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록
  • 아래로
  • 위로
  • 쓰기
  • 검색

편식 심한 남편이랑 이혼합니다(역대급 율무들에 제발 봐줘 가스라이팅의 표본이야)

https://m.pann.nate.com/talk/367353150?currMenu=search&page=1&q=%ED%8E%B8%EC%8B%9D


추가글)


판 알림이 안 와서 댓글이 이렇게 많이 달린 줄 몰랐어요

유추할 수 있는 부분 지우러 왔는데 많은 분들이 댓글 달아주시고 걱정 해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죄송합니다


전 글에서 왜 편식 빼고 완벽하다고 적었냐는 말이 많은데

제 기준에서 편식은 그 사람의 예민함의 바운더리 안에 들어가 있는 습관이었어요

남편의 이런 부분이 문제가 된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전 글은 아침 밥상 때문에 남편이랑 다투고 비교적 가벼운 마음으로 적은 거라서 그랬습니다

저도 남편 이상한 거 압니다

답답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어떻게 결혼했냐는 말도 많은데 연애 시절에는 정말 몰랐어요

장거리라서 일주일에 하루 이틀 정도 만나다 보니까 편식만 심한 줄 알았고, 연애 할 때에는 정말 정말 놀라울 정도로 잘 참았어요

근데 결혼하고 제가 살림 도맡게 되자 본인에게 맞춰야 하는 것(온습도, 반찬통, 청소 등등 10개 가량)을 서류로 작성해서 줬습니다

여기까지도 응? 했지만 감각이 예민하니까 그러려니 했어요

근데 1년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항목이 늘어나더니 이 지경까지 온 거예요

이것도 소개 시켜준 친구 탓 아니고 선택한 제 탓 맞습니다 조ㅔ송합니다


어떻게 참고 사냐는 말도 많은데

정말 이상하고 멍청한 소리인 거 아는데

진짜 이상하게 남편이 그러는 게 단순히 예민해서라고 느껴졌어요

남편이 남들도 이상한 거에 집착하지 않냐 본인은 그 정도가 심했을 뿐이다 뭐 이런 말들을 꾸준히 주장했는데

이상하게도 그게 맞는 말 같았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가스라이팅 당한 것 같아요


서류는 남편한테 내일 접수하라고 말 해볼게요

남편 꼴 보기 싫어서 다 차단해놓고 대화도 안 하는 상태예요

만약 합의 이혼이 안 된다면 소송으로 가야 하는데 남편이 준 엑셀로도 충분하겠죠?

네이트판에 쓴 글도 증거가 될 수 있나요?

글을 삭제해야 하는지 그냥 남겨놔야 하는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들 걱정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신 차리겠습니다



(본문)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편식 심한 남편 고치는 법이라고 글을 올렸었는데 또 한 번 글을 올리게 되네요

제가 올렸던 글을 기억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글 올린지 딱 일주일이 됐는데 지금의 저는 이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혼은 남편이 먼저 요구했습니다

저랑 더이상 못 살겠다면서요


편식글 올리고 댓글 반응이 대부분 그냥 놔둬라~ 하시던데

편식은 언젠가는 꼭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서 글 올린 날 저녁에 남편한테 진지하게 말했어요

편식 고쳐보는 건 어떠냐고 나 밥 차리기 너무 힘들고 당신 걱정 된다고

근데 다음날 아침밥 먹다가 갑자기 저랑 못 살겠다네요

제가 본인의 생활 방식을 존중해주지 않아서(편식 고치라고 자꾸 닦달해서) 인간 대 인간으로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았대요

한 번만 더 편식 고치라고 하면 이혼이래요


지난 글에는 편식만 적었지만 남편은 오감이 참 예민한 사람이에요


커텐 사러 갔을 때에도 컬러 차트를 뽑아가서 차트와 정확하게 일치하는 색의 커텐을 사는 그런 사람입니다

컬러 차트도 인쇄기마다 색이 다르다며 본인이 보는 색과 정확히 일치하게 뽑아주는 인쇄소를 몇 군데나 찾아다니고요



식단 뿐만 아니라 평소에 요구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


집안 습도가 계절에 따라 확확 바뀌면 안 된다 가습기와 제습기로 습도를 일정하게 조절해달라


이불의 촉감이 늘 같아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이불을 세탁하되, 이불 천이 헤짐을 감안해 세탁 세제 비율을 달리 해라(주별로 사용해야 하는 세제 비율을 엑셀 파일로 받음)


설거지 후 그릇은 크기별로(크고 넓은 게 안 쪽으로 향하게) 건조대에 세워 놓아라


컵은 투명하고 손잡이가 없는 유리컵에 직접 뜨개질한 홀더를 끼운채 사용해야 한다 홀더는 일정 주기마다 세탁해라


당신 머리카락은 A샴푸를 쓸때보다 B샴푸를 쓸때 더 뻣뻣하니 A샴푸를 사용해라 B샴푸를 사용한 날은 머리카락이 본인에게 닿아서는 안 된다


인테리어를 마음대로 바꾸면 안된다 바꾸거나 새로 구입하거나 버리기 전에 꼭 본인과 상의를 거쳐라

가구는 무조건 두 눈으로 실물을 확인할 수 있도록 오프라인에서 구매해야 한다


커피 원두는 특정 원두만 사용하되 원두 가는 시간과 물 붓는 횟수 적어서 드리퍼 보관통에 붙여둠


등등.. 많은데 다 적기가 힘드네요


~


피임기구도 까끌하다며 안 써서 제가 경구피임약을 복용하고 꾸준히 왁싱을 받아야 했습니다



딱히 결벽증이 있는 것 같지는 않고

감각이 예민하다는 말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연애 할 때에는 편식만 심한 줄 알았는데

결혼생활 시작하고 제가 집안일을 도맡다 보니까

이것저것 요구 사항이 늘어났습니다


애초에 본인이 사용하는 제품이 사소한 것까지 다 정해져 있는데 그걸 여분으로 사다두고

제가 조금이라도 실수해서 물건 상태가 변하면 물건을 아예 갖다 버리고 새 걸 사용했어요



이런 사람과 함께 살다보니 이전 글을 적을 때에는 이미 살이 30kg대까지 빠지고 탈모가 온 상태였습니다 생리도 끊기고요

살이 갑자기 확 빠져서인지 남편이 쓰는 물건들이 날카롭게 보이더라고요

남편의 칫솔모를 가지런하게 빗어서 정리하는데 칫솔이 저를 찔러 죽일 것 같았어요

집안 모든 물건이 제가 잘 하나 안 하나 감시하는 것 같아서 숨이 막혔어요


그래도 사랑하니까, 이거 빼고는 다 좋은 남편이니까 참고 살려고 했는데 이혼하자고 하더라고요

저랑 못 살겠다고요



저는 이혼 할 생각이 없었어요

남들이 보기에는 괴상한 생활이기는 해도 저는 차차 익숙해지는 중이었으니까요


근데 그냥 궁금했어요

연애할 때에는 데이트 하는 동안 불편한 거 다 참아가면서 만나놓고 왜 결혼하고 변한 건지, 지금은 왜 안 참는지 궁금했어요


그래서 나를 위해 당신이 조금만 참아줄 생각은 없냐, 나는 당신을 위해 이 모든걸 감수하고 있지 않냐 했더니 돌아오는 말이

'그땐 길어봐야 하루 이틀 참으면 됐는데(장거리였음) 매일 그러면 나는 미쳐버릴 거야 나는 지금도 충분히 참고 있어'


나는 이미 매일 매순간 남편이 요구하는 모든 것들을 참고 있는데

순간 아무 감정도 안 들더라고요

그냥 제 안에 있는 감정이 모두 녹아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저라는 인간이 먼지가 되어 사라진 기분이었어요

그래서 도장 찍어줬습니다


남편은 협박성으로 말 한 것 같긴 한데 제가 진심으로 끝내자고 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나를 가스라이팅 하려고 했나? 싶기도 하네요


저번에 올린 글에서 부모도 못 고친 편식을 제가 어떻게 고치냐는 말이 많았는데 그 말이 딱 맞아요

제가 사랑으로 보듬어주든, 그 사람이 저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든,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제가 너무 멍청하고 모자랐어요

사랑 하나만 보고 결혼한 제가 너무 멍청했어요 다 제 탓이에요

아껴주는 게 뭐라고.. 그깟 거 지나가는 개한테도 해줄 수 있는 건데



도장 찍은 날 이후로 제가 곡기 끊고 잠도 안 자고 누워만 있었더니 걱정이 되는 건지 아직 서류는 남편이 보관만 하고 있어요

그래도 저는 꼭 이혼할겁니다

기운 차리는대로 제가 어떻게든 처리해야죠



지금은 기운이 좀 나서 울기도 하고 지쳐서 잠도 자고 네이트판에 글도 적고 있긴 한데 현실에서 제가 뭘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어요 그냥 가만히 있고만 싶어요


가만히 누워만 있으니 좋은 점은 제가 집안일을 안 하니 남편이 저 모든 까다로운 일들을 직접 한다는 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꼬셔요

진작 본인이 할 것이지..


아무튼 이혼하게 됐습니다

하 저 아직 20대 후반인데 앞날 창창한 거 맞죠?

맞다고 해주세요 ㅎㅎ..


신세한탄겸해서 쓰다보니까 너무 길어졌네요

쓸데없는 내용이 많아서 죄송해요

주변에 이런 얘기 털어놓을 친구가 없어서 자꾸 네이트판에 하소연하게 되네요



(이런 거 적으면 고소 당하나요? 나중에 지울게요)



이혼은 늦더라도 꼭 할 거니까 걱정들 마시고요

멍청해서 인생 조진 년인데 마치 본인 일처럼 화 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이혼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또 조언 구하러 올게요

다들 건강 조심하세요


안녕하세요

편식 심한 남편이랑 이혼한다고 글 쓴 사람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데 다들 무탈한 하루 보내셨나요?

후기 올려달라는 분이 계시길래

아직 마무리 된 건 아니지만 글 적어봐요

얘기가 어느 정도 진척 되어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고,

제 생각도 정리할 겸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시는 내용은 아닐 것 같아요

그다지 유쾌한 내용도 아니고요


지난 글에서 놀랄 정도로 많은 분들이 조언 해주신 덕분에 많이 안심 됐어요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다고 할까요

아무튼 감사합니다


이번 글은 좀 길어요

개인적인 사연과 감정도 많이 담겨 있어요

글이 길어서 목차를 좀 나눠봤어요


1. 이혼

2. 남편이 예민해진 계기

3. 저를 세뇌한 이유(남편을 안 겪어본 사람은 이해하시기 어려울 수 있어요 미리 양해 부탁드립니다)

4. 하수구 머리카락 제거기 남편과 제 남편(제 기준 비교글)

5. 왜 결혼했는지(왜 이혼 생각을 안 했는지)

6. 제 사회생활

7. 남편의 사회생활

8. 친정

9. 앞으로는


결론만 적자면 협의이혼 합니다

한 게 아니고 '한다'여서 또 답답해 하실 분들께 미리 죄송합니다

글은 이게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1. 이혼

마음 한 구석이 휑했는데 글 올린 후로 많은 분들이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고 해주셔서 안심이 됐어요

안심이 되자마자 잠이 미친듯이 쏟아져서 하루종일 잠만 자면서 지냈어요

엊그제 자는데 새벽 3시? 정도에 남편이 효자손으로 흔들어 깨웠어요

제가 아무리 깨워도 눈도 안 뜨고 움직이지도 않아서 걱정됐대요


도장 찍은 이후에 남편이랑 말을 전혀 안 섞었는데

기회다 싶어서 이혼 얘기를 꺼냈어요

나는 당신의 이런 점이 힘들었는데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냐, 나를 위해서라도 치료 받아볼 생각이 있냐

그랬더니 치료 받을 생각은 없대요


서로 울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결론적으로 다음 주에 협의 이혼 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협의 이혼하려면 같이 서류 내야 한다는 걸 많은 분들이 지적해주셨는데 그건 제가 몰랐습니다

도장 찍은 후로는 가만히 누워만 있느라고 찾아볼 생각도 안 났어요

남편이 알아서 하겠지 하는 마음이었고 너무 무기력해서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간의 피로와 우울이 한꺼번에 몰려왔을 뿐, 이혼 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진짜로요

이 부분 답답하셨다면 죄송합니다




2. 남편이 예민해진 계기

시각적인 건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예민했대요(색깔, 빛 등등)


자세한 건 너무 개인적인 가정사라 생략하고

간략하게 쓰자면 시아버지의 가정 폭력이 심했다고 합니다

깔깔이? 아무튼 까끌하고 오돌도돌한 잠바에 피부가 많이 쓸린 기억이 강하게 남았는데

그 이후로 까끌한 게 몸에 닿으면 맞은 기억이 떠올라서 촉감에 예민해졌다네요


시아버지의 싫은 습관을 병적으로 하나씩 찾아내서 반대로 행동한 결과가 지금이래요


저랑 있으면 본인도 평범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계속 자기 자신과 저를 세뇌했대요

둘 다 그렇게 생각하면 자기도 가정 안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될 줄 알아서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저를 사랑한 게 아니라 자기를 위해 헌신하고 이상한 부분을 다 받아줄 쓰레기통을 원한 거라고 했어요


말 하는 게 뭔가 계속 옆에 있어달라는 뉘앙스여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차분하게 설득했어요

나는 너무 힘들고 지쳤으니까 제발 갈라서자고 나 죽을 것 같다고

해 뜰 때까지 울고불고 설득한 것 같아요

결국 이혼 해주겠다고는 했는데 너무 순순해서 좀 찝찝해요 이럴 사람이 아니어서요


음 남편이 회피 성향이 강해요

평소에도 말을 돌려 돌려 하는 편이었는데

솔직히 남편이 본인 얘기 해준 것도 놀라웠어요

아무튼 이혼 해준대서 냉큼 받았습니다


본인은 이혼 해준다고 한 거 후회하는 눈치예요

엊그제 대화한 이후로 침대 맡에서 괜히 어슬렁 거리는데

말 섞었다가 또 설득 당할까봐 자는 척 하면서 최대한 피하고 있어요



3. 저를 세뇌한 이유

이혼 서류는 협박 반 진심 반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헌신적인 사람이니까 본인을 위해 희생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대요

도피성 결혼 선택한 건 저니까 결혼해준 쪽을 배려하는 건 당연하다고요

저도 이렇게 생각해서 참고 산 것도 있습니다


남편의 내면은 글로 옮겨 적기가 좀 복잡한데


내가 맞춰줬으면 좋겠는 마음과 이러면 안 된다는 마음이 충돌->혼란+집안 정리정돈 스트레스->제 편식 잔소리로 감정 폭발->이혼 서류 제시


이해가 잘 안 가실텐데 이건 남편 안 겪어본 사람은 몰라요

원래 내면이 좀 복잡한 사람이에요

조현병도 댓글 보고 처음 검색해봤는데 자아끼리 충돌하는 게 비슷하기도 해요


아무튼 고분고분하던 제가 반대로 이혼하자고 하니까 많이 당황스러웠대요

이혼서류를 안 낸 건 지금의 제가 정신이 온전치 않아보여서 좀 진정이 되면 다시 얘기 할 생각이었답니다


저는 남편이 내 가족이라고 생각했는데 남편한테 저는 가족이 아니라 감정 쓰레기통이었네요

남편이 최소한의 양심은 있어서 다행이에요


본인이 저를 세뇌하려 했던 점, 저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점, 본인의 습관을 작정하고 시부모님과 함께 숨긴 점, 본인 때문에 제가 정신적으로 아프게 된 점 등등

남편이 다 인정하고 사과하고 이혼 서류에 도장 찍고, 본격적인 이혼에 앞서 양가에 알리고 필요한 거 준비해서 다음 주에 같이 서류 제출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댓글로 저 이혼할 생각 없어 보인다고 걱정 하신 분들

저도 제 스스로가 걱정됐어요

근데 막상 울면서 사과하는 거 보니

1년 동안 이 사람이 정말 나를 학대했구나.. 나 학대 당한 거구나.. 싶어서 마음이 더 굳건해지더라고요

이혼 무를 일 절대 없어요


소송 하라고 하는 분도 계실텐데

소송 진행하면서 그 긴 과정을 견디기에는 제가 너무 지쳤습니다

어차피 집도 제 명의고 결혼한지 이제 겨우 1년이라 재산 분할 할 것도 없고 위자료도 필요 없어요

지금 보내준다고 할 때 빨리 도망치는 게 낫겠어요

남들 말 듣고 나니까 저도 제가 그동안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어요

답답하다고 뭐라고 하지 말아주세요

그냥 깔끔하게 빨리 끝내고 싶습니다



4. 하수구 머리카락 제거기 남편과 제 남편

하수구 머리카락 제거기 선물로 준 남편 글 저도 알고 있었어요

근데 저희 남편은 강제적인 면이 없다고 해야 할까요

저한테는 두 사람의 결이 다르게 느껴져요

실제로 안 겪어봤으니 모르지만, 그 사람은 글로 접했을 때 강제적인 면이 강하다고 느꼈거든요


제 남편은 직접적으로 싫은 말을 하지는 않고, 집안일이 마음에 안 들면 집을 나가거나 말 없이 물건을 버리고 여분을 사용하는 식으로 불만을 표출했어요

그러다보니 점점 제 마음이 촉박해졌고 저도 모르게 살이 빠지더라고요

아무튼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이에요


평소에도 그냥 사랑해~ 하면 되는 걸

네가 ~를 해줘서 사랑해 이런 식으로 말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예시: 네가 나를 배려해줘서 너무 사랑해)

이런 말을 계속 듣고 살다보니 제가 남편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이 저를 사랑하지 않을까봐 무서웠어요

이게 가스라이팅 맞나요?


아무튼 하수구 글 남편은 강압적이고 폭력적이게 느껴졌는데

제 남편은 생활 습관 빼고는 저한테 헌신적이고 다정하게 굴고 가끔 애교도 부리고 조건이 충족되면 저 붙들고 안 놔주고

본인이 저에게 애착이 있다는 걸 자주 표현했어요

나름 살가운 스타일이어서 제가 더 둔해진 것 같아요

'이 사람은 무뚝뚝하고 나쁜 남편들과는 달라' 합리화 하면서요




5. 왜 결혼했는지

왜 참고 살았냐, 어떻게 결혼했냐 하시는 분들도 많았는데

사랑하는 마음+도피성으로 결혼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사랑이 아니라 '이 사람은 나 없이 못 산다'는 감정에 취했던 것 같아요


남편 생활 습관은 정말 정말 정말 몰랐습니다..

저 정말 둔하지 않아요 어릴 때부터 책도 많이 읽었고 사회생활도 잘 했어요 장학금도 타고요

대학 다닐 때 과대부터 총학생회 직책까지 안 맡아본 적이 없어요

근데 지금은 이럴 때 연락 할 친구 하나 없고 남편 말고 다른 사람 만난지 한참 된 것 같아요

밖에 나가서 다른 사람들 보면 제가 너무 초라해서 주눅 들어요

쪽팔리고 한심해서 친구들이랑 연락도 못 하겠어요


사랑에 눈 멀어 모른척 한 게 아니고 눈치 못 챘어요

남편부터 시댁 식구들 전부 결혼식장 들어가는 날까지 편식 빼고는 모든 걸 작정하고 숨겼어요(남편도 인정함)


장거리라 일이주에 한 번 만났는데 하루 이틀 만나고

그마저도 남편이 이틀 이상은 안 만나려고 해서 둘이 여행도 제대로 가본 적 없어요(신혼여행 때에는 코로나 한창 심할 때)

아마 이틀 이상 참기에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결혼 전에는 남편도 시댁에서 살고 저도 친정에서 사느라 남편 방도 프로포즈 받고 인사 드리러 갔을 때 처음 봤어요

깔끔해서 모델 하우스 같다는 생각만 하고 자세히 보지는 않았어요 이상한 구석도 없었어요


시부모님은 처음 뵌 날부터 지금까지 남편의 습관에 대해 일언반구 없으셨습니다

오히려 상견례 자리에서 이렇게 수더분하고 듬직한 애가 어딨냐고 하셨어요

결혼 후에는 저희 생활에 터치 안 한다며 교류 거의 없다시피 했어요 연락도 안 하고 명절도 안 지내요


3년 동안 데이트 할 때에도 촉감이 예민한 거 전혀 티 안 냈고

왁싱이나 그런 거 전혀 언급 없었고요..

식당은 항상 남편이 어릴 때부터 다닌 곳으로만 갔습니다


알러지가 있어서 본인이 다니던 식당으로만 다녀야 한다기에 당시에는 알러지랑 편식이 심한가보다 했는데 연애 중반에야 알러지는 거짓말이라는 걸 알았어요(이 때 도망쳤어야 했는데 멍청해서 죄송합니다)

이것 때문에 연애 하면서 제가 10번 중에 8번 정도 남편 동네에 방문했어요

결혼 후에도 그 동네에 살게 되어서 아직도 외식하면 똑같은 식당만 다닙니다

그마저도 첫번째 글에 썼듯이 메뉴가 한정되어 있어요


지켜야 하는 조항 서류도 처음에는 10개였는데 야금야금 늘리고 구체화 하다가 이전 글처럼 심한 지경까지 간 거예요

처음에는 숨겼는데 결혼 후에 서서히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남편이 저보다 나이가 4살 많은데 어른스럽고 든든했어요

후술하겠지만 저희 집도 사정이 복잡해서 집에서 빨리 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당시에 제가 일적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남편이 본인과 결혼해서 전업주부 하라니까 일종의 도피처로 여겨졌어요

저도 가정사가 복잡하다보니 우울증 애정결핍이 있지 않았을까 싶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바보 같아요


이혼 생각은 왜 안 했냐면 남편이 하나씩 차근차근 조항을 늘려나가니까 이 정도는 뭐~ 하고 넘겼어요

한 번에 확 늘리지 않고 차근차근 늘리니까 큰 일이 아닌 것 같더라고요

특히 밖에 안 나가고 사람 안 만나다보니까 남편이 하는 말이 다 맞는 말 같았어요

근데 네이트판 댓글 보고 정신이 확 차려졌어요

남편이 제가 알던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 같아요

낯설어요


서류도 처음에는 저한테 줬는데 나중에는 도로 가져가고 본인이 말로 지시했어요

제가 빠릿빠릿하고 금방 외워서 서류가 필요 없기도 했지만

아마 늘어난 수많은 조항을 제가 눈으로 확인하면 충격 받고 정신 차릴까봐 그랬거나 이혼 소송 증거가 될까봐 회수한 것 같아요(제 추측)


그리고 바보같게도 저한테는 의지할 사람이 남편밖에 없어요

도망치는 기분으로 남편과 결혼했는데 또 도망쳐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어서 애써 부정했어요

이 부분은 제가 멍청하고 모자랐습니다

지금은 정신 차렸어요



6. 제 사회생활

저 일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고

자세히 쓸 수는 없지만 재택 근무가 가능한 업종인데 결혼 전에 업계 사람들과 틀어지고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그것 때문에 남편이 해당 업종에서 일 하는 걸 싫어했어요

그래서 결혼하고 잠시 일 안 하고 있었는데 이혼하고 몸 건강해지면 다시 복귀 해야죠


남편이 돈 얼마나 벌길래 같이 사냐는 말도 많았는데 결혼 하면서 제가 금전적으로 손해를 봤으면 봤지 이득 본 건 없어요

결혼 준비할 당시에 남편이 모아둔 돈이 많이 없었어요

그래서 신혼집은 저희 부모님이 가지고 계시던 아파트 중에 남편이 살던 동네 것이 있어서 결혼 선물 겸 저 주셨어요

혼수는 친정에 남는 게 좀 있어서 그거 몇 개 가져오고 나머지만 남편이 해왔고요

아파트 받으면서 뭐 더 받은 게 있는데 그걸로 아주 가끔 사고 싶은 거 있으면 제가 사고요(그걸로 수입이 엄청 많은 건 아니에요)

(이것도 호구 잡혔다고 답답해 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덧붙이는데, 따로 시댁에 금전적으로 도움을 드리거나 뭘 해드리지는 않았습니다 신혼집이랑 혼수 외에 남편한테 금전적으로 해준 것도 없어요 애초에 저희 집이 부자도 아니에요)


어쨌든 지금은 남편이 돈 잘 버는 거 맞고, 남편한테 용돈 타서 쓴 거 맞고, 제가 일 그만둔 후로 제 돈 축내기 싫어서 남편 돈에 기생해서 살았으니 돈 때문에 같이 산 것도 맞긴 해요 죄송합니다





7. 남편의 사회생활

남편의 사회생활도 궁금해 하시는 분이 많았는데

워낙 좁은 판이라 자세한 분야를 말씀 드리기에는 좀 그렇고요

직업 특성상 꼼꼼하고 계획적인 성향이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그래서인지 일로는 꽤나 인정받는 것 같습니다

밥은 매일 도시락이랑 커피를 싸서 다닙니다

커피 밖에서 안 사먹고 먹는 것도 다니는 식당에서만 먹는데 그마저도 자주 안 사먹어요


남편의 인간 관계는.. 매우 협소합니다

결혼식도 코로나+남편의 뜻으로 가족 친지들만 불러서 조촐하게 치렀어요

저는 친구 몇 명 부르고요

제 친구들이랑은 결혼 후에 사정이 좀 있어서 8개월 정도 연락을 못 하는 바람에 인연이 끊겼어요


제가 알거나 소개 받은 남편 친구는 처음에 남편이랑 저 소개 시켜준 친구 딱 한 명인데, 그 친구랑도 잘 아는 사이는 아니래요

친구도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이었대요

군대에서 연이 닿았고 소개 받은 이후로는 연락 안 한다네요 저랑도 대학 이후로는 연락 안 해요


직장 사람들이랑은 나름 원만하게 지내는 것 같아요

도시락도 모여서 같이 먹는다는데 진위 여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성격상 같이 먹지는 않을 것 같아요

그 이외에 친구 만나러 가는 건 본 적 없습니다


군대도 많이 궁금해 하시던데

사귈 때 군대에서 선임들이 많이 괴롭혔다고 지나가듯 말 한 적 있어요

별 생각 없이 나빴네~ 하고 더 안 물어봤는데 이유는 안 들어도 알 것 같네요

더 자세한 건 안 물어봐서 모르겠습니다

멀쩡히 전역한 거 보면 군대에서는 선택적 편식 했을 수도 있죠



8. 친정

저희 친정이 많이 복잡해요

엄마가 아빠 때문에 결혼 생활이 힘드셨고

저는 아빠한테 맞지는 않았지만 많은 제약과 언어 폭력이 있었어요


엄마는 외동딸인 제가 좋은 남자에게 일찍 시집 가서 아빠로부터 탈출하기를 바라면서도, 혹시 엄마랑 똑같은 길을 걷지는 않을지 걱정하셨어요


엄마 가슴에 대못 박을까봐 행복한 척 아무 문제 없는 척 했는데 이제와서 이혼한다고 말 할 엄두가 안 나요

엄마가 저 때문에 역시 딸년은 엄마 팔자 닮는다는 소리 들을까봐 걱정돼요


아빠도 가만히 안 계실 거예요

제 남편한테 화를 내는 게 아니고 제가 이혼녀가 된 거에 화 내실 거예요

연세도 있으시지만 워낙 가부장적이고 구시대적인 그런 분이세요


친정에서 딱히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 같지는 않아요

친정이랑 저희 집이랑 거리가 좀 있는데 결혼 후에는 왕래도 잘 안 했습니다

그나마 친한 가족이라고는 엄마 뿐인데 엄마도 아빠 눈치 보느라 저랑 자주 만나고 그러지는 않아요

아빠는 여자가 시집 가면 시댁 귀신으로 죽어야 한다고 생각해서요

주변에 딱히 도움 받을 사람도 없어요..


처음 네이트판에 글 올린 것도, 메뉴 짜다가 너무 답답한데 털어놓을 사람이 없어서 하소연 하듯이 올린 거예요

댓글 보고 용기내서 편식 고치라고 한 마디 했다가 이혼까지 온 거예요

최면에서 깨어난 기분이네요




9. 앞으로는

다 적지는 않았지만 남편과 정말 많은 얘기를 했습니다

연애 할 때보다 더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남편한테 딱히 동정심이 들거나 미련이 남지는 않아요

저는 이 사람과 함께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해요


바보같겠지만 남편이 밉지도 않아요

밉다는 표현만으로는 형용이 안돼요

저희 둘 다 취약한 부분이 있었고..

저는 멍청했고 남편은 이기적이었습니다

정신병자끼리 만나서 결혼하니 이 꼴이 나네요


우선 남편은 오늘부터 집에 안 들어오겠다는데

성격상 밖에서 잘 수 있는 위인은 아니고요

들어오면 제가 나가야죠

친정에 가기는 좀 그렇고 어디든 혼자 가보려고요

마주치고 싶지도 않고 이 집에 있기도 싫어요


많은 분들이 말 해주신대로 정신과에 가보려고 합니다 살도 찌울 거예요

집안일 할 때 항상 누군가에게 감시 받는 기분이 들고 숨이 가파르게 쉬어졌는데 그게 공황장애 같아요


당장 지금은 이혼만으로도 벅차서 제 자신을 돌보고 싶지 않고 잠이 미친듯이 쏟아져서 하루종일 잠만 자요

이혼 후에 내원 하겠습니다 상담도 받겠습니다 약속 드려요


집은 제 명의라 남편이 나간다고 했는데 저도 그냥 집 팔고 새 집으로 이사 갈 거예요

이 집에서 살림한 기억이 떠올라서 못 살겠어요

숙려기간에도 서로 최대한 접촉하지 않기로 합의 했어요

제가 부탁했어요


감정이 다 닳아 없어진 것 같아요

지금 몰려오는 감정을 감당하기에는 아직 버거워요

이혼하고 제 삶 살다보면 확 밀려올 때가 있겠죠


가볍게 올린 글이었는데 덕분에 제 인생이 바뀌었네요

제가 너무 멍청하고 경솔했다는 거 잘 알겠어요

평생 두고 두고 후회하겠지만 인생 공부했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는 정신 바짝 차리고 살게요

자다 깨면 댓글 읽고 다시 잠들고 일어나서 다시 읽고 하면서

달아주신 댓글 하나 하나 다 읽고 있어요

쓴 소리 해주신 분들 말씀도 뼈에 새기겠습니다


이 글은 나중에 상담 받으러 갔을 때 보여드리려고 그때까지만 남겨두겠습니다

어느 날 글이 지워지면 잘 살고 있구나, 해주세요

걱정 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


와우 내기준 역대급




댓글은 회원만 열람할 수 있습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게시판 설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