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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박진영의 사회심리학] 한국 사회의 혐오에 대하여

뉴욕대 심리학자 존 조스트 교수에 따르면 어떤 큰 구조적 문제가 존재할 때, 나라 경제가 좋지 않다거나 취업이 잘 안 되거나 등등 그걸 처음부터 ‘구조적’ 문제로 접근하는 사람들은 드물다. 추상적이고 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인지적으로 많은 능력과 노력을 필요로 할 뿐 아니라, 문제를 가급적 작고 구체적으로 명시할 때 사람들은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희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컨대 가난할수록 더더욱 가난이 구조적 문제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어하고 오직 ‘나만’ 정신차리면 잘 될거라고, 내가 더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 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아니면 반대로 '이게 다 XX때문'이라고 하는 등 비난의 대상을 특정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지 않고 문제의 원인이 거대한 구조에 있다고 인정하게 되면 무기력과 큰 불안을 느끼게 된다. 따라서 학자들은, 그것이 자신이든 타인이든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무엇을 비난하는 것이 불안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역할(palliative role)’을 한다고 본다. 외국인이나 여성 등 만만한 대상을 공격하는 것 또한 비슷한 맥락이다.


(중략)

사람을 완전히 바꾸는 건 쉽지 않은 알이다. 하지만 일단 그 사람이 혐오를 혼자 속으로 간직할지 아니면 밖으로 휘두르는지를 결정하는 데에는 사회의 역할이 크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무리에 의해 중요한 도덕, 가치 판단이 좌우된다.

예컨대 노예제 시절 미국은 같은 인간인 흑인을 ‘백인을 존중하지 않았다’는 애매모호한 죄목으로 공공 장소에서 여럿이 돌아가며 고문하고 목매달아 죽이는 일이 흔했다. 인간은 ‘그래도 된다’는 사회적 합의 하나로 같은 죄책감 없이 잔혹한 행위를 벌일 수 있는 존재임을 기억하자. 따라서 이건 잘못됐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존재가 소중한 것이다.

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3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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