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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단독] 공군 “계집 파일” 성폭력 파문…부대는 신고 뭉갰다

공군 전투비행단에서 병사들이 당직자 인수인계 장부로 쓰이는 ‘신송노트’를 이용해 여군 간부들을 집단 성희롱한 사실이 드러났다. 부대 간부들은 이런 내용을 신고받은 뒤 별다른 조처 없이 신고자에게 문서 삭제를 종용했다. 뒤늦게 사실을 인지한 공군 전투비행단은 보고를 누락한 간부들을 입건하고 관련자 조사에 착수했다.

22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공군 전투비행단 ㄱ부대의 한 간부는 지난 3월 병사들이 2021년 11월께부터 지난해 7월께까지 신송노트에 여성 간부들의 이름, 사진, 휴대전화 번호, 직책, 소속 등을 올려놓고 외모를 평가하며 집단 성희롱을 벌여왔다는 신고를 받았다. 신송노트는 당직대 근무자들이 인수인계를 목적으로 당직 근무 안내사항 전달, 근무표, 담당 업무 등을 일자별로 정리해 놓은 군 내부문서다. 6명으로 구성된 당직대 병사들은, 전용 컴퓨터에 한글파일을 만들어두고 교대로 채팅하듯 글을 적는 방식으로 성희롱을 일삼았다. 신송노트에 기록된 여성 간부들의 사진과 휴대전화 번호, 소속 부대 등 정보는 공군 내부망에서 빼낸 것이었다.

특히 이들은 컴퓨터 안에 ‘계집파일’이라는 별도의 파일을 만들어 여군 사진과 신상 등을 일주일에 한번씩 업데이트했다. 계집파일을 설명하는 문구로는 #아가씨 #계집 #뽀뽀가능 #○○건들면 다 뒤진다 등이 적혀 있었다.

해당 부대 간부는 신고 접수 뒤 파일 일부를 확인했지만, 부대 운영을 총괄하는 대대장에게 이런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다. 되레 신고자에게 “문제 삼는 일 자체가 피해를 당했는지도 모르는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 파일만으로 어떤 병사가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며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게 파일을 삭제하거나 록(잠금)을 거는 게 좋겠다고 회유했다. 신고자는 <한겨레>에 “보관하도록 되어 있는 신송노트 폴더를 봐도 그 시기만 지워진 뒤라 이게 전부인 건지 피해자들은 얼마나 되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상관에게 보고했다”며 “두달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조처가 없었다”고 말했다.

취재가 시작되자 공군 전투비행단은 지난 11일 보고 체계에 있던 간부 3명을 징계 입건하고, 관련자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공군 관계자는 “부적절한 ‘신송노트’를 작성한 것으로 신고된 전역 병사 1명은 범죄 혐의가 확인돼 민간 수사기관으로 수사 의뢰했다”며 “(확인되는) 추가 인원이 있으면 수사 의뢰하겠다”고 말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9273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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