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유머 [법륜스님] “유부남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어떡하죠?”

유부남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마음을 어떡하죠?


“저는 지금 좋아하면 안 되는 사람을 좋아하고 있습니다. 저의 스승님인데요. 그분은 유부남입니다. 일찍 결혼해서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고 자신의 배우자를 폰 배경으로 할 정도로 아내 분을 아끼시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분은 저한테도 잘해줍니다. 제가 아끼는 제자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저한테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가 자꾸 헷갈립니다. ‘상대는 임자가 있다, 남의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지만 그분이 저에게 잘해줄 때마다 왠지 멋있어 보여요. 그럴 때마다 흔들리는 제 자신이 싫고 죄짓는 느낌입니다. 저는 그분의 배우자를 잘 알지 못하지만 타인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일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리고 저의 잘못된 선택으로 인한 과보도 두렵습니다. 지금은 감정이 전보다 많이 사그라들었는데 저의 이 흔들리는 마음을 다 잡고 싶습니다. 고견 듣고 싶습니다.”


“너무 좋으면 상대가 결혼했든 안 했든 그게 무슨 상관이에요. 프랑스에서는 자기 친구의 엄마를 이혼시키고 결혼한 사람이 대통령도 됐습니다. 그게 뭐 그렇게 큰일이라고 그렇게 얘기해요? 좋으면 다가가 보세요.”


“그럼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건가요?”


“아니요. 결혼해서 사는 사람을 이혼시키면 죄책감을 가져야죠. 질문자도 자기 아빠가 엄마를 두고 다른 여자와 연애하거나 결혼하겠다고 하면 상처를 안 받겠어요? 그 여자가 안 미울까요?”


“미울 겁니다.”


“그래요. 그런 미운 짓을 질문자가 지금 하려고 하잖아요. 그런 짓을 해놓고 미움을 안 받겠다면 그 생각 자체가 모순이잖아요? 그게 진짜 나쁜 심보잖아요. 마음대로 하고 싶으면 비난받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그런 연애를 한다면 질문자의 부모도 반대할 거고, 상대의 부인도 반대할 거고, 그 집 아들, 딸도 어쩌면 자기 또래 거나 좀 더 어릴 텐데 아들, 딸도 비난하겠죠. 학교에서 친구들도 비난할 거예요. 그런 모든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하겠다고 하면 할 수는 있어요. 왜냐하면 이게 불법 행위는 아니거든요. 자기 인생을 그렇게 살겠다고 결정하면 할 수는 있다는 거예요.


근데 비난받을 짓을 하고도 비난을 안 받겠다면 그건 잘못됐다는 거예요. 남의 돈을 빌려놓고 안 갚겠다는 심보하고 같잖아요. 남의 가정을 파괴해 놓고 아무런 비난도 안 받고 축복받고 싶다면 그건 머리가 잘못된 사람이죠. 아무리 그 사람이 좋더라도 남에게도 피해를 주고 나에게도 길게 봤을 때 손실이 많다면 정리를 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무리 고구마가 먹고 싶어도 거기에 쥐약이 들었다면 안 먹어야죠. ‘고구마가 먹고 싶은데요. 아, 정말 냄새가 좋은데요’ 이런 얘기하면 뭐 해요? 그러면 저는 ‘먹고 죽어라’ 이렇게 얘기하는 거예요.


딴 사람 같으면 ‘그러면 안 된다. 그게 말이 되나?’라고 하겠죠. 저는 ‘해볼 수도 있다. 죽고 싶다면 쥐약 먹고 죽어라’라는 거예요. 거기에 쥐약이 들어있으니까 먹지 말라고 한 번 얘기했는데도 ‘그래도 먹으면 안 돼요?’ 이렇게 묻는다면 ‘먹고 죽어라.’라고 하죠. 자기가 먹고 싶다는데 먹고 죽으면 되죠.”


“제가 마음이 흔들리는 건 제 욕심 때문이겠죠?”


“욕심이라기보다 나이 든 남자에게도 장점이 있어서 그래요. 젊은 연인들은 남자, 여자 모두 젊으니까 네가 잘했니, 내가 잘했니 하면서 갈등이 심하잖아요. 그런데 남자가 한 스무 살 많으면 젊은 여자와는 말다툼을 하기보다 포용을 해주겠죠. 또 어디 차를 마시러 가도 돈을 다 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을 거고요. 차도 고급 차를 타겠죠. 이렇게 나이 차이가 많이 나도 좋을 점이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 좋음에는 대가가 따릅니다. 주위에 젊은 남자들보다 스승이 좋아 보일 수도 있어요. 품위도 있고, 예절도 있고, 어디를 가도 편안하고 돈을 쓰는데 여유도 있고 하니 좋을 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여고생들이 선생님 좋아하고 대학생들이 교수님 좋아하고 이런 일이 생기는 거예요.”


“자연스러운 감정이고, 결정을 하면 그에 대한 대가를 따른다는 거를 알고 스스로 결정을 해야 된다는 말씀이시죠?”


“네, 좋아하는 감정에 대해서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어요. 그리고 그 사람이 자기 부인을 사랑하지만 자기에게도 친절하게 해줄 수 있잖아요.


부처님 당시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부잣집에 아주 아름다운 딸이 있었습니다. 너무너무 예뻐서 온갖 남자들이 결혼 신청을 했어요. 그중에는 왕자도 있고, 재벌 아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 남자가 결혼 신청을 하니까 세상 남자들이 다 고만고만해 보여서 어느 남자를 고르면 좋을지 선택을 못했어요. 그래서 자꾸 결혼이 연기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부처님을 만나 설법을 듣고 나서 부처님에게 완전히 매료가 되었어요. 부처님은 지금까지 자신이 만난 남자 하고는 차원이 달랐고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일 부처님을 찾아가서 법문을 듣고, 봉사도 했습니다. 부처님도 자신한테 너무너무 잘해주는 것을 아주 기뻐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아주 못생기고 옷도 초라한 여성이 부처님을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부처님은 그분한테도 아주 잘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갑자기 의문이 들었습니다.


‘아니, 나한테만 잘해 준 것이 아니었네. 저 여자한테도 잘하네.’


그러자 마음의 열정이 점점 식기 시작했습니다. 마음에 약간 금이 가니까 그 뒤부터는 부처님께 가는 횟수도 줄어들고, 법문을 들어도 재미가 줄어들었습니다. 그때 마침 이웃나라의 왕자가 청혼을 해서 결혼을 하게 되었고, 이웃나라로 시집을 가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른 후 부처님이 이 나라 저 나라로 법문을 하러 다니다가 어느 날 그 나라에 도착했어요. 그 여자는 왕자와 결혼을 했는데 시아버지인 왕이 돌아가시고 자신의 남편이 왕이 된 상태였습니다. 즉 왕후가 되어 있었던 거죠.


어느 날 궁에 있는 시녀들이 자기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재미있어하는데 너무너무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무슨 얘기를 하는지 뒤에 가서 가만히 들으니까 한 궁녀가 궁밖에 나갔다가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감동을 한 내용을 다른 사람한테 하고 있었습니다. 궁 안에 있던 모든 시녀들이 그를 통해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모두 좋아했어요.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왕후는 기분이 안 좋았습니다. 부처님이 옛날에는 내 것이었는데 지금은 하찮은 궁녀들이 좋아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마음이 상해서 왕한테 가서 이렇게 물었어요.


‘대왕이시여, 이 궁의 주인이 누굽니까’

‘누구긴 누구야? 바로 나지.’

‘그런데 당신이 이 궁의 주인이 아닙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이 궁에 있는 궁녀들이 다 궁밖에 있는 어떤 남자를 좋아합니다.’


그러자 왕이 화가 났어요.


‘그게 무슨 소리냐?’

‘궁녀들이 궁밖에 나가서 어떤 사람의 얘기를 듣고 와서 전부 그 사람 얘기만 지금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밖에 가서 그 법문을 듣지 못하도록 하십시오.’


왕은 궁녀들이 궁밖에 나가 부처님의 법문을 못 듣도록 업명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궁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하면 되었지만, 궁 밖에 있는 사람들은 여전히 부처님의 법문을 듣고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궁 밖에 사람들도 법문을 못 듣게 했어요. 그것도 부족해서 부처님과 상가 대중에게 공양도 못 드리게 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왕이 부처님과 상가 대중에게 공양도 올리지 말라고 하고, 법문도 듣지 말라고 하니, 부처님과 상가 대중은 아무도 밥을 먹을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늘 환대를 받다가 이 나라에서는 냉대를 받게 되니까 아난존자가 부처님께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처님, 저희 모두 다른 나라로 가시죠.’

‘왜 그러냐?’

‘이 사람들이 저희들을 냉대하잖아요.’

‘그래? 그럼 다른 나라에 가서 그들도 냉대를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럼, 또 다른 나라로 가죠,’

‘그럼 그 나라에서도 냉대를 하면 어떻게 하겠느냐?’

‘그럼, 또 다른 나라로 가죠, 뭐’


그러자 부처님께서 아난존자에게 말했습니다.


‘아난다여, 너는 무슨 잘못을 범해서 그렇게 늘 쫓겨 다니느냐?’


부처님은 사람들이 환영하든, 환영하지 않든, 늘 똑같은 일상을 사셨습니다. 그런데 그 여인은 자기가 부처님을 좋아했다가 자기가 미워하잖아요. 이런 게 바로 어리석음입니다.


좋아하는 감정이 일어날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이혼을 하라고 했는데 안 하거나 나는 결혼까지 하고 싶은데 연애하는 선에만 머무르자고 하면 그가 실망스럽고 밉겠죠. 좋아하는 감정은 잘못된 게 아니지만 질문자는 지금 너무 자기감정에 빠져서 객관적 상황을 놓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너무 좋다면 남이야 어떻게 되든지, 세상에서 온갖 비난과 질시를 하든지 말든지, 나중에 고소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밀고 나가는 길도 있어요. 그런데 그 정도 각오가 아니라면 먹고는 싶지만 독약이 든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손을 떼야해요. 그건 자기 선택이에요. 인생에는 어떤 게 좋고 나쁘다고 정해진 건 없습니다. 대신 그 길을 가려면 피곤하고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되겠죠. 근데 자기 같은 수준이면 벌써 중간에 가다가 나가떨어질 것 같아요. 중간에 가다 나가떨어지면 상처만 입고 소문만 나고 아무런 이익이 없어 나중에 후회할 수 도 있어요.”


“네, 1, 2년 정도를 고민했던 문제인데 스님의 고견을 들으니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네, ‘그동안에 친절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스승님.’ 이렇게 정리를 하는 게 좋죠. 안 그러면 천하의 비난을 받더라도 인생을 걸든지요.”


“네, 감사합니다.”


출처 : https://m.jungto.org/pomnyun/view/84099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