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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네이트판] 부모님께 돈 받아오라는 약혼남...ㅠ

남친 미워서 쓴 글이 아닙니다... 남친 장점이나 입장도 최대한 대변하면서 최대한 중립적으로 써볼게요...

 

일단 상황 파악하실 수 있도록 객관적인 조건부터 적자면

 

남친

35살 의사

키 170 중반, 외모 준수함

집안배경 평범. 부모님 은퇴하심. 서울 자가 있으시고 월 250 정도 연금 나오심.

 

33살 평범한 직장인

키 163 외모 예쁘다는 소리 많이 들음

집안 중산층. 부모님 현직, 서울 자가에 월 소득 대략 8백-1천 정도. 자산 넉넉하셔서 노후 걱정 없으심

본인 월급 세후 250 정도.

 

 

연애결혼이고 처음부터 남친이 웬만한 돈 다 내줬습니다.

보통 9대1 정도 한 것 같아요.

저도 참 감사한 마음으로 받았고, 제가 더 못해주는걸 아쉬워 했습니다...

 

지금은 미리 남친이 얻어둔 집 (병원 근처 월세 아파트)에 같이 살고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월세도 남친이 내고있고요.

(집 청소는 제가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얼마전, 차에서 임신관련 얘기하다가 제가 "오빠는 힘들거 없잖아... 내가 힘들지 ㅠ" 라고 말을 했는데 갑자기 차를 세우더군요.

 

"몸이 힘든건 네가 맞지만 그 기간동안 옆에서 서포트하고 나가서 돈 벌어오는 사람도 있어야 하는건데 원팀으로 하는 일이지 누가 더 힘들고 덜 힘들다는 식으로 우열관계를 매겨야하냐. 내가 내 몸 힘들어서 낳을 수 있는거면 나도 차라리 그렇게 하고싶다. 그런데 생물학적인 문제로 네가 짊어지게 된 부분이니 난 옆에서 최선을 다해 최대한 서포트 하는거 밖에 옵션이 없지 않냐. 나도 그 기간동안 힘들고 신경쓸거 많을 예정이다. 어떻게 모든 이슈에서 반반 힘들 수 있냐? 강도 만나면 5분씩 빠따 교대하면서 싸울꺼냐? 짐 옮길때도 키로수 반반 옮길거냐? 어쩔 수 없이 성역할이 있는거 아니냐" 하더라고요. 막 화낸건 아니고 속상하다고 조곤조곤 말하긴 했습니다.

 

맞는 말이기도 하고, 분위기가 싸해져서 저도 아차 했습니다. 말실수 한 것 같아서요.

 

그렇게 사과하고 넘어갔습니다.

 

며칠 후 비오는 날에 남친이 배달 받으러 1층에 내려갔다 오는데 기사님이 호수 라인을 잘못 찾으셔서 남친이 급한 마음에 기사님 찾아가느라 좀 젖은 상태로 들어왔습니다.

 

제가 급한 마음에 바닥 더러워지는데 옷 벗어두고 들어오라고 했는데 또 분위기가 싸해졌습니다.

비 맞으면서 배달 받아온 사람한테 춥겠다 걱정하는 말은 못할망정 바닥부터 걱정할거면 다음부터는 저보고 가서 받아오라고요. 여자도 할 수 있는 일 아니냐며...

평소에도 궂은 일 있으면 먼저 자기 희생해가면서 열심히 해주는 사람이라 또 제가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나는 진짜 원팀이라 생각해서 조건 안따지고 계산 안하고 그냥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앞장서서 다 처리했다. 그런데 지난번부터 좀 걱정되는 부분들이 있다. (중략) 그런 마음가짐인거면 그냥 공평하게 하자. 결혼할때 내 예상 생애소득 현재 화폐가치로 환산한 만큼 가져와라. 집도 반반 하고, 임신기간 몸 상하는거 운운할거면 월 2천씩 쳐서 2억 깎아주겠다. 내가 지금까지 세상물정 몰라서 혹은 계산을 못해서 안한게 아니라 그런 관계가 되고싶지 않아서 안한거였다."

 

저는 갑자기 충격을 받았습니다.

물론 조건이 제가 기우는건 알고있었지만 저희 부모님이 결혼에 돈 보태준다고 하실때도 그냥 초반에 좀 고생하더라도 저희끼리 해보겠다고 했던 사람이고, 나중에는 저한테 또 혹시 부모님이 돈 주시면 그냥 그 돈은 나 모르게 네가 알아서 가지고 있으면서 써라 하던 사람이었거든요.

 

남친 쪽 집안은 자가 + 연금은 있으신데 보태주실만한 목돈은 없으셔서 남친이 기 눌리지 않으려고 안받은건가 싶긴 하지만요.

 

페미니스트 정말 혐오하는, 정치적으로 따지면 좀 극우에 속하는 사람이긴 한데, 그만큼 자기가 남성으로서의 전통적 성역할을 너무 잘하는 사람이라 저도 전혀 불만이 없었어요.

 

술담배 안하고 헬창(?)이라 건강하고, 사회생활 잘하고, 여사친 없고, 굳이 친구 만나러 늦게까지 돌아다니지 않고요. 친구무리도 다 비슷한 사람들인지 진짜 식당가서 술 없이 감자탕에 밥볶아먹고 8-9시면 해산하는 스타일들이라 마음고생도 별로 안했습니다. 허세 없고 옷도 쿠팡에서 1-2만원짜리 사입고..

주말엔 제 본가 놀러가기도 하고, 갈때 저희 강아지 간식까지 사가는 사람이라 부모님도 많이 좋아하세요. 쓰다보니 장점이 참 많은 사람이네요 ㅠ

힘든 일이 있어도 자기가 낑낑대며 다 처리하면서 저는 그냥 방에서 쉬라고 하고, 저는 그냥 음료수 가져다주면서 고생했다고 얘기해주면 그걸로 행복해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일도 나중에 결혼하고 아이 생기면 그만두고 전업을 하든 취미로 하고싶은 일 시작하고 해주기도 했고요. 한마디로 뭐 계산하는거 없이 정말 조건없는 사랑(?) 해주는 사람이었는데 갑자기 이러니까 너무 당황스럽네요...

 

조금 더 이야기해보니 주변에 와이프한테 뒤통수맞고 이혼소송중인 분이 계신데 그 분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타가 왔다고 하네요. 그렇게 심란한 와중에 제가 두어번 민감한 부분 건드리는 이야기를 하니까 트리거가 된 것 같아요...

 

제가 잘못한게 맞는건지... 그리고 이걸 이제 어떻게 해야하나요 ㅠㅠ

 

이런생각하면 나쁜 것 같긴 하지만 제가 돈을 가져가게 되면 그건 남친이 한방에 쓸 수 있는 일시불이고, 제가 남친한테 얻을 돈은 오랜 기간에 걸쳐서 분할지급 되는 남친 미래 월소득인건데... 만약 개원이든 집이든 해줬는데 10년 후 이혼하면 저는 생돈 날리게 되는거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있고요... 제 돈도 아니고 부모님 돈이라 ㅠ

 

좋은 사람인거 너무 잘 알아서 남친 욕먹이려고 쓴 글은 아닙니다 ㅠ 장점도 최대한 잘 적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일이 커지니까 어떻게 대처해야할지를 모르겠네요.. 그리고 의사 생애소득을 현재가치로 환산해서 해오라고 하는거면 대략 얼마를 해오라는건지 금액도 잘 모르겠어요 ㅠ

 

어떻게 하는게 맞는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https://m.pann.nate.com/talk/373252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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