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머 [네이트 판] 우울증 남친 2년동안 고쳐준 후기
출처: https://m.pann.nate.com/talk/373133790
나랑 처음 만났을 시기에 내 남친은 우울증이었고 꼴초였어. 너무 심각해서 얘를 이대로 두면 정말 죽을수도 있겠더라.
그래서 사실 우리 아빠가 술담배 때문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너 딴에는 네가 뒤질때까지 우울하고 힘들거라 생각하는거 안다고.
근데 네가 생각하는게 다가 아니다. 네가 너무 사랑해서 존재 자체가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람이 예고없이 나타날수도 있다.
장담하는데 너 이렇게 술담배에 찌들어 살면 건강 개박살나는거 정말 한순간이다. 물론 우리가 언젠가 끝날 인연일 수도 있겠지. 근데 끝내도 내가 끝낼거고 할 수 있는거 다 해보고 끝낼거야. 미친듯이 설득시켜서 병원에 데리고 간게 시작이었지.
다음날 정신과 쌤이 이정도면 입원하시는게 좋을 거 같다 하는데 본인도 원치 않고 혹여나 트라우마 생길까봐 입원은 안했어.
지역주민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서 상담 받고 정기적으로 담당쌤이 남친 집 방문하면서 상태 지켜봤어. 또 찾아보니까 aa모임이라고 알콜중독 극복한 사람들이 경험담 나누고 서로 위로 받는 모임이 있대서 거기도 가보는게 어떻냐고 하니까 꼬박꼬박 가더라.
(쓰면서도 나 진짜 그때 뭐에 홀렸었나 싶네 ㅋㅋㅋ)
금요일 저녁만 되면 이번주말엔 뭐하지 고민하고 설렜어. 처음에 약은 꼬박꼬박 먹는데 집에만 있으니까 안 나간다는거 어거지로 데리고 나갔지.
나가면 내가 리드하고 끌고 다녔어 ㅋㅋㅋ
맛난거만 맥이려고 리뷰 정독하고 찾아가고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녔어.
어디서 봤는데 아름답고 좋은것들을 많이 보면, 조잡하고 형편없는 것들을 물리칠 힘이 생긴다고 그래서.
내가 어렸을때부터 요리가 취미여서 처음으로 설날에 떡국을 끓여줬는데 그때 너무 맛이 없는거야. 고기는 질기고 떡은 불어터지고.. 내가 멋쩍어하니까 자기는 원래 떡국에 떡 불은거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때 밥 먹다 끅끅대면서 울었다.
"ㅇㅇ아 나는 너 때문에 살았어. 네가 나 살려낸거야. 아마 너같은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 너무 미안해. 그런데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라고 생각해.너무 고마웠어."
뭐라 말을 해야되는데 말이 안 나와.
잘 지내
이미 끝난 관계.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 그거 하나더라.
걔는 도대체 무슨 감정을 느낀걸까.
둘다 20대 초반이었고 나 돈 많은것도 아니야.
갑자기 머리가 멍청해진거 같고 너무 우니까 가슴이 욱신거려. 출근도 못하겠고 아무것도 못하겠어. 제발 조언 하나씩만 해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