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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오컬트 [번역괴담] 검증

여보세요? 이노우에? 나야 나, 사카타. 이런 시간에 미안. 깨웠어? 아, 일어나 있었구나. 그럼 다행이네.


오랜만인데 잘 지냈냐? 고등학교 졸업한 이후로 처음이네. 지역에 남은 우리는 여기서 썩고 있지만 넌 무사히 토쿄에 있는 대학에 진학했으니 승리자지. 부러워. 그쪽 생활은 어때? 딱히 변한 것도 없다? 순조롭구만. 그렇구나...그거 잘됐어.


실은 말야 나 엄청난 짓을 해 버려서...그게 점점 무서워져서 남에게 말하고 싶어졌거든. 그래서 네게 전화한 거야. 미안해. 응, 지금부터 말할게.


그 폐병원 소문 너도 기억하지? 그래, 우리 고등학교에 전해내려오는 도시전설. 밤중에 그 병원 수술실에 들어가서 벽에 이름을 적고 돌아오면 저주가 걸려서 사흘 후에 죽는 거. 내용이 무진장 재미 없어서 도시전설이라기보다는 흔해빠진 농담으로 다들 받아들였지. 


그치만 그거 농담이 아니었어...


네가 토쿄로 올라간 후 나랑 요시자와랑 카토 셋이서 자주 놀았거든. 딱히 할 일도 없이 빈둥대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카토가 취해서 "좋았어, 내가 그 폐병원 비밀을 파헤쳐주겠어!"라고 말했어. 그때는 나도 요시자와도 농담인 줄 알고 "오~ 여기에 용자가 납셨구만!", "건투를 빈다! 시체는 주워줄게!"라고 낄낄거렸지. 


나도 요시자와도 당연히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어. 그냥 술에 취해서 농담한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부터 같이 갈 생각도 안 했지. 애초에 병원에서 떨어진 곳에서 술 마시고 있었고 그 자리에 차도 없었는데다 취해서 운전도 못했으니까. 


그 다음 날 밤중에 카토가 라인을 보냈어. 그 자식 진짜로 간 거야. 더러운 수술실 벽에 굵고 붉은 매직으로 자기 이름을 적고 친절하게 그걸 배경으로 셀카를 찍어 보냈더라. 그때는 그 자식 진짜로 간 거냐며 폭소했어. "너 얼마나 한가한 거냐!", "글씨 더럽게도 못 쓴다!"하고 야유했지.


그 사흘 후 그 놈은 죽었어.


편의점에서 나와 신호 무시하고 차도를 건너다가 달려오는 트럭에 치였어.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늦고 말았지. 스마트폰을 보면서 걸어나왔다는 목격 증언도 있어서 주된 사고 원인은 그 녀석 부주의로 처리되었어.


그로부터 일주일 후. 이번에는 요시자와가 똑같은 짓을 하겠다고 말했어. 


"카토가 스마트폰 보다가 사고 당했다고 했는데 정말로 그럴까? 혹시 그 녀석이 죽은 게 저주 때문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다면 적어도 그 녀석 명예를 회복할 수 있지 않을까."


잘 알 수 없는 논리였지.


몇 번이고 말하지만 애초에 흔해빠진 도시전설에 농담으로도 재미 없는 이야기잖아? 그래서 나도 진지하게 말리지 않았어. "뭐 네 기분이 풀린다면 해보지 그래?"라고 말하며 흘려넘겼지. 


그리고 이틀 후 밤, 그 녀석이 셀카를 찍어 올렸어. 그 녀석은 그 수술실로 가서 카토 이름 바로 옆에 검은 사인펜으로 자기 이름을 적어두었지. 히죽 웃고 있던 카토랑 달리 요시자와는 긴장한 얼굴이었어. 왠지 나마저 긴장되어서 농담할 기분도 들지 않아 "알았어. 어서 거기서 나와."라고 답장을 보냈지.


그리고 그 사흘 후 요시자와도 죽었어.


자택 맨션 마당에서 추락사했대. 유서는 없고 가족도 자살할 동기가 없다고 했기에 사고사로 처리했어.


결국 카토도 요시자와도 그 도시전설대로 이름을 적고 돌아온 지 사흘 후에 사망하고 만 거야.


넌 몰랐겠지만 그런 일이 있었어. 너 토쿄에 간 뒤로 연락을 끊어 버렸으니까. 아니, 딱히 비난할 생각은 없어. 아, 그렇지. 네게 전화한 이유는 내가 저지른 짓 때문이었지. 그래, 이미 눈치챘지? 나도 같은 짓을 하고 왔어. 그 병원에 가서 이름을 적었지. 그저께말이야.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했냐고? 으음, 꼭 좀 확인하고 싶은 게 있었거든. 정말로 저주 때문에 죽은 걸까. 그냥 우연일 가능성도 있고 저주가 있는지 없는지 결국 밝혀지지 않았잖아. 그 녀석들을 생각하면 이렇게 애매하게 끝내고 싶지 않아. 저주가 어떤 건지 확실히 밝히지 않으면 그 녀석들 볼 얼굴이 없잖아.


그리고 하나 더, 내 나름대로 확실히 밝히고 싶은 점이 있어.


옛날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본명을 숨겼다잖아. 본명을 들키면 그걸로 저주를 거는 자가 나타나니까 평소에는 숨겨두고 일상 생활에서는 다른 이름을 썼지. 그리고 어린 시절에는 마에 씌기 쉬우니까 일부러 천한 이름으로 불러서 나쁜 것이 관심을 갖지 않도록 했고. 저주는 이름에 건다는 발상은 먼 옛날부터 있었어.


이 저주도 폐병원에서 이름을 적은 '장본인'이 아니라 '이름' 그 자체에 걸린 게 아닐까? 혹시 그렇다면 내가 다른 사람 이름을 적으면 어떻게 될까...그렇게 생각하니 꼭 좀 그걸 검증하고 싶어졌거든.


그래서 나 그저께 밤에 그 놈들 이름 옆에다 네 이름 적고 왔어.


왜냐니, 자기 이름을 적으면 이름을 적은 자가 저주를 받는 건지 이름이 저주를 받는 건지 알 수 없잖아. 그래서 네 이름 적었어. 


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거야? 이런 거 어차피 시답잖은 농담이잖아. 뭐, 그렇게 기운이 넘치는 걸 보니 아직까지는 무사하다는 증거지. 


자, 살아남는 건 누굴까...그건 내일이 되면 알 수 있을 거야. 야, 왠지 흥분되지 않냐? 오싹오싹한 게 말야. 히히히.


그럼 내일 전화한다. 나중에 사진 보낼게. 좋은 꿈 꾸라구. 히히히.



https://blog.naver.com/qordb6712/22255427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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