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이슈 남성에게 밥과 섹스, 자손 생산, 돌봄 노동, 감정 노동, 노부모 봉양에다가 돈까지 벌어다 주는 노예를 국가가 하나씩 배급해 주어야 하므로 결혼을 장려한다.

사람들은 왜 남자들의 폭력을 '그는 나쁜 남자가 아니야. 사랑하는데 표현만 거칠뿐이야'라고 착각하도록 일상에서 세뇌당할까? 여성이 학대와 폭력을 당하면서도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하고, 여성에게 폭력을 행사한 남성이 관대히 여겨지는 이런 그릇된 문화가 퍼져 있으면 누가 이익을 볼까? 일부 폭력적인 남자들? 그렇지 않다. 남자들 중에서도 상위 계급, 기득권 세력의 남성들에게 이익이 돌아간다.

'운수 좋은 날'로 돌아가자. 만약, 김첨지의 아내가 경찰서에 가서 폭력 남편을 신고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일본인 순사는 아마 접수도 안 하고 돌려보냈을 것이다. 당시 1920년대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내 구타는 흔한 일이었고, 순사도 남성 입장이니 별일 아니라고 여겼을 것이다. 게다가 일제강점기인 1920년대다. 조센징들끼리 때리든 죽이든 일본 순사는 관심 없다. 일제 침략자들 입장에서는 조선 남자가 조선 여자를 때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죽창 들고 일제에 저항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이유 있는 침묵



이런 글을 쓰면 "왜 남녀 성별 갈등을 조장하냐?" "남녀 편 갈라 싸우게 되면 기득권자들만 이롭게 된다"라는 말을 하는 분들이 많다. 전혀 그렇지 않다. 왜 정부가 앞장서서 강남역 살인사건 등 여성 피해자를 노린 범죄가 여성 혐오 범죄가 아니라고 해명해줄까? 왜 비혼 결심한 여성들을 문제가 있다고 후려쳐서까지 결혼시키려는 정책을 세울까? 왜 데이트폭력, 아내 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의 폭력을 엄중히 다루지 않을까? 그것은 가부장제 국가의 물질적 기반은 여성의 노동력에 대한 남성의 지배에 있기 때문이다.

가부장제 자본주의 국가가 규정하는 젠더 분업은 여성은 집에서 출산, 육아, 가사, 돌봄 노동을 하고 남성은 집 밖에서 임금 노동을 하는 것이다. 반대가 되지 않는 이유는 여성만이 아기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이 집안에서 일생 동안 하는 모든 재생산 노동은 무상 노동이 된다. 이런 맥락에서 가정 밖에서 식당일이나 청소일, 돌봄 노동 등을 하는 여성들은 낮은 대우를 받고 저임금을 받게 된다.

전통적으로 여성이 가정에서 '놀면서 하는' 일이라 여겨지는 하찮은 일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여성들이 무임으로, 저임으로 노동을 해서 발생하는 이익은 가부장 남성, 자본가, 국가가 챙긴다. 그러기 위하여 여성의 독립을 막고 여성에 대한 지배를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문화적 장치들이 사회에 깔려 있다.

그래서 사회는 남성이 여성을 폭력적으로 대하는 것을 용인해 준다. 너를 사랑해서 때리는 거니까 참으라고 여성에게 어려서부터 직접 혹은 소설이나 드라마를 통해 간접 세뇌교육을 한다. 여성이 남성의 지배 밖, 가정 밖으로 도망가지 못하게 막는 한편, 일터나 사회에서 생긴 스트레스를 남성들이 각 가정이나 사적 관계에서 여성을 지배해서 풀 수 있게 해 주려는 의도다.

남성에게 밥과 섹스, 자손 생산, 돌봄 노동, 감정 노동, 노부모 봉양에다가 돈까지 벌어다 주는 노예를 국가가 하나씩 배급해 주어야 하므로 결혼을 장려한다. 그래야 남성들이 말하는 샌드백을 두들겨서 스트레스를 풀고, 사회의 근본적 문제를 만들고 있는 기득권 세력에게는 죽창 들고 반항하지 않을 테니까. 가부장 아래 가족을 조직하면 국가가 각 가정을 관리하기 쉬우니까.

바로 이 점이 우리 사회가 데이트폭력 아내 폭력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여성에 대한 폭력에 관대하며 가해 남성을 엄벌하지 않는 근본 이유이자, 남성 폭력에 관대한 사회 문화를 바꾸지 않는 이유라고 나는 생각한다.

https://m.hankookilbo.com/News/Read/A2021090814480001893?rPrev=A2021092216260003856


전문 출처로

2차 ㅊㅊ ㄷㅁㅌㄹ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