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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나는 여성” 주장한 남성의 여탕 출입에 발칵 뒤집힌 미국

지난 6월 미국에서 한인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로스앤젤레스 카운티(County) 코리아타운에서 트랜스젠더의 여탕 출입을 놓고 논란이 발생했다. 한국식 찜질방에서 생물학적 남성인 한 고객이 “나는 여성”이라고 밝히자 종업원이 여탕을 이용하도록 했는데 여성 고객들이 이에 항의한 사건이다. 그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며 전국적인 이슈로 번졌다.


사건 직후 여러 명의 여성 고객이 경찰에 수치심을 느꼈다고 증언했는데, 수사 과정에서 여탕에 출입한 인물이 캘리포니아주에 성범죄자로 등록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검찰은 공공장소 음란 노출죄로 피의자를 기소했고, 사건이 법정으로 넘어가면서 논란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남성의 몸을 갖고 있더라도 자신을 여성이라고 밝힐 경우 여탕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현행 캘리포니아주법을 둘러싼 논쟁의 불씨는 그대로 남았다. 내년 11월 미국 의회 선거를 앞두고 다시 한번 불거질 가능성이 높은 LA 찜질방 사건을 들여다봤다.


LA 지역 한인들을 포함해 현지 주민에게도 잘 알려진 코리아타운 찜질방 ‘위스파(Wi Spa)’에서 문제의 사건이 발생한 건 6월 23일. 현지 언론보도와 온라인에 공개된 동영상에 따르면, 찜질방을 이용하다 밖으로 나온 일부 여성 고객이 카운터에 있는 직원에게 “왜 여탕에서 남성이 벌거벗고 다니도록 허용하느냐”라며 거세게 항의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한 남성이 여탕 탈의실에서 벌거벗고 발기 상태로 돌아다녔다는 것이다.


그러자 찜질방 직원은 “여탕에 들어간 그 고객이 스스로 여성이라고 밝혔기 때문에 캘리포니아주법에 따라 여탕을 이용하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주법에 성정체성(sexual orientation)을 이유로 차별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해당 고객의 여탕 출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대답이다. 화가 난 여성 고객은 찜질방 직원에게 항의하는 모습을 자신의 휴대폰으로 촬영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렸고, 이 동영상이 급속히 퍼지면서 트랜스젠더 권리를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됐다.


찜질방 직원이 언급한 주법은 ‘운루 민권법(Unruh Civil Right Act)’이다.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장을 지낸 제시 운루(Jesse M. Unruh) 전 의원이 발의해 통과시킨 법이다. 이 법의 핵심은 캘리포니아에 있는 모든 사업장에서 성이나 인종, 피부색, 종교, 혈통, 국적, 장애, 언어, 체류 신분 등의 이유로 차별하는 걸 금지한다는 내용이다. 차별 금지 사유 중 하나로 성정체성이 포함돼 있다. 생물학적인 성과 다르게 스스로를 인식하는 경우, 예컨대 이번 사건처럼 생물학적 남성인 고객이 스스로를 여성이라고 밝힌다면 그 사유로 차별해선 안 된다는 의미다.


법 위반에 따르는 처벌도 엄격하다. 피해자는 자신이 입은 피해액의 3배까지 배상받을 수 있는데, 최소 배상 금액은 4000달러(480만 원)다. 사업장 측이 해당 조항을 위반하면 건당 최소 4000달러를 물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고객이 스스로 밝히는 성정체성을 객관적으로 확인할 방법은 마땅치 않다. 이번 사례처럼 생물학적 남성이 “나는 여성이니까 여탕을 이용하겠다”라고 말하면 직원이 거절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1959년 제정된 운루 민권법 차별 금지 기준에 성정체성이 추가된 건 2005년이다. LA의 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던 레즈비언 커플이 성정체성을 이유로 서비스 차별을 당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캘리포니아주 항소법원(고등법원)이 레즈비언 커플의 손을 들어주면서 운루 민권법 조항에 성정체성이 포함됐다. 


사건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둘러싼 논란으로 확산됐다. 찜질방 주변 도로에서 두 그룹의 시위대가 몸싸움을 벌이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한쪽에서는 여성 고객이 찜질방을 이용할 권리를 보장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다른 쪽은 트랜스젠더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외쳤다. 트랜스젠더 권리를 옹호하는 시위대 일부가 상대편 시위대 여성을 밀쳐서 넘어뜨리는 일도 발생했다.


사법 절차도 진행됐다. 찜질방 내 항의 동영상을 찍어 온라인에 게시한 여성 고객을 포함해 총 5명의 여성 고객이 경찰에 해당 인물을 처벌해 달라고 정식으로 요청했다. 여성 5명 중 한 명은 미성년자였다. 


검찰은 문제가 된 인물, 52세 대런 머라저(Darren Merager)를 공공장소 음란 노출죄로 기소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가 과거에도 공공장소 음란 노출죄로 여러 차례 처벌받아 캘리포니아주에 성범죄자로 등록된 인물이라는 게 확인됐다. 머라저는 이번 사건 외에도 LA 지역 한 수영장에서 음란 노출을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경찰은 그가 이전에도 트랜스젠더라고 주장하며 여성 탈의실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 사실이 공개되면서 트랜스젠더 권리 논란은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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