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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 [블라인드] 나는 못생겼다.

나는 내 외모에 자신감이나 불만족없이 살았다. 어릴때는 미추에 대한 감각이 없었고 어른들이 으레하는 고놈 잘생겼네 하는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땐 김희선이 제일 예쁜줄 알았고 그 외에는 잘생겼다 이쁘다에 대한 개념이 없었고, 내가 잘생겼다는 생각은 해본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지금생각하면 썸정도를 몇번탔고 초콜릿을 받았고 손편지도 받았었던거 같다. 공부를 꽤 잘하고 착하고 오지랖이 넓어서 였을거라 생각하고 잘 생겼다가 그 이유는 아닐거라 생각했다. 그러다 6학년때 처음 사귄 여자애가 내가 반에서 제일 잘생겨서 사귀고 싶었다고 했다. 그 때 내가 잘생겼나 라는 충격을 받았다.

중학생이되고 여드름이 생기기 시작했다.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끼기 시작했다. 입시스트레스 때문에 운동을 멀리하고 살이찌기 시작했다. 그렇게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되었다.

입시스트레스로 쪘던 살은 빠졌지만, 여드름 흉터와 안경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초등학교 이후로 연애는 한번도 못해봤고, 소개팅 에프터는 매번 거절당했고, 여자들과 노는 자리엔 초대받지 못했다. 나를 앞에 두고도 미팅 멤버가 빵꾸가 났는데 누굴 데려가나 고민하는 동기들을 보면서 그래 나는 잘 못노니까 라고 생각하고 무덤덤해졌다. 그러나 그 때까지도 나는 내가 못생긴건 아닐꺼라 믿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연봉이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사회 초년생 평균정도는 벌었고, 혼자 먹고사는데는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그렇게 여유가 생기고 소개팅을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누구 딸이 어떻고 소개시켜주겠다는 말을 하셨는데 어느순간 그런 말을 안하게 되셨다. 아마 그때가 내가 살이 찌고, 배가 나오고 머리가 슬금슬금 후퇴하기시작하던 때였던거같다.

그리고 블라에서 쪽지로 대화를 하게 되었다. 우연히도 티키타카가 잘 맞았고 매일 채팅을 몇시간씩했고 통화도 했다. 그러다 사진을 교환하고나니 말이 뜸해지다가 연락이 끊어졌다. 비슷한 일이 여러번 일어났다.

화사 이직을 하고 탈모 치료를 받고 블라에서 셀소를 했다. 쪽지가 와서 대화를 나눴고 진중하고 좋은 사람인거같았다. 으레 그렇듯 사진을 요구받았고 보내줬다. 그때 돌아온 대답이 아직도 내 마음에 비수처럼 꽂혀있다.

그.얼.굴.로.여.기.서.사.람.만.날.생.각.하.지.마.세.요

내가 어릴때 잘생겼다는 것과 지금 잘생기지 못한 역변의 아이콘인건 알고있었지만, 설마 사람못만날 정도의 외모라는 건 충격적이었다. 그리고 대인기피증이 걸렸는지 그 후로 서람을 대하는게 어려워졌고, 직장에서 실수가 잦아졌고 권고 사직을 당했다. 얼마안되는 모았던 돈과 퇴직금, 실업수당을 모두 끌어모아 성형수술을 했다. 돔이 얼마 없어서 할 수 있었던건 눈과 코 뿐이었다. 상담을 하는 실장은 굉장히 잘 될거라고 믿음을 심어줬고, 난 생전 생각도 해본적이없던 성형수술을 했다.

눈은 맘에 들었고, 코는 맘에 들진 않았지만 피부 탄력성이나 골격구조에 따라 최선이라고 한 정도로 콧대를 높여주었다. 난 티나도 괜찮으니 최대한 높여달라고 했는데 콧날은 안높아지고 콧대만 높아진거같았다. 아무튼 최선을 다했다고 한다. 그러나 잘생겨지진 않았다.

이젠 그냥 인정하려고 한다. 나는 못생겼다. 노력을 해보고 의학의 힘도 빌렸으나, 그 누구도 내 외모을 보고 이성적 호감은 커녕 같이 만나는것조차 힘들다는걸 인정하려고 한다.

그 한마디를 듣지 않았다면, 대인기피증은 생기지 않았을테고, 직장에 계속 잘 다니면서 승진하고 연봉도 오르고 돈도 모으도 차도 집도 마련했겠지. 사람을 만나면서 자만추든 뭐든 짚신도 제짝이 있다는 말처럼 찰떡 같은 아내를 만나 알콩달콩 내 외모에 그럭저럭 만족하며 설았겠지.

처음 보는 사람과 일상적 대화를 나누는 것이 무척이나 어렵다. 전화를 걸때도 심장이 뛰고 반드시 전화해서 할 내용을 적어놓고 몇번이나 연습을 해야 제대로된 대화가 가능하다.

사람이 무섭다




어렸을 때 선의로 해주는 말을 너무 진지하게 믿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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