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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네이트판] 우울증남친 2년동안 살려줬더니 모임에서 만난 여자 때문에 헤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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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쓰니입니다. 글 써놓은것도 까먹어서 이제 봤네요.. 댓글은 하나하나 다 읽어봤습니다. 글에는 쓰지 않았지만 이 남자는 사실 제 첫사랑이었어요. 저는 성격이 무뚝뚝하고 그다지 정이 많은 사람도 아닌데 당시에는 진심으로 사랑했었던 것 같네요. 만난지 얼마 안됐을때 이 사람이 정말 죽으면 옆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제가 평생을 후회할 거 같았어요.

그래서 제가 포기하는게 생기더라도 최선을 다했어요. 이제는 알아요. 누군가한테 마음을 주는것도 적당히가 필요하다는걸.

저는 그냥 사람 하나 살려놓은 것으로 만족할게요. 이왕 갈거면 더 좋은 여자한테 가서 행복하게 살기나 하지... 그러나 이 분이 다시 저를 찾더라도 절대 흔들리지 않을게요. 흔들리더라도 댓글 보면서 정신 차릴테니까 댓글은 지우지 말아주세요.

 

댓글 달아주신 모든분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방탈 죄송합니다 조언 받고 싶어서 이곳에 쓰게 되었어요.

 

남친이랑 쫑났다

 

나랑 처음 만났을 시기에 내 남친은 우울증이었고 꼴초였어. 너무 심각해서 얘를 이대로 두면 정말 죽을수도 있겠더라.

 

그래서 사실 우리 아빠가 술담배 때문에 폐암으로 돌아가셨다고. 너 딴에는 네가 뒤질때까지 우울하고 힘들거라 생각하는거 안다고.

 

근데 네가 생각하는게 다가 아니다. 네가 너무 사랑해서 존재 자체가 삶의 이유가 되는 사람이 예고없이 나타날수도 있다.

 

장담하는데 너 이렇게 술담배에 찌들어 살면 건강 개박살나는거 정말 한순간이다. 물론 우리가 언젠가 끝날 인연일 수도 있겠지. 근데 끝내도 내가 끝낼거고 할 수 있는거 다 해보고 끝낼거야. 미친듯이 설득시켜서 병원에 데리고 간게 시작이었지.

 

다음날 정신과 쌤이 이정도면 입원하시는게 좋을 거 같다 하는데 본인도 원치 않고 혹여나 트라우마 생길까봐 입원은 안했어.

 

지역주민 대상으로 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가서 상담 받고 정기적으로 담당쌤이 남친 집 방문하면서 상태 지켜봤어. 또 찾아보니까 aa모임이라고 알콜중독 극복한 사람들이 경험담 나누고 서로 위로 받는 모임이 있대서 거기도 가보는게 어떻냐고 하니까 꼬박꼬박 가더라.

 

(쓰면서도 나 진짜 그때 뭐에 홀렸었나 싶네 ㅋㅋㅋ)

 

금요일 저녁만 되면 이번주말엔 뭐하지 고민하고 설렜어. 처음에 약은 꼬박꼬박 먹는데 집에만 있으니까 안 나간다는거 어거지로 데리고 나갔지.

 

나가면 내가 리드하고 끌고 다녔어 ㅋㅋㅋ

맛난거만 맥이려고 리뷰 정독하고 찾아가고 여기저기 많이 데리고 다녔어.

 

어디서 봤는데 아름답고 좋은것들을 많이 보면, 조잡하고 형편없는 것들을 물리칠 힘이 생긴다고 그래서.

 

내가 어렸을때부터 요리가 취미여서 처음으로 설날에 떡국을 끓여줬는데 그때 너무 맛이 없는거야. 고기는 질기고 떡은 불어터지고.. 내가 멋쩍어하니까 자기는 원래 떡국에 떡 불은거 더 좋아한다고 하는데 그때 밥 먹다 끅끅대면서 울었다.

 

또 겨울 되니까 유튜브에 배추 세포기 김치 담는거 뜨는거야. 마트 가서 재료 사가지고 육수내서 찹쌀풀 만들고 과일이랑 양념 넣고 갈아서 난생처음 김치도 담아봤다.

 

근데 초반에는 애가 너무 힘드니까 나한테 말할때 짜증이 섞여있었어. 얼마 안 지나면 후회하고 계속 미안하다고 그러구.

 

그럴때는 네가 멘탈이 갈려서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말투가 좀 공격적으로 나올 뿐이라고 너 나쁜사람 아니니까 걱정하지말라고 했어.

 

그렇게 시간이 좀 가니까 원래 맨날 혼술하던애가 안하고 술자리도 몇달에 한번꼴로 가는거야. 담배도 원래 연초 2갑씩 피던애가 점점 줄이더니 연초는 끊고 전자담배 하루에 서너번 피는데 너무 대견하고 기특해서 펑펑 울었어.

 

나한테 부담 갖거나 항상 미안하다고 하면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건데 네가 왜 미안해야되냐고 넘겼지. 그리고 다른 사람한테도 미안하다고 쉽게 말하지 말라고 혼냈어.

 

몇달전부터 일자리 다시 알아보기 시작하더니 최근에는 서로 일하느라 바빴어. 그래서 한 일주일 넘게 연락만 하다가 주말에 만났는데 내가 글에 썼던 aa모임얘기를 꺼내더라.

 

그 모임에 매주 오는 우리 또래 여자가 있었다고. 가면 갈수록 그 여자가 말하는거에서 위태로운게 티가 난다고.

둘이 만나서 커피도 마시고 얘기도 꽤 많이 했단다. 처음에는 그냥 예전 자기모습 생각나서 사심없이 친구로 지내려고 했대.

 

근데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생기고 나랑 있을때도 생각나고 많이 걱정했다드라.

 

그러면서 그 여자가 어느정도인지 설명하는데 혼자 방안에만 틀어박혀서 씻지도 않는다는데 저번에는 보다못해 지가 화장실 데려가서 씻겨줬대.

 

그냥 얘기 듣는데 감정이 뭐라고 표현할 수가 없어. 정말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야.

 

"ㅇㅇ아 나는 너 때문에 살았어. 네가 나 살려낸거야. 아마 너같은 사람은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 너무 미안해. 그런데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판단이라고 생각해.너무 고마웠어."

 

뭐라 말을 해야되는데 말이 안 나와.

잘 지내

이미 끝난 관계. 내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말이 그거 하나더라.

 

걔는 도대체 무슨 감정을 느낀걸까.

 

둘다 20대 초반이었고 나 돈 많은것도 아니야.

 

갑자기 머리가 멍청해진거 같고 너무 우니까 가슴이 욱신거려. 출근도 못하겠고 아무것도 못하겠어. 제발 조언 하나씩만 해주라...

 

https://m.pann.nate.com/talk/3731337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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