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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아들이 성적 학대" 겨우 입 연 노모…복지사는 가슴 무너졌다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어요.”


15일 사회복지사 이희성(36)씨는 4년 전 현장에서 눈물을 쏟았던 순간을 이야기했다. 인천시 노인보호전문기관(노보전)에서 학대피해를 당한 노인을 상담하거나 긴급 보호하는 업무를 맡고 있을 때였다. 2018년 4월, ‘아들이 엄마를 때리는 것 같다’는 신고를 받고 방문한 가정집은 집안 곳곳이 폭행 흔적으로 가득한 아수라장이었다. 하지만, 80대 노모는 “지적 장애가 있는 아들이 잠시 소란을 피웠다. 아무 일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강제로 개입하기 어려운 사회복지사는 발길을 돌려야 했다.

3주 뒤 다시 신고가 접수됐다. 노모의 대답은 같았지만, 이번엔 이씨도 물러서지 않았다. 아들이 처벌받을까 우려하는 기색이 역력한 노모에게 “무작정 부인하는 게 아들을 위한 길이 아니다”라고 호소했다. 간곡한 설득 끝에 노모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이었다. 아들은 40대지만, 지능은 8살 수준이다.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힘센 아들을 제어하기 힘들었다. 아들이 나를 때리고 성적 학대까지 했다. 신고하면 아들이 감옥에 갈 것 같아 참았다.”

고개를 숙인 채 이어진 엄마의 고백에 이씨는 고민에 빠졌다. 그의 선택은 공존이었다. 집에만 있던 아들을 시설로 보내 치료받게 하면서 지역 복지관에서 모자의 상황을 계속 점검하도록 했다. 이씨는 “자신이 없으면 아들이 더 삐뚤어질 거란 엄마의 우려를 최대한 반영했다. 다행히 현재까지 관리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10년 차 사회복지사다. 한때 카피라이터를 꿈꿨지만, 장애인 복지시설에서 봉사하던 어릴 적 기억이 그를 되돌려 세웠다. 5년 전 인천시 노보전에 들어오면서 노인학대 분야를 맡게 됐다. 도박 빚이 있는 아들에게 협박당하면서도 보복이 두려워 침묵하던 부모, 일회용 기저귀를 빨아서 몸이 불편한 아버지에 채우던 치매 환자 아들.

마주하는 학대 사례가 많아질수록 눈물을 머금고 퇴근하는 날이 늘었다. 매일 슬프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학대에서 벗어난 노인들이 전하는 감사를 받을 때면 뿌듯함을 느꼈다고 했다.


이씨는 노인학대는 경찰 수사 전까진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했다. 신고 방법을 잘 모르는 점, 가족인 가해자를 감싸려는 심리, 보복이 두려운 점 때문에 피해자가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아서다. 보건복지부의 2021 노인학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노인학대 신고 건수는 1만9391건으로 전년 대비 14.2% 늘었다. 하지만 실제 학대 건수는 더 많을 것이란 게 그의 말이다.

이씨는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선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매번 청소년, 노인, 사회복지종사자 등을 직접 찾아가 교육을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자진해서 핀포인트 전문조사원 교육을 받은 것도 넓어지는 노인학대 범위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씨는 “노인학대는 아동학대보다 그 수가 적고 사회적 공감대가 잘 형성되지 않다 보니 관련 인력과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하다”며 “본인이 거부하면 대응하기 어렵다는 법적 한계도 풀어야 할 문제다”라고 말했다.


https://m.news.nate.com/view/20220616n01691


2차 ㅊㅊ ㄷㅁㅌ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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