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이슈 대통령이 자랑한 그 기술... 미국 좋은 일만 시켰다 [소셜 코리아]

지난 7월 말 프랑스 정부는 전기자동차 보조금 개편 초안을 발표했다. 판매가격과 에너지 효율에 따라 지급하는 기존의 보조금 지급 정책을 바꿔서, 생산에서 운송까지 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기준으로 보조금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한다.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내년 7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화석연료와 장거리 해상 수송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산 전기자동차에는 날벼락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번 조치가 유럽 전체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7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는 올 상반기 우리나라의 유럽연합(EU) 자동차 수출이 56억 200만 달러로 작년 상반기에 비해 56.9%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기자동차가 이를 주도했는데, 모처럼 수출 호황을 맞은 한국 전기자동차가 돌연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시대에 역행하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정책
 
이에 대한 한국의 대책은 무엇일까? 8월 25일 한국무역협회는 프랑스 보조금 개편안이 차별적 대우를 금지하는 한국-EU 간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는 의견서를 프랑스 정부에 제출했다. 결과를 기다려 봐야겠지만 한국의 의견은 무시될 것이다. 한국 정부와 무역계가 철칙으로 신봉하는 무역협정의 교리들이 미·중 무역분쟁 이후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명백한 대책은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미 무너진 무역 교리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 8월 한국수출입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태양광산업 동향보고서'는 올해 세계 태양광 발전 설치 규모를 360GW(기가와트)로 예상했다. 우리나라는 전체의 0.75%에 불과한 2.7GW로 전망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이러한 수치는 다소 심각해 보인다. 우리나라 기후산업과 일자리에 투자해야 할 자본과 기술들이 한국을 떠나기 때문이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의 국가기후보좌관인 알리 자이디는 올해 1월 "2024년까지 미국에서 매년 33.5GW 규모의 태양광 전지판을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미국 500만 가구가 매년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청정에너지라고 했다. 미국판 태양광 국산화 선언이다. 그런데 미국의 태양광 국산화를 선도하는 기업은 뜻밖에도 우리나라 기업인 한화큐셀이다.
 
지난 1월 한화큐셀은 미국에 25억 달러(약 3조 2500억 원) 규모의 태양광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조지아주 카터스빌과 달톤에서 2500명 고용을 시작해 2024년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태양광 전지판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한화큐셀은 미국에서 매년 8.4GW 규모의 전지판을 생산하고, 2027년에는 미국 수요의 30%를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화큐셀의 투자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직접 성명서를 발표하며 "미국 노동자들과 미국 소비자들, 기후를 위한 승리"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6월 23일 미국 에너지부는 한국 전기차 배터리 기업 SK온과 포드자동차 합작기업 블루오벌SK(BOSK)에 92억 달러(약 12조 원)의 대규모 금융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미국 정부는 이 투자로 켄터키주와 테네시주에 매년 120GWh 규모의 자동차 배터리를 만들고, 4억 5500만 갤런(약 20억 6840만 리터)의 휘발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8월 16일 미국이 청정에너지 전환을 위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시행한 이래 1년 동안 115개 프로젝트, 760억 달러가 미국에 투자되었다. 미국의 에너지 연구자인 잭 코네스의 데이터에 따르면 우리나라 제조 기업이 총투자의 30%인 220억 달러(약 28조 6천억 원)를 투자해서 2위를 차지했다. 3위인 일본의 16% 투자보다 2배 많다.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 한국의 대미 직접투자는 벨기에, 싱가포르보다 낮은 14위에 불과했다. 그런데 단 4년 만에 2위로 올라선 것이다.

한국 기후산업의 핵심 자본과 기술은 왜 미국으로 이동할까? 국가 정책에 답이 있다. 미국 정부는 2030년까지 신규 자동차 50% 이상을 전기자동차로 전환하고, 2035년까지 모든 전기에너지의 온실가스를 제로(0)로 만들겠다는 국가 정책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청정에너지 전환에 3690억 달러(약 480조 원)를 투입한다. 기후정책이 실종되어 투자처를 잃은 우리나라 자본과 기술은 이 정책과 예산 때문에 미국으로 빠르게 이전하고 있다.

지난 1월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여한 윤석열 대통령은 특별연설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이차전지, 철강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기술과 제조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면한 한국의 기후위기는 원전과 수소(그린수소)로 극복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자랑한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기술과 제조기술은 우리나라가 아닌 미국의 기후산업을 고도화하고 미국인을 위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