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네이트판] 술 끊은 남자 술 먹였다가 파혼했음
나 이번에 결혼 준비중 파혼함
웨딩촬영까지 끝낸 상태였는데 그래도 결혼식 이후가 아니라는거에 감사하고있어
전남친(이제는 헤어졌으니 전남친이네)은 술을 입에도 안대는 사람이었음
술자리 가면 혼자 물마시거나 탄산한잔 마시고도 잘 놀았고 술 원래 좋아했는데 끊은지 삼년도 넘었대 그런 모습이 건실하게 느껴져서 더 좋아했었음
그런데 얼마전 우리 할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할아버지와 각별했던 내가 너무 슬퍼하며 힘들어해서 위로해주다가 같이 술을 마시게 되버렸어 내가 엄청 권했거든
막상 술을 입에 대니까 진로 세병을 내리 마시더라구
나는 소주는 못마셔서 청하 마시고 전남친은 진로 마셔서 얼마나 마셨는지 다 보였어
근데 얘가 술취하니까 갑자기 생전 안하던짓을 하는거야
나는 종교가 불교고 나 태어나기 전부터 우리집은 불교집안이라 전남친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에게도 다른 종교 권유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했거든
전남친이 기독교 믿는건 알고있었지만 둘이 사귀는 이년 가까운 시간동안 한번도 내게 권유한적이 없었어
근데 술취하니까 얘가 갑자기 하나님 얘기를 하기 시작하는거야
무슨 인간은 태초에 하나님이 어떻게 만들었고 하나님의 자식만이 천국에 갈 수 있는데 나는 아직 하나님의 자식이 아니어서 이렇게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모른채 평생 살다가 죽게 되버리면 우리는 죽고나서 헤어질수밖에 없겠다느니 어쩌고...
자기만 천국에 가고 나는 못가니까 우리 죽고나면 다시는 못본다면서 죽음 후의 시간이 삶보다 더 긴데 그 긴 시간을 영영 헤어져야 한다고 울고짜고 난리더라
그러더니 하는 말이 우리집에 인사하러 왔을때 깜짝 놀랐고 너무 두려웠대
우리집 거실에 엄마가 귀엽게 생긴 동자승 인형을 장식해뒀는데 남친 옆눈에 그 동자승 인형이 마귀로 보였다는거야
나한테 집안에 사탄마귀가 들끓어서 내 눈을 가린다면서 그집안에서 탈출해야 내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을거라고 하는거있지
자기랑 빨리 결혼해서 그집에서 탈출해 하나님의 자녀가 되야한대
자기는 나를 구해야하는 사명을 느꼈다면서 밤마다 내가 구원받아 하나님의 자녀가 되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는거야
암튼 내리 두시간을 하나님 믿어야 천국간다고 개소리 쌉소리를 해대는데 정말 오만정이 다 떨어지더라구
다음날 술 깨고 너 이런짓 한거 기억하냐니까 다 기억한다면서 취해서 자기가 감정조절을 못해 말이 쎄게 나간건 미안하지만 지는 진심이었다는거야
이정도로 심각하게 종교에 빠진 인간인걸 그동안 나한테 속이고 있었다는걸 알고 진짜 소름돋았잖아
그대로 파혼했어
부모님도 잘했다고 하시고 큰일 날뻔한 걸 니 할아버지가 구해준거같다고 하셔
술 끊은 이유가 저 주사 때문이었나봐 술 먹여보길 잘한것같애
힘들었지만 그래도 결혼전에 안걸 감사하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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