도 안좋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애들 교육에도 그렇고요.
이 문제로 결국 남편이 한번 폭발해서 그럼 임플란트 하지 그러셨냐, 틀니도 싫다 임플란트도 싫다 해놓고 먹지도 못할 고기를 왜 자꾸 해달라해서 애들엄마랑 엄마를 힘들게하냐 맨날 고생해서 요리하고 왜 버리게 하냐고 아버님과 엄청 싸웠었어요.
당시에는 속이 시원했는데 그날 새벽에 자다가 휴대폰이 안보여 잠시 나와보니 시아버님이 거실에 앉아서 혼자 울고 계시더라고요... 그걸보니 또 고기 반찬이 눈에 보여야 밥먹는 기분이 나시나...대접받는 느낌이 드시는건가... 싶어져서 맘이 약해져 안먹는 고기 또 내놓고...반복이네요
일이 이렇게 되기 전까진 저한테 소위 말하는 시짜짓 하신 적 한번도 없었고, 저희애들도 너무 이뻐해주시고 결혼할 때 지원도 많이 해주셨구요. 저는 결혼직후에 친정부모님이 돌아가셨는데 장례 마치고 시아버님이 이제 우리가 엄마아빠다 생각하고 살라고 하셨었거든요.
모시고 살게 되어 살림 합치던 날 그 말이 다시 맘에 걸리셨는지 제 손 붙잡고 친정부모가 되어주겠다 해놓고 늙어서 짐이 되어 미안하다고 하시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해서 매몰차게 말씀드리지도 못하고 그냥 매일 먹지도 않을 고기요리를 하고 버리기를 반복하고 있어요.
혹시 부모님이나 시부모님의 이런 고집을 겪어보신 분이 있으면 좀 좋게 해결할 방법을 알 수 있을까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남편과 저는 일단은 대화로 풀어가는 방법부터, 혹시 노인우울증 같은 문제라면 병원에 가는 방법까지도 생각하고 있어요.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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